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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끝났다, 나는 재벌가 사모님이다
과거는 끝났다, 나는 재벌가 사모님이다
Author: 릴리아

제1화

Author: 릴리아
“뻔뻔한 거지 같으니라고.”

5년 만에 다시 만난 강태혁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이렇게 모욕했다.

저 멍청이는 지금 자신이 비웃는 여자가 바로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어떻게든 눈에 들려고 애를 쓰는 세계 최고 부자의 아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강태혁은 심유나와 팔짱을 낀 채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그를 알아본 재계 인사들은 반색하며 앞다퉈 몰려들었다.

“강 대표님!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불과 5년 만에 회사를 상장시키시다니, 젊은 나이에 정말 대단하십니다.”

“강 대표님도 혹시 그분의 투자를 받으려고 오신 겁니까?”

강태혁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사람들 사이에서 알겠다는 듯한 속삭임이 오갔다.

오늘 이곳에 모인 참석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세계 최고 부자의 눈에 들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심유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분이 강 대표님의 사모님이시군요? 두 분 정말 천생연분이십니다.”

심유나는 강태혁에게 더욱 바짝 달라붙으면서 다정하게 웃었다.

“아직 혼인신고는 안 했어요. 회사가 업계 정상에 오르면, 그때 혼인신고도 하고 결혼식도 올릴 생각이에요. 청첩장을 보내 드릴 테니까 꼭 참석해 주세요.”

순간 강태혁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

그러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요즘 둘 다 회사 일로 워낙 바빠서요. 그래도 오랫동안 사랑해 온 사이인데, 혼인신고나 결혼식은 그저 형식적인 절차일 뿐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의 축하 인사가 다시 쏟아졌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조금 놀랐다.

‘아직도 혼인신고도 안 하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다고?’

강태혁은 나와 헤어진 지 불과 며칠 만에 심유나에게 청혼했다.

그토록 서둘러서 세린그룹을 거느린 심씨 집안의 지원을 받으려 했기에 진작 정략결혼을 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미루고 있는 걸까?’

재계에서 정략결혼은 집안의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때 호텔 보안요원 한 명이 굳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손님, 여기는 최고급 리조트입니다. 아무나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보안요원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눈빛에는 경멸의 기색이 가득했다.

조금 전까지 아들과 해변에서 놀았던 탓에 옷에는 모래가 잔뜩 묻어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분수대 안에 들어가느라 온몸이 흠뻑 젖어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손등에 찍은 투숙객이자 행사 참석자라는 걸 확인해 주는 도장마저 희미해져 있었다.

이런 몰골이니 오해할 만도 했다.

나는 서둘러 설명했다.

“죄송해요. 아들이 아끼는 보물이 분수대에 빠져서요. 찾는 대로 바로 객실로 돌아갈게요. 혹시 손해가 났다면 객실로 청구해 주세요. 객실 번호는...”

하지만 보안요원이 짜증스럽게 내 말을 끊었다.

“딱 봐도 몰래 기어들어 온 가난뱅이 주제에 무슨 투숙객 행세야? 당장 꺼져!”

날카로운 고함 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쏠렸다.

“저런 사람이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겁도 없네... 감히 최고급 호텔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서밋에 무단으로 들어오다니. 잡혀갈까 봐 무섭지도 않나?”

바로 그때 강태혁이 이쪽을 힐끗 돌아봤다.

순간 우리의 눈이 마주치자, 강태혁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임새별?”

보안요원이 놀란 얼굴로 강태혁을 바라봤다.

“강 대표님, 아시는 분입니까?”

강태혁은 곧바로 표정이 굳어지더니 경멸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전에 제 아버지가 후원했던 가난한 학생입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고요.”

말을 마친 강태혁은 나를 더 보는 것조차 더럽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5년 전, 나를 자기 인생에서 내쫓을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강태혁의 말을 들은 보안요원은 더욱 기세가 등등해서 나를 밀치려고 손을 뻗었다.

“그럴 줄 알았지. 당신 같은 사람들 내가 한두 번 본 줄 알아? 남한테 후원 좀 받았다고 평생 남자한테 빌붙어 살 수 있을 줄 알아?”

나는 몸을 옆으로 틀면서 보안요원의 손을 피했다.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말했잖아요. 물건만 찾으면 바로 나갈 거예요. 손해가 생기면 배상하겠다고도 했고요.”

보안요원은 코웃음을 치며 더욱 비아냥거렸다.

“배상? 당신이?”

그러더니 분수대 옆의 장식을 가리켰다.

“이게 뭔 줄이나 알아? 세계적인 조각가가 직접 만든 작품이야. 무려 74억 원짜리라고! 당신 같은 가난뱅이가 74억 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알기나 해? 당신 몸을 통째로 팔아도 못 갚을 돈이야!”

보안요원은 또다시 나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저 사람에게는 74억 원이 정말 엄청난 돈일지도 몰랐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겁먹을 만한 큰 돈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만하시죠.”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 있던 강태혁이 갑자기 돌아섰다.

강태혁은 내 앞으로 다가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눈빛은 마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대하듯 싸늘했다.

“뭘 찾고 있는데? 얼마면 돼? 내가 줄게.”

강태혁은 역겹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이런 식으로 내 관심 끌 생각 하지 마. 수법도 참 유치하네. 난 너 같은 여자한테 전혀 관심 없어.”

심유나는 곧바로 강태혁의 팔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

얼굴에는 여전히 달콤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에 서린 우월감과 악의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우리 이제 곧 결혼해. 차이고 나니까 억울하고 미련이 남는 건 알겠는데, 가난한 학생이랑 재벌가 사람은 사는 세상부터 달라.”

“너랑 태혁 씨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심유나는 웃는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여기서 광대처럼 난리 치지 말고 조용히 나가. 그래야 그나마 자존심이라도 지키지 않겠어?”

나는 가볍게 웃으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두 사람, 결혼해서 얼른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

그 말을 끝으로 더는 두 사람을 상대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쪼그리고 앉아서 분수대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블루 다이아몬드는 아이 아빠가 아들에게 처음으로 준 생일 선물이었다.

아들에게는 세상 전부나 다름없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여기서 꺼질 건데?”

강태혁이 버럭 소리쳤다.

“아니면 더 많은 걸 바라는 거야?”

강태혁은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꺼냈다.

“좋아. 태강그룹에 자리 하나 마련해 줄게. 대신 A국에 있는 해외 지사야. 다음 주부터 출근해. 그리고 앞으로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

“태강그룹 안주인이 될 사람은 오직 유나뿐이야. 내가 너랑 사귄 그 2년도 그저 불쌍해서 만나 준 것뿐이야.”

“그 정도 일자리면 새 출발을 하기엔 충분하겠지? 이제 너랑 수준 맞는 평범한 남자 만나서 살아. 나한테 더는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런데 갑자기 강태혁의 손가락이 멈췄다.

핸드폰 화면에 뜬 정보를 확인한 순간, 그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

“뭐야? 예전에 태강그룹에 등록돼 있던 네 신상 정보는 다 어디 갔어?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신원 정보까지 삭제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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