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강태혁과의 연애 5주년 기념일. 강태혁이 내게 선물한 건 2만 원도 채 안 되는 싸구려 팔찌였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강태혁은 첫사랑인 심유나에게 무려 20억 원짜리 요트를 선물했다. 나는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자 강태혁은 오히려 내가 괜히 생떼를 쓴다며 몰아세웠다. “유나한테 요트 선물한 건 회사 주가 때문이야. 아직 걔한테 미련이 남아서 그런 게 아니라고.” “너처럼 가난한 여자랑 혼인신고까지 해 주겠다는데, 그것도 부족해? 사실 이게 너한테 주는 마지막 시험이었어. 임새별, 넌 탈락이야.” 나는 그 자리에서 헤어지자고 했다. 그러자 강태혁은 곧바로 심유나에게 청혼했다. 그리고 5년 후. 우리는 최고급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서밋 미팅에서 다시 만났다. 강태혁의 회사는 업계 정상에 오르기 직전이었고, 그의 곁에는 심유나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가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온몸이 엉망이 된 채 분수대 안에 서 있었다. “임새별.” 강태혁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때 그렇게 잘난 척하면서 날 차고 떠나더니, 내가 없으면 거지보다도 못한 꼴이 될 줄은 몰랐지?”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서 우연히 마주친 척하면서 불쌍한 꼴을 보여 봤자 소용없어. 내가 마음이 약해져서 널 다시 받아 줄 일은 없으니까.”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아들이 애지중지하던 블루 다이아몬드를 실수로 분수대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아이 아빠가 생일 선물로 준 것이었다.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아서, 무슨 일이 있어도 얼른 찾아야 했다.
더 보기“네 다이아몬드 반지 필요 없어.”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왜? 이 다이아몬드는 네가 예전에 나한테 줬던 것보다 만 배는 더 좋은 거라고! 그날 네가 갖고 있던 블루 다이아몬드보다도 훨씬 희귀하고 비싼 거야!”“강태혁, 5년 전 그 비 오던 밤 기억나?”나는 강태혁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그때 넌 내가 준 작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앞으로도 버틸 힘이 돼 준다고 했어.”“그런데 5년 만에 다시 만난 날에는 그 반지를 싸구려 선물이라고 했지.” “그때의 너와 지금의 너, 대체 어느 쪽이 진짜 강태혁이야? 결국 넌 5년 사이에 너무 많이 변한 거야.”“난 변하지 않았어!”강태혁이 절망에 빠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널 향한 내 사랑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사랑?”나는 피식 웃었다.“심유나한테 요트를 선물하고 청혼한 것도 사랑이야?”“심유나가 마음만 먹으면 날 해칠 수도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넌 네 이익 때문에 모른 척했잖아. 그러면서 심유나가 날 망가뜨리게 내버려 둔 것도 사랑이라고?”강태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강태혁은 괴로운 듯 눈을 질끈 감았다.“새별아, 그때...”한참 만에 강태혁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때 내가 심씨 가문의 도움을 받아서 회사를 키울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더라면... 넌 날 기다려 줬을까?”“아니.”“왜?”“날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애초에 그런 고통과 모욕을 겪게 하지 않았을 테니까.”나는 강태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렇게 소중하다는 사업 때문에 다른 여자를 선택하지도 않았겠지. 설령 겉으로만 그러는 거였다고 해도.”“애초에 중요한 건 심유나가 무슨 짓을 했느냐가 아니었어. 네가 어떤 선택을 했느냐였지.”“심유나한테 요트를 선물한 것도 너였고, 청혼한 것도 너였어. 나를 네 인생에서 내쫓은 것도 전부 네 선택이었잖아.”정통을 찌른 내 말에 강태혁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네 말이 맞아... 난 널 사랑할 자격이 없어...”“강태혁, 난 이제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최상층의 스위트룸으로 돌아오자, 안도윤은 잠든 시우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혔다.그러고는 돌아서서 나를 품으로 끌어안았다.“오늘 무서웠어?”안도윤이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물었다.나는 고개를 저으며 남편의 가슴에 기댔다.“당신이 있잖아. 하나도 안 무서워.”“그런데...”안도윤의 목소리가 진지하게 착 가라앉았다.“심유나... 그 이름, 예전에도 들어 본 적 있어.”나는 의아해서 물었다.“심유나를 만난 적 있어?”“자기야, 예전에 습격을 당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말해 줄 수 있어?”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나...”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그때 일은 떠올리고 싶지 않아.”“많이 괴롭다는 거 알아.”안도윤이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하지만 이번에 그 인간들을 확실히 처리하지 않으면 또 당신을 해치려고 들 거야. 두 번 다시 누구도 당신을 다치게 하지 못하도록 만들겠어.”그의 따뜻한 품에 안겨 있자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나는 천천히 그날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그날 강태혁과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습격했어.”“처음에는 그냥 강도인 줄 알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갑자기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고 머리가 너무 아팠어. 마치 머릿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우면서 내 뇌를 갉아먹는 것 같았어.”안도윤이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계속 얘기해 줘.”“그 뒤부터는 기억이 없어. 정신을 차렸을 땐 병원에 누워 있었거든. 의사 선생님은 심한 충격을 받아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겼다고 하셨어.”“그때부터 계속 악몽을 꿨어. 내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자꾸 들었고 머리도 자주 아팠어.”“예전 기억도 어떨 때는 선명했다가 어떨 때는 흐릿해지고...”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안도윤을 보자,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나는
심유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무슨 소리야? 강태혁, 너 미쳤어? 난 네 아내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날 배신하겠다는 거야?”강태혁이 짧게 웃었다. 씁쓸한 웃음이었다.“아내? 심유나, 우린 혼인신고도 안 했고 결혼식도 안 올렸잖아. 그런데 무슨 배신이야?”“강태혁...”심유나의 목소리가 떨렸다.하지만 강태혁은 심유나의 말을 끊었다.“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내가 널 진심으로 사랑한 적 없다는 거. 난 시간이 지나면 임새별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내 자신을 속였을 뿐이야.”강태혁이 나를 돌아봤다.눈에는 후회가 가득했다.“그런데 오늘, 널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 있는 걸 보고 나서야 내가 뭘 잃었는지 비로소 깨달았어.”“내 인생에서 진짜 별빛 같은 사람을 놓쳐 버린 거야.”심유나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고작 저 여자 때문에 날 배신한다고? 강태혁, 잊지 마! 우리 심씨 가문의 지원이 없었으면 네 회사는 아무것도 아니었어!”“감히 날 팔아넘기다니,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강태혁은 심유나를 바라봤다.눈빛에서 마지막 남은 온기마저 사라졌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그동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내가 정말 몰랐을 것 같아?”순간 심유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바로 그때, 말끔한 정장 차림의 수사관들 몇 명이 호텔 로비로 들어왔다.앞장선 선임 수사관이 안도윤 앞에 멈춰 서더니 먼저 인사를 건넸다.그러고는 주변을 한차례 둘러본 뒤 엄숙하게 말했다.“귀빈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관련된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조사하겠습니다.”그 사람들이 수사 기관의 관계자라는 걸 알아본 순간, 심유나의 얼굴에서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난 절대 안 가!”심유나가 악을 쓰며 비명을 질렀다.“너희 같은 천한 것들이 무슨 자격으로 날 데려가겠다는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 난 심씨 가문의 후계자야!”수사관은 심유나를 차갑게 바라봤다.“심씨 가문 후계자라면 더더욱 철저히 조사해야겠군
안도윤은 잠든 시우를 조심스럽게 내 품에 안겨준 뒤, 몸을 돌려 로비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봤다.조금 전까지 보였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었다.그에게서 재계를 쥐락펴락하는 절대 권력자다운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자, 이제 설명해 보시죠.”안도윤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마디 한마디에는 태산과도 같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왜 내 아내가 도둑 취급을 당해야 했는지 말입니다.”호텔 총지배인이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마저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안 대표님, 그... 그건 오해입니다. 저희는 사모님께 무례하게 굴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오해라고?”안도윤이 차갑게 비웃었다.“내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당신들이 내 아내한테 손을 댔잖습니까? 게다가 내 아내를 도둑에 납치범으로 몰아간 사람도 있던데, 그것도 오해입니까?”그러자 다른 참석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바꾸면서, 호텔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정말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감히 사모님께 그런 무례를 저지르다니요!”“이 호텔은 직원 관리가 심각하게 잘못됐군요!”“안 대표님, 저희 모두가 증언할 수 있습니다. 보안요원들이 사실을 부풀려 사모님께 누명을 씌운 겁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비웃던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지금은 태도가 완전히 돌변해 있었다.안도윤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보안팀장은 연신 땀을 닦으며 필사적으로 해명했다.“안 대표님, 저희는 정말 사모님의 신분을 몰랐습니다. 옷차림도 그렇고, 손등에 찍힌 출입 확인 도장도 희미해서...”“옷차림이라고요?”안도윤의 목소리가 한층 더 서늘해졌다.“그럼 내 아내가 비싼 옷을 입어야만 제대로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는 겁니까?”“아, 아닙니다.”기겁을 한 총지배인이 얼른 손사래를 쳤다.“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보안팀장도 벌벌 떨면서 앞으로 나섰다.“안 대표님, 저희가 확인을 소홀히 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사모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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