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한편, 지우의 본가에 저녁초대를 받은 문리안. 주말 초대를 앞두고 평소 늘 입던 검은색, 네이비 슈트들이 걸린 문리안의 드레스룸 옷장에는 비상이 걸린다.'어른들 찾아뵙는 자리에 대체 뭘 입고 가야 하는 거야....?!'드레스룸 바닥에 나뒹구는 옷들을 바라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 리안.순식간에 옷장의 옷 들이 다 나와 방은 금새 엉망이 되었다.함참을 전쟁아닌 전쟁을 벌리던 문리안은, 결국 친구이자 그 집안의 며느리인 강수아에게 S.O.S를 치기에 이른다,"수아야, 대체 뭘 입어야 하는지 감도 못 잡겠어. 제발 날 좀 도와줘.""리안아. 일단 진정하고 영상으로 돌려봐. 그리고 옷장을 한번... 저런.... 리안아, 옷들을 왜 전부 꺼내서 바닥에 둔 거야?? 일단 바지 정장 슈트는 왼쪽 옷장에 대충 다 걸어두고.. 스커트 정장과 원피스를 분리해서 왼쪽 옷장 두 곳에 나누어 걸어. 그리고 나서 나한테 다시 전화해, 알았지?? 치마 정장이나 원피스가 있기는 한건지??""그게... 여기 어딘가.. 몇 벌 있기는 해... 근데 나한테 어울릴까?""무슨 소리야, 너처럼 예쁜 아이는 뭘 입어도 다 잘 어울려. 지금 2시니까 3시까지 다 정리하고 전화해 알았지? 내가 아는 미용실에 헤어랑 메이크업 예약해 둘께.."한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수아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다른 곳은 필요 없고, 원피스 쪽 보여줘 봐. 거기 세 번째 핑크 원피스랑 제일 끝 아이보리색 쟈가드 쟈켓, 그리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일곱번 째에 있는 하늘 색 원피스! 그거랑 저기 보이는 흰색 앙고라인가? 그 가디건..두 개 대고 서봐....""이거랑, 이거?"리안이 엉성하게 옷을 꺼내 갸우뚱하며 차례대로 얼굴에 대어 본다."그래, 그거야, 연하늘색 원피스! 그게 네겐 아주 잘 어울리네... 그 원피스에 그 앙고라 숏 가디건 입어. 너무 사랑스럽다, 리안아....""정말, 이거 입으라고?? 어색히지 않을까? 역시 바
이사회에서 굴욕을 당한 최강민 전무와 윤채린 변호사가 룸살롱에서 비밀리에 접선하였다.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거나 자신들의 위치를 아직도 직시하지 못한 채여전히 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었다.몇 잔의 양주잔을 주고 받던 최강민과 윤채린.최강민이 마시던 양주잔을 멱에 힘껏 집어 던졌다."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돼. 내가 왜... 그딴 망나니 같은 놈 한테 밀려야 하는거지?""그러게요. 새파랗게 어린 변호사를 데리고 와서는 소꿉놀이나 하는 서 전무님도 그렇고, 부른다고 쪼르륵 달려와 변호사랍시고 앉아있는 어린 년을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어 집니다. 꼬리나 치는 여자라니까요.. 서 전무님이랑 문 변호사 연애질 하는 거 아니였나요? 신성한 회사에서... 사랑 놀음이라니요.. 서 전무님이 문 변호사님만 편애하는거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이대로 물러서지는 않으실 거죠, 최 전무님? 회사는 최 전무님 같은 분이 운영하셔야 하는데 말이죠..!!""그럼, 내가 이대로 순순히 물러나 줄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지.. 내가 지금껏 어떻게 버텨왔는데.... 치사하고 더러운 꼴 마 보고 참으며 지켜온 자리인데... 내가 고생해서 키운 내 회사를... 저 지우 놈 입속으로곱게 넣어 줄 생각 따위 아예 없어. 이 회사는 내가 차지할 꺼야, 내 회사야.. 내가 갖지 못한 다면 지우도 갖지 못해.. 내 것이 되지 못할 바엔 아예 산산히 부셔버릴꺼야...!"최강민은 이를 부득부득 갈더니 분노로 잘못된 생각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서지우를 아예 밀어버리려는 속셈을 전혀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심지어 회사를 공중분해 해 버릴 각오까지 하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단단히 넘어가고 있었다."서지우 말이야... 단순히 M&A 에서 떨어뜨리는 것으론 부족해.. 아예 그룹에서 매장시키고 법정 구속까지 시킬만한 판을 짜야겠어..!!"최강민은 비열한 웃음을 웃으며 윤채린에게 서류 한 뭉치를 건넸다.해외컴퍼니 관련 서류였다. 윤채린은
그렇게 츤데레 아저씨와 모솔 아가씨의 화기애애하 국수 데이트(?)를 즐기고 국수집을 다정히 나오는데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지우가 문리안이 동시에 옆을 바라보자 익숙한 실루엣, 지우의 어머니인 한 여사가 거기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필 계모임에서 나오던 한 여사와 딱 마주친 것이다. " 어머, 두사람....." "여기서 뭐하세요, 어머니?" 당황한 서지우가 얼른 자신의 어머니곁으로 다가가 묻자, 갑자기 한 여사가 서지우의 귓바퀴를 살짝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이 놈 봐라? 야, 이놈아! 문 변호사님 좋은데서 맛난거 사주랬더니... 네가 좋아한다고 겨우 이 국수집을 데리고 와? 내가 문 변호사님, 제대로 대접 안 하면 내가 혼쭐낸다고 했어, 안했어?" 한 여사의 호된 호통에 빨개진 귀로 뒤에선 리안은 눈치를 보며 서 있는 지우. "어머, 여사님. 아니에요. 오늘 정말 맘에 쏙 드는 저녁식사 였는걸요. 아주 즐거운식사에 행복했는 걸요." 리안이 귀가 잡힌 채 어쩔 줄 몰라하는 지우를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 어머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문 독사가 좋았다잖아요...." 서지우가 리안은 웃음과 '행복'이라는 단어에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억울하다는 듯 한 여사에게 투덜 거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더 세게 잡아당기는 한 여사의 손길이였다. "이 놈아. 문 독사가 뭐냐, 문 독사가? 이리 곱고 아리따운 처자에게... 독사라는 단어가 갑자기 왜 튀어나와? 한심한 놈... 그리고 우리 문 변호사가 인사로 한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 들이는 게냐? 이런 멍청한 놈을 보았나...!" "아니에요, 여사님. 전 정말로 좋았..." 이쯤되자 이젠 리안도 무안해하며 얼른 한 여사를 말릴려 했다. 하지만 리안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여사가 쪼르륵 리안에게로 다가와 따뜻하게 리안은 손을 잡았다. "문 변호사님, 내일 토요일이니 우리 집으로 와요. 내가
이사회에서의 승리 직후 지우가 잡앗던 손끝의 저릿한 여운이 아직 식지 않은 문리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자신도 모르게 지우와 식사를 하러 가고 있었다. "일은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던 서지우 전무는 문리안 변호사를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 자신이 자주 가던 한적한 곳, 호젓한 한옥 국수집으로 데려갔다. 리안은 서지우가 엄청난 분위기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온갖 폼을 잡으며 자신에게 한껏 끼를 부릴 줄 알았다가, 의외로 조용한 한옥의 국수집을 좋아한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더구나 들어올때 주인장이 반갑게 서지우를 맞이하는 단골집이라는 점에 의외로 소박한 취향이라 여기며 어쩌면 그동안 자신이 서지우 전무를 너무 펌하하며 색안경을 끼고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에 부딪치는 소나무들의 소리가 정다운 조용한 방 안.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였지만 통창으로 보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풍경이 고즈넉하고 운치가 있는 한옥 식당은 또다른 색다른 분위기가 정겹고 깔끔한 그런 곳이였다. 왜 서지우 전무가 이곳을 좋아하는지, 또 단골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리안도 이곳이 좋았으니까... 이 곳이 첫데이트(?)의 장소로 영원한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을만큼... 연인과 단둘이 자주 오기 좋은 곳이라 생각했다. 국수가 나오자 서지우는 국수 그릇에 갖은 고명을 잔뜩 얹어 리안에게 건네 주었다. 서른네살 어른 남자의 푸근한 츤데레 매력에 리안은 지금껏 밀어내기만 하던 마음을 서서히 내려놓고 있었다. 스물여섯이 되도록 공부만 하느라 연애는 커녕 이런 소소한 챙김을 받아본 적이 없는 리안은 심장이 자꾸만 몽글몽글해져 왔다. "문 독사,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으니, 많이 먹어요... 그동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아. 내가 너무 속이 상하네..." 서지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국수 한 그릇과 모듬전 한 바구니가 다시 상 위에 놓였다. 먹성이 좋은 리안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전무님도 드실 중
태산 그룹 본사 대형 이사회장.웅장한 대리석 테이블 주위로 주요 임원진과 이사진들이숨을 죽인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 상석 부근, 과거에는 권력의 실세인 것마냥 거들먹거리던 최강민 전무와하늘 높은 줄 모르고 콧대를 높이 세우던 윤채린 변호사는이제 사색이 된 얼굴로 이사회장 구석에 처박히듯 앉아 있었다.이미 앞선 회의와 법무 검토 과정에서자신들이 파놓았던 독소 조항의 실체와 비리 흔적들이 낱낱이 까발려진 탓에,두 사람의 콧대는 완전히 꺾여 바닥을 기고 있었다.그럼에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최강민이식은땀을 흘리며 이사진들을 향해 억지 항변을 하려 입술을 달싹였다. "아, 아닙니다! 이건 서지우 전무 측이 저를 모함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조작한……!" "입 다무세요, 최강민 전무님."서지우 전무가 냉혹하고 결연한 눈빛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묵직한 저음을 뱉어내었다.이사회장의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지우는 이사진들을 향해 두툼한 최종 감사 보고서와 함께,결정적인 파일 하나를 프로젝터 대형 화면에 띄웠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진짜 이유는, 지난 몇 달간 우리 태산 그룹 내부를 좀먹으며 M&A 본계약을 가로채려던 파렴치한 비리와 음모에 대한 최종 처분을 내리기 위해서입니다."지우의 호령과 함께, 회의실 스피커를 통해최강민과 윤채린이 음지에 모여 해외 페이퍼 컴퍼니와독소 조항 조작을 모의했던 그날의 생생한 녹취록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 — "이번 계약서 제14조 단서에 그 조항 확실히 박아두지. 서지우와 그 놈이랑 엮여 있는 문 변호사까지 한방에 매장해 버리는 거야." ㅡ "네. 전무님. 확실하게 준비해 두겠습니다. 걱정마세요. 저에게도 갚아야 할 빚이 있으니, 두 사람 모두 매장 되도록 확실히 조치해 두겠습니다." — "크흐하하, 완벽해! 아주 싹을 말려버리자고."이사회장은 단숨에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최강민과 윤채린의 얼굴에는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는절망감만이 짙게
태산 그룹 본사 전무실.평소라면 차분하고 엄숙한 기류가 감돌아야 할 널찍한 집무실 안은,어쩐지 서지우 전무가 직접 공수해 온 한정식 야식의 고소한 냄새와두 사람만의 달달한 텐션으로 부드럽게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지우는 턱을 괸 채, 자신 앞에서 맛있게 음식을 먹는 문리안 변호사의 모습을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보며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이렇게 잘 먹는 것만 봐도 좋은 걸 보니……아... 내가 진짜 이 가시나한테 완전히 눈이 멀긴 멀었나 보네.’그간 차갑고 도도하기만 하던 '문 독사'가 자신의 앞에서 무장해제된 채 오로지 먹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였다.지우가 숟가락을 쥐여주며 더 먹으라고 권하던 바로 그 찰나였다.쾅―! 덜컥―!"거기 그대로 동작 그만. 야, 이 자식아!"세상의 평화를 무참히 깨부수어지듯,전무실의 방문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거칠게 활짝 열려 젖혀졌다.갑작스러운 침입에 지우와 리안은 깜짝 놀라며동시에 문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그곳에는 서씨 문중 안주인이자 서지우의 모친인 한 여사가위풍당당한 자태로 서 있었다.한 여사는 들어오자마자 아들의 얼굴이나 상황 파악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지우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쥐어잡으며 번득이는 눈으로 노려보았다."야, 이 녀석아! 네가 엄마 전화를 이틀 연속으로 씹어? 배가 아주 불러 터졌어, 응? 니가 감히 내 전화를 무시해?! 집에는 왜 여태껏 안 들어와서 엄마를 회사까지 오게 해??""아우야야! 어머니! 목덜미! 지금 어머니 손에 목덜미 잡힌 사람 나이 서른넷 먹은 아들이거든요?! 회사 직원들 보면 어쩌시려고....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입니까!"지우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며 허우적거렸지만,한 여사의 매서운 손아귀 힘은 풀릴 줄 몰랐다."이 야심한 시각에 직원은 무슨.... 죄다 퇴근했지...?! 어...?"아들의 콧대를 꺾어놓으려던 한 여사는이윽고 이 방의 낯선 풍경을 발견했다.화려한 한정식 요리
“은수아 학생. 출석 안 합니까?” 강의실을 채운 백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의 뒷덜미에 꽂혔다. 하지만 수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귓가에서 거대한 이명이 일었다. 단상 위에 서 있는 남자. 은테 안경 너머로 지독하려치만 냉정하게 빛나는 저 눈동자. 맞춤 수트를 자로 잰 듯 차려입은 한국대 식물생명공학과 교수, 서지완. ‘말도 안 돼.’ 수아의 손끝이 작게 떨렸다. 온몸의 피가 바닥으로 웅덩이치며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저 목소리를 안다. 저 단단한 어깨를, 제 살결을 파고들던 그 뜨거운 체
술을 마신 지 채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지완은 몸 안쪽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이상 열기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단순한 취기가 아니었다. 척추를 타고 올라온 뜨거운 불길이 뇌를 난도질하는 기분이었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었고, 거친 숨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눈앞이 흐려지고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서지우. 술에, 무슨 짓을 한 거냐.” 지완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지우의 덜미를 잡으려 했지만,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형, 미안. 근데 형을 위해서야.
“엄마, 대박 사건이라니까? 형이 여자한테 눈이 돌아갔어. 그것도 아주 제대로.” 서울 성북동의 거대한 저택, 서지우는 수화기 너머의 어머니에게 흥분된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지방의 한 한적한 카페 구석, 지우의 손에는 채원의 신상명세서와 조사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강수아, 스물둘. 지방 국립대 농업생명과학과 과수석. 부모 없이 홀로 키워준 이모의 교통사고 수술비를 대기 위해 잠시 밤거리로 흘러든 불쌍하고 올곧은 여자. 평생 얼음 조각 같던 형 서지욱이 매일 밤 노래방 구석에서 그 미련한 짓을 하
서지우는 제 친형인 서지완을 한 번도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형은 가문의 완벽한 피조물이자 오차 없는 기계였다. 부모님조차 형을 자식이 아닌 가문의 간판으로 대했고, 지우 역시 늘 대단한 형의 그늘에 가려져 방탕한 둘째 도련님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가문에는 철저히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형 지완은 아주 어릴 적 앓았던 큰 병의 후유증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이성에게 반응하지 못하는 데다가 그 병으로 인해 아이를 갖기 힘든 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집안 어른들이 기를 쓰고 명문가 딸인 윤서희와 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