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완의 인생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자식을 학문의 도구로 여기는 엄격한 집안에서,그는 늘 자를 잰 듯 완벽한 장남이어야 했다.감정은 사치였고, 이성은 법이었다.서른 다섯이 되도록 그 어떤 여자에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건대단한 절제력 때문이 아니었다.그저 흥미가 없었다. 심장이 뛰지 않으니 동요할 일도 없었다.동료들의 등쌀에 밀려 이 퀴퀴한 노래방 지하 구석에 앉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지완은 자신의 인생이 통째로 뒤흔들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룸의 문이 열리며 여자들이 들어왔다.지완은 지루한 눈으로 훑다가,구석자리에 탬버린을 쥔 채 얼어붙어 있는 한 여자에게 시선이 멈췄다.지나치게 짧고 얇은 홀복.이 자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장기 없이 청초한 얼굴.그리고 무엇보다 —사내들의 더러운 시선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나타내는서슬 퍼렇게 빛나는 그 눈동자.쿵.순간, 지완은 제 가슴을 강하게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베이스 음이 아니었다.35년 동안 단 한 번도 제멋대로 뛰어본 적 없던 심장이 만들어낸, 거대한 고동이었다.'……내가 지금 왜 이러지?'지완은 안경을 고쳐 쓰며 미간을 찌푸렸다.기름진 사내의 손이 여자의 가녀린 손목을 낚아채는 순간,지완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이성이 비명을 질렀다. 나와 상관없는 도우미일 뿐이라고.하지만 시선은 정직하게, 그녀의 눈동자만을 쫓았다.여자가 울음을 참으며 잔을 채우는 모습을 보는데,이상하게도 가슴이 저릿하고 화가 치밀었다.그날 밤 이후, 지완의 일상은 완벽하게 마비되었다.낮에는 강단에서 로봇처럼 강의를 마쳤지만, 밤이 되면 제정신이 아니었다.홀린 것처럼 발걸음이 골드 노래광장으로 향했다.비참한 환경 속에서도 독하게 버티는 그 눈빛이 보고 싶어서,밤마다 비싼 양주를 시켜두고 구석에서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그리고 일주일째 되던 날 밤, 사건이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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