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75화

Author: 라오
양창수가 그곳으로 가보니 의자에 묶인 손문병은 다친 곳이 별로 없었다.

‘허? 그런데 벌써 입을 연 거야?’

양창수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맞은편에 앉았다.

“아가씨를 위해 어떤 일을 했나요?”

손문병은 몸집이 큰 편이고 아주 진중한 얼굴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힐끔 둘러보던 손문병이 입을 열었다.

“주변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 주세요.”

“빨리 입을 여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정말 크게 다칠 테니까.”

손문병이 말했다.

“아가씨는 오성호를 죽이라고 지시했습니다.”

양창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라고요?”

“양혁수 도련님은 아가씨의 아이가 아닙니다.”

양창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손문병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무자비하게 사실을 폭로했다.

“안시연이라는 여자아이가 아가씨의 딸입니다.”

이 말을 마치고 손문병은 양창수를 바라보았다.

양창수는 큰 충격에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이런 일로 농담한다면 정말 목숨이 위험해질 겁니다.”

“제가 직접 친자 결과를 받아왔습니다.”

양창수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진실에 양창수는 차라리 헛소리라고 믿고 싶었다.

양창수는 뒤로 뒷걸음 하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2초 뒤, 양창수가 분노 가득한 얼굴로 손문병을 바라보았다.

“감히 이렇게 큰 일을 의원님에게 숨기다니!”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나?’

“아가씨가 그렇게 지시했습니다.”

“아가씨가 죽으라고 하면 그쪽은 정말 죽을 수 있어요?”

“그건 아닙니다.”

“...”

양창수는 두 눈을 감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더 이상 손문병과 쓸데없는 대화는 하고 싶지 않았다. 서둘러 사건 전말을 알아내야 했다.

손문병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제가 보고를 하지 않았던 건 사실 찝찝한 구석이 하나 있어서 그랬습니다.”

“말해요!”

“안시연 씨는 아가씨의 친딸이 맞지만 그렇다면 그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일까요?”

양창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거야 당연히...”

“안시연 씨는 양혁수 도련님과 혈연관계가 없습니다.”

너무 큰 정보량에 양창수는 다시 한번 벙어리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76화

    양창수는 30년 넘게 양석진 밑에서 일했다. 양석진이 양지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거의 다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게 있다면 아주 은밀한 부분이었다.예를 들어 양석진과 양지원 사이에 은밀한 관계가 있었는지 말이다...손문병의 말도 틀린 게 없었다. 만약 그 아이가 양지원과 다른 남자의 아이라면 양석진은 분노할 게 분명했다.양창수는 의자에 앉아 계속 담배를 피웠다.손문병은 계속 부추기듯이 말했다.“양석진 씨가 화병이라도 나서 돌아가시면 아마 전국적으로 보도되고 뉴스에도 나오지 않겠습니까?”양창수는 헛웃음을 지었다.“손문병 씨는 양석진 씨가 돌아가신 후의 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네요.”손문병은 잠시 말없이 있었고 양창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이 일이 잘 풀리면 양석진에게는 일적이조인 셈이었다. 첫 번째는 양지원과의 아이가 생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양지원이 오성호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양석진이 이 사실을 알면 매우 기뻐할 것이다.하지만 일이 잘못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군.’손문병이 가볍게 기침했다.양창수가 말했다.“할 말 있으면 말하세요.”“제가 좀 성급한 제안이 있긴 한데 일이 빠르게 풀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양창수는 고개를 들었다....양지원은 2층에서 나와 복도를 지나가다 마침 양창수와 마주쳤다.“디저트를 준비해 두었으니 가서 좀 드세요.”양지원이 말했다.양창수는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살피고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디저트는 괜찮습니다. 대신 확인할 게 좀 있습니다.”양지원의 심장이 털컥 내려앉았다.양창수의 미소를 보며 양지원은 더욱 긴장감을 느꼈다.“무슨 일인데요?”“괜찮으시다면 이쪽으로 가시죠.”양창수가 손짓으로 안내한 곳은 온실이었다.양지원은 양창수를 잠시 바라본 후 따라나섰다.온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방 안은 따뜻했고 주변의 꽃들도 잘 가꿔져 있었다.양지원은 차를 준비하라고 시키고 양창수에게 자리를 권했다.“어서 말하세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77화

    “오성호 씨를 먼저 처리할 생각인가요?”온실에서 양창수는 양지원의 말을 듣고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오성호 씨는 이미 화서시에 도착했어요. 그 후의 일은 제가 모두 준비해 놨어요.”참, 빠르다.양창수는 고개를 들고 미소를 띠며 물었다.“예전에 그렇게 오성호 씨를 의지하셨는데 이제 이렇게 쉽게 놓을 수 있나요?”양지원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에게는 사람을 잘못 본 것이 평생 후회로 남은 상처였다.양창수에게 약점을 들킨 탓에 반박할 힘조차 없었다. 양지원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저는 양씨 가문을 위해서 하는 거예요. 이미 다 설명했으니 양창수 씨도 알아서 판단하길 바랍니다.”“일이 끝나면 바로 양석진 씨에게 말씀하실 겁니까?”“...네.”양창수는 속으로 비웃었다.이 말투로 보아 양지원은 스스로 말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양창수는 양지원이 진심으로 당황해 보였기에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기로 했다.“먼저 비밀로 해드릴 수는 있겠지만, 이후 일은 저에게 맡겨 주셔야 합니다.”양지원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양창수가 덧붙였다.“이런 일은 큰아씨보다 제가 더 잘 처리할 수 있습니다.”“정말 양석진 씨에게 말하지 않을 건가요?”“말하길 원하십니까? 아니면 말하지 않길 바라시는 건가요?”양창수는 비꼬듯 되물었다.양지원의 표정은 금세 무거워졌다.양창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이런 고집불통인 성격은 양석진 씨니까 참아주는 거지.’‘됐어. 먼저 큰아씨를 진정시켜야겠어.’저택에는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만약 양석진에게 모든 걸 털어놓으면 양지원이 분노할 테고 그로 인해 양석진도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워질 것이었다.양창수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3시쯤 양석진 씨가 총통부 쪽 집에서 손님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그 손님 중에 여성분도 있으니 한 번 다녀오세요. 일이 끝날 때까지는 평소처럼 행동하세요. 양석진 씨께선 눈치채지 않으셔야 합니다.”양지원은 약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양창수를 바라보았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78화

    쾅!거실 문이 바람에 의해 세게 닫혔다.양지원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얼굴을 돌려 양석진의 강렬한 시선을 피하고자 했다.양석진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양지원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한 걸음 더 다가왔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두 걸음 후 양석진의 구두 끝이 양지원의 하이힐 끝에 닿았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서 그녀는 싱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양지원의 머리 위에는 양석진이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얼굴이 있었다.그녀는 침착해지려고 애쓰며 양석진을 올려다봤지만, 평소처럼 ‘석진 씨’라고 부르며 부를 수 없었다.“오빠...”양석진은 그 말을 듣자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고 차가웠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양석진의 가슴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명백히 커다란 충격 속에서도 광기나 분노에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한참 동안 대치가 이어졌다.양석진은 입을 열고 평온한 목소리로 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양창수에게서 방금 몇 가지 얘기를 들었어.”양지원은 고개를 숙이고 손을 꽉 쥐었다.“양창수가 오후에 너를 찾아갔고 네가 인정했다고 했어.”“난...”“양창수에게 녹음이 있어.”양지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양창수...죽을 놈의 양창수!’긴장으로 굳어 있던 양지원의 어깨는 완전히 늘어졌다.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비즈니스의 냉철함은 모두 무너져내렸고 한순간에 여러 해 전으로 돌아가 양석진에게 혼나던 모습이 되었다.양지원의 반응을 본 양석진은 마음속이 요동치며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양석진은 입을 열고 다시 물었다.“양창수가 말한 것이 다 사실이야?”“...”양지원은 어떻게 양석진에게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와 다퉜던 당시의 상황이 떠올랐다. 그 후에 약도 먹지 않고 마치 미친 사람처럼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허락했던 자신이 어처구니없었다. 임신한 후 매일 걱정했지만, 그 아이가 양석진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크게 실망했다.양지원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양석진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79화

    거실에는 숨이 막힐 듯한 정적이 스쳤다.양석진의 목소리엔 긴장감이 서렸다.“네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양지원은 양석진을 안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다.“나...나는 확신할 수 있어요.”“오성호가 함부로 남의 아이를 데려와 바꿔치기할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거겠지. 맞아?”“...그런 거 아니에요.”“그런 네가 무슨 근거로 확신해?”“그냥 알 수 있어요.”양지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평소처럼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그 속엔 부끄러워 차마 다 말하지 못하는 어색함이 스며 있었다.양석진은 양지원을 바라보며 양석진의 검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억눌린 감정이 꿈틀댔다.만약 양지원이 양혁수가 반드시 오성호의 아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그 시간 동안 그녀가 관계를 맺은 사람은 오직 오성호뿐이라는 것이다.하지만 그럴 리 없다.만약 그랬다면 양지원은 더 일찍 알아차렸을 것이다.양석진의 시선을 느낀 양지원은 부끄러워져서 두 걸음 물러난 뒤, 옆으로 몸을 돌렸다.양지원은 정말로 양석진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당시 오성호가 약을 썼던 것은 분명했지만, 그녀는 너무 어리석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성호가 자신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양지원은 그저 양석진과만 관계를 맺었을 뿐이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으나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양지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너무 늦었어요. 시연 씨가 보고 싶다면 내일 아침에 공적인 이유를 내세워 출발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당신을 주시하게 될 거예요. 그러면 석진 씨도 시연 씨도 위험해질 겁니다.”양석진은 대답하지 않았다.양지원은 그를 한 번 흘깃 쳐다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양석진은 분명 그녀가 오랜 세월 고집을 부린 탓에 그들의 아이가 그렇게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눈가가 뜨거워졌고 지원은 빠르게 눈을 깜빡여 눈물을 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0화

    부엌에서.양석진은 소매를 반쯤 걷고 얼굴을 굳힌 채 조리대 앞에 서서 몇 개의 냄비를 확인했다. 뒤에서는 오븐 안에 아직도 한가득 디저트가 있었고 양석진은 디저트를 조심스럽게 꺼냈다.양지원은 문 앞에 멈춰 서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양석진은 양지원을 한번 쳐다보았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면서 말했다.“제가 도와드릴까요?”“...”양석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디저트 좀 옮겨줘.”“네!”일이 생긴 양지원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서둘러 안으로 들어와 작은 접시에 담긴 블루베리 파이를 우아하게 들어 나갔다.양석진은 양지원에게 한 번에 간식을 다 가져가라고 쟁반을 가져다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진지하게 걸어 나가는 양지원을 보고는 말문이 막혔다.양석진은 한동안 말없이 양지원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했다.양지원은 옛날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수년 동안 양석진은 양혁수를 자주 보지 못했기에 양지원이 이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더 이상 예전의 소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지금에서야 안시연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들이 정말로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20여 년 동안 양지원을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양지원이 보낸 쿠키에 독이 들어 있었다 해도 양석진은 그것을 아껴 조금씩 먹었을 것이다. 마치 서서히 독에 물드는 것처럼 말이다.생각할수록 답답하고 화가 치밀었다.이제 이 자리에까지 왔는데도 여전히 이렇게 한심하다는 생각에 답답함이 밀려왔다.그때 양창수의 말을 따랐어야 했다.오성호를 없애고 양지원을 지구 어딘가 외진 곳에 던져놨으면 그녀를 길들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 끝났어. 아이가 아이를 낳을 만큼 세월을 허비했으니!’양지원은 블루베리 파이를 내려놓고 자리를 살짝 조정한 후 고개를 돌리니 양석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석진의 눈빛은 마치 사람을 잡아먹을 듯했다.양석진이 여전히 자신에게 화가 난 것 같아 겁에 질린 그녀는 억지로 태연한 척하며 작은 접시들을 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1화

    켁켁!양지원은 죽을 거의 뿜을 뻔했다.재빨리 휴지를 꺼내 입을 닦고는 양석진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양창수! 아무 말도 안 한다고 했으면서 다 말해버렸네!’양석진은 양지원의 반응을 보고 질투심이 치밀어 올랐다.“아까워서 그래?”양지원은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재수 없었을 뿐 전혀 아깝지 않았다.“아깝지 않아요.”양석진은 느리게 말했다.“홧김에 그런 말 하지 마. 나중에 내가 정말 사람을 시켜 처리하면 그때 와서 울면서 나한테 책임지라고 하지나 말고.”“석진 씨가 하면 안 돼요!”양지원이 양석진의 말을 끊었다.‘석진 씨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양석진은 잠시 침묵했다. 방금 전까지는 담담했지만, 다음 순간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양지원은 의아했다. 아직도 숟가락을 들고 불안한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석진 씨, 제가 이미 다 준비해 놓았어요. 죽이지 못하더라도 화서시에 갇힐 거예요.”양지원은 잠시 멈칫하고 덧붙였다.“석진 씨, 이 일에 손대지 마세요. 괜히 당신만 곤란해질 거예요.”양석진은 커피 테이블 밑에서 원래 없을 담배를 찾으려 하다가 양지원의 말을 듣고는 잠시 양지원을 힐끗 쳐다보았다.‘석진 씨가...오해했나?’양석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양지원 앞에 앉았다.“오성호가 밖에 다른 여자가 있어서 마음을 그렇게 독하게 먹은 거야?”사랑이 미움으로 변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양지원은 눈살을 찌푸렸다.‘왜 자꾸 오성호 씨 이야기를 꺼내는 거지?’“미워할 것까지는 없어요. 우리 결혼할 때부터 오성호 씨를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어요.”“그러면 왜 결혼했어?”양지원은 말문이 막혔다.양지원은 조용히 그릇 안의 죽을 저으며 불편함을 느꼈다. 그 일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심혜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양석진의 사업을 위해서였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가문과의 결혼을 피하려고 했다고 말할까?’모든 이유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2화

    양지원은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선물 리스트를 작성하다가 결국 지쳐 잠들었다.양석진은 양지원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밖에서는 양창수와 손문병이 차 안에서 통창을 통해 양석진이 양지원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뚜렷하게 지켜보고 있었다.양창수는 혀를 찼다.손문병은 몸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얼굴은 점잖았지만 행동은 완전히 호기심으로 가득했다.그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러니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애가 있는 부부는 쉽게 이혼 못 한다고용.”왜 ‘용’이라는 말투로 말하는지 의문스럽다.양창수는 손문병을 흘겨보았다.바로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양창수는 놀라서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어떤 지시 있으십니까?”“들어와.”양창수는 신나는 듯한 표정으로 정색하고 물었다.“위층으로 올라가도 되나요?”‘괜히 볼 것 못 볼 것을 보게 되는 거 아니야.’양석진이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거실에서 기다려.”쳇.결국 위층은 안 되는 거였다.양창수는 가볍게 기침하고 옷을 정리한 뒤에 차에서 내렸다.손문병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따라갔고 왜 자신은 부르지 않느냐는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양창수는 고개를 들어 콧대를 세웠다.‘훗! 네 차례는 아직 아니다.’양창수는 거실에 들어가 반나절을 기다린 끝에 양석진이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양창수는 양석진의 셔츠 목 부분을 힐끗 보았다.깔끔했다.에휴.양석진은 양창수에게 리스트를 건네며 말했다.“창고에서 이 물건들 다 찾아.”양창수는 대충 훑어보며 전부 보석, 옷, 그리고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인 것을 알았다.“과자는 마트에서 사 와. 많이 사.”양석진이 말했다.“알겠습니다.”양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갈 준비를 했다.그런데 갑자기 양석진이 그를 불렀다.“나도 같이 갈 거야.”양창수는 급히 양석진을 말렸다.“아니. 아닙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서 사 오게 할게요.”“안 돼.”“시간 남으면 그동안 과자라도 포장하시죠. 그것도 나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3화

    반우희는 녹음기를 충전해 두고 동료가 놀러 가자고 불러내자 기쁘게 따라나섰다.“얼른 다녀와. 희주랑 애들이 돌아오면 우리 집에서 같이 밥 먹자.”외할머니가 말했다.“최 할머니, 감사합니다!”반우희는 미소를 지으며 나갔다.“이 아이는 참...”외할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매일매일 이렇게 즐겁게 사는구나.”그때 소현정이 집으로 돌아왔다. 외할머니는 아이들이 돌아와 함께 식사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아래층 반찬 가게에 가서 반찬 좀 사 와라.”“명절인데 반찬을 팔겠어요?”소현정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아이들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외할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장씨네 반찬 가게는 설날 아침만 빼고는 일 년 내내 문을 닫은 적이 없단다.”“엄마, 너무 오버하지 마세요.”소현정이 갈 생각이 없어 보이자 외할머니는 직접 나갈 수밖에 없었다.외할머니가 나간 후 소현정은 혼잣말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몇 년 전만 해도 명절에 오성호가 항상 곁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여자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했다.그 생각에 소현정은 오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다섯 번이나 시도했지만, 겨우 연결된 전화에서는 차가운 꾸짖음만 돌아왔다.소현정은 충격에 빠졌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터뜨렸다....외할머니가 물건을 들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누군가 울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소현정이 식탁에 엎드려 숨넘어갈 듯 울고 있었다.“무슨 일이냐?”외할머니를 보자 소현정은 급히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러고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딸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딸은 딸이었다.외할머니는 젊은 시절 소현정의 반항적인 태도가 싫었지만, 지금은 딸이 안쓰러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문을 몇 번 두드리며 위로하려 했으나 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그만 좀 하세요!”소현정이 울부짖듯 소리쳤다.외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조용히 음식을 준비하던

Latest chapter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2화

    양지원은 바로 세운시로 돌아갔다.양씨 가문에는 오직 변여름과 양혁수만 남겨졌고 그날 밤부터 변여름은 아주 자연스레 양혁수의 방을 드나들었다.며칠 뒤면 새해인지라 연구실도 곧 휴가가 시작될 것이다. 변여름은 하루 시간을 내어 선물을 들고 연구실을 찾았다.선배들은 변여름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돌아온 변여름을 보며 아주 기뻐했고 선물을 받으며 어디에 다녀왔는지,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연애하고 왔어요.”솔직한 변여름의 대답에 사람들은 조금 당황했고 과거에 변여름에게 고백했었던 선배는 마음이 부서졌다.교수님은 변여름의 교제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해했다.“저희 오빠 친구예요.”‘그래. 오래 붙어있을수록 정분이 나는 법이지.’사람들은 변여름의 옆자리를 차지한 그 상대가 궁금했고 교수님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변여름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점심시간이 되자 도시락을 들고 양혁수를 찾아갔다.“회식?”양혁수는 변여름이 연구실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은 게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좀 더 생각을 해보니 고작 며칠 사이에 얼굴도 보지 못한 제 비서와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며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변여름이 말했다.“남자 친구 생겼다고 말했거든요.”그러자 양혁수는 변여름이 자랑하고 싶어 하는 걸 바로 눈치챘다.그리고 불현듯 과거에 변여름이 연구실 선배한테 고백을 받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변여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한두 사람이 아니었는걸요.”어깨를 으쓱거리는 변여름을 보며 양혁수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한두 사람이 아니었다?”“네!”“어떤 사람이었는데? 다들 똑똑할 거고, 뭐 잘생겼어?”“똑똑하기도 하고 잘생기기도 했죠.”옆에서 문서를 정리하던 비서가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대표님, 예쁘고 요리도 잘하시는 여름 씨가 얼마나 인기가 많겠어요. 대표님이 조심하셔야겠네요.”변여름이 양혁수를 힐끔 훔쳐보자 양혁수가 바로 연기를 이어갔다.“그러게. 갑자기 짜증이 나서 입맛이 하나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1화

    새벽이 되도록 양혁수의 방에는 열기가 뜨거웠다.딸깍.헤드 등을 켜고 변여름이 이불 안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얼마 지나지 않아 양혁수가 화장실에서 돌아와 자연스레 변여름의 몸을 닦아줬다.변여름은 자꾸 양혁수를 훔쳐봤고 양혁수는 손을 뻗어 이런 변여름의 머리를 꾹 눌렀다.그러자 변여름은 양혁수의 베개에 얼굴을 묻고 비비며 입꼬리를 올렸다.이어 욕실에서 샤워 소리가 들려오자 왠지 양혁수가 만족하지 못해 홀로 해결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 옆 서랍을 열어보니 손목시계 따위만 있을 뿐 남은 콘돔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양혁수가 많이 자제한 것 같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있는 걸 통째로 갖고 오는 건데.’그리고 그때 욕실 문이 열리고 양혁수가 돌아왔다.변여름은 얌전히 누워있다가 양혁수의 품에 꼭 안겼다.양혁수의 체향을 느끼며 변여름은 두 눈을 감고 얼굴을 비볐고 목 언저리에 뽀뽀하려 했다.그러나 양혁수가 변여름을 제지했다.“지금 뭐 해?”“왜요?”양혁수는 제 목에 있는 흔적을 가리켰고 새길 때는 몰랐지만 샤워하고 나니 따끔거리는 게 느껴졌다.변여름이 지난번처럼 또 정도 없이 세게 흔적을 남긴 모양이었다.하지만 이번 모양과 색깔이 너무 마음에 들어 변여름은 미안한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오빠 다음엔 반대편도 해줄게요.”“...”양혁수가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변여름이 취조하듯 방금 잠자리가 만족스러웠냐고 물었다.“오빠, 나 다른 것도 배웠는데 오빠만 좋다면... 읍!”양혁수는 바로 변여름의 입을 막았다.“...”‘풉. 부끄러워하긴.’양혁수는 본인이 오빠로서 리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이 꼬맹이한테 놀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잠이나 자!”그래서 고작 이런 일로 무게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흥. 오늘은 이만 물러선다.’변여름은 얌전히 몸을 돌렸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자꾸 치근덕거렸다.“오빠가 많이 보수적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10화

    변여름은 말재주가 뛰어났고 그대로 두면 분명 더 큰 소동을 일으킬 기세였다.양혁수는 그녀를 다잡아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변여름은 밀고 당기기에 능했고 결국 늘 그가 그녀를 달래는 쪽이었다. 변여름을 제압하려면 그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를 유혹하는 것뿐이었다.하지만 서로가 진심을 담기 시작하면 결국 누가 누구를 먼저 유혹한 건지조차 흐려진다.어느새 그녀는 그에게 기대어 그를 천천히 침대로 이끌었다.양혁수는 조용히 누워 있었고 변여름은 이불 속에서 조심스레 머리를 내밀었다. 표정은 잔잔했지만 눈동자에는 설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그녀는 익숙한 듯 그의 팔을 벌리고 조용히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내 그의 온기를 안은 채 잠이 들었다.양혁수는 차갑게 굴어보려 했지만 몸은 정직하게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키스가 끝나자 그는 스스로의 입을 때리고 싶을 만큼 후회가 밀려왔다.저녁이 되면 변여름은 양혁수 곁에서 말이 많아졌다. 그녀는 그와 감정을 나누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전부 들려주었다. 작은 머릿속은 놀라울 만큼 명확했고 양혁수가 확신하지 못하던 일들을 종종 먼저 짚어내곤 했다.그러다 보면 두 사람의 입술은 자석처럼 끌려붙었고 전에는 양혁수가 불씨를 조심스럽게 다룰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변여름을 집에 데려온 첫날 밤 양지원을 마주친 이후의 느낌은 이전과는 달랐다. 그녀를 몸 아래에 눕히고 얼굴을 감싸안은 채 키스하자 변여름은 그의 몸에 다리를 스치듯 비볐고 그는 순간적으로 치솟는 충동을 느꼈다.자신의 반응을 깨달은 그는 재빨리 움직임을 멈췄다.변여름에게 들킬까 봐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조명의 밝기를 낮추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막 눕자마자 변여름의 부드러운 몸이 다시 양혁수의 품에 파고들었고 변여름은 그의 어깨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았다.양혁수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으며 단 한 번의 눈 맞춤으로 그녀가 이미 모든 것을 알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9화

    양혁수의 ‘착하지’라는 한마디에 변여름의 입꼬리는 하늘까지 닿을 듯 환하게 올라갔다.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데 능했고 사실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특히 밤 11시 30분이 넘도록 그가 나타나지 않자 아마도 자신이 먼저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아이고.’변여름은 그의 장난에 넘어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간질이는 마음을 안고 그녀는 문가에 서서 발끝을 들어 여러 번 밖을 내다보았다.밤이 깊어 12시가 다 되어도 그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외투를 걸쳐 입은 채 문을 열고 나섰다.양씨 가문의 저택은 워낙 넓어서 그녀가 양혁수의 방에 닿기 위해선 한 층 아래로 내려가 길게 이어진 복도를 걸어야 했다.몰래 발걸음을 옮겨 문 앞에 선 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문고리를 돌렸다. 예상대로 잠겨 있지 않았다.문을 열고 들어선 방 안은 숨 막힐 듯 어두웠다.침실은 더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그녀는 익숙한 감각과 뛰어난 시력에 의지해 침대를 더듬어 앉았지만 그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변여름은 숨을 죽인 채 주변을 감지했고 방 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혹시 오빠가 나를 찾으러 간 걸까?’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왔다.작은 거실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무언가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두 번 울렸다. 그녀는 즉시 멈춰 섰다.달빛이 비추는 거실 그 한쪽 소파 팔걸이에 몸을 기댄 양혁수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침실 문을 빠져나온 그녀가 멈추는 순간까지 눈을 떼지 않았고 입가에 짙은 미소가 번졌다.그의 손에는 라이터가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을 가볍게 던지며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갔다.변여름은 품에 안긴 이가 양혁수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그가 갑작스레 뒤에서 안아오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이어진 그의 키스가 그녀의 옆얼굴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다.양혁수는 평소 그녀가 마음껏 표현하게 두었지만 자신이 먼저 유혹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8화

    식사가 끝나자 양지원의 마음속에는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식사 후 그녀는 아래층 소파에 편히 앉아 야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재어 양석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위층에서는 양혁수와 변여름 사이에 또다시 작은 충돌의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양지원이 집에 머무는 동안 양혁수는 변여름과 같은 방에 머무를 수 없었다.변여름은 몹시 언짢은 기분이었다. 그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휴대전화에는 세 글자의 짧은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양혁수.]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끝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꽤 화가 난 모양이네. 성까지 붙여 부르다니.’풀네임으로 불린 건 처음이라 문득 그것도 꽤 재미있었다.수건을 툭 던지고 침대에 앉은 그는 변여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화났어?]잠시 후 변여름에게서 한 장의 사진이 도착했다.사진 속에는 줄에 매달린 막대 인형이 있었고 그 옆에서 날아온 주먹이 인형의 배를 강하게 가격하고 있었다. 인형 옆 상자에는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었고 상자 안에는 ‘양혁수’라는 이름이 또렷이 적혀 있었다.양혁수는 순간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어디서 배운 거야? 너희 천재들은 이런 것도 다 할 줄 아는 거야?]예전에 변여름은 허예나의 이름으로 그와 채팅할 때 일부러 평범한 여고생처럼 꾸미며 어색하고 오래된 이모티콘을 보내곤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그녀는 모든 걸 이해했고 재치 넘치고 독특한 이모티콘으로 그의 휴대폰을 장악했다.[이런 게 아주 유용하죠.]변여름이 말했다.[그러니까. 이제는 원격으로도 때릴 수 있지.]양혁수가 답장을 보냈다.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양혁수는 전화를 받았다.화면 속 변여름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 앉아 있었고 아마 두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는지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각도는 썩 좋지 않았다.양혁수가 웃으며 말했다.“집에 재밌는 공간 많잖아. 잠 안 오면 나가서 산책이라도 해.”“나가기 싫어요.”변여름은 기운 없이 대답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7화

    양지원이 집에 있는 탓에 양혁수는 변여름에게 더 조심스러워졌다.화서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맞출 만큼 가까워졌지만 집으로 돌아온 순간 그는 그녀의 손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그는 가장 먼저 양지원에게 밥그릇을 건넸다.변여름은 젓가락을 가만히 깨물며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내렸다.식탁에 앉은 양혁수는 입을 다물거나 아니면 양지원이 눈빛으로 놀려대지 않도록 일부러 업무 이야기를 꺼냈다.양지원은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가 일부러 찾아온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하나는 오성호 문제로 힘들어할 아들이 걱정돼서였고 다른 하나는 양혁수와 변여름 사이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오랜 세월 동안 양혁수는 한강시에 홀로 있었고 양지원은 그런 아들이 안쓰럽기만 했다. 수없이 많은 여자를 소개해 줬지만 단 한 번도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양시연은 그녀에게 소중한 딸이었고 양혁수 역시 다르지 않았다.만약 연정훈이 없었다면 두 아이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인연이 아닌 하늘의 장난일 뿐이었다.그러던 중 나타난 변여름은 친한 가문의 딸일 뿐만 아니라 양혁수를 진심으로 아꼈다. 그녀는 기뻤지만 양혁수가 또다시 그 기회를 흘려보낼까 걱정스러웠다.두 사람 사이가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그녀는 짐작할 수 없었다.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혁수야.”“네?”양혁수가 고개를 들었다.“게살 좀 발라줘.”순간 그는 어리둥절했다.‘갑자기?’예전에는 이런 사소한 부탁들을 곧잘 들어주곤 했지만 마지막으로 게살을 발라준 게 언제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집에서 식사할 때면 새우나 게 같은 음식은 늘 손질된 상태로 나왔는데 오늘따라 이상했다.양혁수가 양지원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고 하는 수 없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씻고 도구를 들었다.변여름은 그가 이런 일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능숙했고 그의 손끝에서 게 껍데기는 깔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6화

    사실 양혁수는 변여름이 허예나와 어떻게 친해졌는지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차 안에서 심심했던 그는 무심코 몇 마디 물었고 변여름은 처음에는 대답하려 했지만 그의 질문이 계속되자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오빠 혹시 허예나 같은 스타일 좋아해요?”“어떤 스타일?”“착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양혁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의 턱을 잡아 조심스럽게 얼굴을 돌렸다.변여름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여름이보다 더 착하고 여성스러운 사람이 있어?”변여름은 순간 멍해졌다.자신이 착하거나 여성스러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양혁수는 그녀를 ‘우리 여름이’라 불렀다. 그 순간 얼굴이 서서히 붉게 물들었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를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양혁수는 그녀의 반응을 즐기듯 느긋하게 시트에 기대어 웃음을 터뜨렸다.변여름이 얼굴을 숙여 식어가는 열기를 숨기자 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칼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질투쟁이.”그는 혀를 찼다.“내가 허예나랑 같이 지낸 적도 없는데 걔가 착하고 여성스럽다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착하긴...너랑 붙어 다니며 사기나 치고 말 몇 마디로 사람 현혹해서 네 돈까지 빼갔잖아.”변여름은 조용히 고개를 들고 말했다.“아니에요. 허예나 씨는 사람을 말로 속이거나 현혹하지 않아요. 언제나 진실만 말해요.”허예나는 그녀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했다.양혁수는 그녀의 말을 들을수록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기분 좋게 집에 도착한 그는 마치 익숙한 일인 양 가정부 앞에서 자연스럽게 변여름의 손을 잡고 문을 열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앞쪽에서 일부러 낸 듯한 기침 소리가 들렸다.양혁수가 시선을 돌리자, 장난기 어린 양지원의 눈빛이 그와 마주쳤다.‘!’양지원은 그들의 손을 흘긋 본 뒤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돌아왔구나?”양혁수는 다소 불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거기 일은 다 끝났어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5화

    ‘어. 신발 끈 풀렸네.’변여름은 빨대를 문 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신발 끈을 묶어주는 양혁수를 바라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양혁수가 한쪽 신발 끈을 묶고 일어서려 하자 변여름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고 다른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이쪽도 풀렸어요.”양혁수는 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신발 끈 한 번 묶어줬을 뿐인데 이젠 완전히 맛 들였나? 나 부려 먹는 재미라도 붙였나 보지?’그는 다른 쪽 신발 끈도 풀어 더 단단히 묶어주었다.그가 일어서자 변여름은 곧바로 그에게 레몬티를 건네며 말했다.“오빠, 날씨 추워요. 오빠도 좀 마셔요.”양혁수는 빨대를 살짝 물고 한 모금 마신 뒤 차에 기대어 담담히 말했다.“너희 집에 전화했어. 설날에 안 간다고.”변여름은 그를 바라보았다.‘그리고?’양혁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채 말을 이었다.“어차피 너희 집은 설날 크게 챙기지도 않잖아. 굳이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어.”그는 늘 핵심을 돌려 말했고 변여름은 그런 식으로 시간을 끄는 걸 싫어했다.그녀는 조용히 차에서 내려 그의 앞에 섰다.서로의 눈이 마주쳤고 양혁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왜?”변여름은 그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오빠, 나를 한강시에 데려가 줄 거예요?”양혁수는 웃음을 참듯 입술을 다물고 그녀를 곁눈질로 바라봤다.“나와 같이 한강시에 가서 설 보내고 싶어?”“...”변여름은 드물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오래도록 그를 바라보았다.양혁수는 끝내 표정을 풀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손을 들어 그녀의 두 볼을 잡고 좌우로 살짝 흔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한강시에 안 데려가면 널 여기 두고 가야 하잖아. 근데 너 성격이 얼마나 불같은데. 또 한강시까지 쫓아와서 날 잡아먹을지도 몰라.”변여름은 예전에도 세 번 미래에 대해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첫 번째는 그가 진실을 알기 전날 그녀가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고 두 번째는 그가 멕하든을 떠나던 날 비행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4화

    오성호가 죽자 양혁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모든 걸 혼자 감당할 거로 생각했다.누군가 그에게 ‘네가 악몽 꿀까 봐 걱정돼’, ‘슬플까 봐 걱정돼’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자신 안에서 일어난 미세한 감정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날 밤 변여름은 마치 작은 수호신처럼 조용히 그의 곁을 지켰다.그는 처음으로 마음속 어딘가에 기대어도 된다는 감정을 느꼈고 양혁수는 변여름을 품에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미세한 소리를 들으며 전보다 훨씬 평온한 마음으로 잠들었다.해가 막 떠오르려는 새벽에 오성호는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양혁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가장 간단한 절차로 화장을 준비했다.며칠 전 한강시에서 오래된 집사가 찾아왔다. 겉으로는 인사차 왔다고 했지만 양혁수는 양지원이 그를 대신해 장례를 챙기도록 보낸 거로 생각했다.이틀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났고 그는 유골함을 집에 임시로 안치한 뒤 며칠 후 한강시로 옮길 준비를 했다.설날이 다가오자 양지원이 전화를 걸어 어디서 보낼지 물었다.십 대 후반부터 이십 대 초반까지는 북적이는 곳을 즐겼지만 요즘은 성격이 한층 차분해져 설날에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꺼렸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한강시로 모셔 함께 명절을 보내거나 그가 경인으로 가는 편이 가장 편하고 좋았다.하지만 올해는 곁에 변여름이 있었다.그녀는 설날을 특별히 챙기지 않는 집안 출신이라 굳이 집에 갈 필요도 없었다.양혁수는 그녀를 어디로 데려갈지 결정하지 못했고 일단 양지원에게 말을 돌렸다.그는 변여름이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때 노지혜가 끼어들었다.“그쪽에서는 설날이 큰 행사예요. 진짜 사귀는 여자 친구라면 데려가야죠.”변여름이 알아본 바로는 그 말이 꼭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여자 친구들도 대부분 설날에는 자기 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가는 게 귀찮았고 이번만큼은 양혁수가 자신을 데려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상황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