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69화

Author: 김원호
용인 빌리지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용인 빌리지가 워낙 큰 터라 윤구주는 그녀의 부름 소리를 듣지 못했다.

결국 주안나는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기운이 거실 왼쪽에서 밀려왔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더워?”

주안나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뜨거운 기운이 퍼지는 곳을 향해 걸어갔고, 곧이어 상체를 드러낸 채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윤구주를 보게 되었다.

그가 상반신의 옷을 벗고 아름답고 탄탄한 근육을 드러낸 것을 다시 보았을 때, 주안나는 “아” 하고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감쌌다.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기를 다스리고 있던 윤구주는 갑자기 웬 여자가 별장에 침입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눈을 날카롭게 떴는데 앞에는 다름 아닌 주안나가 서 있었다.

“왜 또 너야?”

눈을 가린 주안나는 소리쳤다.

“이 개자식이! 왜 또 옷 안 입고 있어요?! 노출증입니까?!”

“여긴 내 집이야. 옷을 입든 안 입든 그건 내 자유 아닌가?”

윤구주가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 당신... 당신 진짜 무슨 병 있는 게 확실해!”

주안나는 욕을 퍼붓고 서둘러 몸을 돌려 윤구주를 다시 보지 않았다.

윤구주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세호 씨한테 약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왜 이 계집애가 왔지? 그리고 또 내 몸을 봤어?’

마음속으로 비록 그렇게 생각했지만, 윤구주는 재빨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옷을 다 입은 후에야 그는 주안나에게 다가갔다.

“자, 옷 다 입었어!”

그제야 주안나도 몸을 돌려세웠다. 이윽고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봉황의 눈동자가 마치 원수를 보는 듯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여기요!”

그녀는 손을 휙 뿌리치며 한약 더미를 윤구주 앞에 던졌고 자신의 발밑에 던져진 한약을 바라보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한테 의견이 꽤 많나 보네.’

특히, 지난번에 두 사람은 서로의 몸까지 다 봤다.

윤구주는 개의치 않고 허리를 구부려 바닥에 있는 한약을 주운 후 “고마워.”라고 말했다.

말을 마친 두, 윤구주는 주안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구주, 왕의 귀환   제170화

    주안나가 떠난 후, 윤구주는 약재를 정제하기 시작했다.진귀한 한약 한 포기를 가지런히 놓고, 윤구주는 왼손을 뻗어 체내의 내력을 돌렸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연황색 불길이 그의 손바닥에서 터져 나왔다.만약 무술의 대가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틀림없이 놀라워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선천강화라는 무술기법이니 말이다!소위 말하는 강화라는 것은 대가급까지 수련하고 나서야 진정한 내력으로 단련할 수 있다.그러나 윤구주가 수련한 은 당세 제일의 패도공법으로 약재를 정제하는데 가장 좋다.손바닥 안의 황색 불꽃이 나타남에 따라, 그는 한 포기의 한약을 손바닥에 넣은 다음 정제시켰다. 곧 이 한약들은 서서히 액체로 변해갔다!현재의 윤구주는 우선 화독을 간단히 제압하는 단약만 정제할 수 있다!하지만 진정으로 체내의 기린화독을 제거하려면, 윤구주는 반드시 피갈이 단약을 정제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윤구주는 무려 20개의 한기환을 정제해 냈다.이 한기환들은 짧은 시간 내에 그의 체내 화독을 억제할 수 있다.정제가 끝나자, 윤구주는 그제서야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탁한 백색의 기체가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윤구주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러고는 손에 한기환을 들고 입을 벌려 하나를 삼킨 다음, 성큼성큼 정원을 걸어 나갔다.날이 곧 어두워진다.윤구주는 용인 빌리지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사방을 바라보고 있다.사방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그리고 이 용인 빌리지는 딱 중앙에 있다.‘이 별장... 확실히 기세가 있는 곳이군’이 별장은 풍수나 지리적 위치 모두 강성 전체에서 최고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특히 궂은 날씨에 이곳은 더더욱 구름과 안개가 감돌아, 용인 빌리지가 마치 이상한 나라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단 한 가지 단점은 이곳은 윤구주 혼자만 살고 있어 허허벌판일 뿐만 아니라 공격당하면 사방이 모두 뚫린다는 것이다.이런 생각이 드니 윤구주는 사방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이곳에는 진법의 방벽이 없

  • 구주, 왕의 귀환   제171화

    보통 사람이 만약 이 운무 속에 들어갔을 때, 만약 아무런 도움이 없다면 그저 이곳에 갇혀 죽고 만다.그리고 이것은 “운산대진”의 초기 형태일 뿐이다!진정한 운산대진은 강력한 법기와 기령으로 보호하는데. 만약 정말로 그 단계에 도달한다면, 설령 무술의 대가가 온다고 하더라도 이 공포스러운 운산대진을 뚫고 들어갈 수 없다!하지만 지금, 윤구주의 몸에는 근본적으로 법기가 없기 때문에 잠시 운산대진의 초기 형태밖에 만들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만하면 충분하다!보통 사람들에 대해, 윤구주는 군대가 들어온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이 모든 것을 끝내고 그의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그제야 용인 빌리지로 만족스럽게 돌아갔다.앞으로 이곳은 그의 본거지가 될 것이다!...강산도는 전주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만약 강성이 국내의 유명도시라면 전주는 국제적 도시이다.이곳은 전체 강산도를 통틀어 가장 풍요로운 곳이라고 할 수 있다.이곳에서는 억만 부자를 멋대로 볼 수 있다. 강변 부두에 억만장자들의 요트들은 더더욱 셀 수 없이 많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전주의 제비 강변에 있는 가장 큰 고층 건물에서 108개짜리 보리 염주 쓴 중년 남자가 법당에서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그 법당은 초고층 빌딩의 88층에 지어졌다.용감 무도한 것이 그 기가 하늘을 집어삼킬 듯하다!그리고 이 자상한 중년의 남자는 흰색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조용히 법당에 앉아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초인종이 딩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중년 남자는 눈도 뜨지 않은 채 “들어와!”하고 덤덤하게 외쳤다.방문이 열리자 온몸에 흉악한 기운을 뽐내고 있는 검은 도복을 입은 두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부처님, 상황이 안 좋습니다. 방금 강성 쪽에서 소식이 왔는데 사고가 났대요!”“부처님”으로 불리는 남자는 전주에서 채부처라고 불리는 사람이다.그는 흑룡 상회 안현수 수하에 있는 제1 군사이자 칼을 숨기고 다니며 살인을 해도 뼈 하나 남기지 않는 악마

  • 구주, 왕의 귀환   제172화

    그러자 염주를 돌리고 있던 채부처의 손이 멈췄다.곧이어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강성에서 누가 감히 안 도련님을 건드려?”채부처는 고개를 돌려 검은 옷차림의 남자를 보며 물었다.“회장님은 아시나?”“회장님은 현재 판인국과 교역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희는 회장님께 감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떨며 말했다. “그래, 알겠으니 이만 물러가.”그제야 검은 옷의 남자들이 자리를 물러갔다.그들이 떠나간 후, 채부처는 좁고 긴 칼 같은 두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창밖의 강 풍경을 바라보며 입으로 중얼거렸다.“강성, 이제 피바람이 불 거야.”전주!국제 상업 무역의 중심지로 기세가 웅장한 한 저택이 있다.그건 바로 전주 모두가 아는 흑룡상회의 “아지트”이다.멀리서 보니 “흑룡 상회”라는 큰 글자가 눈부시게 빛났다!입구에는 차가운 안색의 검은 옷을 입고 힘껏 무장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이 무인들은 하나하나의 몸에서 짙은 피비린내를 드러내고 있다.지금 이 순간. 마이바흐 두 대가 흑룡 상회의 야외 주차장에 도착했다.차 문이 열리자 흰 비단옷에 보리 염주 108개를 쓴 채부처가 부하들의 공손한 안내 속에 차 안에서 내려왔다.그가 나타나는 것을 바라보고, 입구의 검은 옷을 입은 무인이, 바로 “부처님, 안녕하십니까?”라고 공손하게 말했다.그러나 채부처는 힐끗 보지도 않은 채 곧장 흑룡 상회 “아지트”를 향해 걸어갔다.“회장님은?”“회장님께서는 현재 판인국의 사절단을 만나고 계십니다!”그러자 채부처는 별말 없이 “아지트” 안으로 걸어갔다.이 저택 안의 경비는 더욱 삼엄하다. 2m 간격으로 검은 옷을 입은 무인들이 보였다. 그리고 이 무인들은 모두 무사 계급이었다.채부처가 들어서자, 하나둘 무사들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저택 홀에 들어서자 기이한 옷차림을 한 많은 판인국 사절단이 보였다.전주에서 외국인이 이곳에 발을 붙이고 싶다면, 제일 먼저 방문해야 하는 사람은 시장님이 아니라 안현수라는 것

  • 구주, 왕의 귀환   제173화

    이 말이 나오자 홀 전체에 적막이 흘렀다!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귀신을 본 듯 흉하게 변했다!안현수는 자기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손에 든 찻잔을 쨍그랑하며 그대로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그는 삼각 눈을 부릅뜨고 몇 초 동안 침묵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죽었다고? 내 아들이 죽었다고?”“네, 회장님!”이 말을 들은 안현수는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하는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려 소름이 끼쳤다.“이 강산도에서 누가 감히 나 안현수의 아들을 죽였지?!”안현수가 으르렁거리자 광포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누가 내 아들을 죽였냔 말이야!”안현수가 엄하게 물었다.“회장님, 그건 아직 알 수 없으나 제가 이미 강성으로 사람을 보냈습니다!”그러자 안현수는 쿵 하고 바로 앞에 있는 탁자를 내리쳤다.“강성에 간 지도 오래됐군. 내가 직접 봐야겠다. 강성에서 어떤 눈이 돈 개새끼가 감히 나 안현수의 아들을 죽였는지.”그는 분노가 섞인 외침과 함께 손을 크게 흔들었다.“부처야, 얼른 명령해라. 즉시 강성으로 떠날 준비를 하라고!”이윽고 채부처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네!”피 바람이 드디어 불기 시작했다....강성, DH 그룹.윤구주가 안의중을 죽인 이후로 주세호는 계속 걱정하고 있었다.전주의 흑룡상회가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고인은 안현수 회장의 친아들이었으니 말이다.사무실에 앉아 자료를 열람하고 있던 주세호에게 갑자기 집사 표태훈이 찾아왔다. “회장님, 전주에서 움직임이 보입니다!”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표태훈이 입을 열었다.주세호는 전주라는 두 글자를 듣고 서둘러 수중의 자료를 내려놓고 물었다.“빨리 말하세요,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우리가 배치한 세관서 쪽의 감시자 보고에 의하면, 오늘 아침에 흑룡 상회 구성원 대부분이 이미 강성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듣자 하니, 그 제1 군사라고 하는 부처님도 이미 오셨다던데!" 그러자

  • 구주, 왕의 귀환   제174화

    강성의 어느 호화로운 저택.안팎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전주에서 온 흑룡상회의 사람들이며 대부분 무인, 무사 계급이다.밤 11시.몇 대의 차가 저택에 도착했다.차가 도착한 후에, 채부처는은 먼저 차 안에서 걸어 내려왔다.그가 차에서 내리자 뒤에 있던 무인들이 뒤의 검은 화물차에서 시체 한 구를 들어 올렸다.시체를 본 모든 사람들의 얼굴빛이 굳어졌다.누워 있는 사람이 바로 흑룡상회의 도련님 안의중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채부처는 차에서 내린 후 시체를 가지고 안쪽으로 걸어갔다.넓은 홀에 효웅같이 보이는 사람 그림자가 앉아 있었고 그의 곁에는 숨결이 강한 대무사 노인이 두 명 있다.“회장님! 도련님 시신 찾았습니다!”채부처는 들어오면서 입을 열었다.홀의 정중앙에 앉아 있는 안현수의 삼각 눈이 차가운 빛으로 반짝이며, 맨 뒤의 덮인 시체로 향했다!시체는 들어와 홀의 정중앙에 놓였다.그 시체를 보면서 안현수는 마음속의 비통함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열어봐라, 내가 직접 한번 봐야겠다.”채부처는 “예.”라고 대답한 후 천천히 흰색 천을 젖혔다.천이 젖힘에 따라 고약한 시체 냄새가 홀에 있는 사람들의 코에 퍼졌지만, 그들은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얼마 안 지나 안의중의 모습이 전부 드러났다.다만 시체가 보기 흉하게 훼손되어 있었다.한 손만 잘린 것이 아니라 머리 전체가 외부의 힘에 의해 완전히 부서졌다!찢어진 뇌에 검은 혈장이 달라붙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아찔하게 만들었다.“의중아!!!”땅 위의 시체를 바라보며 안현수가 떨리는 소리로 한마디 외쳤고, 이어서 그는 주먹을 불끈거렸다.“젠장! 도대체 누가 이렇게 잔인한 수를 쓰는 거야! 내 아들을 죽인 것뿐만 아니라 손까지 잘라버려?!”그의 입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채부처도 눈빛이 굳어 땅에 있는 시체를 바라보았는데, 잘린 팔을 보고 눈빛이 차가워졌다.“회장님, 도련님을 죽인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닐 겁니다!”채부처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

  • 구주, 왕의 귀환   제175화

    “명령이다. 12시간 이내에 내 아들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 기억해. 내 아들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내가 한 명도 살게 두지 않을 거야. 알았어?!”그러자 채부처와 곽무현은 즉시 “예!”라고 말했다.이렇듯, 피비린내가 곧 강성에 퍼질 것이다.어두운 밤, 새벽 3시.한해 살롱.이전에는 강성에서 가장 유명하고 떠들썩했던 나이트클럽이었지만 지금은 텅 비어 한 사람도 없었다!그리고 이 한해 살롱 밖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무인들이 피에 굶주린 기운을 풍기며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그때 마이바흐 두 대가 멀리서 급히 달려왔다.차가 도착하자 안에서 검은 옷을 입은 무인 몇 명과 채부처가 내렸다.그가 차에서 내리자 검은 옷의 무인 한 사람이 재빨리 달려왔다.“부처님, 곽무현 어르신도 이미 안에 계십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미 도련님이 이 살롱에서 봉변당하셨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채부처는 차갑게 “응”하고, 곧장 큰 걸음으로 한해 살롱을 향해 들어갔다.이전에 화려하기 그지없던 한해 살롱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었다.안으로 걸어 들어오자 더욱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먼저 채부처의 후각을 자극했다.부서져 너덜너덜해진 한해 살롱의 무도장에는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만 보였다.이 시체들은 전부 한해 살롱의 보안요원들로, 더군다나 한해 살롱 황시로의 부하들이었다.다만 지금은 전부 죽었을 뿐!길을 걸어가며 지나간 시체만 해도 여섯 구가 넘었다.맨 위 룸에서는 더욱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소리를 따라 룸으로 들어간 채부처는 온몸이 피투성이이고 두 팔이 부러진 남자가 누워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용서를 빌고 있는 것이 보였다.‘이 사람 한해 살롱 사장, 황시로 아니야?’그리고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은 바로 안현수의 대무사 곽무현과 몇 명의 검은색 차림을 한 무사들이었다.“부처님, 오셨습니까!”온몸에 짙은 기운을 풍기던 곽무현은 멀리서 채부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공손한 인사를 건넸다.“응. 물어봤나?”곽무현이 대답했다.“이미 거의

  • 구주, 왕의 귀환   제176화

    이 말을 마치고 채부처는 돌아서서 한해 살롱을 떠났다.뒤쪽에서는 처량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피투성이의 머리가 땅바닥에 데굴데굴 떨어졌다.이 머리는 당연히 황시로의 것이다.채부처 등이 한해 살롱을 떠난 후, 강성에서 가장 호화롭고 가장 사치스럽다고 하는 이곳에는 우르릉하며 폭발음이 들렸고, 그 후 한해 살롱 전체가 온통 불바다로 변했다.“부처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대무사 곽무현이 채부처에게 물었다.그는 칠흑 같은 어둠을 바라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드러냈다.“이 일이 주세호와 관련이 있으니 먼저 가서 그자를 만나야지!”“알겠습니다!”말을 마치자 많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떠나기 시작했다.채부처가 차에 타려는 순간, 그는 눈동자를 움츠리더니 좌측의 어두운 곳을 바라보며 음산하게 말했다.“생각지도 못했군, 개새끼가 감히 우리를 미행할 줄은! 곽씨, 당신한테 맡기겠네.”채부처가 일깨워주자 대무사 곽무현은 즉시 차가운 눈빛으로 좌측의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이어서, 그의 몸이 번쩍하더니, 한 줄기 빛으로 변하여 세차게 쏘아졌다.펑, 펑.그리고 곽무현에게 검은 그림자가 날아왔다.그 검은 그림자의 입에서 아픈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들을 미행하고 있는 것은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다만 그는 이미 두 손이 다 부러져 있어 고통을 호소하며 땅에 쓰러져 있었다.그 미행자가 날아온 떨어진 후에야 채부처는 다가와 발로 그의 부러진 팔의 상처를 밟으며 음산하게 말했다.“말해봐, 누가 너더러 우리를 미행하라고 했어?”두 팔이 부러진 남자는 통증을 꾹 참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입이 아직도 무겁군!”이윽고 채부처는 직접 상대방의 종아리뼈를 밟아 부러뜨렸다.처량한 비명이 정장 차림을 한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직도 말 안 해?”채부처는 독하게 웃으며 말했다.정장을 입은 남자는 이렇게 고문을 당했지만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채부처가 여전히 그를 고문하려고 할 때 남자가 심하게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 구주, 왕의 귀환   제177화

    “그리고, 즉시 나에게 차를 준비해 주세요. 용인 빌리지에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예!”주세호가 차를 준비하여 용인 빌리지로 가려고 윤구주에게 말할 때, 갑자기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아주 듣기 싫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였다.“주세호, 오랜만이야!”이 말이 떨어졌을 때, 두 사람의 그림자는 마치 귀신처럼 윈워터 힐스의 정원에 뜬금없이 나타났다.그들은 놀랍게도 채부처와 또 다른 대무사인 곽무현이었다.이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나자, 정원 안의 경호원들은 모두 얼굴색이 변하더니, 하나같이 가지런히 품고 있던 무기를 뽑아냈다!표태훈도 안색이 갑자기 흉해져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주세호의 앞을 가로막았다.“회장님을 잘 보호해라!”모든 경호원들이 경비를 서고 난 후, 주세호는 비로소 채부처와 대무사 곽무현에게 눈길을 돌렸다.“채부처!!!”귀신처럼 보이는 채부처는 손에 보리 염주를 돌리면서 미소 띤 얼굴로 주세호를 바라보았다.“아이고 주 회장님, 지난번 전주에서 헤어지자마자 이렇게 빨리 또 만날 줄이야!”채부처와 주세호는 분명 아는 사이임이 틀림없었다.“무슨 바람이 불어서 흑룡상회에서 으뜸가는 군사가 우리 강성에 왔을까?”주세호가 나서서 낭랑한 목소리로 묻자 채부처가 음산하게 웃었다.“그걸 모르나?”“모르지.”주세호는 시치미를 뗐다.“주 회장님이 모르신다면 이 채씨가 간단히 알려줘야지. 솔직히 말해서 너희 강성에서 눈에 띄지도 않은 물건 하나가 나왔는데, 감히 우리 회장님의 친아들을 건드렸지 뭐야? 그래서 내가 명령을 받고 와서 빈대 몇 마리를 죽였어!”주세호는 그 말을 듣고 하하 웃었다.“정말 주 회장이 몰랐을까?”“몰랐어! 내가 알았어도 너희 흑룡상회에 보고할 필요가 있나?”주세호가 이렇게 말하자 채부처 곁에 있던 대무사 곽무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부처님, 왜 이렇게 쓸데없는 대화를 이어가 주시나요, 그냥 죽이면 되지 않습니까!”이윽고 곽무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몸에서 한 줄기 팽배한 기랑

Latest chapter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3화

    백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어느덧 이백오십 계단까지 올라왔다. 이 단계부터는 실체화된 술법이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바람, 불 번개와 같은 속성의 영기가 점점 강해졌다. 여기서부터는 육신 횡련의 수련자는 강력한 체질로 버티고 술도 재능이 뛰어난 수련자는 천지 영기를 다루는 능력으로 버텨야 했다. 한마디로 각자의 능력에 따라 갈리는 구간이었다. 어느 한 분야라도 특출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백호는 술도에는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강인한 육체 하나로 견디고 있었다.웅!성수의 피가 진동하며 백호의 몸을 지탱했다. 각종 속성의 영기가 몰아쳤지만 백호는 성수혈의 힘을 빌려 억지로 앞으로 나아갔다.수련자에게 있어서 성수의 혈맥이나 법보 등은 모두 신체 외적인 재능으로 간주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꼼수나 편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천 가지 변화와 만 가지 신통력이 있어도 결국 만법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법기든 혈맥이든 이를 감당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천지 영기를 이용한 술법도 결국은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감당하지 못하면 반드시 반작용을 맞게 된다. 따라서 수련의 길에는 애초에 편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성수 혈맥 같은 천지의 보물은 보통 사람이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윤구주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감당하는 건 백호 자신이었다. 성수 혈맥의 힘을 온전히 감당하며 백호는 결국 삼백 계단까지 올라섰다.계단의 꼭대기 근처에는 이미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이 여럿 서 있었다. 서요산 검종은 근대에 들어 삼백 계단을 넘는 인재가 드물었다. 최근 백 년 동안 삼백 계단을 넘은 사람이 고작 열 명 남짓이었고 그중 대부분이 삼백여 계단에서 멈췄다. 그런데 지금 백호는 삼백이십 계단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 정도면 서요산 검종 전체가 떠들썩해질 만한 성과였다.이런 제자가 나타난다면 종문 전체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서요산의 진인들까

  • 구주, 왕의 귀환   제2022화

    “한 사람의 품성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그렇게 많은 수련자를 키워낸다면 결국 천하의 마인을 직접 만들어 내는 꼴이 아니겠어?”청현이 바로 그 실패한 예다. 서요산 검종 종주가 청현의 천재성을 아까워한 나머지 그의 인성을 무시하고 양성한 끝에 결국 역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그럼 저하 서요산에 입문한 무술 무인들은 평균적으로 몇 계단까지 오르는지 아십니까?” 백호가 호기심에 물었다. 윤구주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무술 무인의 정확한 데이터는 모르지만 검종 종주와 잡담할 때 들어보니 검종 제자들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져서 천 년 전만 해도 평균 삼백 계단 정도였는데 요즘엔 백 계단도 못 오른다고 하더구나. 가끔 삼백 계단을 오르는 자라도 나오면 검종 전체가 몇 년은 떠들썩할 정도라고 했어.”“구백구십구 계단까지 있는 시험인데 천 년 전 전성기에도 겨우 삼백 계단이요?” 백호는 입술을 삐죽이며 서요산 검종의 수준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때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야?” 윤구주는 흥미롭게 백호를 바라보았다. 백호는 당장이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윤구주의 허락을 구한 뒤 바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계단 두 계단... 오십 계단까지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백호는 오십 계단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서요산 검종이 별것 아니라며 놀려댔다. 하지만 육십 계단쯤 올랐을 때 처음으로 압력을 느꼈다. 마치 몸 위에 작은 차 한 대가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백호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백 계단에 도달하자 압력이 갑자기 커졌다. 등에 작은 승용차 대신 소형 트럭이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지만 아직 백호의 한계에도 가지 못했다.“근래 사람들의 평균이 백 계단도 못 넘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예전의 무인 횡련은 황제도 오를 수 있었지만 요즘 무인 횡련은 죽어라 노력해도 소형 트럭 하나 못 버티는 수준이니 말입니다.”백호는 농담을 던지며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1화

    전에 임정설은 구오 지존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힘쓰며 수모를 견뎌내고 살아남으려 했다.하지만 이제 황제가 된 그는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그 탓에 이번 관문 앞에서 그는 망설였다.살아 있는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죽음을 마음에 품은 자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관문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청해만이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황제가 되면 곤륜 구역에서 최고 경지에 도달하는 건데.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왜 죽음을 택하려는 거지?’“저하, 국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합니다. 저하도 사랑하던 이에게 배신당했어도 결국 극복해 나갔잖습니까.”백호도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여전히 국주보다는 왕이 더 낫다고 여겼다.“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느냐.” 윤구주가 단호하게 말했다.백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는 어리숙하고 말솜씨도 없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내가 문아름에게 배신당한 건 억울한 일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그녀가 날 배신한 거다. 하지만 국주는 그 반대였지. 그가 그녀를 저버린 거야. 정이 깊으면 오래가지 못하고 지혜가 지나치면 오히려 상처를 입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쓰라린 후회는 가진 뒤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생사를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윤구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 소채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도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느꼈다.“그럼 복수하면 되지 않나요?” 백호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이때 청해가 눈치를 채고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상대가 너무 강해서 못 이기는 거지. 황제에 오르기 전까진 제대로 맞붙을 힘도 안 돼. 오르고 나서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 못 하고.”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그 말이 맞았다.“그럼 우리가 국주님 대신 복수해 드리면 되잖아요? 국주님은 제 왕이기도 하지만 제 윗사람이기도 하잖아요.”백호가 고개를 갸웃했다.“하하! 만약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솔직하다면 이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0화

    인간이 나쁜 짓을 거듭해 양심을 잃으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윤구주를 따라 명예심이 생기면서 죄책감도 느끼게 된 청해에게 이 원한의 전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물론 곤륜역 한 신전의 부전주로서 정신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네 사람은 이 원한의 전법도 가볍게 넘어섰다.이때 전법에 관심을 가졌던 임정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구주야, 서요산의 전법은 우연히 들어온 자를 쫓아내는 동시에 수련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어. 서요산은 의지력이 확고한 자들만 끌어들인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서요산이 제자를 선발하는 방식인가 보구나.”“그렇습니다. 매년 화진 무도계 사람들이 서요산에 찾아오지만 성공한 자는 극히 드뭅니다. 실패자들 중 십중팔구는 산기슭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어떤 문턱은 넘지 않는 것이 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죠. 현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요. 이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전법이 나타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전법은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만든 것이지만 세 번째 전법은 달랐다. 이 전법은 살기로 가득 찬 죽음의 전법이었다.평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곳까지 온 자들도 앞길의 위험을 보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죽음의 길을 보고도 들어가는 자는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자라서 그런 자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일이었다.하지만 무도로 도를 깨우치려는 수련자라면 이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텨내야만 수도의 길에 들 수 있고 실패하면 그 후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전법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생기와 영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할지라도 살기와 죽음의 기운은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진법 내부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도계에 이름을 날렸던 강자들의 유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