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916화

Author: 김원호
빙신전에서 온 네 대호법은 목신 스승의 명령을 받들어 찾아왔기에 쉬이 나서서 목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방금까지 큰소리 치던 목신이 갑자기 입을 다물자 윤구주는 그의 속셈을 즉시 눈치챘다.

“넌 현모와 백호를 두려워하는구나? 둘 다 듣거라. 이제 싸움을 시작하면 설령 목신이 나를 죽인다 해도 너희는 절대 나서지 마라.”

윤구주가 현모와 백호를 바라보며 말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대화했다.

‘진심이야? 저하께서 일대일로 결투를 하시겠다고? 저하께서 이런 식으로 현모와 놀아주다니.’

반응이 빨랐던 현모가 백호를 끌어당겨 한쪽으로 물러났다.

“백호, 넌 좀 가만히 있어. 저하의 계획을 망치지 마.”

현모는 온갖 좋은 말로 불만으로 가득 찬 백호를 겨우 말렸다.

이를 본 목신은 여전히 윤구주를 믿지 못하는 듯했다.

“안심해, 나 윤구주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너 설마 겁쟁이였냐? 신계의 천재가 이 정도 기백도 없어? 인간 세상의 왕인 나보다도 못하구나.”

윤구주가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 좋아. 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지금 바로 너의 소원을 들어주마.”

목신은 결심을 내렸다. 설령 함정이었다 해도 세 사람이 힘을 모아서 목신을 공격하면 네 대호법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함께 싸워도 여전히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다.

“윤구주, 네가 검술의 고수일뿐만 아니라 술법에도 천부가 있다는 걸 안다. 그러니 우리 둘의 대결에는 어떤 수단도 제한하지 않는다. 이번 싸움에서 우리는 승패를 가릴 뿐만 아니라 생사를 결정짓는다. 어떠냐?”

목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이미 신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제없어. 지금 여기서는 네가 주인이야. 내가 너에게 그 권리를 주겠다.”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은 목신은 이를 악물었다.

‘정말 오만방자한 놈이로군. 나는 신이다. 인간이 나에게 권리를 준다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이상했기에 네 대호법은 은밀하게 눈짓으로 의사를 교환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구주, 왕의 귀환   제1917화

    목신이 술법을 펼치자 얼음의 용이 불길을 뿜어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목신님, 대단하십니다. 음양의 도를 깨달으셨군요. 이 도를 깨달으면 그 어떤 술법에도 밀리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경지에서는 목신님이 무적이십니다.”대호법들이 감탄하며 말했다.역시 미래 빙신전의 주인다웠다. 인간 세상의 왕이 어떻게 신계의 천재와 견줄 수 있겠는가.빙신전의 도련님은 태어날 때부터 신이었다. 인간이 아무리 강해도 신과 빛을 다툴 수는 없을 것이다.목신의 자신만만한 일격을 마주한 윤구주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신? 이미 말했지만 너희는 그저 가짜 신일 뿐이다. 음양의 비술을 깨달았다고? 천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천지를 주장하겠다고? 웃기지 마. 진짜 신이라 해도 나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제 너희에게 진짜 용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용어무극, 진용현신.”웅!용의 포효가 천지를 진동했고 용의 울음소리에 만물이 굴복했다.빙신전의 대호법들은 반응할 틈도 없이 용의 기세에 제압당해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이 장면을 본 현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백호는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한 마리 금룡이 태백산에 나타났고 그 용의 비늘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진정한 용이 인간 세상에 강림한 듯했다. 이에 비하면 목신의 얼음의 용은 장난감처럼 초라해 보였다.불길이 윤구주의 몸에 닿기도 전에 얼음의 용이 스스로 사라졌다. 목신이 펼친 얼음의 영역도 빠르게 녹아내리며 무너졌다.진용의 위엄에 얼음의 용은 그 자리에서 무너졌고 용의 위압에 목신은 땅에 눌려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하늘에 떠 있는 윤구주는 태양처럼 눈 부셨고 그가 바로 이 천지의 유일한 신인 듯했다.“어떻게 이럴수가. 윤구주가 이렇게 강할 리 없어.”목신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인식 속에서 윤구주는 백호보다 약간 뛰어날 정도였다. 방금 백호가 극 신급 정정에 올랐으니 현재 백호의 경지가 윤구주를 뛰어넘어섰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1918화

    타고난 재능이니 배경이니, 그딴 것들은 주먹 앞에서 무용지물이다.실력이 모든 진리를 압도한다. 힘만 충분하다면 어떤 세력도 강자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널 살려달라고 그러는 거야? 그렇다면 구걸을 해 봐라.”윤구주의 기세가 다시 치솟았다. 살벌한 살기가 내리치자 목신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울부짖으며 애걸했다.그가 용서를 빌자 천지가 갑자기 고요해졌다. 아까까지 생생하게 천지를 휘어잡던 신용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목숨을 위협하던 긴장감이 사라지자 목신은 비로소 숨을 내쉬며 털썩 주저앉았다.윤구주가 허공을 밟으며 목신 앞으로 다가왔다.지금이 윤구주를 기습할 절호의 찬스였지만 목신은 땅에 엎드린 채 부들부들 떨 뿐 감히 윤구주와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화진 사람들이 천하다고 했지? 내 눈에는 네가 더 추잡해 보이는데. 기회 줄게. 어디 한번 덤벼 봐라. 반격하지 않을 테니까.”윤구주가 기운으로 그를 들어 올리더니 영기를 주입해 그의 실력을 회복시켰다. 하지만 윤구주가 손을 떼자마자 그는 다시 땅에 처박혔다.빙신전의 네 호법은 이 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그들은 목신의 도심이 산산조각 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지금부터 목신은 윤구주에게 짓눌려 더는 일어설 수 없게 될 것이다.도심이 무너진 자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다. 도심을 되찾으려면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참으로 한심하군. 허세만 가득한 쓸모없는 놈. 내 일격도 못 버티더니. 생존을 위한 투지조차 없단 말인가? 이것이 너희 빙신전의 후계자냐?”윤구주의 비웃음 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다.목신은 아무 대답 없이 땅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엎드려 있다가 한참 뒤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구주왕님,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저하! 저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십시오.”백호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무도니 예의니 그런 건 신과의 싸움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백호, 닥쳐라. 왕께서 네 놈과 같으시다고 생각하느냐?”현모가 그를 뒤로 끌어당겼다.윤구주는

  • 구주, 왕의 귀환   제1919화

    목신은 감히 윤구주의 눈을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 눈빛은 너무나도 무서워서 한 번 더 마주치기만 하면 윤구주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 모든 비밀을 털어놓을 것만 같았다.“네가 말하지 않겠다면 내가 말하마.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널 풀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전에 말했듯이 내가 너를 용서해도 하늘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목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윤구주, 무슨 뜻이냐? 약속을 어기려는 거냐? 너와 나는 원수도 아닌데 왜 나한테 집착하는 거니? 설마 윤구주가 그런 소인배냐?”윤구주는 목신의 질문에 웃음을 지었다.“참 우습군. 네가 무슨 근거로 나와 원수가 아니라고 하는 거냐? 백호는 나의 부하이자 형제와도 같은 존재다. 네가 내 형제의 정혈을 빼앗으려 했으니 우리 사이에 어찌 원한이 없다고 할 수 있었겠냐?”목신은 어찌할 바를 몰라 버벅거렸다.“하지만 백호는 무사하잖아. 오히려 화를 면하고 극 신급 절정을 돌파했는데.”“화를 면했다고? 뭐 맞는 말이긴 하지. 하지만 그건 네 덕분이 아니야. 백호의 목숨은 백호 스스로 지켜낸 것이다. 그래도 말했듯이 나는 널 풀어줄 수는 있다. 너 같은 인물은 백 년이 지나도 천 년이 지나도 여전히 쓰레기일 뿐이니까. 너 같은 쓰레기는 내가 죽일 가치도 없어. 널 풀어줄 수는 있지만, 네가 다른 나라를 부추겨서 화진을 침략한 일은 어떻게 할 거냐?”목신이 급히 외쳤다.“내가 언제 화진을 침략했다는 거야?”“그 입 닥쳐. 너도 내가 화진의 왕이라는 걸 알잖아. 내가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지. 네 계획이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니? 너는 우리 화진의 영토를 분열시키려 했고, 흥주 땅에 나라를 세우려 했지. 네가 내 땅을 빼앗으려 했는데 내가 널 놓아줄 수 있겠느냐? 게다가, 천자가 하늘에 명을 청하고 천하를 다스리던 시대는 지났다. 나는 옛날의 황제가 아니다. 그저 능력이 있는 화진의 한 사람일 뿐이다. 네가 내 집을 침략하고 두 나라 사

  • 구주, 왕의 귀환   제1920화

    죽음의 기운이 천지를 휘감았다. 윤구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나타난 쇠사슬이 네 호법의 몸을 휘감아 육체를 산산이 부수어 재로 만들어버렸다. 이제 그들은 영혼 상태로 윤구주와 맞서야 했다.웅!술법이 발동되자 네 호법의 영혼에서 혼력이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이를 느낀 네 호법은 진정으로 목숨을 걸고 영혼을 불태워 윤구주의 금술을 깨부수려 했다.“그래, 이제야 제대로 목숨을 거는구나. 너희들이 힘을 합치면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웃기고 있네. 탕혼인!”윤구주가 인법을 펼치고 손짓을 하자 죽음의 인결이 네 호법에게 내려졌고 그들은 즉시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이것이 바로 구주왕인가?한 번의 손짓으로 네 명의 극 신급 강자의 영혼을 멸하다니.이 네 호법이 힘을 합쳐서 목신을 상대한다면 그는 반드시 목숨을 잃을 것이다.현모도 네 호법 중 가장 약한 한 명을 상대할 수 있을 뿐이다. 백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기껏해서 두 명의 호법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일 수 있고 그들이 함께 덤벼든다면 백호도 방법이 없다.이 장면은 어릴 적부터 신은 무적이라는 교육을 받아온 목신의 인식을 완전히 붕괴시켰다.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고 신은 무적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구주왕이 어떻게 신을 저리 쉽게 죽이는가?“이제 네 차례다. 네 스승이 나와서 널 구해주길 빌어라. 그렇지 않으면 네 목숨은 여기서 끝이다.”윤구주가 목신을 바라보며 죽음의 인결을 모았다.이렇게 오랫동안 말을 늘어놓은 이유는 목신의 스승인 황자를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그의 스승이 곤륜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면 윤구주도 그를 어찌할 수 없었기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해야 했다.하지만 윤구주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네 호법을 처단하고 이제 목신을 처단할 차례였다.“스승님, 살려주십시오!”생사의 순간, 목신은 목이 터지라 울부짖었다.웅!신계로 향하는 문에서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신계로 향하는 문 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가 천천히 걸어 나

  • 구주, 왕의 귀환   제1921화

    곤륜 구역은 정통적인 수련 장소이며, 그곳에서 나온 자들은 수련자라 불릴 수 있다.
화진을 포함한 인간계의 수련자들은 무도에 속하는 자들로 무인이라 불릴 뿐이다.
같은 경지라 해도 천지의 영력을 흡수하는 성인이 무인을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성인이 윤구주를 인간계의 황제라 부르는 것이다.“이 말을 내가 수도 없이 반복했지만, 너희들은 신이 아니다. 단지 신인 척하는 가짜이고 굳이 칭호를 붙이자면 그냥 수련자일 뿐이지.”“결국 너희들은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설령 이 세상에 진짜 신이 존재한다 해도 나, 이 윤구주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신을 마주했음에도 윤구주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약간의 경멸이 담겨있음을 빙신전의 황자는 느꼈다.이건 엄청난 모독이었다.“좋다.”
“네가 그렇게도 분수를 모른다면 빙황인 내가 널 죽여주지.”
“그 덕에 신계의 다른 신전들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 아깝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너를 죽여 빙신전의 위엄을 세우겠다. 세상 사람들에게 신의 위엄을 거스르는 자가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보여주마!”빙황이 발동하자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퍼졌다. 백호조차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현모는 자신들의 역할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해야 할 일은 돕는 것이 아니라 윤구주에게 불필요한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었다.그래서 억지로 백호를 끌고 지하 궁전의 가장 높은 층으로 돌아갔다.
비록 거리가 멀어졌음에도 그 한기는 여전히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황자의 대결에서 누가 더 우위에 설지 궁금해졌다.“스승님!”“하하하! 윤구주, 내 스승님께서 직접 나서셨으니, 죽을 각오는 되었겠지?”목신이 크게 웃었다.그가 보기에는 고작 인간계의 왕일 뿐인 윤구주가 신계의 황자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윤구주는 반드시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었다.“죽을 각오? 그 각오를 해야 할 자는 너다.”“똑똑히 봐라. 황자 사이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그 격차는 네 스승이 평생 넘을 수 없는

  • 구주, 왕의 귀환   제1922화

    "거기서 멍하니 뭐 하는 거냐? 황자 빙황, 설마 네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 정도냐?" 빙황이 더 이상 공격하지 않자, 윤구주는 오히려 그를 재촉했다. "정말 너무하군! 윤구주, 받아라!" 쿵쿵! 한 마리의 빙룡이 다시 응집되었다. 목신의 장난감 같은 수준의 그것에 비해 이 빙룡은 생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규모든 기세든 윤구주의 금룡과 견줄 만했다. "가짜 신은 역시 가짜 신일 뿐이다. 아직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신을 흉내 내는 것만은 있어 보이게 하는군." 윤구주는 냉소하며 몸을 솟구쳐서 날아오르며 부적술을 펼쳐 빙룡을 제압했다.불기운이 응집되며 지하의 영맥을 끌어올렸다. 윤구주의 조종 아래 치솟은 거대한 불기둥은 화염의 사슬로 변해 빙룡을 단단히 속박했다. "빙황! 네가 가진 수단이 더 없나? 내 앞에서 화형술 같은 건 소용없다고." 빙룡을 제압한 채로 윤구주는 다시금 빙황을 재촉했다. 빙황의 얼굴은 똥이라도 씹은 듯 일그러졌다. 윤구주는 분명히 손쉽게 그의 술법을 깰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힘을 낭비하며 그의 빙룡을 구속했다.이건 명백한 모욕이었다! "윤구주! 이 건방진 것아! 네가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인간계에는 황자가 없다. 설령 왕자라 해도 우리 곤륜 구역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 역시 마찬가지다." "너는 신일 수는 있어. 하지만 우리 곤륜 구역은 결코 너를 왕으로 인정한 적 없다!" 빙황은 으르렁대며 외쳤다. "웃기는군. 애당초 내가 왕으로 책봉된 곳이 바로 곤륜 구역이었다. 그것도 너희 3도와 6신전이 함께 내린 칭호였는데. 이제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웃으며 말했다. 빙황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그는 한 가지 끔찍한 사실을 떠올렸다! 과거 윤구주가 왕으로 책봉됐을 때, 확실히 곤륜 구역에서 먼저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의 왕호조차 곤륜 구역이 내려준 것이었다! 그

  • 구주, 왕의 귀환   제1923화

    이게 무슨 조건인가? 빙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윤구주! 나는 신들의 황제다. 감히 네가 신령을 모독하다니. 하늘조차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수차례의 자극에 빙황은 마침내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원을 속박된 빙룡에게 주입하자 기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좋다! 나와 결전을 벌이겠다는 거냐? 죽고 싶다면 소원을 들어주마!"윤구주가 구양진룡결을 운용하자 아홉 마리의 신룡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아홉 마리의 용이 산을 압도했다. 빙황의 빙룡은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용의 기운에 소멸되었다. 빙황의 얼음 영역은 녹아내렸고, 비할 데 없는 용의 기운에 빙황의 몸은 속절없이 짓눌렸다."아아아! 윤구주,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빌어먹을 놈! 죽어라!"빙황은 필사적인 일격을 가했다. 자신의 음혼을 대가로 삼아 죽을 각오로 싸움에 뛰어들었다.그의 저항은 필연적으로 헛된 몸부림이었다. 아홉 마리의 용의 순수한 양기는 그의 음혼을 억눌렀다. 혼백을 바쳐서 사용한 금지된 술법은 용의 기운조차 뚫지 못했다."팔기지: 이화금안."동력이 발동하자, 금빛 불꽃이 나타났다. 이 불꽃은 만물을 태우고 멸한다. 음령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빙황의 음혼은 금빛 불꽃에 불태워졌다. 그 모습은 마치 불붙은 백지 같았다. 그가 저항할수록 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렇게 목신의 눈앞에서 빙황은 산 채로 조금씩 타들어 가며 죽었다.마지막 남은 잔념마저 불타 사라질 때까지.빙황은 추락했다. 신계에서 황제로 책봉될 정도로 강력했던 황자가 결국에는 털끝 하나 남지 않고 불태워졌다.목신은 이제야 윤구주가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깨달았다!그에게 맞섰다가는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니! 윤구주는 다시 목신 곁으로 돌아왔다.그저 눈빛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목신은 똥오줌을 지릴 정도로 지레 겁을 먹었다.지난번에는 앙심을 품고 거짓으로 용서를 빌어 훗날 복수를 노렸다면, 이번에는 목신이 진심으로 겁에 질렸다.이

  • 구주, 왕의 귀환   제1924화

    “내가 남해에서 그 일로 고생하는 동안에 너는 동북 쪽으로 냅다 튀어서는 감히 날 구하러 왔다고 입을 놀려?” 윤구주가 곁으로 다가가자 무모한 백호는 씩 웃더니 고개를 돌려 냅다 도망쳤다.“어딜 도망가!”“으악!”태백산이 진동했다. 백호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휙!빙황의 위압감이 사라지자 주작은 재빨리 태백산 내부로 들어섰다. 원래는 왕을 지원하고 백호가 살아있는지나 볼 겸 왔다. 그런데 백호가 앞에서 도망가고 윤구주가 구름을 타고 뒤쫓으며 때때로 금빛 번개를 불러내어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이... 쯧! 백호 녀석, 내공이 이렇게 높았나? 이미 최고급 경지에 이르렀잖아!” 주작이 놀라며 말했다. 주작은 백호의 내공에 놀랐지만, 윤구주에게 호되게 얻어맞는 것에는 놀라지 않았다. 분명 윤구주가 그를 혼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했다.“백호, 정말 ‘어리석은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군. 게다가 저 녀석은 목숨까지 아끼지 않으니, 두 가지를 모두 갖췄어. 정말 명줄이 긴 녀석이야.” 현무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역시 백호니까 저러고도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현무나 주작이었다면 벌써 팔백 번은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윤구주는 백호를 실컷 두들겨 패고 완전히 굴복시킨 후에야 세 사람을 데리고 태백산을 떠났다. 아까 거의 죽을 뻔했던 백호는 윤구주가 부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더니, 덤으로 아직 기절해 있는 남궁서준을 등에 업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분계선의 최전선에 도착했다. 삼만 명의 흥주군이 이곳에 집결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윤구주가 도착하자 그동안의 긴장된 분위기는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타올랐다. 삼만 명의 병사들은 한껏 흥분해서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구주왕의 이름을 우렁차게 외쳤다.설령 눈앞이 지옥이라 할지라도 윤구주가 명령만 내리면 이 삼만 명은 목숨을 걸고 맹렬히 돌진할 것이었다. 구주왕이 강림함과 동시에 세 명의 대군신이 함께하니, 이 싸움을 어떻게 질 수 있겠는가.분계선 문

Latest chapter

  • 구주, 왕의 귀환   제2032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 구주, 왕의 귀환   제2031화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0화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29화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