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말은 그만해. 근골을 다 바꾸어 놓았으니 이젠 중상급 정도의 재능을 얻었겠지? 그 정도면 청룡과 비슷하지만 기린수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윤구주가 말했다.기린수가 언급되자 김도현과 문아름은 몸을 흠칫 떨었다. 특히 문아름은 기린수의 이름을 들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기린수를 두려워하는 게 틀림없었다.“기린수? 구주야, 내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만큼은 인정한다. 고신도 최고의 천재이자 만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귀재조차 네 말에는 고분고분 따르잖아. 참 대단하단 말이지.”김도현이 감탄하며 말했다.기린수는 4대 군신의 수장으로 늘 제멋대로인 데다가 구주왕으로 농담도 하는 백호조차 기린수 앞에서는 얌전했다.기린수를 소환하려면 청룡이 목숨을 걸고 4대 군신의 정혈을 바쳐야 했는데, 그마저도 그를 아주 잠깐 불러낼 수 있는 정도였다.수산에서의 전투에서 청룡이 조금 더 버텼더라면 기린수는 혼자서 금륜법왕과 흑룡을 단숨에 제거했을 것이다.‘수산에서 그자는 1할의 내공만으로도 그 정도 실력을 보여줬어. 어쩌면 구주와... 구주왕과 비슷한 수준일지도 몰라.’문아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생각했다.문아름은 윤구주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고 있었다. 그녀는 윤구주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했다.하지만 기린수 같은 경우에는 오로지 두려움만 느껴졌다. 그의 존재가 자신에게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 상관없었다. 기회만 있다면 일단 그를 죽일 것이다.문아름과 김도현은 기린수를 매우 꺼렸지만 정작 윤구주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는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흥, 그냥 잘난 척하는 녀석일 뿐이야. 믿음직스럽지 못해. 수산에서 잘난척하지 않고 바로 필살기를 선보였다면 금륜법왕과 흑룡을 단숨에 함께 없애버렸겠지. 그랬다면 그 뒤의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윤구주는 그렇게 얘기한 뒤 잠깐 생각해 보았다. 꼭 나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때의 전투로 실력을 드러냄으로써 문아름이 자신에게 희망이 없다는 걸 직감하고 천국을 이용하여 목숨을 끊으려고 했으니 말
김도현은 금단으로 문아름의 수명을 늘려주었다.금단의 힘은 김도현의 정원에 의해 촉진되며 문아름의 몸 곳곳으로 들어갔고 그로 인해 생기를 잃었던 문아름의 몸이 점차 활력을 띄기 시작했다.문아름은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몸에 활기가 돌아오자 점차 젊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20대의 생기 넘치는 모습이 아닌 30대 중후반의 모습으로 회복되었다.비록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아니지만 오히려 나이가 들어 성숙하고 기품 있으며 지적인 미인 같아 보였다.윤구주의 표정이 이상했다. 예전의 문아름은 도도하면서 청순한 느낌이었는데 성숙함이 더해지니 조금 더 요염해 보였다.“수명을 30년쯤 늘렸어. 신체 나이로 따지자면 37, 38살쯤 될 거야. 지금 네 정신연령과 비슷한 수준이지. 똑똑한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가끔은 바보 같아 보이는 사람이 진짜 현명한 사람일 때도 있는 법이니까. 게다가 인생은 순간이 아닌 평생에 걸쳐 이어지는 여정이잖아. 인생은 도박이 아니야. 오래 사는 게 중요해.”김도현은 두 번째 금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금단으로는 문아름의 근골을 바꿀 것이다. 근골을 바꾼다는 것은 말 그대로 운명을 바꾸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문아름은 태어날 때부터 수도자가 될 수 없는 체질이었다. 비록 무공을 어느 정도 익혔지만 무도계를 놓고 봤을 때는 별 볼 일 없는 실력이라 진짜 수련자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문아름은 통제 욕구가 아주 강해. 그게 아주 큰 결함이야. 자기중심적이면서도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지. 툭 까놓고 얘기하자면 자신감이 없으면서 구주 너를 지나치게 신경 쓰니까 늘 너를 통제하려고 한 거야. 그래서 그런 비극이 벌어진 거지. 문아름은 자신이 얻지 못하는 것은 차라리 없애버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함께하지 못한다면 함께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거지.”“문아름, 이런 성격으로 도를 깨우치려면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해.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거야. 내려놓을 줄도 알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너를 불
누가 누구에게 빚을 졌는지는 윤구주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일로 오히려 그가 김도현에게 빚을 지게 되었다.“금단 세 개? 지난번에 내가 수련하러 갔을 때는 한참을 사정해서야 겨우 금단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들만 줘놓고, 웬일로 문아름에게 금단을 세 개나 준 거야? 아주 통이 크네!”윤구주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문아름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는 윤구주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김도현이 윤구주의 체면 때문에 그녀를 구했다면 구주왕은 그 은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간단히 말하자면 그녀가 배신했던 사실을 윤구주가 잊지 않았음을 뜻했다.“큼,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이 금단 세 개는 내가 만든 게 아니야. 천년의 도행을 지닌 생령의 체내에서 추출하여 정제한 뒤 영기를 안정시킨 것뿐이지. 진정한 선단이라고 할 수 없어. 그리고 넌 금단으로 수련할 필요가 전혀 없어. 네게 금단을 주는 건 귀한 물건을 낭비하는 거라고!”김도현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말했다.천년을 수행한 생령의 체내에는 금단이 생길 수 있었다. 금륜법왕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러나 만약 체내에서 추출한 뒤 바로 정제하여 안정시키지 않는다면 금단의 힘은 빠르게 유실된다.윤구주는 인도를 수련했고 엄청난 재능까지 있었기에 금단을 복용해 봤자 수명만 조금 늘어날 뿐이었다. 윤구주는 아직 젊어서 그걸 먹을 필요가 없었다.예전에 금륜법왕을 처단했을 때 윤구주는 그것이 자신에게 별로 쓸모가 없음을 알고 백호에게 주었었다. 결국 그것과 같은 상황이었다.그럼에도 윤구주는 언짢아했다.“그렇다고 해서 세 개나 줄 필요는 없지. 한 개면 충분하잖아.”“뭐? 젠장, 너 이 자식! 문아름도 보기 드문 인재야. 나는 금단 한 개로 문아름의 수명을 늘리고, 또 한 개로 문아름의 근골을 바꾸고, 마지막 한 개로 내공을 증가시킬 거야!”김도현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그래? 문아름이 수행자가 되기를 바라는 거야?”윤구주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그는 김도현이 그런 생각을 할
천둥이 치는 소리가 마치 분노에 찬 누군가가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는 소리처럼 들렸다.초월성자가 된 윤구주는 전세를 역전시키면서 뇌왕성인으로 반격에 나섰다.윤구주가 쥐고 있는 금뇌는 마치 검처럼 뇌겁들을 갈라버려서 산산이 조각냈고 그로 인한 폭발로 뇌겁은 사방팔방으로 튀며 바다 위에서 번쩍거렸다.섬에 있던 김도현은 마치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머리카락이 곤두섰다.“음, 이거 뭔가 심상치 않은데...”김도현이 이상함을 감지하자마자 그의 몸 위로 벼락이 십여 차례 떨어졌고 그 때문에 김도현은 온몸에서 검은 연기가 나게 되었다.“뇌겁이 곧 끝날 때가 되었나 보지.”김도현이 벼락 때문에 얼굴을 일그러뜨렸을 때, 문아름은 눈을 빛냈다.그 말은 뇌운이 더 이상 뇌력을 집결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윤구주가 뇌겁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것을 의미했다.상공에 있던 윤구주는 기세를 몰아 뇌운 속으로 진입했다.“용어무극, 파괴하라!”용의 울음소리와 함께 용 아홉 마리가 뇌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뇌운을 모두 집어삼켰다.뇌운이 용들에 의해 삼켜지자 뇌정 또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성공했네! 역시 구주야. 이것도 버텨내다니! 문아름, 결국엔 또 구주왕에게 목숨을 빚졌구나. 지난번에 그를 배신해서 진 빚도 다 갚지 못했는데 이번에 또 이렇게 목숨 하나를 빚졌네.”김도현은 성기를 사용하여 차례대로 금단 세 개를 문아름의 체내에 주입하여 그녀의 단전에서 금단의 힘을 방출했다.슉.뇌운을 파괴한 윤구주는 곧바로 아래로 내려와서 김도현을 지켜주었다.“끝났네. 역시 구주왕이야. 아주 비범해! 화진의 인황들은 예전부터 모두 만만치 않은 존재들이었지. 윤구주! 이번에는 네가 이겼어. 나는 네가 성인 경지가 될 때까지 기다릴게!”뇌운이 사라지자 무도 도주는 이곳에 있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는 자발적으로 떠났다.“무도 도주, 날 구해줘! 나는 당신을 위해 천국에 들어온 거잖아!”려운천이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무도 도주는 그의 생사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젠장! 서해 검성은 왜 이렇게 강한 거지? 이건 우리가 알고 있던 정보와는 너무 다르잖아?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난 결국 그에게 지고 말 거야. 어쩌면 오늘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려운천은 씩씩대면서 속으로 화를 냈다. 현재 서해 검성과 곤륜 구역에서 장악한 정보의 차이가 너무 컸다.음혼을 불태우는 상황에서조차 서해 검성에게 이렇게 밀리는 걸 보면 평소 같은 상태였더라면 아마 서해 검성과 싸울 자격조차 없었을 것이다.“십전귀원, 초월성자!”바로 이때, 저선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윤구주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기운을 순수한 선기로 승화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윤구주의 실력이 이미 성인 경지에 다다랐음을 의미했다.“뭐야?”겨우 극 신급 절정 대승기였던 윤구주가 눈 깜짝할 사이에 성인 경지에 다다른 걸 본 려운천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인간이 맞긴 한 걸까? 수도의 역사를 돌이켜본다고 해도 수만 년 동안 구주왕 같은 인물은 나온 적이 없었다.그 광경에 줄곧 관전하고 있던 무도 도주 또한 동공이 떨렸다.“참 대단한 능력이야. 젠장, 금기령만 없었다면 저놈을 여태 살려두지 않았을 거야. 구주왕, 이 세상에 너 같은 괴물이 존재해서는 안 돼. 넌 반드시 죽어야 해!”무도 도주는 당장 이 자리에서 윤구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처럼 무도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 아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배후에 있는 고신도는 무도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하여 금기령을 내렸고 그 때문에 무도 도주인 그는 오로지 성인 경지인 자들과 싸울 수 있었다.그것이 서해 검성과 김도현이 많은 걸 우려했음에도 무도 도주라는 위협을 걱정하지 않은 이유였다. 적어도 윤구주가 성인 경지가 되기 전까지 무도 도주는 윤구주와 싸울 수 없었다.오늘 무도 도주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윤구주의 실력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화진의 새로운 인황인 윤구주의 실력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이제 문제가 커졌다.윤구주가 성인 경지라면
아주 급하게 그들을 서울로 데려가려는 현모의 모습을 보면서 윤신우는 속으로 중얼댔다.‘현모도 아직 부족하네. 내가 왜 친위대를 보호했는지 알지 못하니 말이야.’친위대를 보호하며 그들의 죄를 사하는 것은 그들의 배후에 있던 문아름을 사면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아버지만큼 자기 아들을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윤구주가 어떤 사람인지 윤신우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정의롭고 의리가 넘치는 사람이었다.윤구주는 문아름을 만나게 되면 틀림없이 그녀를 구하려고 할 것이다.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윤구주는 문아름이 죽는 걸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사람들을 데리고 떠나려고 할 때 현모는 신념을 통해 아주 강한 두 가지 기운을 느꼈다.“또 누군가 왔어.”윤씨 가문 사람들도 기척을 느꼈다. 설마 잠복하고 있던 적이라도 나타난 것일까?쿵!인간의 형태를 한 맹수 한 마리가 하늘에서 크루즈 위로 떨어졌다. 그는 크루즈를 꿰뚫으면서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곧이어 또 누군가 빠르게 나타났다. 그들은 다름 아닌 주작과 백호였다.“아이고, 어르신. 잘 지내셨어요?”윤신우를 본 백호는 예의를 차리는 대신 호들갑을 떨면서 윤신우에게 다가가 그를 꽉 끌어안았다.“백호! 이분은 저하의 아버님이셔. 예의 좀 차려!”주작은 백호의 예의 없는 모습에 화를 내며 그를 욕했다.“하하, 기뻐서 그러지. 어르신, 왜 그러세요? 기운이 부족하신가요? 아니면 뭐 다른 문제라도 있으세요?”백호는 윤신우의 체내에 쌓여 있는 음기를 발견했다. 그리고 다른 윤씨 가문 사람들도 살펴보니 모두 몸에 음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 음기는 흡수되지도 않고 해소되지도 않았다.“이 음기 때문이었군요. 어쩐지 기운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저는 또 현모가 만만찮은 상대를 만난 줄 알았어요.”백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고 현모는 어이없어했다.“그것보다 너희 둘은 왜 여기에 온 거야?”“아, 검도 도주님께서 걱정이 됐던 건지 우리 두 사람에게 전음을 하셨어. 마침 유라비아 쪽 정세도 안정됐고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