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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만보운단
갑자기 뺨을 맞은 조 어멈은 어리둥절해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항상 온화하던 부인이 자기를 때릴 줄 꿈에도 몰랐다.

옥정은 손바닥이 시큰거렸지만 그래도 분이 풀려서 속이 시원했다.

“부인은 세상에서 가장 너그럽고 착하신 분이라 그런 일로 질투하지 않아요! 조 어멈이 하극상으로 무례하게 굴었는데 뺨 하나로 넘어간 걸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조 어멈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서럽게 통곡하기 시작했다.

“나리, 저는 그저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부인이… 흑… 비록 방금은 제가 말실수를 했으니 당연히 맞아도 쌉니다. 하지만 서용 아가씨께서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제가 서용 아가씨를 씻어줄 때 몸에 남은 흉터를 보았는데, 절벽에서 떨어질 때 남긴 상처들이더라고요.”

배진휘는 김희영이 모질게 조 어멈까지 때린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지울 수 없는 흉터를 남긴 것도 모자라 그동안 밖에서 홀로 떠돌며 고생한 주서용을 떠올리니 너무 미안한 마음에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보상하고 싶었다.

그는 미간을 문지르고는 목소리를 조금 깔고 언성을 높였다.

“그만하시오! 이제 때려서 화풀이까지 했으니, 이제 인삼을 조 어멈에게 주시오. 내 체면을 봐서라도 그래주면 안 되겠소?”

김희영은 반박도 해명도 하지 않고 조 어멈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조 어멈, 내가 언제 안 주겠다고 했는가?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자네가 먼저 이상한 말로 나를 모욕했네. 서용 낭자가 나리를 구해준 것을 봐서라도 나뿐만 아니라 녕국공 저택 모두가 감사해야 할 일인데 고작 인삼을 내가 안 줄 것 같았는가?”

“방금 내가 망설인 것은 노부인의 건강이 염려되어서 그랬네. 인삼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는데, 노부인의 병을 완치하려면 인삼의 절반이 필요하네. 그동안 공들인 것을 잃고 싶지 않아 그런 것인데, 자네 입에서는 어째 내가 질투한 소인배가 되었는가?”

그녀는 탁하는 소리를 내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일개 하인이 안주인에게 질투한다고 하는 것은 하극상이 아닌가? 방금 뺨을 때린 것은 녕국공 저택의 위엄에 도발한 것 같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네.”

그 말에 조 어멈은 저도 모르게 벌벌 떨었다.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김희영이 나리 앞에서 감히 이토록 당당하게 말하다니,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두려움에 가슴이 쿵쿵 뛰어서 배진휘가 대신 나서주길 바라며 힐끗 쳐다보았다.

김희영도 그를 쳐다보았다.

“나리, 서용 아가씨가 살아서 돌아온 건 참 다행이에요. 하지만 저택의 하인들이 하나 같이 내게 불충하네요. 오늘 내게 불충한다면 내일에 서용 아가씨가 구해준 은혜를 내세워 나리와 노부인의 앞에서까지 멋대로 날뛸 거예요.”

배진휘는 지금까지 이토록 엄숙한 김희영을 본 적이 없었다.

확실히 방금은 조 어멈이 말실수했으니, 아랫것들 앞에서 안주인의 체면을 떨어트리면 안 되었다.

“조 어멈은 확실히 하극상을 저질렀다! 여봐라! 끌고 가서 장 10대를 쳐라!”

조 어멈은 충격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배진휘가 김희영의 편을 들어 자신에게 장형을 내릴 줄이야.

“나리, 저는 서용 아가씨를 돌봐야…”

급기야 조 어멈이 핑계를 댔지만 배진휘는 전혀 받아주지 않았다.

“자네가 돌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돌보면 그만이네! 당장 끌고 가라!”

이미 마음을 다잡은 조 어멈은 더는 반박할 생각이 없었다.

옥정은 흔쾌히 명을 받들어 바로 하인들과 조 어멈을 끌고가 형을 집행했다.

장 10대를 치는 동안 조 어멈은 고통스러워 꽥꽥 소리를 지르며 속으로 후회막심했다.

그제야 혼쭐이 난 그녀는 피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김희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부인,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방금은 마음이 급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그러니 서용 아가씨 탓을 하지 마십시오. 다 제가 노망이 나서 그런 것입니다. 지금 아가씨한테 인삼이 급히 필요하니, 제발 주십시오.”

김희영이 배진휘를 쳐다보며 말끝을 흘렸다.

“그렇다면 노부인은 어찌…”

“조모도 분명 서용부터 챙길 거요. 그러니 먼저 서용에게 주는 게 좋겠소.”

배진휘가 나서서 결정을 내렸다.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자, 조 어멈은 반짝이는 눈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노부인이 서용 아가씨를 아끼는 걸 봐도 틀림없이 인삼을 양보할 거고, 나리도 아가씨의 건강을 우선시하고 있어. 김희영 네 년이 아무리 국공 부인이라도 언제까지 콧대를 세우고 날뛸지 두고 볼 것이다.’

김희영은 조용히 부군을 주시했다.

‘주서용이 뭐라고 노부인의 건강보다 더 중요하단 말인가?’

그녀는 말을 삼키고 어쩔 수 없이 옥정에게 절반 남은 인삼을 주라고 지시했다.

조 어멈은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그래도 만족하며 인삼을 들고 떠났다.

배진휘가 아직 식사 전이라, 김희영이 하인들에게 아침상을 준비하라 일렀다.

음식이 들어오자 배진휘가 직접 죽을 떠서 그녀에게 건넸다.

지금 그가 달래준다는 것을 알기에 김희영은 그릇을 받으며 낮은 소리로 고맙다고 말했다.

다정한 태도는 예전과 똑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어여쁜 그녀의 옆모습을 응시하던 배진휘가 다정한 표정으로 손을 꼭 잡아주었다.

“서용은 어려서부터 여기서 자랐으니 앞으로도 여기서 지낼 거요. 서용이 지낼 수 있게 아랫것들 시켜 월영헌을 깨끗이 치워주시오.”

그 말에 김희영이 숨을 들이쉬고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어떤 신분으로 머무는 것이오? 사촌 누이동생인가요, 아니면 나리의 첩인가요?”

순간 배진휘가 안색을 굳히며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부인,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요?! 서용을 어찌 첩이라고 모욕하는 거요? 이런 말은 다시는 하지 마시오. 본래 부인은 아량이 넓은 여인인 줄 알았는데 어찌…”

그는 말끝을 잇지 못하고 소매를 뿌리치며 나가버렸다.

또 주서용의 편을 드는 모습에 김희영은 다시 상처를 받았다.

그러고는 가만히 앉아 그 사람이 사라진 곳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옥정이 걱정되는듯 다급히 들어왔다.

“부인, 나리께서 안색이 안 좋으시던데 혹시 싸우셨어요?”

김희영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싸움은 무슨. 그저 말다툼 조금 한 것 뿐이야.”

“주서용 때문에요?”

“…”

김희영이 침묵했다.

“주서용이 오자마자 둘째 도련님은 물론 막내 아가씨와 노부인마저 감싸고 돌아요. 제가 듣자니, 노부인이 아침 댓바람부터 경성에서 이름난 재봉사를 초대해서 주서용의 옷을 재단하고 비싼 장신구까지 사줬대요.”

집주인들이 편애하니 저택의 하인들까지 태도가 싹 변했다.

방금 옥정이 아침상을 가지러 갔을 때, 하인들은 예전처럼 공손하게 대하지 않았었다.

정말이지 생각할수록 부인이 이 저택에 희생하고 양보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부인께서 아이라도 생기면 좋을 텐데…”

옥정의 말에 김희영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동안 배진휘는 주서용에게 제사를 올려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핑계로 그녀와 합방을 거절했다.

‘명색이 명문가 규수인데 시집온 날부터 매일 홀로 잠을 자는데 어떻게 아이를 품어?’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남들이 안다면 아마도 비웃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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