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불쌍하네요….”손가을이 그녀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앨리스 씨, 이러지 마세요. 전 당신을 비난하지 않을 거예요. 애당초… 전 누군가를 비난해 본적도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든, 저와 구준 씨 사이를 흔들 수 없을 거예요. 이미 스스로 고통스러울 텐데, 저까지 거기에 보태고 싶지 않네요.”세상에 이런 관대한 여자가 있다니, 진심인 걸까? 남편을 유혹한 여자를 탓하기는커녕 위로하고 있었다. “하… 이제 알겠어요.”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앨리스가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관대함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염구준이 손가을에게 그랬듯이, 손가을도 염구준을 믿은 것이다. 그가 절대로 자신을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 눈 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절대로 다른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서로를 생각하는 둘의 마음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앨리스는 이 자신감의 원천이 궁금했다. 능력, 외모, 말투, 교양, 기품, 어느 면에서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염구준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무시했다. 이건 죽음보다 더 한 수치심이었다!“제가 당신을 잘못 봤네요.”앨리스가 손가을이 건네준 주스 컵을 꽉 그러쥐며 말했다. “그동안 당신을 마냥 착하고 순수한 사람으로만 봤었는데, 아니었어요. 확실히 당신은 저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한 마음을 가진 여자이군요. 제가 졌네요. 하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떻게 염구준 선생님은 당신한테 과분해요!”그녀는 말하는 와중에도 답을 찾으려는 듯 손가을의 얼굴을 샅샅이 살폈다. 하지만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앨리스 씨가 이러는 이유, 엘 가문과 오샤나지 그룹 때문이죠?”손가을이 방 입구 쪽으로 걸어가다가 말고 뒤돌아서 앨리스에게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안심하세요. 저희 파트너잖아요. 오늘 일은 절대로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 것이며, 명성에도 해가 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협력 파트너인 만큼,
홍준식이 불쾌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가 누군지 알고! 손가을 만나러 온 거니까, 얼른 연락해서 내려오라고 해. 내가 좀 할 얘기가 있어.”“그래! 얼른 내려오라고 해!”옆에 있던 안홍기도 말을 보탰다. “만약 빨리 내려오게 못 만든다면, 앞으로 해외 시장은 손도 못 댈 줄 알아!”두 사람의 태도는 매우 거칠고도 오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수십년 동안 봉황국 곳곳에 일궈 놓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손씨 그룹이 요즘 잘 난간다고 하더라도, 전력을 다한다면 결코 자신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두 분, 자중해 주세요. 안 그러면 저희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하지만 직원은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이 오히려 더 표정을 굳히며 그들에게 경고했다. 이곳에 일한 지 오래 된 것은 아니었지만, 직원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들처럼 소란 피운 사람들의 최후가 어떻게 되는지. 모두 비참하게 쫓겨날 뿐이었다. 그런데 이 당당함은 이 직원의 몸에서만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손씨 그룹에 일하는 모든 이들의 몸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회사가 창립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모두 비슷한 경험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보고 자중하라고? 네가 뭔데?”홍준식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히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고요.”그러나 이번에도 직원은 굴하지 않았다. “제가 아는 건 여기가 손씨 그룹이라는 겁니다. 아무나 와서 난동 부릴 곳이 아니란 말입니다. 예의는 충분히 갖춰드린 것 같으니, 이 이상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웃기고 있네!”홍준식이 보란듯이 다리를 꼰 채 리셉션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움직이지 않겠다는데, 네가 뭘 할 수 있어? 쫓아낼 테면 어디 한 번 쫓아내 봐!”“뢰인 형님, 여기 진상 손님 두 명 있어요. 와서 좀 처리해주실 수 있나요?”뢰인, 그는 손씨 그룹 해외 지사가 창립되자마자 임명성이 직접 청해시 본
김웅신이 염구준한테 당한 거였다니, 과연 이 봉황국에 손씨 그룹과 맞설 자가 있을까?안홍기와 홍준식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길은 봉황국에 있는 모든 자산을 팔고 해외로 나가는 것뿐이었다. 그것만이 염구준한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안홍기와 홍준식마저 봉황국을 떠나게 되었다. 이제 봉황국 무역은 완전히 손씨 그룹의 장악속으로 들어갔다. 용하국 상인들은 손씨 그룹 선두 아래에 성공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있었다. 전례 없는 성장, 전례 없는 성과,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손씨 그룹은 과연 용하국 상인들의 대표로서 걸맞은 회사였다.“봉황국엔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는 것 같으니, 이제 다시 청해시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어?”해외 업무가 마무리되자, 손가을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그녀가 염구준의 손을 부드럽게 붙잡으며 말했다.“함께 돌아갈 거지? 그런데 가기 전에 앨리스한테 미리 얘기해 줘야 할까?”염구준은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그가 고개를 저으며 손가을을 품에 끌어안았다.“아니, 바로 떠나자.”청해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손가을은 지체없이 곧바로 손씨 그룹 본사로 돌아가 봉황국에 있었던 성과를 정리했다. 그런 다음, 별장으로 돌아와 염구준과 함께 딸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염희주는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염구준과 손가을 없이도 아이는 학교도 잘 다녔으며, 안전에도 문제없었다. 왜냐면 청해시에는 신위무관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종과 정경림은 서로 번갈아 무관 제자들과 손씨 집안 사람들을 돌봐 왔다. 이들은 한 명씩 꼭 붙어 손태석 부부와 염희주를 지켰다. 염구준은 관주이긴 했지만, 개관식 후로 거의 방문하지 않아 실직적으로는 원종과 정경림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 생활에 매우 감사해하고 있었다. 특이 원종이 그러했다. 염구준의 도움이 없었다면, 신원통배권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몰랐다. “분위기가 좀
이장공도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는 염구준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처럼 일격에 무너지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염구준은 그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 날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이 찾아왔다.게다가 무관 제자들이 모두 그를 대사형이라 부르는 목소리가 더 그를 분노케 했다. 그럼에도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장공은 은둔 이가에서 몰래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차마 스스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또한 어느새 이곳 제자들과 밤낮 함께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어버렸다. “설마 이번에 온 이유, 이장공 때문인가요?”무관 입구에서 원종이 염구준을 맞이하며 조용히 말했다. “아직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어쩌면 이장공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있어요. 계속 추적하시던 흑풍존주, 그의 성이… 어쩌면 이씨 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어요.”이씨였다고?염구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장공을 힐끔 쳐다본 다음, 다시 몸을 돌려 원종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건 절대로 우연일 수가 없었다!“중대 사한이니, 괜히 억울한 사람이 나오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해요.”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염구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디서 나온 정보인가요? 확실히 신뢰할만해요?”확실한 정보가 아니었다면,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장공이 흑풍존주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니, 잘 믿기지 않았다.“신뢰성이 있는 정보이긴 하지만, 바로 확답하기는 어렵죠.”염구준의 표정을 잠시 살피던 원종이 손가락을 들어 찻물로 테이블 위에 글을 썼다. 왕근!“왕 교수?”염구준의 눈가가 좁혀졌다. 왕근은 가을의 스승이자 용하국 심쿵연구소의 책임자였다. 그리고 동시에 고대 문명과 외계 문명을 연구하는 권위자였다.얼마 전, 염구준은 그에게 약 1조 정도 되는 연구비를 지원해 신무옥패와 청석판에 새겨져 있던 단풍잎 모양을 연구하도록 했다. 신무옥패와 관련된 단서를 찾을 사람으로
흑풍존주는 분명 신무 옥패를 미끼로 사용했을 것이다. 이미 음지에서 오랫동안 강한 무공을 갈망해왔을 무인들이니, 당연히 이 소식을 듣고 스스로 자초해서 흑풍존주의 앞잡이가 되었을 터. 이건 무도에 미쳐 있는 무도인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더군다나 염구준에겐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신무 옥패가 세 개나 있었다. “제 직감, 맞을 거예요.”원종이 이마를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청해시는 예전만큼 평온하지 않아요. 어디서 누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어요. 제 실력으로는 한 두 명은 상대할 수 있지만, 그 괴물들이 동시에 덤벼든다면….”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청해 금지구역, 이걸 의미하는 건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염구준이 원종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 선배가 전력을 다해 신원통배권 최고에 경지에 펼쳐도 과연 그럴까요? 자 다 알고 있어요.”그 말에 원종의 몸이 약간 떨렸다. 어느덧 염구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신원통배권 최고 경지!속담에 이르길, 사람이 아무리 열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곱개만 사용하고 나머지 세개는 후손에게 남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전대가 지나치게 뛰어나면, 후대가 고생한다. 원종과 같은 무도인들은 자신의 비장의 기술을 절대로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염구준은 그의 비장의 카드까지 다 알고 있었다!“저희는 양지에, 그들은 음지에 있어요. 아무리 경계한다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어요.”염구준 얼굴에 맺혀 있던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는 신원통배권에 대한 얘기를 멈추고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방어만 하면서 마냥 기다리는 건 제 성미에 안 맞아요. 흑풍존주가 미끼로 신무 옥패를썼다면, 저희도 반박할 거리를 만들어야죠.”“네?”원종이 당황하며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 뜻은….”“신무 대회를 개최하는 거예요.”염구준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들이 먼저 문제를 일으키기
“더군다나….”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전 이미 이 세개의 옥패에 담겨 있는 비밀들을 모두 깨우쳤어요. 어쩌면 새로운 신무옥패를 찾는 단서가 나올지 누가 알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원종은 눈이 밝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무옥패는 총 8개가 있는데, 그 중에 세 개는 염구준 손에, 두개는 흑풍존주 손에 있었다. 즉, 아직 세 개가 더 있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이번 신무 대회를 통해 그 나머지도 찾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정말 치밀하고도, 대단한 계획이었다. 원종은 다시 한번 염구준에게 감탄했다.“이제 이해되네요.”원종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 일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반드시 전력을 다해 이번 대회를 성공시키겠어요!”염구준이 바라던 답이었다. 그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좋아요!”그렇게 곧 청해시에 신무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온 무림에 퍼졌다!원종과 그의 제자들의 홍보 덕분에 신무 대회 소식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빠르게 무림에 전파되었다. 수많은 무인들의 가슴에 불이 지펴지는 순간이었다!거의 백년만에 청해시에서 열리는 무림 대회이자, 무림인이라면 그 누구든 참가할 자격이 있었다.거기에 대회만 우승한다면 명성뿐만 아니라, 전설로 내려져 오는 신무 옥패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다. 이 얼마나 큰 유혹인가?이 소식을 접한 모든 무인들이 열광했다. 그렇게 며칠동안, 청해시는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크고 작고를 떠나, 모든 호텔, 여관, 여인숙 등의 숙박시설들이 만석이 되었으며, 일부는 아예 거리에 노숙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동안 음지에 숨어 지내던 초고수들도 모습을 드러내며 청해시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도시 전체가 포화상태였다. 여기저기, 사방이 강자로 깔려 있었다.대회 신청은 매우 활발이 이루어졌다!첫날부터 신위 무관 입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세워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다니!”무관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내가 보기엔 살기 싫고 내가 누군지 모른 것 같네.”“뇌대새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너를 상대해 줄게!”“이 자식의 얼굴을 잘 기억했다가 시작되면 죽도록 패버려...”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으르릉거렸지만, 천둥소리만 크고 빗소리는 작았다. 누구도 먼저 나서고 싶지 않았다.“내키지 않아? 좋아!”이장공은 거만하게 세 손가락을 들어 군중을 향해 말했다.“3일 후 등록이 끝나고 뇌대세는 시작될 겁니다.”“용인지 아닌지는 우리 링 위에서 겨뤄보도록 하죠!’3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백 년 만에 마침내 용하국 첫 무술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청해시 중심 체육 광장. 즉 이번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방방곡곡에서 무림 고수들이 모여 경기장 전체를 가득 메웠다.수천, 수만 명의 고수들이 대회에 참석했고, 미디어의 방송 차량도 40대가 넘었으며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동시에 보도되었다.높게 세워진 링!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링은 체육장 중심에 높이 3미터, 폭 3미터의 크기로 행사가 시작하고부터 모든 미디어의 초점이 되었다.고수들이 구름떼처럼 모여있다.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들은 무명이었고 가까울수록 실력이 놀라운 고수들이었다.“저길 봐. 청운 장청진인이야. 그도 여길 온 거야?”“장청진인이 왜? 아직 평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속된 생각이 일기 마련이고 신무옥패라 누구나 탐나지.”“장청진인뿐만아니라 저쪽에 빡빡이...가 아니고, 스님은 장림사나한당의 계탐 수좌잖아?”“소림사의 나한당은 세계 무술을 전문적으로 수련하는 곳이야. 계탐대사도 직접 오셨으니 이 신무옥패는 소림사가 가져갈 것 같아.”“꼭 그렇지는 않아. 소림사는 예전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야...”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고 속세를 떠난 고수들은 눈이 높아 이 하찮은 이들의 목소리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모두의 시선이 VIP석의 인물에 고정되었다.이번 행사의 주최자, 염구준이었다!“시간이 다 됐어.”손가을과
“젠장!”“저 자식 뭐라고 하는 거지?”“기억났어, 예전에 신위무관에 등록하러 갔을 때 바로 그가 나를 무례하게 대했어. 이름이 아마... 이장공일 거야!”“이장공? 신위무관의 수제자? 그도 대회에 참가했단 말이야?”“누구든 간에 감히 우리 무림 고수들을 무시하다니... 형제들, 저놈을 누가 나가서 그를 쓰러뜨릴 건가?!" 강호의 사람들은 격분했지만, 시간이 십여 분이나 흘렀는데도 아무도 감히 도전에 나서지 못했다. 실력이 부족했다! 이장공은 비록 오만했지만, 결국 은둔세가 출신으로, 그의 무도 실력은 현장을 압도했다. 보통 강호의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수련한다 해도 은둔세가의 저력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수만 명이 모였지만, 무도의 패왕이라 불릴 만한 자는 드물었고, 오랜 명성을 쌓아온 무도명숙이 아니면 이장공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사부님, 제가 가겠습니다."무대 주변의 사람들 사이에서 ‘촉각문’ 복장을 입은 한 젊은 제자가 옆에 있는 전통의상 차림 남자에게 몸을 숙였다. "제가 부족하나마,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촉각문! 이 사람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의 무림 인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현대 촉각문은 사람 수가 많지 않으며, 문주 ‘채곤규’는 단 한 명의 진전 제자만 두고 있는데, 바로 이 젊은이, 왕루였다!어릴 적부터 채곤륜의 곁에서 자란 그는, 스물네 살에 성공적으로 패왕 경지에 도달하여 촉각문의 전통 무학에 무척 능숙했다!"가거라."채곤규는 백발을 날리며 매우 자애로운 눈빛으로 왕륜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왕루야, 무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니 적당히 하고 이 소년을 다치게 하지 말거라."왕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무대로 뛰어올라 이장공에게 손을 맞잡아 보이며 예의를 표했다."그럼!"촉각문?이장공은 냉소를 지으며 이 이름 없는 왕루를 거의 무시했다. 심지어 손을 맞잡아 인사하지도 않고, 오른손을 대충 휘둘러 화려함 없는 일격의 벽공장을 날렸다.퍽!강력한 패왕의 기운이 담긴 웅장한 기류가 공중에서 폭발하며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
운이 좋게 기회를 잡은 염구준은 옥패에 적힌 무학을 펼쳐 체내의 기운을 최대로 끌어올려 이 에너지를 흡수했다.그러자 예전에 다쳤던 상처들이 급속도로 회복하는 것이었다.“염구준, 목숨을 내놔라!”세라는 꼼짝하지 않는 염구준을 노려보며 비수를 앞으로 찔렀다.그동안 참았던 원한을 모두 이 비수에 담았다.아들과 손자를 폐인으로 만든 복수, 그날 중상을 입고 도망쳤던 수치스러움을 오늘 전부 갚을 작정이었다.슈웅!비수가 염구준의 심장을 찌를 무렵, 그가 눈을 번쩍 뜨고 한 주먹으로 세라의 가슴을 쳤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갑자기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에 세라는 미처 방어하지 못했다.몸을 뚫어버린 것 같은 공격에 그녀는 피를 토하며 뒤로 수십 미터나 떨어지고 말았다.그 충격에 잠수 장비가 폭발하여 세라는 심해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곧 죽을 위기에 처했다.나이를 먹어서 염구준보다 육신이 강하지 못했다.이어서 염구준이 구자검을 들고 체내의 에너지를 감지하며 천천히 일어섰다.지금까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었다.‘극한 육신에 도달했어.’오랫동안 육신을 단련하고 여러 번이나 시도한 끝에 드디어 극한 육신을 만들어내다.이것은 모두 세상에 존재하는 기괴한 물건이 도와준 덕분이었다.심지어 외부 상처와 내상마저 전부 치료되어서 다시 예전의 전투력을 회복했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었다.“이… 이럴 수가!”베르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 여섯 명의 공격을 받고 곧 죽을 것 같던 적이 갑자기 멀쩡하게 살아나서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심지어 그의 기운은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스스슥!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없어 말은 하지 못하지만 검을 들고 다섯 명의 반보천인에게 빛의 속도로 달려갔다.육신이 극한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하여 이제는 심해의 압력을 받아도 미세한 영향만 미쳤다.한 순간에 육신을 탈변하고 승화시켜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도달한 것이다.“다 같이 공격해요! 혼자서
대어당의 당주는 아직도 염구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않아 정면으로 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1대1 싸움에서 평범한 반보천인들이 먼저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염구준은 통신기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자 단호하게 꺼버리고 조용히 돌기둥의 에너지를 감지했다.지금 그들은 진짜 옥패가 염구준이 갖고 있다고 단정했다.“내가 꼭 네놈의 숨통을 끊어버릴 거야!”베르는 다시 결심하며 반보천인 세 명을 이끌고 돌진했다.고대 옥패가 나타난 이상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내가 돕겠습니다. 일단 염구준을 죽이고 나중에 얘기하죠.”메노스도 반보천인 부하 한 명을 이끌고 가담했다.염구준의 실력이 워낙 강해서 이런 위험한 인물은 일찌감치 제거해야 안심할 수 있었다.동시에 반보천인 여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공격했다.‘살기야.’뒤에서 서늘한 살기를 느낀 염구준은 돌기둥에서 물러나 검을 들고 그들과 맞섰다.쿵!하지만 여섯 명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더니 바로 뒷걸음을 치며 물러섰다.본래 전투력이 80%밖에 회복되지 않았는데 또 6대1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승산이 거의 없었다.“하하하, 다들 봤죠? 염구준이 막지 못했어요. 그쪽 세 명 함께 싸우지 않을래요?”일격에 자신감을 찾은 메노스는 대어당 일행을 유인했다.상황이 급변하자 대어당 당주는 앞뒤 상황을 계산하면서 생각에 잠겼다.그 사이에 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기운을 끌어올렸다.적들을 물리치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미쳤어? 잠수 장비가 없으면 육신으로 수압을 견뎌야 해!”베르는 염구준이 자살하려는 줄 알고 경악했다.아무리 반보천인 무술인이라도 육신이 극한에 도달하지 않으면 바다의 수압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뭐 하는 겁니까? 이때 죽여야죠!”메노스는 엄숙한 표정으로 수중에서 빠르게 전진했다.어쩐지 알 수 없는 위기감이 그를 감싸는 것 같았다.촤아악!한 사람이 공격해 오자 염구준은 날카로운 검을 휘둘러 상대방을 물리쳤다.지금 염구준이 부상을 입어 절
염구준은 미련 없는 듯 베르에게 가짜 옥패를 던져버렸다.그로 인해 자신을 향한 적의를 상대방에게 전가했다. “뭐야?”갑작스럽게 옥패를 받은 베르는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이렇게 쉽게 옥패를 내놓을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베르, 옥패를 내놓으세요!”이에 불만을 품은 메노스가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다.그도 이번에 옥패를 찾으라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절대 베르가 독차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스스슥!대어당 일행은 염구준이 옥패를 넘겨주는 것을 보고도 끼어들지 않고 이내 메노스 편에 서서 베르와 대치했다.이제 쌍방의 실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한편, 염구준은 돌기둥을 계속 쳐다보았다.방금 접촉할 때 안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는데, 정체를 알 수 없어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아직 시체가 상처 없이 죽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염 선생님, 보물을 충분히 챙겼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그때 노신기가 일을 마쳤는지 부하들을 정렬하게 두 줄로 세우고는 물었다.두 사람은 염구준의 말을 여러 번이나 되새겨 본 후에 그의 지시에 따르기로 결정했다.어떤 물건들은 실력이 없으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먼저 절벽을 따라 올라가서 선박에서 기다려요.”염구준이 단호하게 지시했다.아직 알 수 없는 위험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미리 대피시킨 것이다.“알겠습니다.”노신기와 그레이는 더는 묻지 않고 방금 들어왔던 동굴로 되돌아갔다.염구준을 따르면 고생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득을 볼 수 있기에 그냥 지시에 따르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여러 차례 큰 사건을 겪으면서 지켜본 결과, 염구준의 결정은 틀린 적이 없었다.천기문 일행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염구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좀 눈치를 챙겼네.’만약 그들이 탐욕에 지배되어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면 그냥 죽게 내버려뒀을 것이다.이어서 염구준은 돌기둥 옆에 서서 한참을 관찰하다가 두 손바닥을 붙이고 에너지가 흐르는 것을 감지했다.하지만 잠수 장비로
염구준은 여광으로 모두의 움직임을 살피고는 갑자기 몸을 비틀어 일련의 검기를 발사했다.적들이 부상을 입은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와 사방을 벌겋게 물들였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니 실력이 약한 부하들은 배추처럼 잘려 나갔다.그때 메노스가 다시 결단을 내렸다,“염 선생, 우리랑 함께 스텔라성을 물리치고 나중에 보물을 평등하게 나눠 가져요!”이것은 염구준을 옆에 유인하여 부하들이 옥패를 빼앗게 하려는 수작이었다.“관심 없어.”하지만 염구준이 싸늘하게 거절하고 더 무정하게 살해했다.어떤 세력이든 상관없이 그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전부 적이라 생각했다.공포스러운 그의 전투력 앞에서 다들 맥없이 쓰러지고, 이러다 고대 옥패가 그의 손에 들어갈 것 같았다.격전을 벌이던 베르는 부적절한 점을 발견하고 바로 제안했다.“그만 싸우고 우리 함께 염구준을 공격합시다. 저놈을 죽이고 다시 상의해요!”“찬성합니다.”메노스가 멀리서 힐끗 보더니 흔쾌히 동의했다.솔직히 모두가 염구준을 먼저 처리하고 싶었다.쿵!격전을 벌이던 각 세력들은 에너지 충격력으로 각자 뒤로 물리었다.그렇게 고대 옥패를 위해 잠시 휴전하기로 협상했다.스스슥!이제 상황은 변하여 일부 반보천인들이 뭉쳐서 염구준을 공격했다.세라 일행은 실력이 따라갔다면 진작에 그와 싸웠을 것이다.그 외에 대어당을 포함한 세 가문은 원래 자리에 서서 구경했다.전에 깨끗하게 패배한 후, 그들은 다시 염구준과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세 가문의 힘을 잃은 메노스가 눈을 부릅뜨고 재촉했다.“당신들 뭐해요? 전에 우리랑 했던 약속을 잊었어요?”세 가주의 실력은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명백한 반보천인이라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그런데 그들은 옥패 쟁탈권을 포기하고 말았다.“우린 저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보물들을 챙기자.” “염 선생, 우린 당신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중에 여기서 나가도 우리한테 복수하지 마.”세 사람은 이득을 위해 스텔라성과 적이 될 수는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