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쓸모없는 것들, 머릿수가 그렇게 많으면서 반병신들도 못 지키다니." 얼굴이 잔뜩 살이 찐 남자가 대표실에 앉아 화를 내며 책상을 내리쳤다.어젯밤, 그는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깨어나 보니 회사가 망가져 있었다."팬지, 불러와." 뚱뚱이 회장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죽... 죽었습니다."곁에 있던 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정예 부대장 강철, 외곽 경계를 맡은 대두, 그리고 기수 대사는 어디 있는 거야?" 뚱뚱이 회장은 다른 심복들의 상황을 물었다."강철 부대장도 죽었고, 대두와 기수 대사는 연락이 닿지 않는데, 아마도 위험에 처한 것 같습니다," 비서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무능한 놈들, 전부 쓸모없어."뚱뚱이 회장은 화가 나서 책상을 부스며 크게 소리쳤다."어이, 말조심해. 기수는 내 사형제다," 옆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차갑게 경고했다."예, 무당 대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무례했습니다."뚱뚱이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히 무례하지 못했다.무당 영역에서는 무당술을 사용하는 무술가가 곧 신이었다. 아무도 그들을 거스르지 못했다.뚱뚱이 회장은 화려해 보였지만, 돈을 버는 도구에 불과했다.갑자기, 긴장된 목소리가 조용함을 깨뜨렸다."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누군가가 쳐들어왔습니다.""어떤 놈이 내가 만만하게 보였나? 갈비뼈를 부러뜨려주지." 뚱뚱이 회장은 기수의 사형제를 힐끗 쳐다보며 일어나려 했다.그 순간, 염구준이 나타나 차갑게 물었다."용필은 어디 있지?"‘용필? 그게 뭔 소리야?’뚱뚱이 회장은 멍해졌다. 갑자기 나타난 이 남자가 왜 이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네 이놈..."말을 채하지 못하고 염구준의 손에 목이 잡혔다.그를 ‘놈’이라고 아무도 모욕할 수 없었다.치익!기수의 사형제는 초록색 작은 뱀을 소환하여 공격하려 했다."빨리 죽고 싶은 거냐?" 염구준의 한 마디에 그는 얼어붙었다.이 사람은 기수의 사형제처럼 조심성이 없는 녀
기수의 사형제가 움직였고, 그의 청독과 함께 좌우에서 동시에 공격을 가했다.이렇게 되면 어느 쪽이든 성공할 수 있었다."전술은 괜찮은데, 실력이 너무 약하군." 염구준은 무심하게 말했다.그는 한 손으로 청독를 날려버리고, 몸을 돌려 기수 사형제를 발로 찼다.늦게 움직이지만 빠르게 공격을 피하고 반격했다.두 사람은 힘, 속도, 기운의 활용에 있어서 전혀 다른 수준에 있었다."으아!""이 녀석, 내 본명충을 죽이다니."혀끝에서 단맛을 느낀 기수 사형제는 피를 한가득 토했고, 기운이 급격히 쇠퇴했다."웃기는군, 벌레가 나를 물 수 있는데 죽이지 말란 법은 없지." 염구준은 반박했다."하지만 너는 절대 용필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하하, 으..."기수 사형제는 크게 웃으며, 뒤어금니의 독약을 깨물고 자살했다.결국, 또다시 실마리가 끊어졌다.옥패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었고, 용필에 대해 겨우 실마리를 찾았지만, 알고 있는 자가 자살해 버렸다.간단했던 일이 복잡해졌다.염구준은 방 안을 뒤지며 단서를 찾으려 했다.그러다 갑자기, 그의 눈이 기수 사형제의 시신에 멈췄다.그의 오른팔에 검은 점이 있었는데, 마치 문신의 일부분 같았다.소매를 걷어 올리자, 생생하게 그려진 전갈이 눈에 들어왔다.조직의 상징이었다!염구준의 머릿속에 이와 같은 가능성이 떠올랐다.꼬르륵!밤새도록 움직였더니 배가 고팠다. 마침, 날이 밝았으니, 일단 배를 채우기로 했다.희망 그룹이 있는 곳은 작은 마을로 꽤 번화했다.하지만, 이 모든 번화함은 다른 사람들의 피와 살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이 시각, 염구준은 길가의 국숫집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고, 다섯 그릇을 연달아 먹었다."사장님, 한 그릇 더 주세요!"어젯밤 힘의 소모가 정말 컸다.국수를 먹으러 온 사람들도 어젯밤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들었어? 희망이 멸망했대.""이렇게 큰일이 벌어졌으니 마을 전체가 알지. 어떤 신비로운 인물이 한 짓일까?""요즘 무당 지역이 평
"좋아, 말해줄게."우심산은 그렇게 말하며 염구준에게 다가갔다.작은 속임수일 뿐이다!몸 뒤에 숨긴 단검을 염구준은 이미 보고 있었다.쓱!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반 발자국 남았을 때, 찬란한 빛이 번쩍였고 우심산의 단검이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성공이다!이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는 그 어떤 고수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오늘 내가 너에게 한 수 가르쳐 주겠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우심산은 비웃음을 멈추지 않았다.그러나 염구준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단지 기운 한 줄기만 발산하여 우심산을 가게 밖으로 날려버렸다."나도 너에게 한 수 가르쳐주지.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속임수가 통하지 않아.""가자, 그만 먹어!" 가게 안에서 충돌이 일어나자 다른 손님들은 서둘러 떠났다.돈은 당연히 내지 않았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무당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어쩌면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죽은 척하지 말고, 내 말에 대답해라." 염구준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우심산의 속임수는 정말 많았다. 하나가 끝나면 다른 하나가 이어졌지만, 다소 서툴렀다.죽은 척하긴 했지만, 가슴은 여전히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귀신을 속여?’"쳇, 너야말로 죽고 싶은 거 아니야? 그럼 나를 탓하지 마." 우심산은 일어나면서 피를 뱉었다.그러나 험한 말과 달리 재빨리 몸을 돌려 도망쳤다.염구준은 그를 막지 않고 그냥 보내주었다.그는 우심산을 미끼로 풀어놓은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까 이미 죽였을 것이다.전갈 문신을 가진 조직의 구성원들은 입이 무거웠다. 이대로 죽인다면 또다시 단서를 찾아야 한다.그가 찾으러 가는 것보다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려는 것이 염구준의 전략이었다."빨리 가, 저 자식을 놓치지 마라."잠시 후, 우심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도 그의 건방진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머릿수가 불어 그는 다시 자신감을 찾았다.너무 평범하고 어수선한 발자국소리에 염구준은 무당이 없다는 것을 알았
"쓸모없는 놈!"독갈은 우심산을 발로 차며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작은 일 하나도 제대로 못 해내다니, 쓸모없는 놈."우심산은 맞으면서도 감히 불평하지 못했다. 그저 급히 일어나 뒤에 서 있었다.독갈은 가게 안을 한번 훑어보았으나, 그 남자는 잘생긴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었다."외부인, 네가 문제를 일으켰냐?"이 지역은 그들의 세력 범위였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전갈 문신은 무엇을 의미하지?" 염구준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 물었다."전갈문을 의미한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세력이지."독갈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그의 손에 죽을 사람에게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용필을 나에게 넘겨."염구준은 말하며, 사진을 내밀었다.사람을 찾는 것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거 참 건방지네. 너 뭐라도 돼?""공격해, 저 녀석 살려둘 필요는 없어."독갈의 명령에 두 부하가 벌레를 소환해 염구준을 둘러쌌다.옆에 있던 우심산은 이 상황을 즐겼다.쓱, 쓱!염구준은 식탁 위에 있던 젓가락 두 개를 집어 들어 벌레와 함께 두 사람을 찔렀다.고상한 무당이 이렇게 쉽게 죽임을 당하자, 우심산은 얼이 빠져 두려움에 사로잡혔다.이전의 행동들이 다 그를 놀리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독갈은 두 동료의 시체를 보며 눈이 붉어졌고, 높은 소리로 포효하기 시작했다."죽여버리겠어!"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전갈이 그의 머리 위로 빠르게 기어 올라갔다.그는 다리를 구부린 채 힘을 주며 염구준을 향해 몸을 날렸다.독기가 그의 주위를 감쌌고, 독 가루가 주변에 뿌려졌다. 그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무당의 두 가지 필살기, 하나는 벌레를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독을 사용하는 것이다.모든 이들이 피하는 독을 앞에 두고도, 염구준은 태연하게 독갈의 아래턱을 붙잡았다.이 정도 독은 그에게 보이지도 않았다.살짝 힘을 주자 턱이 탈골되었다.그의 머리 위에 있는 전갈은 조금 전의 거만함을 잃고 움직이지도 못했다."너희
장로 둘을 잃은 것도 분통이 터져 죽겠는데, 이와 중에 누가 또 쳐들어 왔다니, 모랑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즉시 사람을 불러 누구인지 확인하게 했다. “책임자보고 나오라고 전해. 안 그럼 여기 다 부숴버리겠다.”별장 밖, 염구준이 전갈문 사람들을 때려 눕히며, 한 손으로 독갈의 목을 옥죄인 채 말했다.“누구냐!”모랑이 밖으로 나오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보고 분노를 터트렸다. “내가 누군지는 네가 알 서 없고. 용필이나 내놔.”염구준이 원하는 건 그뿐이었다. 이 말을 듣자 모랑은 어렴풋이 염구준의 정체를 짐작했다. 분명 잡혀온 사람들 중 누군가의 가족이겠지. 하지만 잡혀 온 이가 한둘도 아니고, 이름을 말한다고 해서 누군지 생각날 리 없었다.“누군지 모르겠지만, 잡혀왔다면 이미 고통에 몸부림치다 벌레 밥이 되었을 것이다. 늦었다, 이놈아! 하하하!”모랑은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고 염구준을 더 자극했다.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죽고 싶구나?”염구준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손에 힘을 줬다. 그러자 강력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며 덩달아 손아귀에도 힘이 들어갔다. 독갈의 목이 우드득 소름끼지는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맹렬한 살기가 주변을 뒤덮었고, 동시에 모든 사람이 두려움에 몸을 움츠러들었다.“놈은 강하다. 모두 힘을 아끼지 말고 공격하라.”모랑이 어두워진 낯빛으로 함께 뛰쳐나온 부하들을 향해 명령했다. 그는 기세만으로도 상대가 결코 자신과 뒤처지지 않는 실력을 가진 자임을 알아차렸다. 자극하기 전에 상대의 실력을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는 후회했다. 스스슥, 우웅… 전갈문 사람들이 힘을 모으자 사방에서 사각거리며 수많은 벌레들이 모여들었다. 다채로운 색깔, 다채로운 모양, 다채로운 소리, 밀집 공포증을 유발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공격!”모랑이 명령하자, 벌레들이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었다. 이 정도 양이면 정말 웬만한 강자들은 뼈도 추리지 못하고 전멸했을 것이다.“똑같은 수법이라니, 지겹
”이제 네 차례다!”염구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그의 귀를 찔렀다. 모랑은 절망에 빠졌다.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 그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때, 전신이 하얀 알비노 전갈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이 전갈은 모랑 못지 않은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이로서 모랑은 약간 자신감이 상승했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개미 한 마리에서 두 마리가 된 것뿐이니, 뭐가 달라졌겠는가?“죽어라!”모랑이 크게 외치며 전신에 힘을 주먹에 모아 염구준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이 일격에 목숨이 달려 있었다. 하얀 빛을 띤 강력한 기운이 염구준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동시에 하얀 전갈도 위협을 담아 꼬리에 달린 독침을 염구준을 향해 매섭게 가격했다. 모랑과 전갈, 두 존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강의 수를 두었다. 하지만 염구준은 무표정하게 오른손을 들어 무형의 기운을 마치 창으로 만들어낸 다음 두 존재를 향해 발사했다.“가라!”그러자 창 모양을 한 강력한 기운이 모랑의 가슴을 꿰뚫은 것도 모자라 뒤에 있는 벽까지 박살냈다. 반보후천 경지에 있는 강자에겐 모랑 정도 되는 고수는 종이장보다 약한 존재였다. 모랑의 저항은 염구준을 간지럽히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이어서 염구준은 다시 왼손을 왼손을 뻗어 하얀 전갈을 곽 부여잡았다. 전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 꼬리로 연달아 염구준을 내리쳤지만,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만 날 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너무나도 차이나는 경지에, 도무지 보호막을 뚫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모랑은 철저히 패배했다. “전갈문 본부, 어디야?”염구준이 살기를 띄며 겨우 옅은 숨을 내뱉고 있는 모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용필을 찾기 전까진,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흐흐, 내가 조직을 배신할 것 같아?”모항이 입을 여는 동시에 피가 주르륵 입에서 흘러내렸다. 너무나도 옅은 목소리,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그대로 두면 다른 세력들이 저희를 얕잡아 볼 거예요.”문주가 본명충을 거두고 자세를 바로 하면서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아까와 다른 한 남자가 물었다.“그 사람, 지금 어디에 있어요?”“…모릅니다.”“그럼 이름은?”“그것도 모릅니다….”연달아 질문했지만, 돌아온 것은 모른다는 대답뿐, 사람들의 고개가 점점 더 숙여졌다.“그럼 도대체 아는 게 뭐예요?”문주가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사람들이 하얗게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문주가 마음먹는다면 이들은 소리소문 없이 죽을 수도 있었다.“이런, 문주님, 또 사람들을 놀래키고 계십니까?”한 중년 남자가 회의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부문주 라모였다. 그는 전갈문에서 문주를 두려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언제 돌아왔어요? 부문주는 뭐 좀 알고 있는 게 있어요?”수안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갑작스럽게 라모가 끼어들었음에도 딱히 기분 나빠 보이는 기색이 없었다.“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름은 용필.”라모는 사실대로 말했다. 그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혼란에 휩싸였다. 전혀 들은 기억이 없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라모가 사람들의 의문을 알아차리고 말을 덧붙였다.“용하국 사람인데, 희망그룹에 속아 여기로 넘어왔다가, 나중에 다른데 넘겨졌다고 들었습니다.”확실히 다른 사람들과는 질이 다른 대답이었다. 수안은 생각에 잠겼다. 사람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지부 네 개나 망가뜨렸다. 그런데도 찾지 못했다면, 분명 더 큰 일을 벌일 게 뻔했다.그런데 지금 놈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문주님, 명령을 내려 주신다면 제가 부하들을 데리고 놈을 처치하고 오겠습니다.”라모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출전을 자청했다.“그렇다면, 수고 좀 해줘요.”그러자 수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허락했다. 겉으로 보기엔 꽤 사이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속으론
염구준이 말을 마치고 음식을 시작했다. ‘휴,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사장은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론 식겁 했다. 염구준이 차와 다과를 즐기는 동안, 찻집에 또 몇몇 손님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것이 차를 주문하는 내내 염구준을 몰래 힐끔거리기 바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염구준이 어지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보아하니, 슬슬 약효가 발휘되기 시작한 듯하군.”사장이 주문받는 척 옆에 앉아 있던 한 손님에게 다가가 말했다.“서두르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그들은 계속해서 관찰해 나가며 침착한 태도는 유지했다. 하지만 얼굴엔 참을 수 없는 기쁨과 비릿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염구준은 차와 다과를 다 마신 뒤, 천천히 일어나 떠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솜이 물먹듯, 이상하게도 몸이 무거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사장님, 계산이요!”“하하, 계산은 괜찮아요. 그냥 떠나는 마지막 길 배웅해드린 거라고 치죠.”염구준의 목소리에 사장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살기어린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봐도 좋은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다.“움직여! 놈을 죽여라!”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자, 차를 마시고 있던 사람 모두 일제히 일어나 염구준을 향해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독벌레, 총알, 독 가루, 온갖 것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염구준은 평소와 달리 바로 반격하지 않고 탁자를 뒤집어 공격을 피해 몸을 옆으로 날렸다. 아무리 몸이 좋지 않다고 해도 용하국에서 수도 없는 전투를 치러온 그에겐 이정돈 아무것도 아니었다. 염구준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엄폐물들을 이용해 차 집 밖으로 몸을 날렸다. 바로 반격이 돌아오지 않자,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감에 차올랐다. “추격해. 놈은 독에 중독되어 있다. 전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테니, 절대로 놓치지 마라.”“걸린 현상금이 얼마인지 알지? 절대로 놓치면 안 돼.”“하하, 내가 무성 중기 강자를 죽일 날이 올 줄이야.”악당들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
운이 좋게 기회를 잡은 염구준은 옥패에 적힌 무학을 펼쳐 체내의 기운을 최대로 끌어올려 이 에너지를 흡수했다.그러자 예전에 다쳤던 상처들이 급속도로 회복하는 것이었다.“염구준, 목숨을 내놔라!”세라는 꼼짝하지 않는 염구준을 노려보며 비수를 앞으로 찔렀다.그동안 참았던 원한을 모두 이 비수에 담았다.아들과 손자를 폐인으로 만든 복수, 그날 중상을 입고 도망쳤던 수치스러움을 오늘 전부 갚을 작정이었다.슈웅!비수가 염구준의 심장을 찌를 무렵, 그가 눈을 번쩍 뜨고 한 주먹으로 세라의 가슴을 쳤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갑자기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에 세라는 미처 방어하지 못했다.몸을 뚫어버린 것 같은 공격에 그녀는 피를 토하며 뒤로 수십 미터나 떨어지고 말았다.그 충격에 잠수 장비가 폭발하여 세라는 심해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곧 죽을 위기에 처했다.나이를 먹어서 염구준보다 육신이 강하지 못했다.이어서 염구준이 구자검을 들고 체내의 에너지를 감지하며 천천히 일어섰다.지금까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었다.‘극한 육신에 도달했어.’오랫동안 육신을 단련하고 여러 번이나 시도한 끝에 드디어 극한 육신을 만들어내다.이것은 모두 세상에 존재하는 기괴한 물건이 도와준 덕분이었다.심지어 외부 상처와 내상마저 전부 치료되어서 다시 예전의 전투력을 회복했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었다.“이… 이럴 수가!”베르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 여섯 명의 공격을 받고 곧 죽을 것 같던 적이 갑자기 멀쩡하게 살아나서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심지어 그의 기운은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스스슥!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없어 말은 하지 못하지만 검을 들고 다섯 명의 반보천인에게 빛의 속도로 달려갔다.육신이 극한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하여 이제는 심해의 압력을 받아도 미세한 영향만 미쳤다.한 순간에 육신을 탈변하고 승화시켜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도달한 것이다.“다 같이 공격해요! 혼자서
대어당의 당주는 아직도 염구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않아 정면으로 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1대1 싸움에서 평범한 반보천인들이 먼저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염구준은 통신기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자 단호하게 꺼버리고 조용히 돌기둥의 에너지를 감지했다.지금 그들은 진짜 옥패가 염구준이 갖고 있다고 단정했다.“내가 꼭 네놈의 숨통을 끊어버릴 거야!”베르는 다시 결심하며 반보천인 세 명을 이끌고 돌진했다.고대 옥패가 나타난 이상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내가 돕겠습니다. 일단 염구준을 죽이고 나중에 얘기하죠.”메노스도 반보천인 부하 한 명을 이끌고 가담했다.염구준의 실력이 워낙 강해서 이런 위험한 인물은 일찌감치 제거해야 안심할 수 있었다.동시에 반보천인 여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공격했다.‘살기야.’뒤에서 서늘한 살기를 느낀 염구준은 돌기둥에서 물러나 검을 들고 그들과 맞섰다.쿵!하지만 여섯 명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더니 바로 뒷걸음을 치며 물러섰다.본래 전투력이 80%밖에 회복되지 않았는데 또 6대1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승산이 거의 없었다.“하하하, 다들 봤죠? 염구준이 막지 못했어요. 그쪽 세 명 함께 싸우지 않을래요?”일격에 자신감을 찾은 메노스는 대어당 일행을 유인했다.상황이 급변하자 대어당 당주는 앞뒤 상황을 계산하면서 생각에 잠겼다.그 사이에 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기운을 끌어올렸다.적들을 물리치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미쳤어? 잠수 장비가 없으면 육신으로 수압을 견뎌야 해!”베르는 염구준이 자살하려는 줄 알고 경악했다.아무리 반보천인 무술인이라도 육신이 극한에 도달하지 않으면 바다의 수압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뭐 하는 겁니까? 이때 죽여야죠!”메노스는 엄숙한 표정으로 수중에서 빠르게 전진했다.어쩐지 알 수 없는 위기감이 그를 감싸는 것 같았다.촤아악!한 사람이 공격해 오자 염구준은 날카로운 검을 휘둘러 상대방을 물리쳤다.지금 염구준이 부상을 입어 절
염구준은 미련 없는 듯 베르에게 가짜 옥패를 던져버렸다.그로 인해 자신을 향한 적의를 상대방에게 전가했다. “뭐야?”갑작스럽게 옥패를 받은 베르는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이렇게 쉽게 옥패를 내놓을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베르, 옥패를 내놓으세요!”이에 불만을 품은 메노스가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다.그도 이번에 옥패를 찾으라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절대 베르가 독차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스스슥!대어당 일행은 염구준이 옥패를 넘겨주는 것을 보고도 끼어들지 않고 이내 메노스 편에 서서 베르와 대치했다.이제 쌍방의 실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한편, 염구준은 돌기둥을 계속 쳐다보았다.방금 접촉할 때 안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는데, 정체를 알 수 없어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아직 시체가 상처 없이 죽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염 선생님, 보물을 충분히 챙겼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그때 노신기가 일을 마쳤는지 부하들을 정렬하게 두 줄로 세우고는 물었다.두 사람은 염구준의 말을 여러 번이나 되새겨 본 후에 그의 지시에 따르기로 결정했다.어떤 물건들은 실력이 없으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먼저 절벽을 따라 올라가서 선박에서 기다려요.”염구준이 단호하게 지시했다.아직 알 수 없는 위험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미리 대피시킨 것이다.“알겠습니다.”노신기와 그레이는 더는 묻지 않고 방금 들어왔던 동굴로 되돌아갔다.염구준을 따르면 고생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득을 볼 수 있기에 그냥 지시에 따르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여러 차례 큰 사건을 겪으면서 지켜본 결과, 염구준의 결정은 틀린 적이 없었다.천기문 일행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염구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좀 눈치를 챙겼네.’만약 그들이 탐욕에 지배되어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면 그냥 죽게 내버려뒀을 것이다.이어서 염구준은 돌기둥 옆에 서서 한참을 관찰하다가 두 손바닥을 붙이고 에너지가 흐르는 것을 감지했다.하지만 잠수 장비로
염구준은 여광으로 모두의 움직임을 살피고는 갑자기 몸을 비틀어 일련의 검기를 발사했다.적들이 부상을 입은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와 사방을 벌겋게 물들였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니 실력이 약한 부하들은 배추처럼 잘려 나갔다.그때 메노스가 다시 결단을 내렸다,“염 선생, 우리랑 함께 스텔라성을 물리치고 나중에 보물을 평등하게 나눠 가져요!”이것은 염구준을 옆에 유인하여 부하들이 옥패를 빼앗게 하려는 수작이었다.“관심 없어.”하지만 염구준이 싸늘하게 거절하고 더 무정하게 살해했다.어떤 세력이든 상관없이 그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전부 적이라 생각했다.공포스러운 그의 전투력 앞에서 다들 맥없이 쓰러지고, 이러다 고대 옥패가 그의 손에 들어갈 것 같았다.격전을 벌이던 베르는 부적절한 점을 발견하고 바로 제안했다.“그만 싸우고 우리 함께 염구준을 공격합시다. 저놈을 죽이고 다시 상의해요!”“찬성합니다.”메노스가 멀리서 힐끗 보더니 흔쾌히 동의했다.솔직히 모두가 염구준을 먼저 처리하고 싶었다.쿵!격전을 벌이던 각 세력들은 에너지 충격력으로 각자 뒤로 물리었다.그렇게 고대 옥패를 위해 잠시 휴전하기로 협상했다.스스슥!이제 상황은 변하여 일부 반보천인들이 뭉쳐서 염구준을 공격했다.세라 일행은 실력이 따라갔다면 진작에 그와 싸웠을 것이다.그 외에 대어당을 포함한 세 가문은 원래 자리에 서서 구경했다.전에 깨끗하게 패배한 후, 그들은 다시 염구준과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세 가문의 힘을 잃은 메노스가 눈을 부릅뜨고 재촉했다.“당신들 뭐해요? 전에 우리랑 했던 약속을 잊었어요?”세 가주의 실력은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명백한 반보천인이라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그런데 그들은 옥패 쟁탈권을 포기하고 말았다.“우린 저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보물들을 챙기자.” “염 선생, 우린 당신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중에 여기서 나가도 우리한테 복수하지 마.”세 사람은 이득을 위해 스텔라성과 적이 될 수는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