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얻었지만, 염구준은 딱히 감흥이 없어 보였다. “신호 보내. 제정도 문주에게 이제 사람 데리고 와도 된다고.”염구준이 한쪽에 있는 수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곧이어 신호탄이 하늘로 쏘아졌고, 폭홍구의 하늘은 밝은 빛으로 뒤덮였다. 잠시 뒤, 사람들을 대동하고 온 제정도가 공손히 염구준에게 말을 꺼냈다. “염 선생님,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그러자 염구준이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저쪽 구석에 보면 지하로 연결되어 있는 창고가 있어요. 거기 사람들 갇혀 있으니까, 구해오세요.” 그렇게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구출되었다. 몸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사람들은 바로 집으로 보내졌고 고독에 중독된 사람들은 전갈문으로 이동돼 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폭홍구는 제정도가 관리하게 되었다. “수안아, 독무대회 얼마 남았지?”상황이 모두 정리되자, 다시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온 염구준이 물었다. “여섯 시간 정도 남았네요.”수안이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자!”독용촌, 이곳은 원래부터 많은 주술사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이었다. 하지만 독무대회까지 열리는 더욱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밝아오고, 독용촌 외각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 채 독무대회 입장을 기다렸다. 독용촌에 도착한 염구준과 수안도 긴 줄을 보고 새삼 독무대회의 열기를 실감했다. “오라버니, 초대장 없는 사람들은 줄을 서서 심사를 통과해야 해요.”수안이 입장 규칙을 설명하며 자신의 초대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염구준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먼저 들어가. 난 줄 서서 들어갈게.”방법이 있는데, 그는 굳이 특권을 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럼 저도 같이 줄 설까요? 아직 대회 시작까지 시간 남았잖아요.”수안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니, 내 목적은 사람 찾는 거잖아. 너랑 같이 있으면 너무 눈에 띄어서 행동하기 불편해.”염구준이 사정을 설명하며 곧바로 줄에 합류했다. 전갈문 문주 자리에 있는 수안을
머리에 큰 충격과 함께 입과 코에서 피가 베어 나왔다.줄 서고 있던 주변 사람들 모두 통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막상 염구준은 귀찮은 파리를 잡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툭툭 털뿐이었다.“스스로 얼굴을 들이밀면서까지 때려달라는 놈은 또 처음 보네.”“네, 네 이놈! 감히 우리 도련님을 때려?”경호원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먼저 때려달라고 한 건 그쪽 도련님이잖아? 안 될 거 뭐 있어?”그 말과 함께 염구준은 유유히 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린 브루스가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멍청하게 뭘 보고 있어? 저 놈을 잡지 않고!”처음 당해보는 굴욕이었다. 브루스의 명령에 경호원들 모두 염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몇번의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것은 염구준이 아니라 경호원들이었다. 얼마나 움직임이 빨랐는지, 공격에 맞은 경호원들은 물론 바로 옆에 있던 사람들도 전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비를 베풀어줬으면, 눈치껏 물러날 것이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다니.”염구준이 브루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 말에 브루스는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르며 압박감에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어렴풋이 염구준의 실력을 알아차리곤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강자는 원래 건드리는 법이 아니었다. “이제 제가 심사 받을 차례죠?”염구준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대회 입구 쪽에 진을 치고 있는 직원을 향해 다가가며 친절하게 물었다. “네, 네! 가서 저 기계를 힘껏 치시면 됩니다. 힘이 3 이상 측정되면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직원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염구준의 질문에 답했다. ‘음… 가볍게 치면 되겠네.’염구준은 별로 눈에 띄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지 않기로 했다. 퍽!하지만 주먹이 기계를 살짝 스친 순간, 기계의 수치가 미친듯이 오르더니 이내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멍한 표정
남자가 번화한 거리를 지나 외딴 곳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그는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며 마치 누가 쫓아올까 두려운 듯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염구준의 기척을 알아차리긴 역부족이었다. 염구준은 소리소문 없이 남자의 뒤를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곧이어 남자가 한 오두막집 앞에 멈춰서더니, 경계가 가득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다 이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렇게 그가 오두막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자갈 크기의 벌레들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며 순식간에 오두막 속으로 들어갔다. 아마 감시용으로 사용된 벌레들 같았다. 염구준은 이 모든 것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후, 염구준은 발끝에 최대한 힘을 덜 준 채 가볍게 오두막 주변에 있는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다. 이 편이 벌레들 몰래 오두막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엿듣기 쉬웠기 때문이다. 오두막 안에 느껴지는 인기척은 둘, 하나는 비교적 평범했으나, 한 명이 심상치 않는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일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던 인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 순 장로님.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옥패를 미끼를 사용하니, 확실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습니다.”남은 한 명, 소좌가 대답했다. “하하, 아주 좋아. 다시 한번 성충을 배불리 먹일 수 있겠군.”순 장로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대로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몇시간 전, 그는 고 대사가 한 정체불명 인물에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고 대사의 부고는 꽤 큰 일이었지만, 일을 여기서 그르칠 수는 없었다. 그는 소좌에게 더 철저히 상황을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소좌가 살짝 망설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할 말 있으면 얼른 해. 시간 끌지 말고.”순 장로가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어 보이는 소좌를 보며 재촉했다. 그러자 소좌가 품에서 한 명단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번 대회에 참석하기로 한
벌레가 온몸을 기어 다니고 있었지만,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흥, 겨우 그정도 실력으로 엿들을 생각을 하다니, 간덩이가 부었군.”소좌가 사람들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천무산, 이 개자식들! 뒤에서 이 따위 일들을 꾸미고 있다니, 절대로 편하게 죽진 못할 것이다!”소좌의 벌레에 당한 주술사들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약육강식, 그러게 누가 너희들 보고 약하래?”순 장로가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됐다, 소좌야. 저놈들 다 죽여버려라.”“이 사실을 밖에 알리지 못하는 게 천추의 한이군.”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주술사가 허망한 웃음을 지으며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소좌는 벌레를 시켜 이들을 시체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어 치우게 했다. 이들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상황을 마무리 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눈짓한 뒤 빠르게 현장을 떠났다. 이들의 행적을 모두 지켜보는 사람, 염구준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른 채.염구준은 멀어지는 두 인영을 보며 계속 뒤따라야 할지 말지 잠시 고민했다. 한편, 번화가.독무대회가 슬슬 시동을 걸며 시작을 알렸다. 대회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이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역시나 독을 겨루는 것이었다. 독을 중독시키는 자와 독을 해독하는 자의 대결, 패자의 대가는 죽음이었다. “독매가 열한 번째 시합에 승리를 거뒀습니다. 또 누가 도전하실 건가요?”심판의 목소리가 대회장에 울려 퍼졌다. 독을 신기할 정도로 잘 다루는 작은 체구의 여자 아이, 이번에도 독매의 승리였다. “시시해. 왜들 이렇게 약하지?”독매가 껌을 씹으며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사람들이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모두 시선을 피했다. 겉모습은 어린 꼬마처럼 보일지 몰라도, 독매의 실력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때, 슉하고 한 인영이 나타났다. 염구준이었다!그는 원래 순 장로 등을 계속 추적할 예정이었지만, 상대가 기시감을 느
독매가 작은 손을 내밀며 알약 하나를 염구준에게 건넸다. 검은색에 무색무취의 초콜릿 같이 생긴 알약이었다. 염구준은 별 생각 없이 그것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속으로는 독이 퍼지지 않도록 충분히 진기를 풀어 두었다. 겨우 이까짓 걸로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그렇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는 독을 없애고 밖으로 배출했다. 이들은 독엔 능했지만, 경지가 낮아 염구준의 은밀한 움직임을 눈치챌 실력이 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모두 염구준이 독에 당해 죽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그가 멀쩡한 모습으로 있자, 먼저 정신을 정신차린 심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괘, 괜찮은 겁니까?”“아, 네. 괜찮은데요.”염구준이 담담히 답했다. 독을 섭취한 사람 치고 너무나도 멀쩡한 호흡과 안색, 그리고 의식, 심판은 믿기지 않았다.“말도 안 돼… 이 독은 내가 아니면 해독할 수 없는데….”이 독의 비밀은 오직 그녀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멀쩡하다니, 독매는 믿기지 않았다.“너무 실망하지 마, 꼬마 아가씨. 너의 실력은 꽤 출중하니까.”염구준이 격려의 말을 건넸다. 그는 승패에 딱히 관심 없었다. 그저 소란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뿐이었다. “잠깐만, 난 아직 끝나지 않았어. 더 강한 독이 있으니, 다시 도전해라!”독매가 그를 붙잡으며 억지부리기 시작했다.“그럼, 내놔 봐.”그렇게 염구준은 또 다시 독을 섭취했고, 이번에도 이변 없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젠 됐지?”염구준이 다시 멀뚱멀뚱한 얼굴로 물었다. 그를 조롱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독 하나를 해독하는 것은 그래도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염구준은 독에 또 독을 복용한 셈이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독매가 울먹이며 소매로 눈가를 비볐다. 마치 어린 아이가 게임에 져서 어리광부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더 도전하실 분 계신가요?”심판이 군중을 향해 물었다. 사람들은 꼿꼿이 서 있는 염구준의 모습을
그런데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면서 또다른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갔다. 수안이었다.‘변태 도둑?’염구준은 의아했다. 아무리 눈이 가는 외모라도, 도대체 누가 감히 겁도 없이 전신 경지 강자에게 도전을 했단 말인가? 죽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인 걸까? 아니면, 함정?온갖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러다 문득 순 장로와 소좌가 나눴던 낮의 대화가 떠올랐다. 염구준은 망설임없이 문을 열고 둘을 따라 나섰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연군 순간, 그는 멈칫했다. 골목 쪽에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염구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는 골목이 아닌 수안이 떠난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후….”골목 안, 한 남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엔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그래도 발견하진 못했겠지?’남자는 안도하며 조심스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상황을 보고했다.“로버트님, 목표물이 여관을 떠나 북쪽 숨으로 향했습니다.”“좋아. 계속 추적하면서 수시로 보고 올려.”브루스의 아버지, 로버트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보고를 올린 남자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계속 그를 추적하라니, 죽으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예!”하지만 그에겐 거부할 권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얼굴을 찡그린 채 염구준을 따라갔다.한편, 진작에 꼬리가 붙은 것을 눈치챈 그는 일부러 상대가 잘 따라붙을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했다. 비록 표적이 되었지만, 그는 역으로 이 기회를 이용해 뒤에 있는 배후를 캐 한 번에 없앨 생각이었다. 염구준이 멈칫거리며 속도를 조절할 때마다, 뒤에 붙은 감시자는 심장이 쫄렸다. 혹시라도 상대가 자신을 발견했을까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렇게 두 사람은 외각으로 빠졌고,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다. 복면을 쓴 여러 무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로 상대의 정체를 알고 있지만, 복수하러 온 사람들이 당당히 정체를 까발린 채 움직이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염구준은 그런 이들을
공중에 독이 발린 가시 그물이 염구준을 덮쳤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살짝 닿은 것만으로도 즉사였다. 촘촘하고 굵은 쇠 가시, 초록색 독이 뚝뚝, 섬뜩했다. 곧이어 정체불명의 가루가 담겨 있는 구체가 구름 위로 지나며 온 세상을 물들였다. 그렇게 현장은 뿌연 안개가 낀 듯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었다.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동시에 공기를 가르고 쏟아진 수많은 화살들, 누구든 이 함정에 걸려든 이상 죽지 않고서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전신 강자 정도 되면 살아서 도망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치명상을 피할 수는 없을 터!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염구준의 죽음을 예상했다. “하하, 성공이다! 일 소대, 가서 확인해봐라!”누군가가 지시했다. 사실 다들 그물이 떨어질 때부터 자신들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현장을 살피고 있던 일 소대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없어. 놈이 여기에 없어!”그 말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수백개의 눈동자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목표물이 함정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얀 가루가 가라앉으며 드디어 시야가 열렸다. 정말 함정엔 아무도 없었다.“나, 찾아?”이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나무 위에 염구준이 선채 물었다.매복하고 있던 사람들 모두 그 모습을 보고 간담이 싸늘해졌다. ‘저 놈이 어떻게?’모두들 납득할 수 없는 이 상황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염구준의 경지와 그 속도는 그들의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정성스레 준비한 함정,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다. “누가 보냈지?”염구준이 뒷짐 진 채 여유롭게 아래로 내려다보며 말했다.“독충을 풀어. 놈을 죽여라!”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명령했다. 함정이 헛수로고 돌아간 이상,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사람들이 품에서 독충이 담겨 있는 상자를 꺼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 “멍청한
“배신자에겐 죽음뿐!”그리고 이어서 나타난 인물, 브루스의 아버지, 로버트였다. “아버지, 이 놈이에요! 절 때린 그 놈! 놈을 족치면 독충의 먹이로 줄 거예요!”브루스가 염구준을 바라보며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로버트가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키며 가증스럽게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기회를 주지. 우리 가문에 들어와 내 밑에서 일해라. 그럼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해주마.”그 말을 들은 브루스는 조급한 얼굴이 되었지만, 차마 아버지에게 반격할 수 없어 조용히 있었다. “거절한다면?”염구준이 로버트를 위아래로 내려다보며 오만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죽어야지!”로버트가 가볍게 오른손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주술사 다섯명이 뒤에서 튀어나왔다. 뿜어대는 기운을 보니 분명 매우 강한 독충을 가진 최소 무성 강자로 보였다.그런 강자가 다섯명이나 모였으니, 전신 초기 강자까지도 위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연 먼저 죽는 건 누굴까?”염구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조금도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자 상대도 빠르게 움직이며 염구준을 둘러쌌다. 한 명이 정면으로 붙으면 나머지 네명이 서포트 하는 그런 형식의 진형이었다. 염구준은 이들이 취한 자세에 꽤 흥미를 느꼈다. 그는 바로 다섯을 죽이지 않고 그들이 움직임에 협력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이 다섯은 더 의기양양 맹렬히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에는 다섯이 우세하다고 느껴졌던 전투가 서서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전되기 시작했다. 이들이 아무리 공격을 날려도 염구준의 옷자락 하나 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섯은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다.“멈춰!”정면으로 공격을 리드하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전투를 멈추더니 염구준을 바라봤다. “미꾸라지처럼 피하지만 말고 정면으로 맞서라!”남자는 무성 경지 강자로서, 우롱당하는 이 기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자 염구준이 실망했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