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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눈은 뒀다 뭐해!" 곽승환은 분노의 주먹과 발차기로 손태진을 때려눕혔다. 생사 불명할 정도로.

또 한 발의 날려 차기로 옆에 멍하니 있던 세 명의 경호원을 때려눕히고, 그들의 발목을 잡고, 손태진과 함께 모두 차에 끌어올렸다. 그리고 염구준에게 예의 바른 경례를 하고 시동을 걸어 떠났다.

다시 한번 놀랐다!

곽승환이 왔다 간 시간은 총 30초도 채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딱 한마디만 하고 깔끔하게 상황정리 하고 축 늘어진 네 구의 몸통을 끌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청해 군사 작전부 수장의 작풍이란 말인가?

뜻밖이었다.

"꿀꺽!"

손가을은 멍하니 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다가 침을 삼켰다. 천천히 두 손을 들었다. 손을 들고 수화로 뭔가를 말하려 했으나 어떻게 마음속의 의문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정교하고 예쁜 눈썹을 가볍게 찡그려졌다. 말할 수 없이 귀엽고 이뻤다.

염구준은 손가을의 귀여운 표정을 보고, 마음속이 부드러워졌다.

만약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했을까?

틀림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가장 듣기 좋은 웃음소리였을 것이다!

"진 원장님." 고개를 돌려 진중기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제 아내의 수술을 선생님이 직접 집도해 주세요!”

“수술 과정에 가시화 최소침습술로 인후의 화상 흉터 표면을 제거하고 혈락신경을 모두 정리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말을 하다가 손가을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가을아, 선생님한테 드려.”

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에서 작고 귀여운 분홍색 천어화를 조심스럽게 진중기에게 건넸다.

"이건…." 진중기는 꽃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더니 동공이 점점 커졌다.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뛰며 이마에 땀이 나고 손발이 심하게 떨렸다.

이, 이, 이……

전국에 한 송이밖에 없는 천조국 국주의 궁궐에서 정성껏 키워낸 진기한 품종, 천조국의 국화, 천어화였다.

“이… 이 꽃은….”

진중기는 두 손으로 천어화를 받들고 조심스럽게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세상에!

이분은 천조국의 국화를 어떻게 손에 넣은 거지?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염구준은 품에 어린 희주를 꼭 안고 진중기에게 손짓했다.

“당장 수술 진행해야 해요!”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염구준의 지시에 따라 진중기는 다급히 전문의를 소집하고 직접 수술대에 올랐다.

일단은 손가을을 치료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는 목안의 상처를 소독하고 손상된 신경을 찾아낸 뒤, 그곳에 천어화 농축액을 부었다.

수술은 장장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상적이었다!

“구준 씨, 희주야….”

손가을은 VIP 병동에서 눈을 떴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옆을 지키고 있는 부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을 뿐인데 참을 수 없는 희열이 차오르며 목이 멨다.

5년이었다!

5년 전, 그날 사고 현장에서 염구준을 구출한 뒤로, 그녀는 청아한 목소리를 잃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어 모두의 괄시를 받았다.

오늘에 와서야 그녀는 자신의 남편, 그리고 자신의 딸을 소리 내어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구준 씨, 희주야….”

그녀는 흐느끼며 반복해서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오늘 부로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엄마가 드디어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어요. 저 드디어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어요. 엄마!”

어린 희주가 와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손가을의 품에 와락 안겼다.

아이는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아이는 애써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눈물은 봇물 터진 것처럼 쉴 새 없이 흘렀다.

아빠가 가져온 꽃이 엄마의 목소리를 되찾아 주었다!

정말 너무 행복했다.

“가을아, 희주야.”

염구준은 조용히 그들 모녀를 바라보다가 봄날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

이 세상에서 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

그들은 세간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릴 자격이 있었다. 그가 그들을 이끌고 이 세상 최정상까지 올라가서 아름다운 강산과 사람들을 내려다볼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 모녀를 경외하는 눈빛으로 바라볼 것이며 그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가을아.”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수술한지 얼마 안 됐으니까 푹 쉬어야 해. 목소리는 회복했지만 아직은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마.”

“응.”

손가을은 눈물을 흘리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잃었던 것을 되찾은 희열,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기적,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구… 구준 씨.”

그녀는 희주를 품에 안은 채, 서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목소리도 돌아왔으니 이제… 집에 가고 싶어.”

“아빠랑 엄마한테도 내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많이 기뻐하실 거야! 그분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어!”

염구준은 천천히 손을 뻗어 단단한 팔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래, 집에 가자!”

은빛 아파트, 손가을의 집.

집으로 들어선 손태석은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물컵을 내려놓은 그의 얼굴에는 희열에 찬 미소가 피어났다.

해냈다! 드디어!

최근 그와 그의 아내 진숙영은 밤잠을 거르며 일에 몰두했다. 비록 그룹 내에서 손혜린의 탄압이 있어 가장 힘든 일만 도맡았지만 한 기업을 십여 년을 이끈 실력으로 차근차근 맡은 바 업무를 착실히 수행했다.

그는 진숙영과 함께 매일 기획안을 수정하고 발품을 팔고 업체 관계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용은그룹과의 프로젝트 계약을 따냈다. 3일 뒤에 정식으로 계약서에 사인하기로 했다.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아버지 앞에서 다시 내 능력을 입증할 수 있어!”

진숙영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용가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용운그룹은 청해시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대기업이었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손영그룹 같은 이류 기업은 명함도 들이밀지 못했을 것이다.

이 계약만 체결한다면 손영그룹은 날개를 달고 저 멀리 비상할 것이다!

“우리도 큰 공을 세웠으니 다시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손태석은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뜨거워졌다.

마침 오늘은 손중천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렇게 좋은 날, 용운그룹 사장이 손영그룹과의 계약 확립을 직접 발표한다면?

염구준이 예전에 손중천의 심기를 거스른 적 있지만 이렇게 큰 성과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여보, 얼른 아버님께 전화드려. 빨리!”

진숙영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남편을 재촉했다.

“이 소식을 전하면 아버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큰 공을 세웠으니 당장 짐 싸서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실지도 모르겠군!”

손태석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둥지둥 휴대폰을 찾았다.

그리고 이때, 손에서 휴대폰 진동음이 느껴지더니 화면이 반짝였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손혜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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