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신이 염구준한테 당한 거였다니, 과연 이 봉황국에 손씨 그룹과 맞설 자가 있을까?안홍기와 홍준식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길은 봉황국에 있는 모든 자산을 팔고 해외로 나가는 것뿐이었다. 그것만이 염구준한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안홍기와 홍준식마저 봉황국을 떠나게 되었다. 이제 봉황국 무역은 완전히 손씨 그룹의 장악속으로 들어갔다. 용하국 상인들은 손씨 그룹 선두 아래에 성공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있었다. 전례 없는 성장, 전례 없는 성과,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손씨 그룹은 과연 용하국 상인들의 대표로서 걸맞은 회사였다.“봉황국엔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는 것 같으니, 이제 다시 청해시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어?”해외 업무가 마무리되자, 손가을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그녀가 염구준의 손을 부드럽게 붙잡으며 말했다.“함께 돌아갈 거지? 그런데 가기 전에 앨리스한테 미리 얘기해 줘야 할까?”염구준은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그가 고개를 저으며 손가을을 품에 끌어안았다.“아니, 바로 떠나자.”청해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손가을은 지체없이 곧바로 손씨 그룹 본사로 돌아가 봉황국에 있었던 성과를 정리했다. 그런 다음, 별장으로 돌아와 염구준과 함께 딸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염희주는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염구준과 손가을 없이도 아이는 학교도 잘 다녔으며, 안전에도 문제없었다. 왜냐면 청해시에는 신위무관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종과 정경림은 서로 번갈아 무관 제자들과 손씨 집안 사람들을 돌봐 왔다. 이들은 한 명씩 꼭 붙어 손태석 부부와 염희주를 지켰다. 염구준은 관주이긴 했지만, 개관식 후로 거의 방문하지 않아 실직적으로는 원종과 정경림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 생활에 매우 감사해하고 있었다. 특이 원종이 그러했다. 염구준의 도움이 없었다면, 신원통배권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몰랐다. “분위기가 좀
이장공도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는 염구준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처럼 일격에 무너지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염구준은 그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 날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이 찾아왔다.게다가 무관 제자들이 모두 그를 대사형이라 부르는 목소리가 더 그를 분노케 했다. 그럼에도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장공은 은둔 이가에서 몰래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차마 스스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또한 어느새 이곳 제자들과 밤낮 함께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어버렸다. “설마 이번에 온 이유, 이장공 때문인가요?”무관 입구에서 원종이 염구준을 맞이하며 조용히 말했다. “아직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어쩌면 이장공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있어요. 계속 추적하시던 흑풍존주, 그의 성이… 어쩌면 이씨 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어요.”이씨였다고?염구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장공을 힐끔 쳐다본 다음, 다시 몸을 돌려 원종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건 절대로 우연일 수가 없었다!“중대 사한이니, 괜히 억울한 사람이 나오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해요.”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염구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디서 나온 정보인가요? 확실히 신뢰할만해요?”확실한 정보가 아니었다면,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장공이 흑풍존주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니, 잘 믿기지 않았다.“신뢰성이 있는 정보이긴 하지만, 바로 확답하기는 어렵죠.”염구준의 표정을 잠시 살피던 원종이 손가락을 들어 찻물로 테이블 위에 글을 썼다. 왕근!“왕 교수?”염구준의 눈가가 좁혀졌다. 왕근은 가을의 스승이자 용하국 심쿵연구소의 책임자였다. 그리고 동시에 고대 문명과 외계 문명을 연구하는 권위자였다.얼마 전, 염구준은 그에게 약 1조 정도 되는 연구비를 지원해 신무옥패와 청석판에 새겨져 있던 단풍잎 모양을 연구하도록 했다. 신무옥패와 관련된 단서를 찾을 사람으로
흑풍존주는 분명 신무 옥패를 미끼로 사용했을 것이다. 이미 음지에서 오랫동안 강한 무공을 갈망해왔을 무인들이니, 당연히 이 소식을 듣고 스스로 자초해서 흑풍존주의 앞잡이가 되었을 터. 이건 무도에 미쳐 있는 무도인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더군다나 염구준에겐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신무 옥패가 세 개나 있었다. “제 직감, 맞을 거예요.”원종이 이마를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청해시는 예전만큼 평온하지 않아요. 어디서 누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어요. 제 실력으로는 한 두 명은 상대할 수 있지만, 그 괴물들이 동시에 덤벼든다면….”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청해 금지구역, 이걸 의미하는 건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염구준이 원종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 선배가 전력을 다해 신원통배권 최고에 경지에 펼쳐도 과연 그럴까요? 자 다 알고 있어요.”그 말에 원종의 몸이 약간 떨렸다. 어느덧 염구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신원통배권 최고 경지!속담에 이르길, 사람이 아무리 열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곱개만 사용하고 나머지 세개는 후손에게 남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전대가 지나치게 뛰어나면, 후대가 고생한다. 원종과 같은 무도인들은 자신의 비장의 기술을 절대로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염구준은 그의 비장의 카드까지 다 알고 있었다!“저희는 양지에, 그들은 음지에 있어요. 아무리 경계한다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어요.”염구준 얼굴에 맺혀 있던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는 신원통배권에 대한 얘기를 멈추고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방어만 하면서 마냥 기다리는 건 제 성미에 안 맞아요. 흑풍존주가 미끼로 신무 옥패를썼다면, 저희도 반박할 거리를 만들어야죠.”“네?”원종이 당황하며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 뜻은….”“신무 대회를 개최하는 거예요.”염구준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들이 먼저 문제를 일으키기
“더군다나….”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전 이미 이 세개의 옥패에 담겨 있는 비밀들을 모두 깨우쳤어요. 어쩌면 새로운 신무옥패를 찾는 단서가 나올지 누가 알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원종은 눈이 밝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무옥패는 총 8개가 있는데, 그 중에 세 개는 염구준 손에, 두개는 흑풍존주 손에 있었다. 즉, 아직 세 개가 더 있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이번 신무 대회를 통해 그 나머지도 찾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정말 치밀하고도, 대단한 계획이었다. 원종은 다시 한번 염구준에게 감탄했다.“이제 이해되네요.”원종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 일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반드시 전력을 다해 이번 대회를 성공시키겠어요!”염구준이 바라던 답이었다. 그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좋아요!”그렇게 곧 청해시에 신무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온 무림에 퍼졌다!원종과 그의 제자들의 홍보 덕분에 신무 대회 소식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빠르게 무림에 전파되었다. 수많은 무인들의 가슴에 불이 지펴지는 순간이었다!거의 백년만에 청해시에서 열리는 무림 대회이자, 무림인이라면 그 누구든 참가할 자격이 있었다.거기에 대회만 우승한다면 명성뿐만 아니라, 전설로 내려져 오는 신무 옥패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다. 이 얼마나 큰 유혹인가?이 소식을 접한 모든 무인들이 열광했다. 그렇게 며칠동안, 청해시는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크고 작고를 떠나, 모든 호텔, 여관, 여인숙 등의 숙박시설들이 만석이 되었으며, 일부는 아예 거리에 노숙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동안 음지에 숨어 지내던 초고수들도 모습을 드러내며 청해시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도시 전체가 포화상태였다. 여기저기, 사방이 강자로 깔려 있었다.대회 신청은 매우 활발이 이루어졌다!첫날부터 신위 무관 입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세워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다니!”무관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내가 보기엔 살기 싫고 내가 누군지 모른 것 같네.”“뇌대새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너를 상대해 줄게!”“이 자식의 얼굴을 잘 기억했다가 시작되면 죽도록 패버려...”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으르릉거렸지만, 천둥소리만 크고 빗소리는 작았다. 누구도 먼저 나서고 싶지 않았다.“내키지 않아? 좋아!”이장공은 거만하게 세 손가락을 들어 군중을 향해 말했다.“3일 후 등록이 끝나고 뇌대세는 시작될 겁니다.”“용인지 아닌지는 우리 링 위에서 겨뤄보도록 하죠!’3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백 년 만에 마침내 용하국 첫 무술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청해시 중심 체육 광장. 즉 이번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방방곡곡에서 무림 고수들이 모여 경기장 전체를 가득 메웠다.수천, 수만 명의 고수들이 대회에 참석했고, 미디어의 방송 차량도 40대가 넘었으며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동시에 보도되었다.높게 세워진 링!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링은 체육장 중심에 높이 3미터, 폭 3미터의 크기로 행사가 시작하고부터 모든 미디어의 초점이 되었다.고수들이 구름떼처럼 모여있다.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들은 무명이었고 가까울수록 실력이 놀라운 고수들이었다.“저길 봐. 청운 장청진인이야. 그도 여길 온 거야?”“장청진인이 왜? 아직 평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속된 생각이 일기 마련이고 신무옥패라 누구나 탐나지.”“장청진인뿐만아니라 저쪽에 빡빡이...가 아니고, 스님은 장림사나한당의 계탐 수좌잖아?”“소림사의 나한당은 세계 무술을 전문적으로 수련하는 곳이야. 계탐대사도 직접 오셨으니 이 신무옥패는 소림사가 가져갈 것 같아.”“꼭 그렇지는 않아. 소림사는 예전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야...”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고 속세를 떠난 고수들은 눈이 높아 이 하찮은 이들의 목소리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모두의 시선이 VIP석의 인물에 고정되었다.이번 행사의 주최자, 염구준이었다!“시간이 다 됐어.”손가을과
“젠장!”“저 자식 뭐라고 하는 거지?”“기억났어, 예전에 신위무관에 등록하러 갔을 때 바로 그가 나를 무례하게 대했어. 이름이 아마... 이장공일 거야!”“이장공? 신위무관의 수제자? 그도 대회에 참가했단 말이야?”“누구든 간에 감히 우리 무림 고수들을 무시하다니... 형제들, 저놈을 누가 나가서 그를 쓰러뜨릴 건가?!" 강호의 사람들은 격분했지만, 시간이 십여 분이나 흘렀는데도 아무도 감히 도전에 나서지 못했다. 실력이 부족했다! 이장공은 비록 오만했지만, 결국 은둔세가 출신으로, 그의 무도 실력은 현장을 압도했다. 보통 강호의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수련한다 해도 은둔세가의 저력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수만 명이 모였지만, 무도의 패왕이라 불릴 만한 자는 드물었고, 오랜 명성을 쌓아온 무도명숙이 아니면 이장공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사부님, 제가 가겠습니다."무대 주변의 사람들 사이에서 ‘촉각문’ 복장을 입은 한 젊은 제자가 옆에 있는 전통의상 차림 남자에게 몸을 숙였다. "제가 부족하나마,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촉각문! 이 사람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의 무림 인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현대 촉각문은 사람 수가 많지 않으며, 문주 ‘채곤규’는 단 한 명의 진전 제자만 두고 있는데, 바로 이 젊은이, 왕루였다!어릴 적부터 채곤륜의 곁에서 자란 그는, 스물네 살에 성공적으로 패왕 경지에 도달하여 촉각문의 전통 무학에 무척 능숙했다!"가거라."채곤규는 백발을 날리며 매우 자애로운 눈빛으로 왕륜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왕루야, 무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니 적당히 하고 이 소년을 다치게 하지 말거라."왕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무대로 뛰어올라 이장공에게 손을 맞잡아 보이며 예의를 표했다."그럼!"촉각문?이장공은 냉소를 지으며 이 이름 없는 왕루를 거의 무시했다. 심지어 손을 맞잡아 인사하지도 않고, 오른손을 대충 휘둘러 화려함 없는 일격의 벽공장을 날렸다.퍽!강력한 패왕의 기운이 담긴 웅장한 기류가 공중에서 폭발하며
주먹과 발이 맞부딪히며 정면으로 충돌했다!두 사람의 주먹과 발을 중심으로, 육안으로 보이는 하얀 기류가 폭발하듯 퍼져나갔다. 마치 작은 폭발이 일으킨 충격파처럼, 그 파장은 사방으로 40~50미터나 확산되었다!덩덩덩...두 사람이 충돌한 후, 이장공은 중심을 잃고 연달아 일곱 걸음 뒤로 물러났다. 가슴 속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얼굴이 푸르스름해졌다가 다시 하얗게 변했다. 무려 열 번 정도 숨을 쉬고 나서야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마침내 정상으로 돌아왔다.반면, 왕루는 단 세 걸음만 뒤로 물러났고, 곧바로 호흡을 조절하여 다섯 번 숨을 쉬지 않아도 본래 상태로 회복했다.두 사람의 정면 대결에서 이장공이 분명 열세에 놓였다!“좋아!”“왕루 정말 잘했다!”“역시 채곤규의 제자다워! 미래의 촉각문 문주답게 발차기가 예술이야!”“저 녀석 아까 그렇게 오만하더니, 만약 무도인으로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었다면 방금 발차기로 저 녀석을 무대 아래로 차버릴 수도 있었을 거야!”“이장공이 졌다!”졌다는 것을, 무림의 고수들은 바로 알아차렸다. 속도와 힘, 그리고 인품과 풍도, 심지어 무대 아래 무림 고수들의 태도까지 포함하여...은거세가의 셋째 도련님, 이장공은 완전히 패배했다!“내가 졌다니...”이장공이 두 주먹을 꽉 쥐자, 팔에 전해지는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다. 참을 수 없는 수치와 분노, 자신이 졌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왜 졌지, 어떻게 질 수 있지?!’어떻게 이렇게 보잘것없는 작은 문파, 심지어 들어본 적도 없는 촉각문에게 질 수 있는가?!“왕루의 실력은 모두가 인정할 만해.”무대 가장자리에서 원종은 이장공의 굳은 표정을 보며 손을 들어 크게 외쳤다.“무도 대회의 첫 번째 승자는 촉각문의 왕루다!”“만약 누구든 왕루에게 도전하고 싶다면 언제든 무대로 올라가라. 모두가 지켜볼 것이다!”원종의 이 말로 인해, 결과는 이미 확정되었다. 왕루가 더욱 뛰어나며, 이장공은 완전히 탈락하여 신무옥패를 관찰할 자격을 잃었다!“인
태극권의 이무극......아미파의 제자 곽태풍......무당파의 수제자 장운천......이름 높은 무림의 걸출한 후배들이 연달아 도전했다. 비록 그들의 무도 실력은 눈에 띄었지만, 예외 없이 모두 왕루에게 패배했다!그 기술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수많은 강자가 모인 이번 대회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염구준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무명의 촉각문 제자가 모든 영웅을 제치고 오늘의 우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더 이상 도전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서산응조문 큰형이 패배하자, 원종은 무대 아래 큰 충격을 받은 무림 인사들을 바라본 후 귀빈석에 있는 엽구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의 우승자는 이미 확정되었다!참가자는 많았지만, 유명한 무림 인사들을 제외한 젊은 무도인들은 이미 모두 도전에 나섰고, 다시 무지한 자가 도전한다고 해도 아무런 변수가 없을 것이다.그가 바로 촉각문의 유일한 제자인 왕루, 오늘 이 무도 대회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났다.1분, 2분, 3분......10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왕루에게 도전하지 못했고, 원종은 마침내 웃음을 띠며 다시 무대 중앙으로 올라섰다.“내가 선언하노니, 오늘 무도 대회의 최종 승자는...... 촉각문의 왕루다!”짝- 짝- 짝-온 회장이 박수갈채로 가득 찼다!무림의 자녀들은 기백이 넘쳐난다. 비록 승자가 자신이 아니더라도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물론 대부분은 부러움이었다.왜냐하면......이번 대회 규칙에 따라 최종 우승자는 세 개의 신무옥패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염 선생님.”왕루는 무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VIP석으로 걸어가 염구준에게 손을 모아 인사하며 눈을 반짝였다.“염 선생님께서 약속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신무옥패를 꺼내 보여주십시오!”이 말이 나오자, 주변의 무림 인사들이 속으로 깜짝 놀랐다!그들은 염구준의 진정한 실력을 모르지만, 세 개의 신무옥패를 가진 인물이 평범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적어도 단전의 무성일 것이다!왕루는 비록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