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가루로 모든 독소를 제거할 수 없지만 나머지 독소는 목숨에 위협되지 않았다.그래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돌발 상황을 대비했다.약의 용량이 점점 늘어나자 독소가 축적되어 드디어 상황이 발생했다.역린으로 해독할 수 있지만 양이 적어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었다.독소가 점점 위로 올라 관절까지 도달했다.염구준은 기운으로 모든 세포를 강화하여 필사적으로 독소를 막았다.‘엄청난 독이야. 기운을 소모하고 있어.”그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이제마가 다칠까 봐 불의 원소를 사용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이제마의 목소리가 들렸다.“됐습니다. 먼저 독소를 연화하세요. 그럼 외부 상처를 치료하는 건 문제없어요.”염구준은 파손된 경맥이 회복되는 것이 느꼈다.하지만 독소는 여전히 횡포를 부렸다.복인지 화인지 아직 단정하기 어려웠다.“아아악!”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전체 팔이 화염으로 휩싸였다.팔 관절의 장벽이 독소를 밀어서 손바닥까지 몰아냈다.강한 힘에 연화한 구액도성은 검은 연기가 되어 팔뚝을 뚫고 나오자마자 화염에 활활 타버렸다.그때 일부러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리게 비참한 비명을 질렀다.“전주님, 비명소리가 너무 과하십니다.”이제마는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해서 비명소리만 들어도 고통의 정도를 알 수 있었다.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바로 멈추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너무 아픈 것도 아니에요. 그냥 한번 해본 거예요.”“내가 아프게 도와줄까요?”“아니, 됐어요.”하지만 이제마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은침을 그의 몸에 박았다.염구준은 순식간에 강해지는 반면 팔의 통증도 점점 격렬해지는 것을 느꼈다.“아프잖아요!”극심한 고통을 참지 못하고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아아악!”닫힌 수술실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밖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이 흠칫 놀랐다.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아픈지 느낄 수 있었다.30분 뒤에 비명소리가 멈추고 이제마가 허탈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신의님, 형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붕대를
괜찮아요, 내가 죽지 않는 한 그놈들이 용준영을 어쩌지 못해요.”어떤 일들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모두 그의 계획 대로 진행되었다.한쪽 팔을 잃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윤성호의 최종 계획도 곧 시작할 것이다.그가 영지에 이런 맹독을 사용했다는 것은 작정하고 그를 죽인다는 것을 설명한다.“잔꾀가 많은 놈들은 다 속이 시커멓군요.”이제마는 염구준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더는 말하지 않고 남은 약들 집어들었다.“마지막으로 약을 바를게요. 양이 조금 많으니까 조금만 더 버티세요.”“얼마든지요.”염구준은 팔을 감싼 화염을 거두고 장벽을 다시 관절 쪽으로 옮겼다.잠깐 사이에 팔의 경맥이 거의 회복되어 곧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느꼈다.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은 후, 염구준은 계속 독소를 연화하는 동시에 오른팔을 단련했다.이미 경험해서 이번에 조금 참을만했다.수술실은 다시 침묵이 흘렀다.하지만 밖은 난리도 아니었다.염구준이 중독되어서 팔을 잃었다는 소식이 퍼지고 용준영이 수십 명 부하들을 데리고 윤씨 가문에 쳐들어갔다.“윤성호. 비열하게 독을 쓰다니 당장 나오지 못해?”소란을 일으키는 사람에게 윤씨 가문도 만만치 않게 대항했다.곳곳에서 수백 명 사람들을 불러 용준영을 포위한 것이다.하지만 용준영이 지금 열받은 상태라 상대방 수가 아무리 많아도 두렵지 않았다.“용준영. 뭐하는 거냐?”“뭐 하냐고? 너희들이 경매한 붉은 영지에 독약이 묻어 있었어. 강호의 의리가 있긴 하냐?”용준영이 분노한 사자처럼 포효했다.“말을 함부로 해서 우리를 모함하지 마. 그 영지는 전우철에게 팔았어. 무슨 일이 생기면 전우철한테 찾아가.”윤성호가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하하. 전우철은 독살당해서 이미 죽었어. 아무리 멍청이라도 자결할 정도는 아니거든.”용준영은 틀림없이 윤씨 가문의 짓이라고 단정했다.그러자 윤성호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래서 뭐?”“네 왼쪽 팔을 대가로 형님한테 바쳐.”용준영이 손가락을 들어 상대방의 팔을 가리켰
“흑풍 존주님, 일이 절반은 성사되었습니다. 구액도성도 염구준을 살리지 못해서 팔 한쪽을 잃어버렸다네요.”윤성호가 환희에 찬 소리로 말했다.계획이 호전되어서 너무 기뻤다.“역시 강한 자는 쉽게 죽지 않네요.”“팔을 한쪽 망가트린 것만해도 대단한 거죠.”“이 소식 확실합니까?”흑풍은 겉으로 웃었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한마디 덧붙였다.이유는 염구준에게 너무 당해서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다는 두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윤성호가 보고 받았던 내용과 용준영이 방금 찾아와 행패를 부린 것까지 전부 말했다.그 정보에 어떤 의문점도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믿었다.흑풍이 생각에 잠겨 잠시 서성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진짜군요.”염구준이 중상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이 참에 목숨을 노려서 옥패를 가지려고 생각했다.“이제부터 어떻게 하죠?”윤성호가 질문을 던졌다.“힘을 모아서 그놈을 죽여야죠. 난 옥패를 얻고 성호 씨는 손씨 그룹을 손에 넣는 것을 돕겠습니다.”흑풍은 염구준을 죽일 뿐만 아니라 어떻게 장물을 나눌 것까지 생각했다.“우리 둘이서요?”윤성호는 입꼬리를 꿈틀거리며 손가락으로 두 사람을 오가며 가리켰다.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라도 여전히 맹수다.“윤씨 가문에서 강호 고수들에게 인정을 많이 베풀었는데 반천인 고수에 도달한 조력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흑풍이 말을 돌렸다.“하. 개나 소나 반천인 고수인 것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없어요.”윤성호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그러자 흑풍의 눈가에 간사한 빛이 스쳤다.“현금손 야달과 폐렴쟁이 차명수 모두 윤씨 가문에 빚을 졌잖아요. 한마디만 해도 도와줄 겁니다.”두 사람은 강호에서 항상 선과 악을 잘 구분하며 겸손하게 지내고 있고 실력은 이미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다.야달의 두 주먹은 강하고 단단하여 암기를 잘 다룬다.차명수는 기운으로 육신을 단련하여 방어력이 막강했다.윤성호가 그의 의도를 간파하고 질문했다.“안 되는
염구준과 이미 원한을 맺었으니 반드시 죽일 것이다.“문제없습니다.”흑풍이 흔쾌히 대답했다.반천인 고수 네 명이면 충분히 중상을 입은 염구준을 상대할 수 있다 여겼다.상의를 마치고 윤성호가 펜과 종이를 꺼내 초대장을 썼다.용준영이 그의 손에 있는 이상 염구준이 반드시 구하러 올 거라 믿었다.천약산시 자사, 임시 수술실.이제마가 붕대를 뜯고 약 찌거기를 깨끗이 제거한 후 자세히 살펴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예상보다 잘 회복하고 있군요.”염구준이 주먹을 불끈 쥐면서 힘을 써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오른팔의 힘이 전성시기보다 훨씬 강해졌다.“이 팔이라면 검의를 전부 견딜 수 있어요.”염구준은 강력한 힘을 느끼며 말했다.검에 양날이 있다. 잘 사용하면 적을 무찌르고 잘못 사용하면 본인이 다치기에 강인한 체력이 없다면 파괴력이 어마어마한 검기를 다를 수 없다.염구준은 오른팔에 붕대를 감아 목에 걸고 수술실을 나왔다.연기하려면 끝까지 완벽해야 하니까.“용준영이 윤씨 가문에 잡혔어. 가서 사람 구해야 해.”초상비가 다가가 초대장을 건넸다.‘결판을 내려는군.’초대장에 오늘 오후에 윤씨 저택의 연회에 참석하라고 적혀 있었다.그쪽에서 상당히 마음이 조급해진 모양이다.윤씨 저택 앞에 검정색 차가 멈추고 두 사람이 내렸다.연회에 참석하러 온 염구준과 등에 검갑을 멘 초상비였다.상대방이 정성스럽게 짠 판을 소홀히 할 수 없으니 구자검을 갖고 온 것이다.그리고 이 참에 가족들에게 무사하고 그냥 검을 잡을 수 없다는 것만 알리려는 속셈이었다.배후를 끌어내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입구에서부터 후한 대우를 받은 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뭔가 느껴져?”“아주 열정적인데.”초상비가 상황을 살펴보며 대답했다.‘맙소사.’염구준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천천히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처음에 청룡, 백호, 주작, 현무 4대 전존을 가르칠 때도 꽤 애를 먹었다.염구준이 감지한 것은 윤씨 가문 곳곳에 숨긴 암기였
“난 오른팔을 잃고 목숨도 잃을 뻔했는데 어떻게 갚을 겁니까?”윤성호가 깨달은 듯 이마를 툭 쳤다.“알겠어요. 전우철이 구준 씨를 독살하려다가 겁을 먹고 자살한 거네요. 하지만 붉은 영지는 우리 가문의 약재이니 내가 설명해 드리죠.”그는 성의 있게 앞으로 모셨다.두 사람이 얘기하는 사이에 용준영이 다른 사람 부축을 받으며 나타났다.“형님. 죄송합니다.”그는 창백한 얼굴로 사과했다.“초상비, 데려가서 치료해.”초상비는 앞으로 다가가 용준영을 부축했다.무술 실력은 평범하지만 자신에 대한 충성심은 진심이었다.“저…”용준영은 목이 메어 말을 하려다 말았다.“돌아가서 얘기하자. 얼른 가.”염구준은 그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하지만 윤씨 가문의 기세를 보아 여기서 얘기하기 적합하지 않았다.만약 상대방이 태도를 바꾸어 공격을 한다면 싸우면서 한 편으로 용준영을 보호해야 하니 앞뒤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네.”용준영은 자신이 짐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바로 차를 타고 떠났다.“안내하시죠.”염구준은 차가 멀리 가는 것을 확인한 후, 검갑을 메고 차갑게 말했다.걱정거리가 사라졌으니 배후가 나타난다면 바로 목을 칠 것이다.그 배후에 대해 세 가지 추측이 있다.첫 번째는 흑풍, 두 번째는 윤성호, 세 번재는 윤대약이다.천산약시에 흑풍 조직 부하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흑풍을 경계했다.거실에 도착하니 커다란 테이블에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먼저 예의를 지키다가 안 될 때 공격하려는 셈이군.’“구준 씨. 앉으세요.”윤성호가 공손하게 말했다.“식사 대접이라면 진작에 말씀하시지. 그러면 빈손으로 오지 않았죠.”염구준은 상대방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지켜보고 싶었다.기왕 온 이상 걱정할 것도 없었다.“하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추한 곳에 오신 것만해도 감사한데 선물까지 들고 올 필요 없어요.”윤성호는 크게 웃으며 자리에 앉더니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몸매 좋은 여자들이 나오면서 거실에서 춤을 췄다.“가주님. 춤을
두 사람은 잔을 들고 단숨에 비웠다.쨍그랑!술을 마신 윤성호가 갑자기 술잔을 바닥에 내쳤다.유리 잔이 깨지는 소리가 나는 동시에 주변에서 그림자가 나타나 염구준을 포위했다.반천인 세 명, 전신 이상 개조 로봇 한 대가 나타났다.‘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그 중에서 한 사람은 낯이 익은 흑풍이었다.아무리 분장해도 역겨운 기운이 흘러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흑풍, 역시 네 짓이구나.”하지만 흑풍은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고 시치미를 뗐다.“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난 흑사야. 사람 잘못 봤어.”윤성호가 직접 윤대약은 흑풍의 손에 죽었다고 했으니 절대 나타날 리가 없다.“하하. 상관없어. 어차피 다 죽을 테니까.”염구준이 싸늘하게 웃으며 기운을 급상승시켰다.공격하려고 할 때 폐렴쟁이 차명수가 나타나 설득했다.“이봐, 화해하든지 여기서 그만두든지 해. 무력으로 싸우지 않으면 서로한테 이득이잖아.”“맞아. 반천인까지 수련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다치면 서로 불리해.”현금손 야달이 맞장구를 치면서 협박과 비슷한 말을 했다.반천인 고수와 싸우는 것은 그들도 원하지 않았다.“맞아. 수련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우린 너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적이 될 필요가 없어.”처음 보는 두 사람과 염구준은 별로 싸우고 싶지 않았다.흑풍이 나타난 이상, 그의 목표는 오로지 한 사람일 뿐 다른 사람은 잠시 무시하기로 했다.“선배님. 보시다시피 제가 화해의 뜻을 전달했지만 호의를 받아주지 않네요.”윤성호는 억울한 듯 말했다.그제야 염구준은 자신이 한 사람을 괴롭힌 꼴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윤성호. 또 개소리하면 네 대가리를 비틀어버릴 거야.”그러자 야달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이봐, 말이 심했어.”말이 통하지 않자 두 사람은 염구준이 윤씨 가문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오늘 진짜 싸운다면 반천인 고수 두 명까지 제거해야 한다.“따질 것도 없어. 다 덤벼!”염구준은 검갑을 잡고 검을 뽑았다.상대방 수가 많아도 흑풍을 죽이려는 결심은
차명수는 방어로 이름을 날렸지만 염구준의 힘에 밀려 뒷걸음을 쳤다.슝!그때 흑풍이 번쩍 날아 토 원소 힘을 부여한 칼로 염구준의 목을 베려고 했다.일찍 눈치를 챈 염구준이 다리에 힘을 주어 뒤로 물러섰다.일 대 다수 싸움에서 잘못 걸리면 바로 황천길 행이다.쿵!칼은 허공을 찔러 바닥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스스슥!멀리서 야달이 끊임없이 강철침을 뿌려 염구준의 퇴로를 막았다.이번에도 그는 빠르게 피했지만 전방에서 차명수가 공격해 왔다.이 각도라면 피할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팔극첩산으로 부딪쳐야 했다.쿵!거센 공격을 감당하지 못한 그림자가 뒤로 날아갔다.바로 염구준이다.황급히 상대방의 공격에 대응했지만 그래도 한 발 늦었다.염구준이 숨을 돌리기 전에 네 그림자가 협공을 펼쳤다.흑풍은 주공격, 차명수는 주방어, 야달은 멀리서 암기로 습격, 개조 로봇은 끊임없이 방해했다.네 사람은 극도로 호흡이 잘 맞아 계속 염구준을 제압했다.이대로 몰아간다면 반드시 승리할 거라 생각했다.한편으로 윤성호는 불만을 품었다.흑풍이 반천인 고수를 두 명 데리고 온다고 약속했는데 한 명만 데리고 왔다.네 사람이 전부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다면 진작에 염구준을 죽였을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나중에 따지기로 마음먹었다.“염구준, 너 꿈에서도 날 죽이려고 했잖아. 내가 지금 여기 있는데 빨리 와서 죽여봐.”흑풍은 우세를 차지하자 큰소리로 조소를 날렸다.눈앞의 적이 곧 죽게 되는데 몇 마디 하지 않으면 나중에 기회가 없지 않은가.“네가 바라는 대로 해 줄게.”염구준은 고함을 치는 동시에 강력한 기운을 왼쪽 주먹에 담아 바닥을 내리쳤다.이렇게 강한 힘은 바로 칠상권의 궁극적의 오의, 칠권을 합친 힘이다.바닥이 흔들거리자 네 사람은 제대로 설 수 없어 가까스로 버텼다.“철수합시다.”흑풍이 지시를 내리며 급히 물러섰다.원래 단숨에 염구준을 죽이려고 했는데 한 손으로도 이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어요. 조심해요.”
“저 새끼 공격을 막아!”흑풍이 명령하자 개조 로봇이 앞에 나타나 두 팔로 가슴을 감쌌다.펑!하지만 개조 로봇은 종잇장처럼 순식간에 잘렸다.이어서 흑풍이 들었던 칼이 두 동강이 나고 마지막에 남은 검기 여파에 가슴을 공격당했다.“아아악!”비명소리가 들리며 그의 몸이 뒤로 튕겼다.입에서 피가 계속 흐르는 것을 보아 중상을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토 원소 힘의 방어력이 아무리 강해도 내 검을 이겨내지 못하네.”염구준은 탄식하며 흑풍에게 다가가 마지막 목숨줄을 끊어내려고 했다.연이어 두 차례 공격을 했더니 체력 소모가 많아 숨이 차올랐다.그러나 얼마 다가가지 못하고 갑자기 두 그림자가 그의 앞을 막았다.두 사람은 흑풍과 손을 잡았으니 그를 죽게 두지 않을 것이다.“꺼져!”염구준이 검을 들어 휘둘렀지만 차명수가 방패를 들어 막아버렸다.기운이 대폭 소모되었으니 검의 위력도 약해졌다.“이제 한계입니다. 협공해서 죽여버려요!”옆에서 지켜보던 윤성호가 이때다 싶어 소리쳤다.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죽이지 않으면 본인이 죽을 수 있다.“한계? 다른 말도 아니고 한계라는 말은 허락할 수 없어.”염구준은 뒤로 물러나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검을 세워 하늘 높이 쳐들었다.갑자기 몸의 검기가 폭증하며 검의가 축적되었다.“매화검법, 낙매!”차명수와 야달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급히 돌진했다.“어서 저놈을 막아!”야달은 강철침을 무자비하게 던졌지만 결국 헛수고였다.염구준의 몸에 닿기 전에 단단한 검기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모두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염구준이 갑자기 검을 휘둘렀다.불의 검기가 발사하며 주변에서 달려드는 적들의 몸을 공격했다.검기가 무자비하게 그들의 몸을 관통할 때마다 핏방울이 사방에 튕기고 실력이 약한 부하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애송이 무술인들은 그의 검기를 막을 수 없었다.“검의, 이미 검의의 뜻을 깨달았어.”야달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말로만 듣던 전설의 무공을 현생에서 깨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