촤악.차가운 빛과 함께 차명수가 금 원소의 능력으로 겉에 두르고 있던 보호막은 절반으로 갈라졌고, 동시에 넘쳐난 검기가 그의 복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검에 베인 곳에서는 피가 미친듯이 흘러나왔는데, 이건 그가 이 10년 내에 처음 입은 상처였다. 그것도 늘 자부심 넘치던 몸에 말이다."괴물 새끼..."이 모습을 본 야달은 침을 꿀꺽 삼킨 뒤, 겁에 질려 욕을 하고는 바람 원소의 능력을 끌어올려 급히 밖으로 도망쳤다. '간단한 건 줄 알았는데, 죽게 생겼잖아!'슉!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염구준이 휘두른 검기에 맞아 쓰러졌다. 그가 쓰러진 모습을 본 염구준은 상대방이 살아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바깥으로 뛰어나갔다.한편, 염구준에게 크게 당한 흑풍 존주는 기회를 틈타 윤씨 가문에서 도망쳐 나와 때때로 뒤를 돌아보면서 비틀거리며 도망쳤다.비록 그는 전투력이 강하지 않았지만 도망치는 거로는 세상에서 제일 으뜸이었다."쿨럭!""음흉한 자식, 거짓 소식을 퍼트려서 날 속이다니."흑풍 존주는 피를 토하며 욕을 읊조렸다.이제서야 염구준이 붉은 영지를 경매할 때부터 자신에게 함정을 팠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이 기운은... 벌써 쫓아왔구나!'흑풍 존주는 어마어마한 살기에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다시 달렸다.잠시 후 흑풍이 머물렀던 곳에 도착한 염구준은 땅 위의 핏자국을 발견했다."피? 얼마 못 도망가겠네."말을 마치며 그는 앞으로 달렸고,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몇 개의 거리를 쫓아 그는 검은 두루마기를 두른 사람을 발견했다. 신법이 좋지 않아 보이긴 했으나 느껴지는 기운이 흑풍 존주의 것이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발에 힘을 주어 재빨리 앞으로 달려갔다.그는 흑풍 존주처럼 보이는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손으로 검기를 만들어서 날렸다.죽이려고 날린 건 아니었다. 그저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상대방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날린 것이었다."끄악!"그러나 상대방은 검기에 맞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걸로
이때, 한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 흑풍 존주의 앞을 막았다."하하, 1호, 네가 직접 올 줄은 몰랐는데."흑풍 존주는 눈앞의 개조 로봇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사실 천약산시에 진입했을 때부터 흑풍 존주는 이미 퇴로를 확보했었다.염구준과의 싸움에서 너무 많이 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매번 계획을 세울 때마다 퇴로를 꼭 확보했다. "얼른 갑시다. 이곳은 용하국이니 오래 있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1호가 재촉했다."그래."흑풍 존주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해안가를 향해 걸어갔다.'바다까지 나가면 나도 안전하겠지.'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슉!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질주해 왔는데, 속도가 끔찍할 정도로 빨라서 공기를 가르는 소리까지 들렸다."1호, 누군가가 쫓아왔다."이를 알아차린 개조 로봇 중 하나가 바로 보고했다."너희들은 가서 저 사람을 막고 흑풍 님은 저를 따라오세요." 1호는 지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얘기했다.그들은 모두 개조 로봇들이라 감정이 없어서 데이터만 따랐다."알겠다. 출발하자."기계음과 함께 여덟 명의 개조 로봇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 '하여튼 끈질긴 새끼.'흑풍 존주의 기분은 금세 가라앉았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흑풍, 너 이 자식, 거기 서!"염구준은 눈 앞의 쥐새끼를 잡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속도를 극대치로 끌어올렸으나, 그가 부두에 들어서자마자 여덟 명의 개조 로봇들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고철 덩어리들이!"이에 염구준은 욕설을 퍼부으며 90 센티미터의 청봉을 꽉 잡고 곧장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그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염구준은 바로 강한 위력이 담긴 검초를 쓰며 한 방에 두 개조 로봇을 쓰러뜨렸다."상대방의 실력이 너무 강하니 자폭 프로그램을 가동한다!"이에 나머지 여섯 명의 개조 로봇들은 눈에서 붉은 빛을 번쩍이면서 입을 열었다. '또 자폭이네.'염구준은 검으로 그들의 에너지가 담긴 가슴을 찌르며 순식
"후."염구준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탁한 숨을 뱉어낸 후 힘에 부쳐 바닥에 쓰러진 채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젠장. 또 놓쳤네."연이은 싸움에서 위력이 강한 검술을 너무 많이 쓴 탓에 몸에 부담이 있었지만 이번에 천약산시 방문을 통해 오른팔도 회복되고, 경지도 한 단계 더 발전했으니 힘든 것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주작에게 천약산시의 해역에서 경외 잠수함을 발견했으니 빨리 와서 찾아보라는 메세지를 보냈다.그러나 그도 큰 희망을 품지 않았다. 잠수함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렇게 문자를 보낸 것도 그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에서였다.문자를 보낸 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기도 전에, 초상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시한대로 윤씨 가문의 저택을 포위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까?""곧 갈 테니까 제자리에서 대기해."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바로 되돌아갔다.흑풍 존주는 도망쳤지만 윤씨 가문의 일은 처리해야 했다."도망쳐나온 사람들은 전부 붙잡았어."초상비는 염구준을 보자마자 급히 앞으로 걸어가 보고했다."잘했어. 너도 이제 정식으로 우리 쪽 사람이야."염구준은 상대방의 어깨에 손을 얹고 칭찬했다.얼마전의 싸움에서 윤씨 가문의 정예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에 의해 중상을 입거나 참살되어 거의 불구인 상태였다."들어가보자."염구준은 손을 저으며 10여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갔다.'이제 다 끝내야지.'"염구준이다! 빨리 도망쳐!"저택 안에 있던 윤씨 가문의 일꾼들, 가족들은 염구준을 보자마자 귀신이라도 본 듯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도망쳤다.이 모습을 본 염구준은 너무 억울했다. 천약산시에 와서 부터 한 번도 아무 죄도 없는 윤씨 가문 사람한테는 손 댄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때린 건 다 맞을만한 사람들이었다.허둥지둥하는 뭇사람들을 보며 그는 윤성호가 가문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나쁜 말을 했을 거라고 확신했다."거기, 이리 와 봐." 염구준이 앞에 있던 윤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을
"기범아, 한 가지 약속해 줄래?"상처가 너무 심해서 아무리 치료해도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윤성호는 아예 치료하기를 포기했다."응, 뭐든지 말만 해." 지금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걸 알았기에 윤기범도 더 이상 예전의 철없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윤성호는 상대방을 바라보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마지막에 어떻게 죽었든 절대로 복수하면 안 돼."가문을 배신하고, 강한 적까지 만든 상황에 그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아니, 아니야, 아빠가 왜 죽겠어..."윤기범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부짖었다. "약속해!"이에 윤성호는 두 손으로 상대방의 머리를 잡고 소리 질렀다. 사실 죽음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미 사업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죽을 각오는 충분히 해뒀었다.하지만 윤기범은 자신이 살아남기를 바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당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응!"윤기범은 머리가 하얘져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왜 그랬니?" 이때, 옆방에서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대약이 복화술로 윤성호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죄송해요, 아버지. 아버지를 다치게 할 생각은 정말 없었어요."윤성호는 석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야망을 위해 부자지간의 정도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이 너무 멍청했다."너를 탓하지는 않아. 다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떻게 제대로 처리할지나 생각해보렴." 윤대약의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어려있었다.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매우 아팠다."이제 방법이 없어요. 아버지, 기범이가 나중에 무술을 배우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잘 돌봐주시고요."윤성호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오늘이 지나면 염구준이 그를 찾아 결판을 내지 않더라도 윤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일이 모두 발각되어 사람들의 분노를 샀으니 그에게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저벅저벅.
"절 정말로 죽이려고 했는데 당연히 그거로는 안되죠. 만약 제가 강하지 않았더라면 전 이미 죽었을 겁니다.""그리고 흑풍 존주와 손을 잡았던 사람들은 모두 죽어야 합니다."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을 살려둘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그건... 다 내가 잘못 키운 탓이니 내 목숨으로 대신 갚을게."윤대약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윤성호가 뭘했든 결국엔 자신의 아들이었으니.염구준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천천히 검을 들었고 검기를 내뿜었다."비켜요, 이 일은 당신이랑 무관하니까. 저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두 사람이 칼을 겨누고 있을 때, 윤성호가 벌떡 일어서더니 한 통의 약물을 대동맥에 주입하였다.약물을 주입하자마자 그의 눈은 붉어졌고, 내뿜는 기운 역시 광야의 기운으로 바뀌었다. "저건 미친 짐승의 약물!"윤대약은 놀라서 큰 소리로 외치고는 윤기범을 잡고 한쪽으로 물러섰다.이건 그가 사람들을 이끌고 개발한 약물이었기에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약물을 주입하면 잠시 짐승의 힘을 얻을 수 있지만 점차 이성을 잃게 되고 3분 뒤에는 몸이 힘을 견디지 못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죽인다."동물화된 윤성호는 갈라진 목소리로 짧게 외친 후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남은 이성이 그에게 3분 안에 속전속결해야 한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너희들은 먼저 물러서!"염구준은 명령을 내리고는 검을 들고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향해 돌진했다.상대방이 뿜어내는 기운이 너무 강해서 그도 무시할 수 없었다.챙챙!염구준이 연속 세 번을 베었지만 강철에 부딪친 것처럼 맑은 소리만 났고, 조금의 혈흔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목숨으로 바꾼 3분 동안의 실력은 좀 터무니 없이 강했다."우우!"윤성호가 다시 한번 짐승처럼 소리를 지르자 그의 두 손에서 검은 손톱이 뾰족하게 자라났다.그는 곧바로 염구준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휘저었고, 공세 역시 무척 강했으나 모두 정말 짐승이
"다행이다, 다 나아서."손가을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얼굴에 어린 걱정은 전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에게 다른 걱정이 있다는 걸 알아챈 염구준은 부드럽게 물었다. "가을아, 누가 너를 괴롭혔어? 말만 해, 내가 그 자식을 가만 두지 않을 테니까.""아니야, 그렇게 폭력적으로 굴지 마. 걸핏하면 사람 때릴 생각도 하지 말고."손가을은 웃으며 염구준의 오른팔을 만졌다. '전부 다 나은 게 맞구나.'아내의 모습을 보고 염구준은 재촉하지 않고 상대방이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구준 씨, 사실 나도 이 일이 진짜로 문제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무섭게 느껴져서 걱정 돼."손가을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겁낼 필요 없어, 하늘이 떨어져도 내가 받칠 테니까."염구준은 아내의 손을 더욱 꼭 잡으며 말했다. "응!"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며 요 며칠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그동안 엄마가 나한테 돈을 몇 번 더 요구했는데, 합치면 2억이 넘어. 주지 않으면 창문으로 뛰어내리겠다고 하더라고.""그것뿐만이 아니야. 엄마가 요즘 좀 이상해. 맨날 밖으로 돌아다니고 우리랑 말도 별로 안해.""어제는 글쎄, 신상을 세개나 가지고 와서 기도하더라니까."말을 마친 후 손가을은 손을 들어 벽 앞쪽에 있는 비취로 된 세 개의 신상을 가리켰는데, 재료도 좋고 만든 것도 세심하며 크기도 큰 걸 보아 매우 비싸 보였다."뭐지? 본 적이 없는데?"염구준은 만나본 각 신선들을 다시 회상해보며 말했다. 정말로 이 신상의 얼굴을 하고 있던 신선이 없어서였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용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전에 하라고 했던 일 어떻게 됐죠?""사람을 두 명 붙였는데 전부 정상이었습니다."용준영이 사실대로 보고했다. "알겠어요. 이제 사람 안 붙여도 될 것 같아요." 염구준은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상대방이 자신을 속일리는 없었지만 손가을의 말대로라면 진숙영은 정상이 아니었다.'대체 뭐지?'"무슨 일 있어?" 염구준의 생
끼익!문이 닫히고 네 사람이 방 안에 서 있었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 분위기가 매우 어색했다.염구준도 설득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입을 열 수가 없었다.어느 한쪽을 말리든지 다른 한쪽에게 밉보일 게 뻔했다.하지만 계속 이런 상태로 있을 수도 없었다. 가족이 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으니 말이다.'집안 싸움을 처리하기란 역시 쉽지 않구나.'"저희 다같이 식사한지도 좀 됐는데 오늘 희주 데리고 같이 밥 먹을까요?" 염구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런 일은 급하게 하면 안되기 때문에 그는 천천히 해결해 보려고 했다.일단 급선무는 진숙영이 뭘하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래야 뭐든 할 수 있었다."그러자. 집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기만 하니까.""구준이는 참 말도 잘한단 말이야. 누구는 맨날 내 화만 돋구는데."두 사람은 모두 동의했지만 말투는 여전히 예리했다."차도 아래에 있으니 바로 갈까요?"이 모습을 본 염구준은 두 사람이 또 말다툼을 할까봐 급히 화제를 돌렸다."응, 희주 하교할 시간도 되었으니 얼른 가자."이에 손가을 역시 염구준의 말에 대답하며 진숙영의 손을 잡았다.그녀도 오늘 이 한 끼로 자신의 부모가 쌓여있던 걸 전부 해결하고 전처럼 화목하게 지내길 바랐다. 그러나 모든 건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다같이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사이좋게 웃고 떠들긴 했지만 손태석과 진숙영은 밥을 다 먹을 때까지도 말을 나누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일찍 일어나 평소대로 가족들이 먹을 아침을 준비했다."다들 얼른 식사 할 준비해요. 오늘 아침 메뉴는 스테이크니까요!"그가 큰 소리로 외치자 모든 사람들이 방에서 나와 씻으려고 화장실로 향했다.가장 적극적인 것은 당연히 염희주였다. 씻지도 않고 바로 주방으로 달려왔다."우와, 스테이크! 제가 먹을래요!""먼저 씻어야지."염구준은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를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런 좋은 습관은 어릴 때부터 길러야했다."구준아, 너무 일찍 일어난 거 아니
초상비는 사진을 보고 약간 갈피를 잡지 못해 멍 때렸다.반보 천인을 미행하라고 해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진숙영을 미행하는 건 조금 난감했다. "어, 나 그냥 가도 돼?" 초상비가 난처해하며 말했다.이건 남의 집안일이니까 말이다. 만일 못 볼 꼴이라도 보면 난처했다. "네가 생각하는 만큼 복잡한 일 아니야.""그냥 장모님께서 사기를 당하신 것 같아서 알아보라는 거였어. 구체적인 상황을 알아야 신고를 하든지 할 것 아니야."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아맞힌 염구준은 자신의 생각을 알려줬다."아, 그런 문제라면야." 그의 말을 들은 초상비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나왔어."염구준은 건물 입구를 보고 말했다. 진숙영은 지하에 오자마자 차에 올라 시동을 건 뒤 아파트 밖으로 향했다.초상비는 추적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염구준이 말을 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차를 몰고 따라갔다.그러나 아파트를 나서자마자 염구준의 휴대폰이 울렸고 전과는 다른 벨소리가 울렸다."전신전에서 온 용하국의 긴급전화?"이 벨소리는 이때까지 모두 세 번 울렸었는데, 그때마다 매번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의 발신인은 국주였다.용하국이 그를 필요로 하면 그는 무조건 돌아가야 했다. '아, 내 아름다운 생활이 여기서 끝인가?'염구준은 굳어진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물었다. "국주님, 분부하실 임무가 있습니까?""하하, 별거 아니에요. 그냥 긴장을 풀지 말라고요." 휴대폰 너머로 국주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 말을 들은 염구준은 어벙벙해졌다. 심심하면 언제든지 전화를 해도 괜찮지만 굳이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놀라게 하니 말이다.방금 전에는 정말 비상 집합을 하라는 것보다 더 간 떨어질 정도로 무서웠었다. "침묵하지 말아줄래요? 정말로 일이 있어요." 국주는 웃음을 거두고 본론을 말할 준비를 했다."듣고 있으니 말씀하세요."상대방은 무려 국주이기 때문에 염구준은 매우 공손한 태도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