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은 이미 굳혔으니, 더 말할 필요 없다. 네가 해야 할 일은 가주로서 송씨 가문의 사업을 발전시키는 거야."전에는 가주가 아닌 송씨 가문의 원로단에서 차기 가주를 뽑았기에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지 않은 송씨 가문 사람들이 적응을 하지 못했다. "가주님께서 너무 많이 드신 것 같네요."주탁에 앉은 머리카락과 수염이 모두 하얀 노인이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그의 이름은 송명호로, 송씨 가문의 또다른 거물이자 항렬이 가주보다 높으며 송대용 쪽의 우두머리였다. 즉 송씨 가문의 절반의 세력을 차지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누군가가 반대하자 송 가주는 급히 나서서 변명했다."제가 이렇게 하는 것도 가문을 위해서입니다.""사업 방면에서 청연이의 재능은 가문의 젊은이들 중 제일 뛰어납니다."이 말은 사실이었다."하지만 가문의 규칙을 깨뜨려서는 안 됩니다."그러나 송명호는 끝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팽팽하게 맞서게 되었다. '저런 거물이 중간에서 막고 있으니 일이 더 복잡해지겠어.'"이 일, 저희끼리 의논하면 해결될 것 같습니까?" 송 가주는 떠보듯이 물었다. 사실 이건 최후통첩이기도 했다."아니요."송명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렇게 되면 이젠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 "휴...""그럼 당신 쪽 사람들은 송씨 가문에서 떠나세요. 가업의 절반은 나눠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요."신중히 고민한 끝에 송 가주는 결국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자리에 앉아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가 왜 가문 내부의 고위층들과 사이가 틀어지면서까지 송청연을 가주의 자리에 앉혀놓으려고 하는 건지 이해 하지 못했다.그녀 정도의 재능이면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의 지지를 더욱 많이 받을 게 뻔했으니까 말이다. 그녀가 가주가 되는 건 그저 시간 문제였다.그러나 염구준은 송 가주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상대방은 지금 경지가 불안한 상태라 언제든지 반보천인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상대방이 독약을 사용했다면 틀림없이 해독약도 갖고 있을 것이다.그가 심하게 중독되지 않았을 때 제압하려는 수작이겠지만 송명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쿵!송 가주의 공격이 그에게 닿았을 때 이미 온몸에 웅장한 기운이 감돌았다.반천인 실력이었다.두 사람 공격 여파로 엄청난 에너지 파동이 사방으로 퍼지자 테이블 주변 사람들은 이내 뒤로 물러섰다.나무 테이블은 아예 산산조각으로 부셔서 바닥에 흩어졌다.“아쉽게 됐네.”염구준이 한숨을 쉬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그 순간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을 쳐다봤다.지금 현장에서 그는 변수에 속했다.염구준은 나서지 않고 손을 들어 송대강, 송청연, 송현우를 가리켰다.“세 사람 내 옆으로 오세요.”약속한 것만 지킬 뿐, 다른 사람은 상관하지 않았다.다들 염구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막지 않았다.세 사람이 그의 곁으로 다가간 후 싸움은 계속 진행되었다.“목숨을 내놓거라.”“죽여라!”한때 우애가 좋던 가족들이 지금 이 순간은 한이 맺힌 원수처럼 죽이려고 했다.얼마되지 않아 벌써 사상자가 나타났다.쌍방 실력은 비슷했다.송명호가 한 수 우세를 차지하더니 미친듯이 웃었다.“하하하. 패배를 인정해. 너희들은 우리를 이길 수 없어.”해독약이 없는 송 가주는 기운을 움직일수록 독이 체내에 빨리 퍼져서 기운이 빠졌다.송 가주 측 투력이 점점 약해져서 불리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흥. 죽는 한이 있어도 너를 끌어낼 것이다.”송 가주는 죽을 각오를 하고 전력으로 공격했다.예전 같았으면 이제 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송명호를 거뜬히 해치웠다.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었다.모두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변수가 생겼다.“송명호, 내가 도와주겠다.”양동현의 아버지가 외치면서 싸움에 가담했다.“나도 돕겠습니다.”한 사람이 나서자 많은 세력들이 송명호의 편을 들었다.보아하니 송 가주가 가주 자리를 내놓지 않아도 송명호가 오늘 반란을 일으킬 작정이었다.
싸움에 외부인이 개입하여 송 가주만 가까스로 버틸 뿐, 다른 사람은 이미 죽거나 체포되었다.가족 내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이제 다 끝난 거 같은데 그만 패배를 인정하시지?”송명호는 이미 승자가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했다.“같이 죽자!”송 가주가 고함을 지르며 미친듯이 그에게 달려들었다.그와 함께 자폭할 생각이었다.“미친 영감탱이!”당황한 송명호는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반천인 고수의 자폭은 위력이 어마어마해서 감히 맞서지 못했다.‘아니야.’바로 그때, 구경꾼들은 송 가주의 기운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을 감지했다.몇 호흡만에 단진 무성 경지까지 하락한 것이다.수련 후 주화입마에 빠진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났다.“하하하하. 하늘이 날 도왔군. 영감 몸이 정말 고장이 났나 봐.”송명호는 다시 미치광이처럼 웃으며 한 주먹으로 송 가주의 단전을 부숴버렸다.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막을 여력도 없었다.단전이 망가지면 기운이 밖으로 빠져서 자폭할 수도 없다.송 가주는 그렇게 폐인이 되었다.가주 쟁탈전에서 송명호가 드디어 승리를 거두었다.“가주님, 축하드립니다.”송대용이 제일 먼저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예전부터 자신의 친할아버지가 가주가 된 모습을 상상했었다.전에 송대강에게 억눌리고 또 송청연에게 억눌려서 마음에 깊은 원한이 생긴 것이다.“가주님 축하합니다.”“송 가주님, 축하드립니다.”송명호 측 일가, 그를 따르던 세력들이 나서서 인사를 올렸다.본인도 가주라는 칭호가 마음에 드는지 흐뭇하게 웃었다.“하하하. 이제 승복해.”그는 발로 송 가주의 가슴을 밟고 질문했다.“퉷!”송 가주는 침을 뱉고는 염구준에게 비참한 미소를 보냈다.“염 선생. 내 손자들을 잘 부탁하네.”염구준이 아무런 감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부탁을 받았으니 세 사람 안전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할아버지!”“명호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를 제발 살려주세요.”맞설 능력이 없는 송청연과 송대강은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실력 차이
송청연은 두 눈을 꼭 감고 애써 진정했다.외부 요소에 영향받지 않고 이해관계를 따졌다.한참을 생각하고 깨달은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단호한 눈빛에서 상사가 갖추어야 할 모습이 어느 정도 보였다.“어르신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있는 한 송씨 가문은 망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큰절을 세 번했다.그 모습을 본 송 가주는 크게 기뻐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하하하. 내게 후계자가 생겼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송청연의 결단에 적지 않은 노인들이 할 말을 잃었다.그녀의 욕심은 그들보다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몇 년만 더 성장하면 상업계의 여걸이 될 것이다.“이젠 갑시다.”송청연은 정신을 잃은 송현우를 업고 돌아섰다.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않았다.오히려 무능한 자신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에 화났다.“그럽시다.”염구준은 대답하며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그곳에서 막고 있던 사람들은 무서운 기운을 감지하고 뿔뿔이 흩어졌다.“멈춰, 청연은 남거라!”뒤에서 송명호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자 염구준은 홱 돌아서서 경멸하듯 노려봤다.“싫다면 어쩌실 건데요?”이제 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풋내기에 원소의 힘도 사용할 줄 모르는 실력이라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송명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송 가주를 발로 차버렸다.“너도 독연기를 많이 마셔서 기운이 많이 소모됐을 거야. 7할 전력밖에 남지 않았을 텐데 나랑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어? 눈치 있다면 사람을 남기고 넌 떠나라.”이해 관계를 따지는 것 같지만 실은 협박하고 있었다.“안목은 있네요. 독연기 덕에 확실히 7할 투력밖에 사용할 수 없어요.”염구준이 솔직하게 인정했다.그 말에 주변에서 깜짝 놀라 속으로 어리석다고 나무랐다.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겁을 먹은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우매한 놈. 목숨을 내놓거라!”양씨 가문의 노복들은 그가 7할 투력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 더는 가만있지 않았다.반천인 경지와 조금 차이가
“6할 전력이야. 기운을 많이 쓸수록 빨리 소진된다!”송명호는 또 이길 확률이 높아졌다고 기뻐했다.이 독은 잠시 전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치명상까지 줄 수 있다.“뭘 그렇게 좋아하세요? 당신을 상대하는 데 6할 전력이면 충분하거든요.”염구준은 본원 검의를 시험하려고 나섰는데 상대방 실력이 약해서 흥이 나지 않았다.그가 얕잡아 보자 송명호는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했다.“마지막으로 말할게. 청연을 남길 거야 아님 네 목숨을 남길 거냐?”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자 송명호는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염구준은 대꾸하지도 않고 하품을 했다.“하음, 싸우고 싶으면 빨리 시작해요. 꾸물거리지 말고.”솔직이 두 사람은 서로 할 이야기는 없었다. 송명호가 일방적으로 염구준이 물러설 거라고 착각했을 뿐이다.“그럼 죽어!”송명호는 창을 들고 염구준에게 무섭게 돌진했다.모두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고 상대방이 6할 전력만 남아 있다면 패배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검래!”염구준이 손을 뻗자 강력한 흡인력으로 송현우의 등에 있는 검을 뽑았다.검이 손에 잡힌 순간 온화한 기운이 온몸을 채우며 가벼운 소리를 냈다.‘좋은 검이군.’그래도 구자검에 비하면 조금 부족했다.웡웡.그때 검신이 흔들거리며 그에게 잡히지 않겠다고 몸부림을 쳤다.“흥.”염구준은 콧방귀를 끼며 순식간에 검의로 제압해버렸다.검에 대한 깨달음이 풍부해서 아무리 오만한 검이라도 모두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송명호가 기회를 잡은 듯 비아냥거렸다.“하하하. 돌을 들어서 자기 발등을 찧는 격이군.”말하는 동시에 창을 들고 염구준의 목을 찌르려고 했다.일격에 싸움을 끝내고 싶었다.촤아악!곧 창이 닿을 무렵, 염구준이 검을 휘두르며 막았다.검신을 감싼 검기가 창을 두 동강으로 잘라버리고 신속하게 송명호를 공격했다.‘검의다.’엄청난 기운을 감지한 송명호는 창을 버리고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자고로 검이라면 모두 검의를 깨달을 수 있지만 이
염구준은 손에 든 검을 몇 바퀴 돌리고 과감하게 맞섰다.공격하자마자 상황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쉽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다들 이것이 6할 전력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버티자. 저놈의 체력을 소모시켜야 해.’송명호는 공격을 피하며 가까스로 버텼다.독연기로 염구준의 기운을 전부 소모시킨 후에 본격적으로 공격할 생각이었다.하지만 한참이나 싸웠는데도 공격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염구준은 지치지도 않는지 싸울수록 힘이 뻗쳤다.“거기서 뭐해? 송청연을 잡아와!”방금까지 비열한 수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상황이 불리해지니 어쩔 수 없이 송청연을 잡아서 염구준을 협박해야 했다.“빨리 잡아!”송대용이 몇몇 사람들을 이끌고 송청연에게 돌진했다.그중에 전신 경지 고수도 있어서 십중팔구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수상한 낌새를 느낀 염구준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뒤돌아보았다.그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송명호가 패왕창으로 머리를 내리쳤다.“나랑 싸우면서 한눈을 팔다니 죽고 싶어?”염구준이 왼손으로 창대를 꽉 잡더니 오른 손에 든 검으로 검기 광풍을 일으켜 송대용에게 발사했다.“위험해. 도망쳐!”광풍에서 치명적인 기운을 느낀 송명호가 포효했지만 이미 늦었다.검기가 송대용 일행에게 몰아쳐 가더니 무자비하게 살갗을 찢어버렸다.“아아아악!”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검기 광풍은 에너지가 소모된 후 바로 사라졌다.송대용 일행은 죽고 전신 경지 고수만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저러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다.“송청연 남매를 납치하면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다.”염구준의 말이 송씨 저택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송명호 측근에 서 있던 사람들은 식겁해서 뒤로 물러섰다.방금 검기 광풍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염구준! 내 유일한 핏줄인 손자를 죽이다니 네 목숨으로 갚아라.”이성을 잃은 송명호는 대노하며 소리질렀다.“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당신 손자를 죽이지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
운이 좋게 기회를 잡은 염구준은 옥패에 적힌 무학을 펼쳐 체내의 기운을 최대로 끌어올려 이 에너지를 흡수했다.그러자 예전에 다쳤던 상처들이 급속도로 회복하는 것이었다.“염구준, 목숨을 내놔라!”세라는 꼼짝하지 않는 염구준을 노려보며 비수를 앞으로 찔렀다.그동안 참았던 원한을 모두 이 비수에 담았다.아들과 손자를 폐인으로 만든 복수, 그날 중상을 입고 도망쳤던 수치스러움을 오늘 전부 갚을 작정이었다.슈웅!비수가 염구준의 심장을 찌를 무렵, 그가 눈을 번쩍 뜨고 한 주먹으로 세라의 가슴을 쳤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갑자기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에 세라는 미처 방어하지 못했다.몸을 뚫어버린 것 같은 공격에 그녀는 피를 토하며 뒤로 수십 미터나 떨어지고 말았다.그 충격에 잠수 장비가 폭발하여 세라는 심해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곧 죽을 위기에 처했다.나이를 먹어서 염구준보다 육신이 강하지 못했다.이어서 염구준이 구자검을 들고 체내의 에너지를 감지하며 천천히 일어섰다.지금까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었다.‘극한 육신에 도달했어.’오랫동안 육신을 단련하고 여러 번이나 시도한 끝에 드디어 극한 육신을 만들어내다.이것은 모두 세상에 존재하는 기괴한 물건이 도와준 덕분이었다.심지어 외부 상처와 내상마저 전부 치료되어서 다시 예전의 전투력을 회복했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었다.“이… 이럴 수가!”베르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 여섯 명의 공격을 받고 곧 죽을 것 같던 적이 갑자기 멀쩡하게 살아나서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심지어 그의 기운은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스스슥!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없어 말은 하지 못하지만 검을 들고 다섯 명의 반보천인에게 빛의 속도로 달려갔다.육신이 극한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하여 이제는 심해의 압력을 받아도 미세한 영향만 미쳤다.한 순간에 육신을 탈변하고 승화시켜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도달한 것이다.“다 같이 공격해요! 혼자서
대어당의 당주는 아직도 염구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않아 정면으로 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1대1 싸움에서 평범한 반보천인들이 먼저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염구준은 통신기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자 단호하게 꺼버리고 조용히 돌기둥의 에너지를 감지했다.지금 그들은 진짜 옥패가 염구준이 갖고 있다고 단정했다.“내가 꼭 네놈의 숨통을 끊어버릴 거야!”베르는 다시 결심하며 반보천인 세 명을 이끌고 돌진했다.고대 옥패가 나타난 이상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내가 돕겠습니다. 일단 염구준을 죽이고 나중에 얘기하죠.”메노스도 반보천인 부하 한 명을 이끌고 가담했다.염구준의 실력이 워낙 강해서 이런 위험한 인물은 일찌감치 제거해야 안심할 수 있었다.동시에 반보천인 여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공격했다.‘살기야.’뒤에서 서늘한 살기를 느낀 염구준은 돌기둥에서 물러나 검을 들고 그들과 맞섰다.쿵!하지만 여섯 명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더니 바로 뒷걸음을 치며 물러섰다.본래 전투력이 80%밖에 회복되지 않았는데 또 6대1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승산이 거의 없었다.“하하하, 다들 봤죠? 염구준이 막지 못했어요. 그쪽 세 명 함께 싸우지 않을래요?”일격에 자신감을 찾은 메노스는 대어당 일행을 유인했다.상황이 급변하자 대어당 당주는 앞뒤 상황을 계산하면서 생각에 잠겼다.그 사이에 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기운을 끌어올렸다.적들을 물리치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미쳤어? 잠수 장비가 없으면 육신으로 수압을 견뎌야 해!”베르는 염구준이 자살하려는 줄 알고 경악했다.아무리 반보천인 무술인이라도 육신이 극한에 도달하지 않으면 바다의 수압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뭐 하는 겁니까? 이때 죽여야죠!”메노스는 엄숙한 표정으로 수중에서 빠르게 전진했다.어쩐지 알 수 없는 위기감이 그를 감싸는 것 같았다.촤아악!한 사람이 공격해 오자 염구준은 날카로운 검을 휘둘러 상대방을 물리쳤다.지금 염구준이 부상을 입어 절
염구준은 미련 없는 듯 베르에게 가짜 옥패를 던져버렸다.그로 인해 자신을 향한 적의를 상대방에게 전가했다. “뭐야?”갑작스럽게 옥패를 받은 베르는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이렇게 쉽게 옥패를 내놓을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베르, 옥패를 내놓으세요!”이에 불만을 품은 메노스가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다.그도 이번에 옥패를 찾으라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절대 베르가 독차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스스슥!대어당 일행은 염구준이 옥패를 넘겨주는 것을 보고도 끼어들지 않고 이내 메노스 편에 서서 베르와 대치했다.이제 쌍방의 실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한편, 염구준은 돌기둥을 계속 쳐다보았다.방금 접촉할 때 안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는데, 정체를 알 수 없어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아직 시체가 상처 없이 죽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염 선생님, 보물을 충분히 챙겼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그때 노신기가 일을 마쳤는지 부하들을 정렬하게 두 줄로 세우고는 물었다.두 사람은 염구준의 말을 여러 번이나 되새겨 본 후에 그의 지시에 따르기로 결정했다.어떤 물건들은 실력이 없으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먼저 절벽을 따라 올라가서 선박에서 기다려요.”염구준이 단호하게 지시했다.아직 알 수 없는 위험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미리 대피시킨 것이다.“알겠습니다.”노신기와 그레이는 더는 묻지 않고 방금 들어왔던 동굴로 되돌아갔다.염구준을 따르면 고생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득을 볼 수 있기에 그냥 지시에 따르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여러 차례 큰 사건을 겪으면서 지켜본 결과, 염구준의 결정은 틀린 적이 없었다.천기문 일행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염구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좀 눈치를 챙겼네.’만약 그들이 탐욕에 지배되어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면 그냥 죽게 내버려뒀을 것이다.이어서 염구준은 돌기둥 옆에 서서 한참을 관찰하다가 두 손바닥을 붙이고 에너지가 흐르는 것을 감지했다.하지만 잠수 장비로
염구준은 여광으로 모두의 움직임을 살피고는 갑자기 몸을 비틀어 일련의 검기를 발사했다.적들이 부상을 입은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와 사방을 벌겋게 물들였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니 실력이 약한 부하들은 배추처럼 잘려 나갔다.그때 메노스가 다시 결단을 내렸다,“염 선생, 우리랑 함께 스텔라성을 물리치고 나중에 보물을 평등하게 나눠 가져요!”이것은 염구준을 옆에 유인하여 부하들이 옥패를 빼앗게 하려는 수작이었다.“관심 없어.”하지만 염구준이 싸늘하게 거절하고 더 무정하게 살해했다.어떤 세력이든 상관없이 그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전부 적이라 생각했다.공포스러운 그의 전투력 앞에서 다들 맥없이 쓰러지고, 이러다 고대 옥패가 그의 손에 들어갈 것 같았다.격전을 벌이던 베르는 부적절한 점을 발견하고 바로 제안했다.“그만 싸우고 우리 함께 염구준을 공격합시다. 저놈을 죽이고 다시 상의해요!”“찬성합니다.”메노스가 멀리서 힐끗 보더니 흔쾌히 동의했다.솔직히 모두가 염구준을 먼저 처리하고 싶었다.쿵!격전을 벌이던 각 세력들은 에너지 충격력으로 각자 뒤로 물리었다.그렇게 고대 옥패를 위해 잠시 휴전하기로 협상했다.스스슥!이제 상황은 변하여 일부 반보천인들이 뭉쳐서 염구준을 공격했다.세라 일행은 실력이 따라갔다면 진작에 그와 싸웠을 것이다.그 외에 대어당을 포함한 세 가문은 원래 자리에 서서 구경했다.전에 깨끗하게 패배한 후, 그들은 다시 염구준과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세 가문의 힘을 잃은 메노스가 눈을 부릅뜨고 재촉했다.“당신들 뭐해요? 전에 우리랑 했던 약속을 잊었어요?”세 가주의 실력은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명백한 반보천인이라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그런데 그들은 옥패 쟁탈권을 포기하고 말았다.“우린 저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보물들을 챙기자.” “염 선생, 우린 당신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중에 여기서 나가도 우리한테 복수하지 마.”세 사람은 이득을 위해 스텔라성과 적이 될 수는 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