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염희주를 손태석과 진숙영에게 맡기고는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다.......청해시, 교외 도로.구준은 붉은색 포르쉐를 몰고 미간을 찌푸린 손혜린을 보면서 부드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외할머니 생신 잔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급하게 떠나는거야?"손혜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삼풍 그룹.운해시에서 삼풍 그룹의 힘이 가장 큰 것은 아니였지만, 또 그렇게 약하지만은 않았따.이제 막 자리를 잡고 번성할 준비를 하고 있는 손 씨 그룹을 삼풍 그룹이 인수하기로 한 이상 수단을 가리지 않을것이고, 그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인수하는 일 때문인가?"염구준은 속으로 은근히 추측하고 나서 가볍게 웃었다. "아버지는 회장이고 너는 사장인걸. 그룹의 권력은 모두 우리 손에 있어. 우리가 팔지 않는 한 삼풍 그룹이 어떻게 강매를 할 수 있겠어?"말을 마친후 가슴을 살짝 피고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쪽에서 억지 쓰려고 해도 나를 넘을 생각은 하지말라 이거야. 네 남편이 여간 싸움 잘하는게 아니잖아!"손가을은 풉하고 웃음이 터졌고 점차 눈빛이 부드러워졌다.그래, 그녀의 곁에는 구준도 있었다!위뚱보에게 납치당했을 때, 구준은 혼자 운천 클럽 전체를 상대로 그 많은 양아치들이 한명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었다.지금 생각해도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였다. 그래, 이런 남자가 옆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나?"구준씨, 아까 배불리 먹지 못했지?""가자, 내가 구준씨 데려갈 곳이 있어. 당신이 좋아할 거야."구준은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좋아!" 라고 외쳤다.약 20분 후에, 포르쉐는 ‘사랑의 뮤직 레스토랑’ 입구에서 멈추었다.이곳은 청해시 중심 상가로 출입구 주차공간이 매우 비어 있었다.구준이 차를 멈추고 가을과 팔짱을 끼고 식당으로 들어갔다.같은 시각,식당 한구석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요염한 여성이 양복을 입은 청년 한 명과 마주 앉아 손에 밀크
’어떻게 저 사람이?'손가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대학 시절, 그녀와 동연정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이었던 동연정과 달리 그녀는 손태진에게 강압적으로 당했고, 결국 뱃속에 손태진의 아이까지 품어 손씨 가문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알리기 민망했던 손가을은 결국 그녀와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연락이 끊긴 몇 년 사이, 동연정은 어느새 삼풍 그룹의 고위 임원이 되었고 이번 인수 건을 주도하게 되었다.대화를 나누는 사이, 동연정의 남자친구인 심운이 와인 잔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심운은 손가을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안녕하세요, 전 심운이라고 합니다. 가을 씨를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네, 안녕하세요."손가을은 약간 어색해했으며 심운과의 악수를 원치 않는 내색을 비췄다. 그녀는 급히 뒤돌아서 자신의 남편을 쳐다보며 소개했다. "아, 소개하는 걸 깜빡했네요. 여긴 제 남편이에요, 결혼한지도 어느새 5년이나 되었어요." 손가을과 동연정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염구준도 옆에서 듣게 되었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심운의 손을 맞잡았다“안녕하세요. 저는 손 씨 그룹의 경호 부장, 염구준입니다."순간, 심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동연정을 쳐다보았다.동연정도 놀란 듯 멍한 눈길로 염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가을아, 손 씨 그룹...."동연정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미간을 점점 찌푸렸다."어떻게... 저분이 손 씨 그룹의 경호 부장이라니.. 그럼 네가..."“네, 손가을씨는 손 씨 그룹의 대표에요."염구준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회장님이 가을씨 아버지세요, 제 장인 어르신이고요. 손 씨 그룹은 최근에 설립된 가족 그룹이입니다."동연정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번에 동연정이 청해에 온 이유는 심운을 도와 손씨 그룹을 인수하는 거였다.평범한 가정이었던 동연정은 이번 기회에 회사를 위해
대꾸하기 위해 입술을 깨물던 손가을은 결국 참지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겪은 지옥 같은 5년의 생활은, 동연정이 살아온 순간보다 절대로 순탄하지 않기 때문이다.손 씨 가문에서 버림받고, 손태진에게 당한 그 악몽 같은 순간은... 그들의 상상이상으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의 손 씨 그룹이 있기까지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다."가을씨는 그럴 자격이 충분합니다!"염구준은 눈물을 글썽이는 손가을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외쳤다. 다시 고개를 돌린 염구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동연정을 쳐다보았다.이질적으로 생긴 동연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가을 씨는 입술도, 눈썹도, 보톡스나 얼굴에 칼을 대고,실리콘을 삽입하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의 미, 본연의 미를 가진 가을씨는 당신처럼 거짓으로 꾸며진 사람과 달라요!"쿵!동연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손톱으로 손바닥을 꽉 누르는 바람에 피가 날 뻔 했다.동연정은 성형 수술을 외국에서 비밀리로 진행했다.최고의 성형외과 의사를 고가로 고용하여 다년간 철저하게 숙련된 전문가만이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완벽하게 성형했다."어디 그뿐인가!"염구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가차 없었다. "이마도 불균형하고 골반도 비틀어진 걸 보니, 사생활이 꽤 더러웠나 보군! 그러니까 좋은 말 할때 당장 꺼져. 당신이 풍기는 고기 썩은 악취 견디기 힘드니까! 감히 어디서 가을 씨를 당신이랑 비교할 수 있는 거지?!"염구준이 내뱉은 말은 비수처럼 동연정의 가슴에 속절없이 꽂혔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고 입술을 깨물었다."저 말, 다 사실이야?"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심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물었다."그날 밤, 나한테 당신이 첫 경험이라고 했던 거.. 다 가짜였어? 그날 내가 본 피는 뭐지?""아, 아니..."동연정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심운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어떻게든 변명하기 위해 애썼다."제발,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다 설명할
심운은 비웃으며 잠옷 주머니에서 몰래 찍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매혹적인 사진 속에서 손가을의 얼굴을 쳐다보던 심운의 볼이 붉게 타올랐다."순수? 이게 진짜 순수야! 손가을... 흐흐흐"그는 욕망이 가득한 눈길로 사진을 핥더니, 몸을 돌려 동윤정의 목덜미를 꽉 쥐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욕심내는 여자는 절대 놓칠 수 없어! 내일 밤, 손가을한테 사과하겠다고 연락하고 단둘이 약속 잡아. 명심해, 단둘이 만나야 해! 알겠어?"동연정은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흘렸다. "심운 씨, 설마...."심운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투명한 액체가 든 병을 꺼내 보였다."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외국에서 구해온 아주 귀한 물건이야! 무색무취의 아주 강한 약이지! 제 아무리 열녀라 하더라도 이 약 한 모금이면 나한테 꼼짝없이 놀아날 수 밖에 없다고!"동연정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길로 물었다."만약, 가을이가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심운은 몸을 돌려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를 데려오지 않는다면.. 난 널 죽일 거야!"다음 날 저녁 7시 반, 아이샤 뮤직 레스토랑."심운씨도 계셨네요?"손가을은 자신의 비서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왔다.그녀는 저만치에 앉아 있는 동연정과 심운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퇴근하기 몇 분 전, 그녀는 동연정의 연락을 받았다.통곡하며 자기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한 옛 동창을 무시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염구준을 혼자 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 비서를 데리고 이 자리에 온 것이다."대표님은 제가 반갑지 않은 모양입니다?"동연정은 혹시나 심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분이 네 비서지? 우리 오래만에 만났는데 둘이서만 대화하자. 비서는 먼저 나가게 하는 게 어때?"동연정은 손에 든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어제는 내가 잘못했어, 이건 사죄의 의미. 나 용서해주면 안돼?"손가을은 음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심운을 힐끗 쳐다보더니,
몇 명의 건장한 남자가 우르르 걸어 나왔다.손에 나무 막대기를 든 남자들 앞으로 가장 앞에 선 남자가 나일론 줄을 당기며 걸어왔다.이 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당신들 누구야?"이 비서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다가오지 마. 당장 신고할 테니까!""신고를 해?"순간, 레스토랑에서 나온 심운이 손가을의 사진을 움켜쥐며 얼굴을 구겼다. “네 신고가 빠른지, 내 경호원들이 빠른지 어디 한 번 볼까!"쉭쉭쉭!말소리가 끝날 즈음에 건장한 경호원 몇 명이 갑자기 그녀에게 뛰어갔다.마치 폭풍처럼 다가와 손가을과 이 비서를 둘러쌌다."대표님, 제가 준 술을 마시지 않은 걸 후회할 겁니다."심운은 손가을의 가슴을 욕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반항해봤자 쓸모가 없습니다! 자기 발로 차에 탈 건지, 아니면 강제로 탈 건지 당장정하세요!"손가을은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건장한 사내가 손가을을 강제로 붙잡고 차로 끌고 가려던 찰나, 손가을은 핸드백에 든 방범 분사기를 꺼냈다.하지만 이것으로는 한 명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대표님, 얼른 도망치세요!"그때, 이 비서가 옅게 떨면서 온 힘을 다해 손가을을 옆으로 밀쳤다. 그러더니 심운을 향해 달려들었다."당신, 오늘 내 손에 죽었어!"하지만 이 비서가 심운에게 달려들기도 전에, 옆에 있던 경호원이 발을 들어 이 비서를 걷어차고 쓰러트렸다.이 비서를 향한 무자비한 발길질이 시작되었다.경호원이 심운에게 말했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얼마 못 가 숨통이 끊어질 겁니다!""죽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야! 목을 부러뜨리든, 산채로 바다에 처넣든! 당장 처리해!"심운은 손을 휙휙 젓더니 손가을 향해 비릿하게 웃었다."대표님, 이젠 우리 둘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네요! 저년과 함께 바다에 빠질 건지, 아니면 얌전히 날 따라올 것인지 결정해주셔야 할 텐데요."손가을의
손가을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는 심운의 눈빛이 욕망으로 가득 찼다. 그는 손가을의 가슴으로 손을 뻗으며 비열하게 웃었다."나 이제 더는 못 참을 것 같은데.. 우리..."지잉-바로 이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운해 시의 바다가 근처 별장에서, 심범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운아, 손 씨 그룹 인수 계획은 어느 정도로 진행된 거야?""걱정하지 마!"심운은 다리를 꼬고 옆에 앉아 있는 손가을을 힐끗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늘 밤만 지나면, 손가을은 내 사람이야! 손 씨 그룹도 우리 가문으로 소속될 거야!"심운의 말에 심범의 얼굴이 굳어졌다.자기 동생이 손가을에게 손을 대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운아, 너 혹시 손가을 씨를 어떻게 한 거야? 너 절대 그래서는 안 돼!"심범의 얼굴이 굳어졌다."손가을의 남편이 누군지 잊었어? 하고 싶은 게 뭐든 지금 당장 멈춰! 인수는 내가 알아서 할 게!"지난번, 장혁과 청해로 갔을 때 그는 염구준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그는 염구준이 자기에게 빚을 지길 바랬지만 미처 성공하지 못했다.며칠 전, 염구준은 운천클럽에서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안건호를 죽여버렸다. 근데 임진태조차 꼼짝없이 당했으니 그렇게 무서운 사람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형, 왜 이렇게 겁먹었어?"심운은 염구준을 신경 쓰지 않아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염구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우리 가문을 쉽게 건드리지는 못할 거야! 잊지 마,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전화를 끊은 심운은 득의양양해져 크게 웃었다."운아.... 젠장!"심범은 끊긴 핸드폰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염구준의 무서운 행동이 떠올랐던 심범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다들 이쪽으로 와!"6명의 정예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별장 거실에 나타났다. 그들은 심범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분부하십시오!""당장 차를 준비해! 청해로 간다!"심범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애들 모아서
레스토랑은 이미 방범 셔터를 내렸고 텅 빈 거리에는 가로등 몇 개만 어둡게 켜져 있었다.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거리였다.멀리 떨어진 사거리에 차들이 가끔 지나다녔고 차 불빛이 이따금씩 골목길을 비췄다.“핸드폰, 내 핸드폰..이 비서의 몸이 심하게 떨렸고 쓰레기통의 악취는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쓰레기 더미를 마구 뒤졌다.찾았다!지저분한 음식물 쓰레기 더미 속, 그녀의 휴대폰 화면은 이미 깨져있었고 필사적으로 전원 버튼을 눌러 마침내 화면이 점차 켜졌다.“핸드폰이 살아있어, 아직 쓸 수 있다고!”핸드폰 전원이 켜지자 흐느끼는 이 비서의 손가락이 심하게 떨린다. 염구준의 번호로 전화가 걸리자 눈물이 줄줄 쏟아져 나왔다.“염 부장님, 손 대표님 좀 구해주세요.. 손 대표님께서 심운에게 잡혀갔어요. 레인지로버 차량에 탔고 차량번호는... 아까 기절해서 제대로 못 봤어요..”그 시각.은빛 아파트, 손 씨네 집 거실. 염구준은 휴대폰을 꽉 움켜쥐고 있었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심운!개자식이 감히 가을씨를 납치해?죽으려고 작정한 모양이야!“아빠?”거실에서 인형을 안고 있던 염희주가 작은 얼굴로 염구준을 올려다보며 의아해했다.“엄마한테 무슨 일 있어요? 레인지로버는 무슨 얘기에요?”“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희주 착하지, 할아버지 할머니랑 잠깐 집에 있어. 아빠는 잠깐 나갔다 올게.”염구준은 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손태석과 진숙영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이내 쏜살같이 거실을 뛰쳐나갔다.방범문을 닫자마자 주작전존에게 전화를 걸었고 쓸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약 30분 전, 레인지로버 한 대가 가을 씨가 탄 아우디 A와 같은 위치에 나타났다! 현재 레인지로버의 위치가 어딘지 당장 추적해 봐!”약 5분 후.“보고드립니다!”주작전존이 신속하게 말했다.“현재 위치 추적 완료! 레인지로버 현재 위치는 청해 명주 호텔입니다! 우리 측 정찰위성으로는 현재 실시간 화면 포착이 불가하여 차량 위치는 아마 지하주차장
그 중 경호원 한 명이 손을 뻗더니 손가을을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음흉하게 웃었다.“둘째 도련님, 손 대표님을 매달아 놓을까요 아니면 그냥 다 벗길까요?”심운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고 두 눈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가을의 섹시한 몸매를 바라보며 ‘꿀꺽’침까지 삼켰다.예뻐, 정말 너무 예쁘단 말이야!커리어 우먼 룩을 입은 손가을의 치마 밑으로 하얀 종아리가 드러났고 눈물 맺힌 속눈썹을 한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참을 수 없었다!그는 이제 더 이상 손가을의 옷을 벗기고 싶지 않았다.“손 대표님을 침대 위에 눕혀!”심운은 생각하면 할수록 흥분돼서 침까지 나올 지경이었다.“그리고 다들 나가서 문 앞을 지키고 있어, 파리 한 마리도 못 들어오게! 오늘 밤 난 밤새도록 놀거야. 그리고 내일 너희들에게 두둑한 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네!”경호원들이 음흉한 표정으로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손가을을 들어 올려 호화로운 침대에 툭 던지고는 돌아서서 스위트룸을 나와 문을 닫았다.넓고 큰 로열 스위트룸 안, 이제 심운과 손가을 두 사람뿐이다!“심운, 당신! 경고하는데 날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요!”손가을은 침대 위에 웅크린 채 뒤로 묶인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떨리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손 씨 그룹을 매수하려 한다면서요? 제가 미리 말하는데요! 만약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구준씨가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염구준, 당신 데릴 남편, 그 쓸모없는 놈 말하는 거예요?”심운이 경멸하는 말투로 비웃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제가 그 정도밖에 안되는 놈을 두려워할 것 같아서요? 정말 너무 웃기네요!”“그 사람이 없는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만약 이 자리에 있었다면 무릎을 꿇고 제가 대표님을 괴롭히는 걸 빤히 보면서 박수까지 치게 했을 거니까!”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버리고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옷을 벗어던지고 벨트까지 풀며 음흉하게 웃었다.이 순간, 그의 눈빛은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았고 금방이라도 손가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