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을 최대로 해서 공격해!”몇 척의 쾌속정들을 상대하는데 전투기까지 띄울 필요는 없었다. 그러기 귀찮은 것도 있지만 주로는 전투기를 띄우기 전에 전투가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슉, 쾅!순식간에 불빛이 하늘을 찌르며 해면을 불바다로 만들었다.쾌속정으로 항공모함 전투단을 공격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 행위이기도 했고, 더군다나 전투단에 있는 게 전부 염구준이 제대로 훈련시킨 정예들이기 때문에 적들이 이길 가능성은 더욱 없었다.적들의 쾌속정들은 한 척만이 봉쇄를 뚫고 나머지는 전부 차 한잔을 마시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에 사라져버렸다.“다중 전신의 영역이 쾌속정을 보호했어.”빠르게 낌새를 챈 염구준은 이제 곧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직감했다.슉슉.그리고 이와 동시에 네 명이 항공모함에 올라 분노에 찬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모두 같이 죽여주마!”비록 매우 오만한 말이었지만, 그럴만한 자격은 있었다. 세 명의 전신 위 강자들과 한 명의 반보천인이라면 정예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항공모함이었다면 정말로 상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나, 애석하게도 그들이 만난 건 전신전의 최고 전력인 염구준이었다.“너희 넷은 반보천인을 상대하고 다른 셋은 나에게 맡겨.”염구준은 이 기회를 빌어 아랫사람들을 훈련시키고 싶었다.“네!”4대 전존은 깔끔하게 대답한 뒤 바로 반보천인을 향해 돌진했다. 상대방의 실력이 비록 강하기는 하지만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이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흥, 죽고싶은 모양이구나!”반보천인은 콧방귀를 뀌고는 고박한 칼을 꺼내 마찬가지로 돌진했다.쌍방은 서로 뒤엉켜 싸웠고, 상황을 보아 단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는 건 무리인 것 같았다.옆에서 이를 보고있던 나머지 세 명의 전신 위 강자들은 상황을 보고 돕기 위해 달려갔다.슉.그러나 곧 염구준이 나타나 그들을 막고서 하찮아하며 말했다. “너희들의 상대는 나니까 가서 낄 생각하지마.”“죽여!”염구준
“흐아아압!”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그는 소리를 지르며 체내의 진기를 극도로 끌어올렸다. 목숨을 걸고 싸워 보려는 의도였던 것이다.이에 염구준 역시 주먹을 꽉 쥐고 힘껏 내보냈고, 그렇게 몇 합을 겨루지도 못한 채 그는 바닥에 쓰러져 겨우 숨을 쉬면서 황지천을 노려보았다.“배신자 새끼, 너는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거다.”이 말을 들은 황지천은 크게 화를 냈다.“너희같은 당동벌이이야말로 섬을 해치는 존재들이야.”그날 쫓기는 길에서 염구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쿨럭.”생명력이 거의 소모된 반보천인은 피를 토하고는 바로 숨을 거두었다.이로써 위기가 해소되기까지 전후로 15분도 안 된 셈인 거다.“청룡,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남은 적들이 있는지 섬을 수색해.”“주작, 넌 입구를 계속 수색하고.”진도를 빨리 하기 위해 염구준은 쉬지 않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 늦어서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안 되니까 말이다. 싸움이 격렬했기 때문에 삼선도도 눈치를 챘을 것이 뻔했다. “네!”두 사람은 명령을 받고 각자 사람들을 데리고 임무를 하러 갔다.그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서 이미 온 하늘이 별로 가득 찼지만, 그들은 아직 삼선도의 입구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염구준이 한번 무모하게 그냥 돌진해 볼까 고민하던 차에, 황지천이 놀라서 소리 질렀다. “저깁니다. 제가 바로 저곳에서 뛰쳐나왔어요.”이 말을 들은 염구준은 벌떡 일어나 상대방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고, 곧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했는데, 자세히 보니 등대 같아보였다.“확실해?”염구준은 신중하게 물었다.중대한 일이니 조금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네. 나왔을 때, 추격병이 있는지 뒤돌아보다가 저 빛을 봤었어요. 당시에는 적들이 왔는 줄 알고 멀리 도망쳤었는데, 거리가 멀어져도 아무런 소리가 없더라고요.”“지금 저 빛을 다시 보니 생각나는게, 빛이 계속 같은 곳에서 빛나고 있었던 것 같아요.”황지천은 확신에 차서 모든 디테일을 전
이에 염구준 등은 전부 어이가 없어했다. 그들 역시 물 아래에 뭐가 있다는 걸 발견했었기 때문이다. 말을 안 한 이유는 괜히 놀래키고 싶지 않아서였다.촤악.이때, 물소리가 바뀌더니 누군가 그들에게 빠르게 다가왔다.“주상님, 어떡하죠? 크기도 작지 않은 것 같고 수량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주작이 귀를 살짝 움직이며 보고했다.“싸울 준비해.”염구준은 말을 하며 검상자를 열고 구자검을 꺼냈다.지금 이 상황에서는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사투를 벌이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오든 목숨을 부지하려면 반드시 무찔러야 한다는 거다.“우... 음!”이때, 물 밑의 물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소리가 아주 가늘고 날카로웠다.범고래였던 거다.바다 속의 호랑이로 불리우는 이 생물은 이상할 정도로 흉악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지능을 갖추고 있어 협동 작전에 능했다.비록 고수는 아니지만, 몸무게가 있으니 건드리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선체를 감싸!”염구준은 소리를 지르고는 손에 든 검을 꽉 잡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쿵.그가 내려가자마자 범고래가 그를 박았는데, 위력을 보아서 속도를 최대로 낸 게 틀림없었다. ‘깜짝이야!’염구준은 검을 가슴 앞에 가로로 가져다대서 막았지만 물속에서 행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느렸다.‘그래도 다행히 막았네.’펑!둔탁한 소리가 울리면서 수많은 물줄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휘몰아치더니 한 줄기의 물기둥이 솟구치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염구준은 마치 기차에 부딪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청난 에너지가 그의 몸을 밀어붙이며 그가 끝없이 뒤로 물러서게 했다.‘버텨야 해!’그는 강대한 기운을 내뿜으며 몸을 멈춘 뒤, 팔에 힘을 주어 범고래를 진퇴시켰다.그리고 거리를 벌리자마자 바로 검을 휘둘러 검기로 범고래의 한쪽 눈을 찔렀는데, 비록 물의 저항에 의해 많이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폭발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푸욱.범고래의 찔린 눈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왔지만, 이는 그것을
이미 온 이상에 그는 자신의 존재를 숨길 생각이 딱히 없었다. 하지만 이때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바람이 멈춰버린 것이다. 동력을 잃은 나무배는 그대로 제자리에 멈춰섰다. 바람의 방향은 불분명하고, 배는 움직이지 않으니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한 번 염구준에게로 쏠렸다.그들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백호, 네가 키를 잡고 앞으로 쭉 가.”“나는 물에 내려가서 배를 밀 테니까.”염구준은 이곳에 멈춰 서서 바람을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지금 그냥 빠르게 안개 구역을 벗어나고만 싶었다.곧이어 염구준의 힘으로 밀린 나무배는 마치 엔진이 달린 것처럼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기운도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었다.즉,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이 한 번에 달려 있다는 거였다.한편, 삼선도에서 가장 큰 섬인 봉래도는 매우 떠들썩했다. “대도주님, 큰일 났습니다! 외부 적이 침입했습니다!”한 사람이 허겁지겁 고박한 장식의 대전으로 들어와 급하게 보고했다.“뭘 그리 조급해 해? 삼선도는 여러 방어 설비를 갖추고 있어. 적들이 들어올 수 있을 리 없단 말이다.”높다란 주좌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느긋하게 눈을 비비며 말했다.그의 이름은 황지열로, 삼선도의 실질적인 지배자이자 삼선 클럽을 통해 용하에서 막대한 재산을 끌어모으자는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기도 했다.지금까지 외부인은 삼선도에 발을 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이 안개 구역에서 처리당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섬 주변 암초지대에 강력한 보초들까지 배치해 두었기 때문에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아닙니다!”“침입자가 이미 외곽 보초들을 소탕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암초지대를 뚫고 범고래들까지 물리치며 안개 구역을 빠른 속도로 돌파 중입니다!”보고를 하던 이는 초조해하는 얼굴로 땀을 뚝뚝 흘리면서 설명했다.“뭐라고?”황지열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큰 소리로 물었다. “대체 누가 쳐들
몇 시간이나 뒤에서 배를 민 탓에 염구준은 현재 기운이 바닥났고, 온몸의 근육도 저릿했다.‘생산대의 당나귀라도 이렇게 혹사시키진 않을 거야.’“이제부터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백호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염구준이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스스로가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에 괴로웠다.“그래, 잠시 숨 좀 돌릴게.”그는 말을 하고는 몸을 일으켜 앉아 천천히 내공을 가다듬기 시작했다.겉보기에는 평온한 삼선도였지만, 그 안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살기가 가득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있을 변수를 대비하려면 최고의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길을 안내해. 바로 봉래도로 가자.”백호는 황지천을 보며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전설로만 들어온 그 봉래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황지천은 대답을 피하며 염구준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우리 모두 생사를 함께 한 사이니 숨길 필요 없어.”그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챈 백호가 얼른 말했다.“혹시... 소봉도에 먼저 들러도 될까요? 잠깐이면 됩니다. 가족들을 보고 싶습니다.”황지천은 애절한 눈빛으로 부탁했다.삼선도는 세 개의 주도 외에도 수십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소봉도는 그중 하나였다.“그럼 소봉도로 가. 여기까지 왔으니 잠깐 정도는 괜찮을 거야.”염구준은 눈을 감은 채 호흡을 정리하며 대답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황지천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맺혔다. 오랜 시간이 지나 마침내 고향에 돌아와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라서였다.반면, 황지영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그녀의 고향이었지만, 지금의 소봉도는 그녀가 기억하던 그곳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백호와 일행이 노를 저으며 황지천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배를 움직였다. 염구준이 밀 때에 비하면 속도는 느렸지만 그래도 꾸준히 움직인 끝에 반 시간이 지날 무렵에 섬이 시야에 뚜렷하게 들어올 정도로 가까이 도착했다. 그러나
황지천은 가슴이 터질 듯한 불안감을 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현재 가족이 무사하기만을 바랐다.주거지에 다다르자 이미 수많은 이들이 포위당한 채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황지광, 네가 지금이라도 출도파에 합류하면 대도주께 말씀드려 목숨만은 살려주마.”피로 얼룩진 칼을 든 남자가 권유했다.“퉷, 황지양, 그 도둑놈의 이름 좀 그만 말해. 난 차라리 죽을지언정 굴복하지 않을 거야!”황지광이 피 섞인 침을 내뱉으며 매섭게 소리쳤다.“죽고 싶어?”황지양은 목소리가 굳어지더니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사람들이 격력하게 싸울 때쯤, 황지천이 나타나 소리쳤다. “아빠!”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는 양측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백호, 주작, 현무 세 사람은 섬 사람들과 확연히 다른 복장이라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외부인!”정신을 차린 황지양은 이를 갈면서 경계심 가득한 눈빛을 띠고 소리친 후 손을 들어 자신 쪽 사람들을 제지하며 물러서라는 신호를 보냈다.이미 황지열에게 외부 침입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그였지만, 이토록 빠르게 나타날 줄은, 게다가 주섬이 아닌 소봉도로 먼저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건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이 황지천이 데리고 온 것이 분명했다.“지천아, 왜 돌아온 거냐?”아들의 모습을 본 황지광은 마음이 복잡해져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아빠... 미안해. 아빠가 찾으라던 사람, 결국엔 못 찾았어.”황지천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황지광에게 달려가 안겼다. 마음속에는 끝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휴...”황지광은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처음부터 그는 그런 사람 따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을 말한 이유는 대도주가 이곳을 공격할 것이 뻔했기에, 아들만이라도 살리기 위해서였다.“그만, 거기까지. 어차피 다 죽을 목숨인데 부자간의 정을 나눌 필요가 있겠어?”황지양은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말하곤 백호 일행을 보며 물었다.“너희 중에 누가 염구준이냐? 내가 직접 죽여주마.”대도주가
쉭!배에 뛰어 올라선 후, 그들은 곧장 눈을 감고 기운을 회복하던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다가오지 마!”이 모습을 본 황지영은 다급하게 소리치며 염구준의 앞을 막고 섰다. 적들이 강하다는 걸 느낀 그녀는 속으로는 두려웠지만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염구준 일가는 그녀에게 잘 해주었으니까 말이다.쾅!이때, 염구준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갑자기 달려나가 황지양의 가슴에 주먹을 날렸다. ‘날 기습하려고 해? 불가능하지.’온 정신이 황지영에게 팔려있던 황지양은 갑자기 날아온 공격을 급하게 막았지만 그것도 전부 허사였다.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행동한 거다.염구준의 주먹에 맞은 그는 곧바로 뒤로 날아갔다. “커헉!”육지로 다시 날아간 황지양은 피를 토하며 겁에 질렸다.‘반보천인이 확실해.’“넌 도대체 누구냐?”“염구준.”염구준은 감정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황지양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방금 전까지 상대방을 죽이겠다고 떠들어 댔는데 일격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기 때문이었다.그는 큰 소리를 친 자신이 부끄럽기만 했다.염구준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황지영을 데리고 나무배에서 내리면서 한마디를 남겼다.“돌아가서 황지열한테 전해, 내가 곧 주도에 도착할 테니까, 쓸데없는 일 하지 말라고 말이야.”평소라면 도주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반드시 꾸짖었을 테지만 염구준의 강한 기운을 느끼며 황지양은 아무런 화도 내지 못하고 순순히 도망갔다.“상황을 살피러 가보자.”염구준은 말을 하며 섬으로 올라갔다.잠시 후, 주택가에 도착한 그들은 백호 일행과 섬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음을 발견했다.“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볼 일 없으시다면 이제 그만 가주시길 바랍니다.”황지광은 곧바로 쫓아내는 말을 했다.이로부터 그들은 외부인을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흥, 당신 아들이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이미 봉래섬에 갔을 거야. 누구는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주작은
“소도주님!”이 말을 듣고난 뒤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황지풍 일족만이 진정한 정통 핏줄이기 때문이었다.“우리 부모님은요? 그분들은 어디 계세요?”황지영이 초조하게 물었다.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비로소 친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올랐다.“그게…”황지광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두 분 다 돌아가셨죠?”이에 황지영은 실망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마구 흘러내렸다.마음의 준비를 했다고는 해도, 막상 진실을 마주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듯이 아팠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똑똑한 사람이었으므로 상대의 표정만으로도 이미 대강 알 수 있었다.더군다나, 만약 부모님이 정말 살아계셨다면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자신을 찾지 않을 리 없었다.“소도주님, 부디 마음을 추스르십시오. 자세한 이야기는 안으로 들어가서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황지광은 몸을 일으키며 안쪽을 가리켰다.삼선도는 지금 대도주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대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황지영은 눈물을 닦고 나서, 옆에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낯선 그들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다른 건 신경쓰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염구준은 그녀를 지지할 거라는 듯이 말했다.“고마워요, 삼촌!”그러나 황지영의 대답에 염구준은 당황해 했다.처음에는 오빠라고 부르더니, 나중에 염희주와 친구가 된 후로는 삼촌이라고 부르니 그도 그럴만했다.“여러분도 안으로 들어가시지요.”황지광은 이들 사이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고 느꼈는지,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사실 그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방금 만난 소도주가 외부인을 상당히 의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갈라놓겠나?그후 황지광은 일행을 데리고 나무로 지어진 집 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서 참혹한 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살아있는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