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퇴근한, 양원은 회사에서 내어준 아우디 A를 운전하다 뒤를 돌아 그룹의 건물을 보았다. 그러고는 낮게 웃으며 청해시의 동해 호텔로 향했다.30분 정도가 지난 뒤.호텔의 화려한 방 안에 동연정이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양원의 품에 안겨 그의 얼굴을 만지면서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원이 오빠, 우리 만난 지도 꽤 되었는데 내 부탁은 대체 언제 들어줄 거야!”양원은 동연정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입술을 혀로 핥으며, 입가엔 응큼한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오늘 퇴근 전 그는 실험실로 향해 생명 1호의 모든 레시피와 연구 자료를 손에 넣었다.이 자료들만 가지고 있으면, 국내 아무 제약 회사를 찾아가도 생명 1호를 만들 수 있다!새로운 손 씨 그룹도 이제 끝이야!양원이 말했다. “연정아, 네가 심가네에서 보낸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어. 새로운 손 씨 그룹의 기밀은 이미 내 손에 들어왔으니, 빨리 연락해서 비행기를 구하라고 해. 해외에서 좀 숨어있어야 할 것 같으니까!”동연정의 눈이 잠깐 반짝이며, 다시 아부를 부리며 얘기했다. “원이 오빠, 출국은 아무 문제 없어, 일단 자료를 넘겨줘야지!”“문제없지!”양원은 신경 쓸 거 없다는 듯이 침대맡의 양복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동연정에게 던져주며 웃으며 말했다. “심 도련님한테 전해. 백업도 해둔 상태고, 메일로 예약발송도 해둔 상태이니까 감히 딴생각은 하지 말라고! 메일이 보내지면 심 도련님의 계획이 다 탄로 나게 될 테니까! 그때는... 하하!”동연정의 얼굴색이 잠깐 변했지만, 금방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이튿날 아침, 새로운 손씨 그룹의 핵심 연구부.실험실 안에는 열댓명의 무균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조심스럽게 생명 1호의 마지막 실험을 진행하며 기대되는 눈으로 실험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최근 몇 차례 임상시험에서는 생명 1호가 바이오리듬을 개선해 주며, 세포를 활성화해 중년의 사람도 건강하게 만들어 노화 방지 효과까지 입증되어 시장 가치가 매우 높아졌다!!”백발의 노교수가 흥분된
오 교수는 머리가 ‘띵’해지며 정신이 나간 듯 되물었다. “손 대표님,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생명 1호의 원 제조법이 저희 노력이... 모든 자료는 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고, 제 조수인...”여기까지 말하자, 무엇인가 떠오른 듯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 이건 양 매니저, 양원의 짓일 겁니다!”양원?염구준은 손가을을 부축하며 흥분하며 말했다. “오 교수님, 말해보세요. 양원이 어떻게 했다는 겁니까? 대체 무슨 일인가요?!”오 교수는 온몸이 떨리며, 목소리까지 숨기지 못하고 떨리고 있었다. “어제 오후 퇴근 전 양원과 함께 실험할 때로 가서, 실험 과정을 보여주고 제 컴퓨터를 확인까지 했는데...”팽!염구준은 눈이 커져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손 대표!”실험실 입구에서도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인사부 매니저가 얼굴이 땀범벅이 되어 뛰어나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손 대표님, 염 부장님. 오늘 양원이 출근을 하지 않아서 생명 1호가 걱정되어 그에게 전화를 했더니......”염구준의 눈이 차가워지며, 인사 매니저를 보며 얘기했다. “그래서, 양원이 어떻게 되었다고?!”“출국했다고 합니다..!”인사 매니저는 울면서 말했다. “손 대표님,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희 생명 1호 마케팅도 양원이 책임지고 있는데 이렇게 해외로 나가버리면, 저희 출시는...”인사 매니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손가을이 몸에 힘이 빠져 눈물이 끝도 없이 흐르고 있었다.망했다, 완전히 망했다!새로운 손 씨 그룹의 몇 백억 투자와 이 많은 연구원들이 노력한 결과가 순식간에 양원에게 빼앗겨 삼풍 그룹에 팔려나갔다!“삼풍 그룹, 심 씨 가문!”염구준은 숨을 가다듬으며,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 “가을아, 심씨 가문인건 알았으니 처리할 방법은 많아. 나 금방 나갔다가 돌아올게!”말을 남기고 바로 연구실을 나가 입구로 나갔다.“구준아 잠깐만!”뒤에서 추가을이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구준아, 충동적으로 해서는 안 돼! 심 씨 가문은
염구준은 이번엔 정말 화가 끝까지 났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잠도 안 올것만 같았다. 염구준이 퇴역한 뒤 많은 사람이 “G.J 전신”의 위명을 잊었다. 이번에 양원을 잡게 된다면, 후배들도 그의 무서움을 느끼게 될것이다! “주군의 명을 받습니다!”주작 전존이 건물에서 나와 크게 소리쳤다.“주군의 명에 따라 바로 출발한다. 목표는 청해시 동부, 주군과 함께 성조국으로 간다!”“출발!”...약 두 시간 후, 태평한 인근, 성조국.“보, 보고드립니다!”경비가 삼엄한 성조국의 헥사곤 빌딩, 젊은 감시원이 위성 레이더를 보며 크게 소리쳤다. “아군 상공의 미확인 비행물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습니다!”뭐라고?!멀지 않은 곳, 어깨에 금빛 별이 달린 백발의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급하게 레이더 앞에 가서 성조국과 가까워지는 빨간 점을 보고는 갑자기 동공이 움츠러들었다.빠, 빠르다!현재 성조국의 최신 6세대 전투기는 전 세계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져 반중력 장치까지 탑재되어 있다. 빨리 난다면 음속까지 비행할 수 있어 하늘의 제왕으로 불린다.하지만, 지금 레이더의 빨간 점 역시 음속의 속도로 성조국의 비행 기술을 상회할 정도의 속도였다!“이런 음속의 속도로 나는 전투기라면, 전 세계 유일한...”백발의 노인이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그다, 분명히 그가 틀림없어. 용제국의 G.J 전신전 전주, 전 세계 최고의 전신! 그의 전용기, G.J 호다!”바로 그 순간, 만미터 상공에 하얗게 칠해진 전투기의 날개에는 G.J라고 금색이 새겨져 있었고 성조국의 하늘을 찢으며 날아왔다. “주군!”전투기의 운전석에 빨간색 전투복을 입고 앉아 있는 주작 전존이 화면을 보며 고개를 한번 숙이고 걸려 오는 전화를 보고 있었다. “성조국 쪽에서 온 전화입니다. 받을까요?”염구준이 담담하게 “그래”라고 대답했다. “뭐라고 하는지나 보지.”치직......짧은 전자음이 들리고, 양측의 위성 통화가 연결되었다. 백발의 노인은 성조국 국방부의 이인자, 윌튼이었
“염 전주님!”윌턴은 주먹은 꽉 쥐었다 폈다를 여러 번 반복한 뒤, 서서히 부드러운 태도로 돌아왔다. “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신이니, 내가 이번만은 체면을 살려주지! 탈주범을 잡으면 더 이상 내 성조국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곧바로 용제국으로 돌아가거라!”염구준이 웃었다.그 역시 당연히 윌턴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만약 지금 기대에 가장 강력한 전신이 성조국의 고위 간부를 암살한다면, 어떤 방어에도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을 것이다.“윌턴,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군.”염구준은 화면의 윌턴을 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걱정마시게. 나는 성조국 고위 간부에는관심이 없으니 안심해.”말을 마치자 “팟” 소리를 내며 통신이 끊겼다.“주군님.”옆에 있던 주작전존이 GPS를 추적하고 있다가 손을 뻗어 화면의 작은 불빛을 가리켰다. 불빛은 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희는 몇 분 안에 시카고에 도착할 거고, 그곳에 양원이 있습니다!”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이 점점 더 빨리 반짝거렸다.양원......기다려라!시카고의 미시간호 근처의 호화로운 요트 갑판 위, 양원은 갑판 앞쪽의 선베드에 누워있었다. 누가봐도 아무 걱정없이 아주 잘 지내는 모습이었다. 품에는 몸이 드러나는 비키니를 입은 동연정을 안고, 호수에 비추는 햇살을 받으니, 얼굴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흡족해 보였다.어젯밤, 그는 ‘생명 1호’의 비법을 이미 심범에게 전수해 주어, 큰돈을 손에 넣었다.그 돈으로 동연정을 데리고 밤새 비행기를 타고 성조국으로 와서 완벽한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원이 오빠.”동연정은 뱀처럼 허리를 베베 꼬며 태블릿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이것 봐, 훈이 도련님이야. 기자회견을 하고 있네?”양원은 태블릿을 흘끗 보더니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화면 속에서는 심 씨 가문의 삼풍 그룹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삼풍 드링크’의 런칭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많은 기자들이 앞다퉈 질문을 시작할 정도로 건강식품 업계를 완전히 흔
빠르고 매섭게 양원의 얼굴에 뺨 한 대를 내리쳤다.“오, 오해, 이건 오해야!”양원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칠 쳤다. 손을 들어 얼굴을 반쯤 가렸는데, 입가에는 피가 맺히고, 놀라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장관님, 저는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왜 때리세요. 저는......”짝!양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작전존은 양손으로 양쪽에서 화살을 쏘아,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덜덜 떨고 있는 동연정을 보고 낮게 말했다. “남자에 환장하는 년이, 감히 주군의 미움을 사다니! 사는 게 지겨운가 보구나!”동연정은 놀라서 얼굴이 새파래질 정도였다. 계속 뒷걸음질 치며 억지로 웃어보았지만, 웃는 얼굴이 우는 얼굴보다 못나 보였다.“장, 장관님, 어떤 주군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몰라?주작전존은 차갑게 웃고는 뒤로 반보 물러나 기관실 문을 향해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군님을 공손히 맞이하라!”촤아!기관실 문 앞에서 염구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뛰어올라 양원과 동연정 앞에 살짝 착지했다.“염, 염구준?!”양원은 바닥에 넘어져, 주작전존에게 맞아 엉망이 된 얼굴로 하늘에서 내려온 염구준을 보며 놀라 덜덜 떨며 말했다. “네, 네가 전설의 전신전 전주? 마, 말도 안 돼!”동연정도 양원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눈앞이 캄캄해져 넘어질 뻔했다.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망했다!’전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전설의 인물, 용제국의 수호신,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신으로 불리는 사람이 손가을의 남편, 손 씨 가문의 데릴사위라니!하지만...... 여기는 용제국이 아니라, 성조국인데!염구준의 전투기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어떻게 찾아온 거야?대체 왜, 어떻게!“주작.”염구준은 바닥에 있는 양원은 보지도 않은 채, 동연정을 흘끗 보고는 담담히 말했다. “이런 벌레 같은 것들은 죽여봤자 내 손만 더러워져.”주작전존은 허리를 살짝 숙이고는 손을 휘둘렀다.촤악
용제국, 해동성 성회, 운해시.운해 호텔, 꼭대기 층 럭셔리 홀.삼풍 그룹이 개최한 기자회견은 이미 오전 내내 진행되고 있었다.각 언론사와 매체에서 온 기자들이 떼를 지어 모여들어, 서로 앞다퉈 심훈을 인터뷰하기 바빴다.“여러분의 열띤 관심에 심 씨 가문은 대단히 감사드립니다!”심 씨 가문 가주로써, 심훈은 다양한 예기치 못한 현장을 경험했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기자회견을 진행해 본 적은 없었다.그렇기에 그의 얼굴에는 짙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삼풍 드링크를 개발하기 위해, 우리 삼풍 그룹은 국내외 30여 명의 유명 전문가를 초빙했고, 수백억을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드링크의 최종 제조법을 완성했습니다!“그는 장내를 내려다보며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심 씨 가문은 드링크가 식품안전 법의 위생기준에 부합하며, 건강식품 효능이 시장의 동일 제품 대비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보장합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보도를 통해 중장년층 소비자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시기 바랍니다!”짝짝짝!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열렬한 박수소리가 쏟아졌다.“심 선생님!”무대 아래서 예쁜 여기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제가 알기론, 청해시 새로운 손 씨 그룹에서도 건강식품을 개발하면서, 초기에 홍보를 크게 했었는데요. 근데 삼풍 그룹은 소리 소문 없이 갑자기 연구 개발 성공을 발표했는데, 혹시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겁니까?”심훈은 낯빛이 살짝 바뀌더니 하하 웃으며 말했다. “보잘것없는 새로운 손 씨 그룹에서 홍보를 어떻게 하더라도 감히 저희 삼풍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습니까? 심 씨 가문은 새로운 손 씨 그룹에 유감을 표하며, 삼풍 그룹의 탄탄한 실력으로, 그들이 어떠한 노력을 하던, 따라 할 수밖에 없으니, 삼풍을 뛰어넘을 생각은 영원히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짝짝짝!여기저기서 기자들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메라의 플래시가 반짝거렸고, 심훈의 얼굴에는 만족스럽다는 듯한 웃음이 가득했다.“허허!”심훈의 뒤에서 심범이 인
기자가 있는 현장에서 심범은 창피당하기 싫어 염구준의 눈을 죽일 듯이 노려만 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고자 하든,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염구준은 천천히 인터뷰 석을 향해 걸어가며 웃는 듯 안 웃는 듯 말했다. “이렇게 급하게 쫓아내다니요? 뭐가 두려우신가요? 혹시 삼풍 그룹에서 뭔가 숨기는 것이라도 있나요?”쾅!둘째 아들이 염구준에게 농락당하자, 심훈의 얼굴에는 이미 분노가 가득찼다.심훈이 매섭게 테이블을 내려치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염구준! 지금 현장에 기자들이 있으니, 너랑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 없어! 눈치가 있으면 나중에 우리 가문 무례하다고 하지 말고 알아서 썩 꺼져!”염구준은 미소가 짙어지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심 씨 가주님, 저는 못 알아듣겠네요. 삼풍 드링크가 성대하게 런칭했다고 해서 제가 특별히 축하드리러 왔는데, 감사히 여기긴커녕, 천리 밖에서부터 거절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너......!”심훈은 말을 하려다 멈추고 입꼬리를 억지로 천천히 올려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염구준, 너희 새로운 손 씨 그룹의 인기를 우리 삼풍 드링크가 빼앗아서, 손가을이 소란을 피우라고 보낸 건가? 허허!”“팩트로 말하지, 우리는 해동성의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심 씨 앞에서 무슨 새로운 손 씨 같은 건 부스러기만도 못하다는 걸 알려줄 거야!”염구준은 살짝 웃고는 갑자기 차가운 얼굴로 매섭게 말했다.“심훈, 심범! 너희 부자 두 사람은 악의적으로 영업 비밀을 빼돌리고, 새로운 손 씨 그룹 생명 1호의 완전한 제조법을 훔쳐 갔어. 이 더러운 짓을 하고도 기자회견을 열 낯짝이 있어? 나는 도대체 너희의 그 용기가 어디서 나온 건지 궁금할 뿐이야!”확!염구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홀 전체가 웅성거렸다.여기에 있는 기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극적인 폭로다. 특히 이런 대기업 간의 원한은 조금만 자극적이면 바로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다.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모든 기자들의
“얼마 전, 저는 심범에게 돈을 받고, 생명 1호의 제조법에 관한 자료를 훔쳤고, 해외로 도망쳤습니다......”그는 심범과의 거래 과정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모두 자백한 뒤, 고개를 푹 숙인 채 말 못할 죄책감을 느꼈다.“새로운 손 씨 그룹 보안 팀장 염구준씨가 저의 죄를 뉘우치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이렇게 제가 용기내 여러분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펑!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완전히 폭주했다.수많은 플래시가 일제히 심범을 향했다.기자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심 씨 도련님, 양원씨가 하신 말씀이 모두 사실입니까? 정말 생명 1호의 제조법을 훔치셨나요?”“저희는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손 씨 그룹의 생명 1호가 막 출시되려고 할 때,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하는 수 없이 연기되었습니다. 심 씨 도련님, 이 모든 것이 도련님 때문인가요?”“삼풍 그룹이 영업 비밀을 훔쳤다면, 상업 경쟁 원칙을 위반한 것인데, 심 씨 도련님께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심 씨 도련님......”기자들의 질문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심범의 얼굴을 갈수록 어두워지고, 주먹을 꽉 쥔 채 이만 바득바득 갈 뿐이었다.“다 헛소리에요!”인터뷰 석에 있던 심훈의 얼굴이 완전히 바뀌었다.그는 멀리서 양원을 가리키며 분노에 가득 차 욕설을 퍼부었다. “거기 양 씨, 우리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왜 이렇게 우리를 피 보게 만드는 거야?!”“기자님들, 저희는 목숨을 걸고 맹세합니다. 애초에 어떠한 영업 비밀도 훔치지 않았으며, 저 사람은 염구준의 산업 스파이입니다. 그의 말을 믿지 마세요!”산업 스파이?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심범을 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심 씨 도련님, 이제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실까요?”심범은 입을 꾹 다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심훈은 이 일에 대해 대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다. 하지만 심범은 모든 거래 과정에 참여하였고, 양원은 쌍방 거래의 완벽한 증거를 손에 쥐고 있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