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그날 곧바로 황종우와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사흘이 채 지나지도 않아 해외 직원들이 봉황국에 입주해 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다.“손가을 씨, 정말 죄송하네요. 화련상조회에 얘기 전해 들었어요.”손씨 그룹 해외사업부가 정식으로 출범하던 날, 앨리스가 미안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했다.“제가 생각이 짧아서 오해가 생기게 만든 것 같아요. 염 선생님께도 꼭 제 사과를 전달해 주세요. 대신 이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화련상조회에 열리는 비즈니스 연회에 초대할게요. 염 선생님과 함께 참석해서 꼭 자리를 빛내 주길 바라요! 분명 봉황국에 정착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비즈니스 연회라는 말을 들은 손가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염구준을 돌아봤다. 가야 하나,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하나…. 그녀는 아직도 그날 오정형이 얼마나 무례하게 굴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 회사 규모가 밝혀지지 않더라면, 오정형이 막판에 공손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손가을은 화련상조회가 달갑지 않았지만, 앨리스가 먼저 초대를 하니, 고민이 됐다.“낯선 곳에서 정착하려면 인맥이 중요하지. 연회에 참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염구준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여유롭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앨리스도 도와주려고 애쓰는 것 같은데, 우리도 체면은 세워줘야지. 저녁에 연회에 같이 가자!”그 말을 들은 손가을은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는 여자를 잘 알았다. 앨리스는 유독 염구준의 이름이 나오면 친절해졌다. 게다가 물심양면으로 경쟁자 그룹을 지원해 주기까지, 정말 손씨 그룹만 보고 이런 호의를 베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오샤나지 그룹은 손씨 그룹이 없어도 이미 충분히 국내외로 잘 나가는 회사였다. 아무리 요즘 손씨 그룹이 잘 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지원은 지나쳤다. 손가을은 자연스레 염구준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앨리스가 진짜로 노리는 건 어쩌면 그룹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염구준일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예감이 들었다.“무슨
”최근 용하국에 들어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던데, 심지어 서북광업도 인수했다면서요?”“저희도 가서 인사 좀 드리고 올까요? 언제 또 협력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잖아요.”손가을와 염구준이 연회장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1년 만에 손씨 그룹은 남들이 평생을 거쳐서도 이루지 못할 업적들을 이루었다. 특히 신주그룹을 인수한 뒤, 손씨 그룹은 빠르게 규모를 확장하며 의료 미용 업계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손가을의 명성도 빠르게 치솟았다. 모두 그녀의 미모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청해 제일 미녀라는 소문이 괜히 난 것이 아님을 오늘 증명되었다. 모두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손씨 그룹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연회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 어느새 8시 30분경이 되었다.“진 도련님, 사람들 모두 도착했다고 합니다.”진서호와 앨리스는 한참 따로 마련된 객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오정형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나타났다.“손씨 그룹 손가을 대표님도 연회장으로 들어오셨답니다!”청해 제일 미녀, 손가을!진서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오정형에게 가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앨리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앨리스 씨가 말씀하신 분도 도착한 모양이네요.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되네요. 앨리스 씨랑 견줄만한 미녀라, 우리도 이제 가볼까요?”진서호가 앨리스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그의 잔당에 맞춰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진서호와 함께 연회장에 나타나게 된다면, 공개적으로 둘이 한편임을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앨리스의 목적은 진씨 가문의 몰락이었다. 오늘 진서호는 반드시 염구준의 미움을 사야 하는데,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전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뒤에 뵐게요.”앨리스가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내려다 놓으며 진서호를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먼저 가세요, 진서호 씨.”그 말을 들은 진서호는 조금 실망했지만, 충분히 그녀의 입장을 이해했
그건 바로 염구준을 다른 여자한테 빼앗겼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훌륭한 남자가 임자가 있는 것도 모자라 아이까지 있을 수가 있지? 손가을을 떠올린 앨리스는 속에서 질투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대신하고 싶었다.염구준과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다면 오샤나지 그룹도 분명 엄청난 성장할 수 있을 텐데!한편, 진서호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화련상조회에 가입하려면 최소 몇십억 보증금과 수많은 서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최소 반년,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도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화련상조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진서호를 찾아 뇌물을 주곤 했다. 그런데 손씨 그룹은 보증금은 고사하고 오정형과 트러블까지 일으켰다. 아무리 오정형이 잘못했더라도 명색이 화련상조회의 관리자였다. 그런데 이런 면박을 주다니, 벌써 거기서부터 진서호는 손씨 그룹에 적대감을 품게 되었다. 거기에 앨리스의 물심양면 태도까지, 그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손씨 그룹이라…. 하!”진서호는 질투심과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빠르게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청해시의 최고 미녀라고 불리는 손씨 그룹의 대표 손가을에 대한 호기심도 일었다.하지만 그 누가 되었든, 그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화련상조회에 가입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는 사이, 연회장. 손가을은 수많은 유명인사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녀는 이미 크고 작은 연회장들을 많이 참석해 봤기에 거침없이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하지만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틈틈이 염구준에게 시선을 보내며 애정을 드러냈다. 오늘날 그녀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모두 그의 덕분이었기 때문이다.염구준을 바라보는 손가을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웠다. 염구준이 없었다면 손씨 그룹은 쉽사리 장애물들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한 번도 손가을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 그의 힘이 없었다면 손씨 그룹은 글로벌
손가을은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 대표님, 저분이 바로 진 도련님이십니다!”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손가을 옆으로 다가오더니, 작게 속삭이며 친절하게 남자의 정체를 알려줬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진서호를 향해 공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덧붙였다.“진 도련님은 진씨 가문의 장자로서, 화련상조회의 핵심 원로 멤버이세요. 앞으로 해외에서 제대로 자리 잡고 싶으면 무조건 이분과 좋은 관계를 맺으셔야 해요.”그 말을 들은 손가을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표정을 갈무리하고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진 도련님, 여기서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말씀하신 대로 제가 손가을이에요.”손가을의 공손한 태도에 진서호는 겉으로는 신사적인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감탄했다. 역시 청해 제일 미녀라는 호칭은 아무에게나 붙는 것이 아니었다! 손가을의 미모는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별말씀을요.”그 말과 동시에 진서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맺혔다. 그는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성큼 손가을에게 다가가더니,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여기 사람도 많은데, 우리 따로 방에 가서 얘기 좀 나눌까요?”따로 방에 가서 얘기를 나누자니, 진서호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건 누가 봐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손가을과 진서호를 번갈아 보며 아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그 유명한 진씨 집안의 장자, 또 한 명은 선녀같이 아름다운 손씨 그룹 대표, 남녀가 단 둘이 방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아는가?진서호는 역시나 진서호였다. 여자를 유혹하는 솜씨가 아주 하루이틀 해본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 둘이 함께 방으로 향한다면,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했다.“진 도련님께서 하실 얘기가 있다면야, 저희가 비켜줘야지요. 두 분, 천천히 얘기 나누시고 저희는 다음날을 기약하도록 하겠습니다!”“아유, 당연히 그래야 하지요. 진 도련님의
손가을이 꾸역꾸역 분노를 삼키고 있던 그때 아무 감정 없는 무심한 목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화련상조회가 모두 너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당장 해체하는 게 낫겠어.”“아니지? 만약 화련 상주회가 모두 너 같은 쓰레기들이라면 용하국을 욕되게 하지 말고 빨리 해산하는 게 맞아.”이 말에 진서호의 낯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졌고 눈에는 한기가 서렸다.‘겁도 없이 어딜 감히!여기는 봉황국이고 화련상조회의 본부야. 또한 진 씨 가무의 영역이기도 하지.그런데 누가 감히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떠드는 거야? 겁을 상실한 건가?’“당신 누구야?”진서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위 사람들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지 오래였다.그들은 대뜸 비난하기 시작했다.“감히 진 도련님을 건드린다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진 도련님이 어떤 분인데 네까짓 게 감히 여기에서 난동을 부려? 도대체 어느 집 문지기야? 가서 주인 놈을 불러오기나 해!”“아니야. 내가 방금 얼핏 보니 손 대표와 함께 온 것 같았어. 그가... 손씨 그룹의 경호팀 부장, 염구준?”“염구준이라고? 손 대표의 남편이잖아. 다들 모르는 것 같은데, 그는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고 부대에서 은퇴한 페기물 같은 존재라고 청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 찌질하기로 유명하지...”‘손씨 가문의 데릴사위? 손가을의 남편?’진서호는 살짝 멈칫했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천천히 손가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젠장! 앨리스는 왜 이런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은 거지?’손가을은 이미 결혼 한 유부녀였다. 아름다운 꽃송이를 엉뚱한 놈이 꺾어버렸다!그녀와 같은 훌륭한 여자가 왜 염구준과 같은 멍청이에게 시집간 것은 인생 낭비다!아쉬울 따름이다... 이미 순결한 몸이 아니니 아무리 천사의 미모를 자랑한다고 해도 진서호는 여전히 관심 없었다.그가 선호하는 것은 앨리스와 같은 완벽한 여자이지 이미 결혼 한 유부녀는 아니다.“오늘 이 파티는 앨리스가 주최한 것이니 그녀의 체
염구준이 고개를 숙이면 손씨 그룹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회원비가 면제될 뿐만 아니라 이익도 나눌 필요가 없다고?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다!“서호 씨.”그 시각 염구준에 이끌려 파티장을 벗어나려던 손가을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서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진심이야?”진서호의 눈이 반짝 빛났고 얼굴에는 거만함이 짙어졌다.손가을이 흔들리고 있다.손 씨 그룹과 같은 국제기업들의 순이익 10%는 천문 숫자였으니 30%는 어마어마한 숫자이다!한마디로 이렇게 쉽게 그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달콤한 유혹이었다.쓸모없는 이 사위 놈이 무릎을 꿇으면 손씨 그룹은 엄청난 지출을 막을 수 있다. 방금 전에 말했던 것처럼 이 거래는 보통 유리한 게 아니었다!“손 대표는 똑똑한 사람이잖아!”“그렇고 말고요. 우리 집 그 쓸모없는 사위 놈이 무릎을 꿇어 돈을 절약할 수만 있다면 나는 즉시 그자식더러 도련님께 그렇게 하라고 하겠어요.”“도련님, 우리 딸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짝을 찾아도 아직 늦지는 않겠죠? 무릎은 얼마든지 꿇을 수 있어요. 그럴 가치가 충분하죠...”주위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들었다. 그중에 두 사람을 대놓고 비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시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봐봐, 이것이야말로 전화위복, 곤경 끝에 행운이 온다는 말이지 않을까?’손 씨 그룹의 규모로 보면 해외기업인 그들은 매년 순이익이 2조에 도달할 것이다. 즉... 염구준이 머리를 한번 조아릴 때마다 손씨 그룹를 위해 2천 억을 절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손가을은 남편더러 진서호에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 않고 뭘 기다리고 있는 걸까?“난 욕을 입에 담지 않지만 오늘만은 예외야.”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가을은 고개를 돌려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다 진서호에게 시선을 돌렸다.“진서호, 구준 씨의 무릎을 꿇게 하려고? 꿈 깨!”
‘미쳤어, 오늘 진짜 미친 거야!’보잘것없는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진씨 가문에 버릇없이 굴고 화련 상주회에도 가입하지 않으려 하며 방금전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도 아무런 사과도 없다니...“염구준!”분노에 찬 그는 앙다문 이빨 사이로 사납게 으르렁거렸다.“회사가 대그룹이라고 그 힘을 빌어 나에게 이렇게 거만한 모양인데!”“우리 진씨 가문을 건드리면 내가 손씨 그룹을 망하게 만들 거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단지 위협이라고 생각하지는 마!”그는 씩씩거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두 사람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가을 씨, 내가 이미 무언갈 행동에 옮기고도 남았지만, 앨리스의 체면을 봐서 참고 있는 줄 알아.”그때 염구준은 살짝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손가을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이내 표정이 차갑게 굳었고 오른 손이 순식간에 움츠러들었다.짝-굉장한 소음과 함께 진서호의 고개가 여지없이 꺾여 돌아갔다.강력한 한방이다!겉으로 보기에는 심하지 않아 보였지만 진서호는 비틀거리며 연속으로 다섯 걸음 물러났고 그러다 유리로 된 테이블에 부딪혀 중심을 잃더니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특히 그의 왼쪽 뺨은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빨개진 상태로 퉁퉁 부어올랐다.“감히 진 도련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다니!”“여기 사람이 맞고 있어요!”“얼른 도련님을 도와줘요. 도려님, 괜찮으세요? 진 도련님...”주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이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고 어떤 이는 이때다 싶어 재빨리 진서호를 부축했으며 심지어 또 다른 이들은 심한 말로 염구준을 나무라기까지 했다!“감히 나에게 손찌검을 한 거야?”잠깐의 혼란 속에서 진서호가 상인 두 명의 부축임을 받아 바닥에서 일어섰다. 맞은 얼굴이 얼얼해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진 상태였다.“어렸을 때부터 아무도 감히 나에게 손찌검을 하지 못했어. 내 아버지조차도 매를 든 적 없다고!”“그런데 염구준 네가 감
진서호를 보호하고 있던 4명을 포함한 8명의 보디가드는 허리춤에서 고무 막대기를 꺼내더니 사나운 표정으로 일제히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덮쳤다. 고무 막대기가 허공을 가르며 두 사람을 향해 미친 듯이 날아갔다.앞뒤, 좌우. 사면팔방으로 몰려와 피할 곳이 없었다.“가을이가 방금 주제 파악을 못 한다고 했는데 안 믿네?”손가을의 손을 잡고 있는 염구준은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진서호에게 가벼운 미소를 날렸다.“그럼 지금 확인시켜 줄게. 가을이가 맞았어. 넌 진짜 주제파악을 못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재빨리 움직였다!고작 손짓하나에 공기가 장엄하게 파도쳤고 8명의 건장한 사내들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낙엽처럼 저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주변의 구경꾼들의 머리위를 날아 족히 이 삼십 미터 밖으로 내팽개쳐져 벽에 충돌했다. 손에 쥐고 있던 막대기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8명의 보디가드들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꿀꺽!”침을 삼키는 소리!그 시각 막 주먹을 휘두르려던 오정형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고개를 뻣뻣하게 돌린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보디가드들 때문에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방금, 방금 뭐가 지나간 거지?’이 8명의 보디가드들은 모두 진씨 가문에서 높은 보수로 고용한 싸움꾼들인데 주먹 한 번 날려보지 못하고 염구준에게 맥없이 당할 줄이야!‘염구준... 무림 고수인가? 아니면 단진 무성이라도 되나?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가 있지? 인간의 경지가 아니야!’“건방 떨지 마!”충격받은 오정형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고 이윽고 진서호의 옆으로 슬금슬금 붙으며 바르르 떨기까지 했다.“당신이 아무리 강하고 혼자서 8명을 상대한다고 해도 백 명, 800명은 상대할 수 없잖아?!”“두 주먹은 4손을 감당할 수 없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오늘 당신이 도련님을 때린 것은 진씨 가문 전체를 적으로 만든 거야! 당신이 단진 무성이라고 해도 진씨 가문에 걸리면 먼지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거야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
운이 좋게 기회를 잡은 염구준은 옥패에 적힌 무학을 펼쳐 체내의 기운을 최대로 끌어올려 이 에너지를 흡수했다.그러자 예전에 다쳤던 상처들이 급속도로 회복하는 것이었다.“염구준, 목숨을 내놔라!”세라는 꼼짝하지 않는 염구준을 노려보며 비수를 앞으로 찔렀다.그동안 참았던 원한을 모두 이 비수에 담았다.아들과 손자를 폐인으로 만든 복수, 그날 중상을 입고 도망쳤던 수치스러움을 오늘 전부 갚을 작정이었다.슈웅!비수가 염구준의 심장을 찌를 무렵, 그가 눈을 번쩍 뜨고 한 주먹으로 세라의 가슴을 쳤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갑자기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에 세라는 미처 방어하지 못했다.몸을 뚫어버린 것 같은 공격에 그녀는 피를 토하며 뒤로 수십 미터나 떨어지고 말았다.그 충격에 잠수 장비가 폭발하여 세라는 심해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곧 죽을 위기에 처했다.나이를 먹어서 염구준보다 육신이 강하지 못했다.이어서 염구준이 구자검을 들고 체내의 에너지를 감지하며 천천히 일어섰다.지금까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었다.‘극한 육신에 도달했어.’오랫동안 육신을 단련하고 여러 번이나 시도한 끝에 드디어 극한 육신을 만들어내다.이것은 모두 세상에 존재하는 기괴한 물건이 도와준 덕분이었다.심지어 외부 상처와 내상마저 전부 치료되어서 다시 예전의 전투력을 회복했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었다.“이… 이럴 수가!”베르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 여섯 명의 공격을 받고 곧 죽을 것 같던 적이 갑자기 멀쩡하게 살아나서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심지어 그의 기운은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스스슥!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없어 말은 하지 못하지만 검을 들고 다섯 명의 반보천인에게 빛의 속도로 달려갔다.육신이 극한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하여 이제는 심해의 압력을 받아도 미세한 영향만 미쳤다.한 순간에 육신을 탈변하고 승화시켜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도달한 것이다.“다 같이 공격해요! 혼자서
대어당의 당주는 아직도 염구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않아 정면으로 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1대1 싸움에서 평범한 반보천인들이 먼저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염구준은 통신기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자 단호하게 꺼버리고 조용히 돌기둥의 에너지를 감지했다.지금 그들은 진짜 옥패가 염구준이 갖고 있다고 단정했다.“내가 꼭 네놈의 숨통을 끊어버릴 거야!”베르는 다시 결심하며 반보천인 세 명을 이끌고 돌진했다.고대 옥패가 나타난 이상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내가 돕겠습니다. 일단 염구준을 죽이고 나중에 얘기하죠.”메노스도 반보천인 부하 한 명을 이끌고 가담했다.염구준의 실력이 워낙 강해서 이런 위험한 인물은 일찌감치 제거해야 안심할 수 있었다.동시에 반보천인 여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공격했다.‘살기야.’뒤에서 서늘한 살기를 느낀 염구준은 돌기둥에서 물러나 검을 들고 그들과 맞섰다.쿵!하지만 여섯 명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더니 바로 뒷걸음을 치며 물러섰다.본래 전투력이 80%밖에 회복되지 않았는데 또 6대1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승산이 거의 없었다.“하하하, 다들 봤죠? 염구준이 막지 못했어요. 그쪽 세 명 함께 싸우지 않을래요?”일격에 자신감을 찾은 메노스는 대어당 일행을 유인했다.상황이 급변하자 대어당 당주는 앞뒤 상황을 계산하면서 생각에 잠겼다.그 사이에 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기운을 끌어올렸다.적들을 물리치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미쳤어? 잠수 장비가 없으면 육신으로 수압을 견뎌야 해!”베르는 염구준이 자살하려는 줄 알고 경악했다.아무리 반보천인 무술인이라도 육신이 극한에 도달하지 않으면 바다의 수압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뭐 하는 겁니까? 이때 죽여야죠!”메노스는 엄숙한 표정으로 수중에서 빠르게 전진했다.어쩐지 알 수 없는 위기감이 그를 감싸는 것 같았다.촤아악!한 사람이 공격해 오자 염구준은 날카로운 검을 휘둘러 상대방을 물리쳤다.지금 염구준이 부상을 입어 절
염구준은 미련 없는 듯 베르에게 가짜 옥패를 던져버렸다.그로 인해 자신을 향한 적의를 상대방에게 전가했다. “뭐야?”갑작스럽게 옥패를 받은 베르는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이렇게 쉽게 옥패를 내놓을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베르, 옥패를 내놓으세요!”이에 불만을 품은 메노스가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다.그도 이번에 옥패를 찾으라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절대 베르가 독차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스스슥!대어당 일행은 염구준이 옥패를 넘겨주는 것을 보고도 끼어들지 않고 이내 메노스 편에 서서 베르와 대치했다.이제 쌍방의 실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한편, 염구준은 돌기둥을 계속 쳐다보았다.방금 접촉할 때 안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는데, 정체를 알 수 없어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아직 시체가 상처 없이 죽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염 선생님, 보물을 충분히 챙겼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그때 노신기가 일을 마쳤는지 부하들을 정렬하게 두 줄로 세우고는 물었다.두 사람은 염구준의 말을 여러 번이나 되새겨 본 후에 그의 지시에 따르기로 결정했다.어떤 물건들은 실력이 없으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먼저 절벽을 따라 올라가서 선박에서 기다려요.”염구준이 단호하게 지시했다.아직 알 수 없는 위험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미리 대피시킨 것이다.“알겠습니다.”노신기와 그레이는 더는 묻지 않고 방금 들어왔던 동굴로 되돌아갔다.염구준을 따르면 고생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득을 볼 수 있기에 그냥 지시에 따르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여러 차례 큰 사건을 겪으면서 지켜본 결과, 염구준의 결정은 틀린 적이 없었다.천기문 일행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염구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좀 눈치를 챙겼네.’만약 그들이 탐욕에 지배되어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면 그냥 죽게 내버려뒀을 것이다.이어서 염구준은 돌기둥 옆에 서서 한참을 관찰하다가 두 손바닥을 붙이고 에너지가 흐르는 것을 감지했다.하지만 잠수 장비로
염구준은 여광으로 모두의 움직임을 살피고는 갑자기 몸을 비틀어 일련의 검기를 발사했다.적들이 부상을 입은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와 사방을 벌겋게 물들였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니 실력이 약한 부하들은 배추처럼 잘려 나갔다.그때 메노스가 다시 결단을 내렸다,“염 선생, 우리랑 함께 스텔라성을 물리치고 나중에 보물을 평등하게 나눠 가져요!”이것은 염구준을 옆에 유인하여 부하들이 옥패를 빼앗게 하려는 수작이었다.“관심 없어.”하지만 염구준이 싸늘하게 거절하고 더 무정하게 살해했다.어떤 세력이든 상관없이 그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전부 적이라 생각했다.공포스러운 그의 전투력 앞에서 다들 맥없이 쓰러지고, 이러다 고대 옥패가 그의 손에 들어갈 것 같았다.격전을 벌이던 베르는 부적절한 점을 발견하고 바로 제안했다.“그만 싸우고 우리 함께 염구준을 공격합시다. 저놈을 죽이고 다시 상의해요!”“찬성합니다.”메노스가 멀리서 힐끗 보더니 흔쾌히 동의했다.솔직히 모두가 염구준을 먼저 처리하고 싶었다.쿵!격전을 벌이던 각 세력들은 에너지 충격력으로 각자 뒤로 물리었다.그렇게 고대 옥패를 위해 잠시 휴전하기로 협상했다.스스슥!이제 상황은 변하여 일부 반보천인들이 뭉쳐서 염구준을 공격했다.세라 일행은 실력이 따라갔다면 진작에 그와 싸웠을 것이다.그 외에 대어당을 포함한 세 가문은 원래 자리에 서서 구경했다.전에 깨끗하게 패배한 후, 그들은 다시 염구준과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세 가문의 힘을 잃은 메노스가 눈을 부릅뜨고 재촉했다.“당신들 뭐해요? 전에 우리랑 했던 약속을 잊었어요?”세 가주의 실력은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명백한 반보천인이라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그런데 그들은 옥패 쟁탈권을 포기하고 말았다.“우린 저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보물들을 챙기자.” “염 선생, 우린 당신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중에 여기서 나가도 우리한테 복수하지 마.”세 사람은 이득을 위해 스텔라성과 적이 될 수는 있어도
“불꽃 피워!”갑작스러운 변고에 각 세력들은 동시에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았다.이곳에 들어온 후로 가주들은 부하들이 미친듯이 보물을 챙기고 있는 와중에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슈슈슉!허공에서 수많은 불빛이 아른거리며 한쪽을 대낮처럼 밝게 비추었다.눈앞에 지름이 50미터, 높이가 2미터되는 기둥이 우뚝 서 있는 것이었다.그 위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신비한 도안이 새겨져 있었다.‘고대 옥패야.’염구준을 마주한 기둥 측면에 눈에 익은 옥패가 나타났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몸에 있는 옥패 4개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옥패야!”누군가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각 세력들이 그렇게 바라던 옥패가 드디어 나타나자 수십 명의 무술인이 물속을 가르며 돌기둥에 접근했다.지금 고대 옥패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다들 손에 넣어서 무공을 제고하고 싶었다.염구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통신기를 다른 채널로 바꾸고 좋은 마음으로 경고했다.“그레이, 문주님, 당신들은 빼앗을 자격이 없어요. 보물을 챙기고 빨리 도망쳐요. 이곳은 생각하는 것처럼 안전하지 않아요.”그러나, 두 사람은 다른 속셈이 있는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이미 호의를 베푼 이상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본인들에게 달렸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돌기둥에 박혀 있는 옥패로 돌진했다.어떤 변고가 나타날지 모르니 항상 주변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퍽퍽!쿵쿵!촤아악! 슝!돌기둥 주변에 격렬한 싸움일 일어나면서 각자의 기운으로 인해 물살이 거세게 일렁거렸다.순식간에 수많은 사상자들이 나타났다.보물을 봤을 때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던 가주들마저도 옥패가 나타난 순간 두 눈을 벌겋게 뜨고 달려들었다.아무런 이득도 챙기지 못한 베르는 배후 세력을 내세워 모두를 협박했다.“감히 스텔라성과 대응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이곳에서 나가는 즉시 몰살할 겁니다.”스텔라성에서 사상자가 많이 생기면 그도 돌아가서 설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메노스는 갑자기 대어당 등 가문과 손을 잡고 베르 일행을 속수
염구준이 황금 산더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주시했다.그는 혼자서도 모든 세력과 맞설 수 있으니 전혀 두려워하는 내색이 없었다.“너한테 고대 옥패 있지? 당장 내놔!”통신기에서 고막을 찢을 듯한 베르의 고함소리가 들렸다.한마디로 염구준을 모두의 표적으로 만들 작정이었다.“맞아요. 내 손에 옥패 4개 있는 걸 다들 알고 있죠. 원하면 얼마든지 와서 빼앗아요.”염구준은 개의치 않고 거대한 유혹으로 대응했다.‘4개씩이나?’베르는 물론 다른 세력들도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떡 벌이고 경악했다.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다가 ‘누가 이렇게 귀한 물건을 갖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한 끝에 분명 손에 없다고 단정했다.염구준이 제일 처음으로 들어왔으니 있어도 이곳에 있는 옥패일 것이다.그런 생각에 모든 세력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염구준! 이곳의 옥패를 내놔. 그건 모두의 것이다.”기회를 잡은 베르는 항상 자신의 이익을 모두의 이익과 연결시켜서 말했다.왜냐면 모든 사람과 함께 염구준을 상대하면 승산이 높기 때문이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메노스, 대어당 등 세 가문에서도 염구준과 맞설 생각을 했지만, 다들 약아빠진 여우들이라 확실하지 않는 이익 앞에서 먼저 나서지 않았다.“나이가 먹어서 멍청한 건가, 아니면 치매가 왔어요?”염구준이 그를 경멸하며 맞받아쳤다.“내가 이곳의 옥패를 가졌다면 벌써 선박 위로 올라갔지, 역겨운 당신 면상을 보러 왔겠어요?”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 느꼈는지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은 워낙 동굴이 많아서 몰래 돌아가면 누구도 발견할 수 없다.솔직히 베르는 염구준에게 괜한 시비를 걸고 있을 뿐, 옥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무슨 꿍꿍이인지 누가 알아. 몸을 수색해야 알지.”펑!말이 끝나기 바쁘게 염구준이 홱 하고 날카로운 검기를 발사해 황금 산더미를 부쉈다.“당신 머리가 단단한지 내 검이 단단한지 겨뤄보죠.”이 세상에서 그의 몸을 수색할 자격은 손가을 외에 누구도 허락하지 않
염구준은 긴 한숨을 쉬고는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면서 계속 어둠속을 헤쳐갔다.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인기척이야.’염구준이 어렴풋이 비추는 빛을 통해 한 그림자가 머뭇거리더니 황금 산더미 뒤로 숨어버리는 것을 포착했다.이어서 일행이 뒤를 따라 수십 개의 불꽃을 발사하며 주변을 밝게 비추었다.그들이 팔다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것을 보니 보물을 찾은 모양이었다.물속에 들어오면 다들 통신기를 통해 연락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세력인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공공 채널도 없는 것을 보니 독식하려는 것 같았다.그런데 일행은 보물을 챙기지 않고 각자 흩어져서 이 구역을 수색하는 것이었다.‘설마 저 사람들도 옥패를 찾나?’염구준은 산더미처럼 쌓인 황금 뒤에서 그들을 살펴볼 뿐 나서지 않았다.조건이 된다면 어부지리를 취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그때 주변에 하나둘씩 불빛이 켜지더니 다른 동굴 입구에서 사람들이 나타났다.밖에 있는 절벽의 모든 입구는 이곳으로 통하는 것 같았다.들어온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서로 기분 잡치게 경계하지 말고 바로 들어왔을 것이다.모든 세력들이 모이자 공공 채널이 다시 열렸다.“다들 무사히 도착한 걸 축하하고 매력적인 이 보물을 공유합시다. 절반은 스텔라성이 챙기고 나머지는 각 가문에서 나눠가지세요.”맨 처음으로 베르가 발언했다.말투는 다정해도 실제로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우려는 욕심으로 가득했다.염구준까지 합치면 아홉 세력들이 모였는데 여덟 세력에서 절반의 재물을 나누어서 가지라니, 그 와중에 세력을 등에 업은 세라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저희 캐틀린 가문에서 1할을 챙기겠습니다.”…두 사람의 말을 들은 나머지 세력들은 불평등한 대우에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그레이, 너 2할 나 2할, 나머지는 염 선생한테 주자.”노신기는 베르와 세라의 분배 방식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그레이는 바로 눈치채고 맞장구를 쳤다.“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