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블랙호크국, 엘 가문 정원.엘 가문의 장녀 앨리스는 직접 작은 연회를 열어 블랙호크국의 기업 대표들을 초청했다. 연회에 초청받은 인원이 총 백명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간은 아주 넉넉했다.그들 중 앨리스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은 화련상조회의 원로 회원중 하나인 진씨 가문이었다!“앨리스 씨가 용하국으로 넘어간 뒤로, 참 오랜만에 만나네요.”이때, 베르사체 맞춤 정장을 입은 한 젊은 남자가 칵테일을 들고 앨리스에게 다가왔다.“이번엔 언제 또 떠나실 계획이신가요? 듣기로는 오샤나지 그룹이 용하국에서 전면 철수했다고 하던데, 앞으로 용하국에 갈 일은 없으신 건가요?”앨리스는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때 김씨 가문과 합작하여 기업을 운영하다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존재를 건드린 탓에, 엘 가문은 블랙호크국 국주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용하국에서 철수해야만 했다.비록 지금은 그 상대와 화해했지만, 국주의 명령은 여전히 해제되지 않은 상태였다. 앨리스는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지만, 분명 그것 또한 염구준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거라 추측했다.염구준은 정말 수수께끼 같은 남자였다!“먼저 물어보셨으니, 저도 솔직하게 말할게요.”하지만 앨리스는 이러한 사정을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술잔을 든 채, 사람들을 둘러보며 눈부신 미소를 지었다.“오늘 여러분들을 초청한 것은 부탁드릴 것이 있기 때문이에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 둘 앨리스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천하의 엘 가문의 장녀 앨리스가 부탁할 일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심지어 그녀는 화련상조회의 원로 회원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도무지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앨리스가 부탁이라니, 모두들 의아했다.“앨리스 씨, 말씀만 하세요.”“맞아요. 저희는 무엇이든 들어드릴 준비가 되어 있어요.”“그런 거라면 편하게 연락 주시지, 이렇게 거창하게 연회 열 필요까지 없었는데….”너도나도 열정적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모두들 이 상황이 매우
진서호가 들고 있던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앨리스 씨, 아무리 당신이라도 이건 좀 선을 넘는 부탁이 아닌가요? 뛰어난 기업이 어디 한둘이에요? 자질만 본다면, 너도나도 다 화련상조회에 들어왔겠죠. 하지만 우리가 봐야 하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잖아요.”진서호가 반대하다니, 앨리스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너무 성급한 결정인 것 같네요. 제 말 아직 안 끝났어요. 제 친구는 기업인으로서 자질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머리면 머리, 인품이면 인품, 외모까지 어느 하나 빠진 곳이 없는 용하국 최고 미녀예요. 진서호 씨, 다시 고려하실 생각 없으세요?”‘용하국 최고의 미녀?’ 그 말을 들은 진서호의 눈빛이 갑자기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앨리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눈엔 앨리스야말로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미녀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엘 가문의 장녀였다. 앨리스와 결혼하는 순간 엘 가문이라는 든든한 아군까지 생기는데, 진서호의 눈에 다른 여자가 들어올 리 없었다. 두 가문이 합친다면 세계 재벌 10위도 꿈이 아니었다!“진서호 씨께서는 모르고 계시군요.”그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지켜보던 앨리스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제 친구의 장점은 그 뿐만 아니에요.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구애를 했지만, 이어질 수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그녀의 배경 때문이에요. 제 친구는 엘 가문보다 더 뛰어난 출신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흥미 없으신가요?”그 말에 비로서 진서호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토록 대단한 배경을 가진 여자라니, 심지어 엘 가문보다도 더 뛰어나다고? 진서호는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미 수년간 앨리스를 향해 마음을 표현해 왔었지만, 매번 돌아온 것은 거절이었다. 어쩌면 그녀보다는 그 친구를 공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지도 몰랐다. 만약 성공한다면… 진서호는 달콤한 상상에 빠졌다.“그래요, 그럼!”잠시 저울질하던 진서호가 높이 잔을 들
세 사람이 점점 다가오는 모습을 본 안내데스크 직원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여긴 아무나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누가 봐도 그들을 무시하는 태도였다. 순간 울컥한 임명성이 따지려던 순간, 옆에 있던 염구준이 말리며 나섰다. 겨우 안내데스크 직원과 감정 소모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임 이사님.”염구준이 임명성을 부르며 눈짓했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임명성은 감정을 다스리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내밀었다.“용하국 손씨 그룹 소속, 해외사업 대표 이사 임명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필요 없어요. 돌아가세요.”옆에 있던 다른 안내데스크 직원이 귀찮은 듯 손을 휘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긴 아무나 받아주지 않아요. 뭘 제대로 알고서 덤비세요. 이런 서류 가져와봤자 추천서 없이는 아무 쓸모 없어요. 괜한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가세요.”추천서라니, 임명성은 당황해 말문이 막혔다. 앨리스가 손가을에게 전화할 때 그도 옆에 있었지만, 추천서 얘기가 나온 것 같지 않았다.“죄송하지만, 저희가 좀 특수한 경우라서요.”임명성이 자료를 다시 품에 넣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여기 오기 전에 이미 앨리스 씨와….”하지만 직원은 전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꺼지라면 꺼져!”이때, 어디선가 냉담한 남자의 목소리가 임명성의 말을 끊었다.“여긴 화련상조회야. 잡상인이 설칠 데가 아니라고! 경호원 어디 있어? 당장 안 쫓아내고 뭐해!”그러자 로비 입구에 서있던 우람한 경호원 열댓 명이 몰려와 임명성과 염구준 그리고 손가을을 에워쌌다.“오해예요. 오해!”예상치 못한 상황에 임명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나 곧 중년 남자 가슴에 걸려 있는 사원명을 보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오 주임이시죠? 반갑습니다! 저는 용하국 손씨 그룹 해외 사업을 맡고 있는 임명성이라고 합니다. 화련상조회에 가입하기 위해 일부러 용하국에서 여기까지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분들은….”잠시 말을 멈춘 임명
“솔직히 말해, 이미 용하국에서 우리 화련상조회에 가입할만한 기업은 이미 다 가입했어. 아직 가입하지 못한 새 기업이라고 해봤자 신주 그룹 정도밖에 없는데,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손씨 그룹이야? 신주 그룹 아니면 썩 꺼져! 경호원, 안 내보내고 뭐해?”그 말에 경호원들이 허리춤에서 곤봉까지 뽑아 들며 그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반항한다면 무력이라도 쓸 기세였다.“신주 그룹이라고 했나?”이때, 돌아가는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염구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신주 그룹이라면 우리랑 꽤 인연이 있지. 세 달 전에 우리 그룹에서 임수합병을 진행한 기업이니까. 이 정도면 우리도 화련상조회에 가입할 자격이 되려나?”그 말을 들은 오정형은 충격에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신주 그룹은 신흥 기업들 중에 꽤 유명한 쪽에 속했다. 실제로 자산도 10조를 넘어, 추천인만 있다면 충분히 화련상조회에 가입할 여건이 됐다. 그래서 오정형도 나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들어보지도 못한 손씨 그룹에 인수가 되었다니? 정말 황당무계했다.“오 주임, 꽤 소식이 늦나 보네?”염구준이 오정형을 바라보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신주 그룹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 현재 용하국 의료 미용 업계의 탑은 손씨 그룹이야. 이렇게 정보가 느려서야, 화련상조회의 명성이 아깝군.”염구준이 바닥에 흩뿌려진 자료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못 믿겠으면 이 자료들을 다시 주워서 살펴보던가, 아니면 인터넷에 검색해 봐.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니까!”그 말에 오정형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며 바닥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서류들은 산산조각나 다시 줍는다고 해도 읽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서둘려 핸드폰을 꺼내 손씨 그룹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모든 것이 염구준이 했던 말대로였다. 신주 그룹은 진작에 손씨 그룹에 인수되어 사라졌으며, 눈앞에 있는 여자가 바로 그 손씨 그룹 대표였다.“손씨 그룹 총 자산은 400조로 추산되며…
말을 마친 염구준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정형을 뒤로한 채, 손가을을 데리고 성큼성큼 출구 쪽으로 향했다. “염 부장님, 잠시만요. 잠시만요!”오정형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급하게 염구준과 손가을의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는 얼굴에 비굴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제가 눈이 멀어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일단 다시 얘기 나눠 보시죠. 제가 안된다고 확정한 건 아니었잖아요. 오해가 있었던 거니, 일단 안에 들어가서 다시 대화 나누시죠.”오정형은 어떻게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손씨 그룹과 관계를 잘 이어온다면 분명 이루 말할 수 없는 이익과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게 뻔했다. 오정형은 황금알을 낳아줄 거위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다시 이들의 마음을 돌리고 화련상조회에 가입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존심을 버리고 얼굴에 철판을 깔 때였다. “이제 와서 아쉽나?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어.”염구준은 뻔히 보이는 수작에 넘어갈 위인이 아니었다. 그에겐 더 이상 갖춰야 할 예의따위 없었다.“비켜!”말이 떨어지는 동시에 염구준은 내공을 운용해 오정형을 옆으로 밀쳤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손가을과 임명성을 데리고 화련장조회 본부를 떠났다. “손 대표님, 염 부장님!”오정형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떠나가는 벤츠를 붙잡으려 몇 번이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상황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분노에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이 빌어먹을 놈!오정형은 화련상조회의 책임자로 임명된 뒤로 남에게 아첨을 받으면 받았지, 이런 무시는 처음이었다. ‘감히 나를 거절해?’오정형은 반드시 이 굴욕을 갚아 주리라 마음먹었다!“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도 화련상조회 전체가 힘을 합친다면, 상대나 될 것 같아? 손씨 그룹, 두고 봐!”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정형은 염구준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음에도 지치지 않고 고래고래 욕설을 퍼 부었다.“무례한 놈들, 어디 한번 날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 봐!”
손가을이 염구준의 팔을 붙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이번엔 봉황국에 오래 머물게 될 것 같은데, 언제까지 호텔에 묵을 수는 없어. 해외발전팀 직원들이 올 때까지 반드시 제대로 된 사무실을 갖춰야 해.”그런 다음, 운전하고 있는 임명성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했다.“이사님, 우리 시간도 넉넉한데 저번에 연락했던 그 사무실 좀 가볼까요?”임명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회사 대표가 손가을이긴 했지만, 염구준이 실세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이사님, 앞으로 무엇이든 망설이지 마시고 가을의 뜻을 따라주세요. 가을의 의견이 곧 제 의견이에요.”임명성이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럼 출발하시죠!”약 40분 후, 봉황국 상업 거리에 위치한 7층짜리 건물 앞에 벤츠 한 대가 멈춰 섰다. 바로 해외 발전팀이 사무실로 사용할 그 건물이었다. 임대료 3년에 12억 원, 임명주는 이미 전화로 건물주와 협상을 마친 상태였다. 누구는 3년이 다소 짧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시세가 변동하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기간이었다.“황 사장님!”임명성이 마침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건물주, 황종우를 발견하곤 인사를 건넸다.“이렇게 공교로울 데가! 마침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아, 참! 이 분들은 저희 본사 대표님과 부장님이십니다!”본사에서 사람이 왔다는 얘기를 들은 황종우는 눈을 번뜩였다. “귀한 손님들이 오셨군요.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세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본 황종우가 다급히 담배를 끄며 악수를 건넸다. 그리고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난감한 듯 말을 꺼냈다.“아이고, 그런데 어쩌죠? 사실 전에 임대해 드리기로 했던 사무실,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임명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종이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을 뿐, 이미 모든 협의를 끝낸 뒤였다. 사인만 하면 끝날 일에 갑자기 이런 봉변이라니, 그는 뒤통수가 얼얼했다. “제가 좀 계산을 잘못해서 임대 금액을 잘못
그러나 황종우는 전혀 자신의 생각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손가락을 비비며 왜 이러냐는 듯, 더 뻔뻔하게 굴었다. “다 아시면서, 사업하는 사람끼리 이러지 맙시다. 서로 상부상조하면 살아야지, 혼자서 좋은 거 다 해먹으려 들면 쓰나?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면 이정도는 좀 부드럽게 넘어가요. 20억나, 12억이나, 여러분처럼 큰 사업하는 사람한테는 별 차이 없잖아요. 선심 써서 좀만 더 얹어줘요.”큰 차이 나지 않다니, 임명성은 기가 막혔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애먼 돈이 나가는 걸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처음부터 20억이면 몰라도, 갑작스레 8억이나 껑충 뛰어올랐는데, 이대로 넘어가줄 수는 없었다. “됐어요.”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염구준이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옆에서 지켜본 봐, 황종우는 한번 돈 냄새를 맡은 이상 쉽사리 물러설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이 계약 없던 것으로 합시다!”그 말에 임명성은 물론 황종우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내일 팀원들이 내려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건물 계약을 취소하고 새로 알아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종우가 이 건물을 다른 데로 넘긴다면, 앞으로 올 직원들은 길바닥에서 일을 시작해야 할 지도 몰랐다.그런데 오히려 계약을 파기하려 들다니, 임명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구준 씨?”마찬가지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손가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12억이든 20억이든, 현재 손씨 그룹의 자산으로 본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돈이었다. 지금은 감정적으로 구는 것보단, 건물을 얻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염구준이 이렇게 나오다니, 손가을은 혼란스러웠다.“아닌 건 아닌 거야.”염구준은 단호히 말하며 황종우가 보이지 않을 각도에서 손가을을 향해 눈짓했다. 그 표정을 본 손가을은 뭔가 깨달은 듯,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사님, 구준 씨 말대로 해요. 갑시다!”염구준과 손가을이 앞장서
염구준이 말한 친구는 다름 아닌, 요즘 새로 떠오르는 도박신인 고해와 삼죽문의 새 문주 왕종서였다.“설마 진짜 포기한 건 아니겠지?”황종우의 발 밑엔 담배 꽁초가 쌓여갔지만, 떠나간 벤츠는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점점 마음이 초조해졌다. ‘망했다! 어쩌지?’그의 건물은 확실히 좋은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그게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독이었다. 이곳은 중심 상권 지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 한정적이었다. 그리고 이미 봉황국 내부에 있는 기업들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황종우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외부 기업뿐인데, 현재 상황에선 매우 제한적이었다. 즉, 염구준 쪽에서 건물 임대를 거절한다면 아예 건물 자체가 공실이 되어 처음 12억조차 받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그쪽이 여기 건물주?”그런데 이때, 황조우의 귓가에 들려온 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봉황국 사람 중에 내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박왕, 고해라고 한다!”‘요즘 봉황국에서 가장 핫하다는 도박신, 고해?’ 황종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네, 접니다! 건물주!”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서둘러 고해 쪽으로 다가갔다.“아이고, 그 유명하신 고해 선생님을 제가 뵙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혹시 선생님께서도 이 건물을 빌리시려고요? 정말 잘됐네요. 마침 손씨 그룹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제가 막 거절한 참이었어요!”고해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속으로는 비웃었다. ‘네 놈이 거절한 사람이 누구인 줄은 알아? 멍청한 놈. 우리 무적의 전신전 전주, 손씨 그룹의 실세, 내 은인! 절대로 원한을 사지 말아야 할 분한테 원한을 샀구나!’“쓸데없는 소리는 이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고해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말했다.“봉황국에 사설 카지노를 오픈하려고 하는데, 그쪽 건물이 꽤 괜찮아 보여서 임대하려고. 계약기간은 3년, 매년 임대로 10억! 어때?”‘그렇다는 건 3년이면 30억? 예상보다 10억이나 더 받게 생겼네!’“그럼요! 저야 너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