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염 씨 집안..."설인은 온몸이 미세하게 떨렸고, 눈에서는 분노가 이글거리다가 꺼지다가 또 이글거리기를 반복했다.그는 인내하고 있었다, 억제하고 있었다!만약 다른 가문이였다면 그는 설 씨 가문의 가장 존귀한 존재로서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무려 염 씨 가문이였다!북방 다섯개 성에서 크고 작은 가문들은 셀 수 없이 많았으나 그중에는 네개의 거물들이 있었는데 군사들을 충분히 진두지휘할수 있었기에 누구도 감히 반항할 사람이 없었다.염 씨 가문이 바로 이 네개의 거물들 중 하나였다!"큰 도련님과 둘째 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는걸 보아 실력이 절대 약하지 않을 것입니다."설인의 몸 앞에 검은옷의 남자가 작게 말했다. "해동성의 지하 세력들은 절대 이렇게까지 무서운 무도 강자를 보유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저의 추측으로는 염 씨 가문......"설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는데 얼굴의 근육들이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염 씨 가문이라면 말이 되겠지!북방에는 수많은 지하 세력들이 은밀히 계산하고 계속 손을 써서 네개의 거물들중 하나가 되려고 망상하곤 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염 씨 가문이 바로 그들의 첫 번째 목표였다!약 6년 전 염 씨 가문에 한 차례 내부 싸움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정황은 외부인이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 내부 싸움 후,염씨 가문은 네개 거물들 우두머리에서부터 제일 마지막으로 떨어졌었다.하지만, 말라 죽은 낙타는 말보다 크다!누구든지 감히 염 씨 가문의 위엄에 도전한다면, 먼저 천둥같은 진노를 견딜 준비를 해야 했다!"확인해봐!"오랜 침묵 끝에 설인은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뜬 뒤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말했다. "모든 세력을 동원해서라도, 무슨 수를 쓰든 꼭 제대로 알아내! 그리고 기억해, 다른건 중요하지 않아, 가장 중요한건 염구준과 북방의 염 씨 가문이 관계가 있는가 없는걸 알아보는 거다!"검은 옷의 남자는 몸을 멈칫하고는 곧바로 허리 굽혀 명령을 받들었다."예!"...자신도
남방 해동성, 청해시 염구준은 북방 염씨 가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소식은사람들의 전파하에 빠른 속도로 북방 전역에 퍼져 나갔다!"좋아,좋아,아주 좋아!"설씨 가문 장원,설인은 부하들이 방금 전한 소식을 듣고 얼굴빛이 음흉해졌다."그가 염씨 가문이 아니니 나도 더 이상은 참을 필요가 없어...... 이 선생님!"비정상적으로 낮은 발자국 소리가 천천히 접근했다.이 '이 선생은 바로 설씨 가문 최강이자 주쿤의 할아버지인 무도 종사 정상의 강자,이부승이였다!"가주."설인에게 다가갔을 때,이부승은 몸을 굽히지 않았는데 늙은 얼굴에는 늠름한 기색이 역력했다."저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으니,가주께서 명령하신다면 반드시 염구준의 목을 따오겠습니다!"설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사람을 죽이는건 아주 쉬운 일이였다!그가 해야 할 일은 염구준을 죽이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였다!"이 선생님,저는 당신의 명의로 염구준에게 도전장을 내미길 바랍니다."설인은 목소리를 낮췄다.눈에는 한기가 어렸다."물론 공정한 결투는 아닐 것입니다.그가 죽을수 있도록 제가 다 안배해 놓을 것이니!""그리고 이 결투는 해동성의 모든 지하 세력들을 초대할 것입니다!염구준을 죽일뿐만 아니라 그가 죽기 전에 진정한 절망을 느끼도록 하는게 제 목적입니다!"이부승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만약 그가 도전장에 응하지 않는다면......""그는 반드시 도전에 응할겁니다!"이부승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설인은 낮은 목소리로 냉소를 했다.입가에는 음흉한 미소가 어렸다."제가 이미 알아봤는데, 그는 손씨그룹 대표,손가을과 정이 깊더군요.""손가을만 잡으면 그는 도마 위의 물고기처럼 제 칼아래 토막날거예요!"이부승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설인을 향해 포권을 했다."가주님이 영명하십니다!"...북방은 음모를 짜느라 시끄러운 반면,1천여 킬로메터 떨어진 청해시는 평화로웠다.운해시 지하세력이 통합되면서 해동성 전체의 상업환경이 크게 좋아졌고 손씨그룹의
갑작스러운 큰 소리는 천기의 생각을 순식간에 끊어버렸다.고속으로 달리던 벤츠S는 바닥이 갑자기 심하게 요동치더니 차체 전체가 짙은 연기로 뒤덮여 차 바깥의 시선을 완전히 가렸다.도로 옆 바위 뒤에서 나지막하고 차가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허허, 손양, 제가 많이 기다렸습니다!"그는 바로 설인이였다!두 명의 회색옷을 입은 남자가 차 문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한 손으로 방탄유리를 쉽게 깨뜨리고는 당황한 얼굴을 한 가을을 보자 얼굴에 띤 간악한 웃음이 점점 짙어졌다."다,당신들은 누구시죠?"가을은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시간을 끌기 위해 애썼다. "당신들은 얼마를 원하세요? 저희 안전만 보장한다면, 제가......"그녀의 말이 다 끝나지 않는 순간, 설인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명이 바로 앞으로 나와 가을을 차에서 끌어나오고는 뒷목을 칼집으로 가격해서 바로 기절시켰다."납치? 정말 쉽군!"설인은 냉소 몇 번 하다가 조수석에 앉은 홍천기를 보더니 늙은 얼굴에 주름이 펴졌다.그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안심해, 염구준이 말을 순순히 듣기만 한다면 손양은 무사할 거라고 말해.""그리고 염구준보고 내 이름을 기억하라고 해. 설씨 가문, 설인이라고!"지금 이 시간.청해시 도심,손씨그룹 건물,경호부,염구준은 휴대전화 화면 속 발신자 표시를 보며 전화를 받고는 미소지었다."천기?""염 오빠!"고속도로에서 벤츠 S는 이미 비상차선에 멈춰섰고,홍천기는 초조한 얼굴을 하며 '염부장님' 으로도 부르지 않았는데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있었다."사고가 났어요.가을 언니가 아까 잡혀갔는데, 그 나쁜 사람이 자신이 설인이라고 알리라고 했어요.."설인?!구준의 얼굴빛이 순식간에에 어두워졌다!북방의 설씨 가문은 어쨌든 격있는 가문에 속했다.그런데 이렇게도 비열한 수단을 써서 반항도 못하는 약한 여자에게 손을 대다니!"오빠!"전화너머에 천기는 여전히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는데 두 눈물은 그칠줄 몰라했다. "
구준은 찬웃음을 지었다!"주작!"용준영의 앞에서 그는 직접 휴대전화를 꺼내 빠른 속도로 문자 한통을 편집해서 보냈다. "직속호위대는 당장 집결해 내 명령을 듣고 내일 저녁 8시 정시에 행동하길 바란다."옆에서 용준영은 문자가 전송되는 것을 보자 바로 숙연해졌다.전신전전주들이 곧 나올 것이다. 설씨 가문, 이부승.... 그들은 이제 끝났다!...다음날 오후 청해시 연해, 동쪽 선착장 부두.해동성의 연해 도시 중 하나인 청해시는 이미 세 개의 부두를 건설했는데 동쪽 선착장은 네 번째로서 초기 공사가 완료된 후 이미 10만 톤 수준의 화물선을 정박할 수 있어 경제발전에 중요한 의의가 있었다.방금 준공된 해안 옆에 몇메터 높이의 로더 꼭대기에서 설인은 양손을 짊어지고 항구 전체를 내려다보면서 입가에 찬웃음을 띄였다.오늘 저녁의 결투를 위해 그는 만반의 준비를 다 했는데 해동성의 이름 좀 날린다는 지하세력들은 거의 모두 그의 초청장을 받았다.그러나 그와 막역한 사이였던 주씨 가문의 가주 주환을 빼고는 관전하러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차마 엄두도 못 내니까!설인의 초청에 응한다는 것은 염구준의 대립구도에 섰다는 뜻이였고,오늘날의 염구준은 이미 명실상부한 해동성의 왕이라 그들에게 배짱 열 개를 빌려준다 해도 감히 고개도 내밀지 못했다!"멍청한 놈들!"설인은 로더에서 뛰어내려 옆에 있던 밤톨머리 청년 한 명을 보고는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선생님께서 염구준을 해치우면 해동성의 이 쓰레기들도 알게될거다.오늘 저녁,나의 초대를 거절한 것이 그들이 평생 했던 일 중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밤톨머리 청년은 곧바로 일어나서 허리를 굽혔다."아버지가 말씀하시는게 모두 옳습니다!"설인은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큰아들, 설의는 이미 염구준의 손에 죽었다.그리고 이 밤톨머리 청년이 바로 설씨 가문의 미래의 희망으로 설의에 버금가는 설씨 가문 둘째 아들인 설광이였다!"시간이 거의 다 됐어."설인은 설광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아버지!"옆에 있던 설광의 두 눈이 갑자기 밝아지며 손을 뻗어 선착장 방향을 가리켰다. "보세요, 그들이 왔어요!"드디어 염구준이 왔다!약 5km 떨어진 곳, 한 눈에 들어오는 평평한 도로 끝자락에 비정상적으로 밝은 두 개의 불빛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붉은색 포르쉐는 바람을 가르며 거침없이 달려오다 갑자기 멈췄다."큰형님, 도착했습니다."차가 멈추고 용준영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조수석 자리로 가서 손으로 빛을 가렸는데 얼굴에는 공경심이 어려있었다."큰형님,내리시면 됩니다!"구준은 차에서 내려 주위를 훑어보다가 설인의 얼굴에 시선을 멈추고 준영을 데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갔는데 시선은 냉랭했다.짝, 짝!설인은 두 손으로 박수를 치며 크게 웃었다. "염구준, 쓰레기 하나 데리고 혼자 여길 와? 참, 배짱이 좋군!"말을 마친뒤 그의 목소리는 갑자기 차가워졌고 얼굴 가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가 내 아들을 죽이고 내 둘째 동생을 해쳤으니, 이 원한을 잊을수 없구나! 손가을을 구하고 싶으신가?허허 꿈을 꾸는구나!"구준의 얼굴색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설인의 뒤에 있는 몇명의 사람들과 옆에 있는 주환은 거들떠보지도 않고,옆에 있는 설광은 외면한 채 변함없이 덤덤한 시선을 보냈다. "가을이를 넘겨주기만 한다면, 내가 너희들 시신을 온전하게 남겨주지. 넘기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가을이를 구할 방법이 있다. 그러나 너희는 온전한 곳 하나 없이 죽을거다."설인은 먼저 얼떨결해 있다가 곧 배꼽을 잡고 웃었다!구준을 상대하기 위해 그는 심혈을 기울였다.먼저 손가을을 납치했고,도전장을 보내고, 선착장에 사람들을 배치하고,또 설씨 가문과 주씨 가문의 일곱 사람을 데려왔고,더해서 정예들과 두 명의 저격수까지 배치했다.이런 전력으로 염구준 따위를 이기지 못할가?!"염구준, 나는 정말 네 자신감을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거만하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구나!"설인은 오른손을 들어 주환과 뒤에 있는 일곱을 가리키고 마지막으로 이부승을 가
설인은 일찍 대책한듯 보였다. 그는 염구준이 손을 내민 순간 이미 반응했고 발걸음을 비틀어 물러가서 목 놓아 미친듯이 웃었다. "그렇게 화낼 줄은 진작 알았지. 날 죽이려고 해? 넌 아직 어려!"말을 할 사이에도 그의 발걸음은 빠른 속도로 뒷걸음질 쳤고, 앞서 수집한 정보대로 구준의 실력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있었기에 그와 억지로 부딪칠 생각은 없었다.그러나 물러난 속도가 너무 느렸다.그게 아니면......구준의 속도가 너무 빨랐던 것이다!거의 설인의 후퇴와 동시에 그의 첫 걸음이 막 착지하였는데 발바닥의 진력이 폭발하여 지름 반미터가 넘는 기폭고리를 터뜨렸고,원래부터 희미했던 모습은 그대로 잔영으로 변했으며 오른손 주먹은 마치 번개처럼 단단하게 설인의 가슴을 쾅 내리쳤다.펑!!힘은 산과 강을 뽑을 정도였고 썩은 것을 모조리 꺾어버릴 정도였다!무도종사로서 수십 년 동안 화진을 애써 연마한 설인은 방금 이 주먹에 가슴의 모든 뼈가 그대로 굉장하게 부셔졌고 오장육부가 뒤틀렸으며 입에서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진홍색 핏물을 한바탕 내뿜었는데, 그 안에는 커다란 내장 조각도 섞여 있었다!옆에 있는 주환, 설광, 이부승, 그 외 사람들...... 이들은 조건 반사와도 같이 구하려는 동작을 했을 뿐 설인에게 돌진조차 하지 못한 채 눈앞의 한 장면을 보게 됐다.설인은 염구준에게 한 방 맞고 날아갔다!몸은 아직도 허공에 있었는데, 입안의 핏물은 이미 완전히 걷잡을 수 없이 뿜어져나왔고,착지한 뒤에도 바닥에 계속 미끄러져 무려 20여 미터나 미끄러져 나갔다."너, 너......"멈추고 나서 그의 온몸의 근육은 경련을 일으켰는데 몸부림치며 일어나려는 듯 손바닥을 펴고 지면을 버티고는 막 힘을 내기 시작하더니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고,입 안의 "너"라는 글자는 더 이상 계속되지 않았다.죽었다!한 수에, 한 방에!이미 미리 피신했는데도 여전히 염구준의 주먹을 피하지 못해 몸의 표면에서는 거의 별다른 부상을 보지 못했는데도 몸속의 생기는 완전히 흘러나
그러자 염구준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가을이 납치당한 순간 그들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아내, 그것은 자신의 가장 큰 역린이였다. 그리고 역린의 뜻은..... 누가 건들면 그는 죽는다는 것이다!"설씨 가문도 좋고 주씨 가문도 그렇고 나 염씨는 전혀 개의치 않아."그는 설광을 주시하며 아무 기복없는 목소리로 얘기했는데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매복시키든, 얼마나 많은 저격수가 있든지 간에 너네는 가장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너희가 아직까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 자신이 마주한 것이 도대체 누구인지!"말을 끝마친 염구준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손을 가볍게 맞장구 쳤다.두 개의 미세한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려 퍼졌다!아주 멀리 있는 고공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두 개의 희미한 탄알 궤적이 빠르게 나타났는데 설씨 가문의 저격수 두 명을 더없이 정확하게 명중시켜 그들의 머리에 두 송이 핏빛 꽃을 피웠다!"저, 저게 뭐야?!"설광은 온몸을 떨고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얼굴은 완전히 굳어 버렸다.헬리콥터다!저 멀리 밤하늘, 총 6개의 독수리 날개 전투기가 모두 반중력 엔진을 배치해 밤하늘을 가르는 날카로운 화살처럼 이쪽으로 급속히 날아오고 있었다.기내 입구, 방금 사격한 저격 전사가 총기를 거두고 몸을 곧게 핀다음 아래에 대고 표준적인 군례를 올렸다.그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입모양으로 보아...... ‘전주님 위엄이 넘치십니다’ 였다!독수리 날개 전투기 뿐만 아니라 오프로드 전차도 있었다!유인수송차, 다목적보병차, 야전탱크,차량용 로켓차......총 24대의 특수작전차량은 멀리 선착장 입구에서부터 왔는데 차량에 탄 전사들이 실탄을 연발하며 모두 일제히 노호했다. "전주 위엄!""전주께서 위엄하시다!""전주께서 위엄하시다!"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창공을 관통하여 이 항구의 공터를 완전히 뒤덮었다!"전, 전주."항구 바닥에 설광이 설인의 시신
울부짖음과 동시에, 그는 허리에 있는 은백색 총기 한 자루를 이미 꺼내 방아쇠를 확 당겼다.총구에서 총알이 튀어나왔다!그는 진정한 망명자였다. 오늘 반드시 죽을 것이란걸 알고있었기에 의심할 여지 없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고 염구준을 사살해야 했다! 징조도 없던 밀습,탄알은 불똥을 동반해서 염구준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전주님!""큰 형님!""조심하세요!"이 순간 전주 직속 호위대의 정예 전사,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용준영,심지어 주환과 뭇사람들까지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여나오는 것만 같았다.설광과 염구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그의 손에 든 이 은백색 총기는 오늘날 성조국의 육군 현역 장비로 모델명은 MSF였고 유효 사거리는 150m였으며 탄두의 처음 속도이 초속 400여메터에 이를 수 있었다.이 속도대로라면 설광이 방아쇠를 당긴 뒤 100분의 1초만에 구준의 머리를 뚫을 수 있었다.아무리 실력이 강해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였다!피해?염구준은 전혀 피하지 않았다!애당초 운천 나이트클럽에서 그는 권총 총알을 쉽게 피했지만, 그 순간 그는 오른손을 내밀어 격하게 쏘여진 탄두를 가볍게 쥐었다."탁" 하고 가벼운 소리가 울렸다!육안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볼 수 없는 합금 탄두는 염구준에게 한 손에 붙잡혔는데 손바닥의 기가 올라오며 탄두의 무서운 충력을 쉽게 없앤 다음 뒷손으로 땅바닥에 던지고 설광을 향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런 작은 재래식 열무기는 나에게 소용 없다는 것이 유감이군."땅에 떨어진 총두를 바라보는 설광은 벼락을 맞은듯 했는데 입가에는 골수를 파고드는 절망의 찬웃음이 묻어났다.총이 그에게는 소용 없다!이게 전신전 전주의 무서운 실력인가? 이 정도라면 설씨 가문이 지는 건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내 신분을 그 누구도 누설해서는 안된다."구준은 더 이상 설광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뿐더러 다른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치 하찮디 하찮은 일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직속 호위대는 명령을 들어라. 현장을 청소하고,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