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고 작정했구나!“이렇게 죽고 싶다는데 내가 선심을 써주지. 다음 생에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우리 집안은 개나 소나 건드릴 수 있는 집안이 아니거든!”손일용이 어두운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그러고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경호원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움직여!”“몽둥이로 저 사람 패서 죽여버려!” 쏴, 쏴, 쏴!손일용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6명의 호텔 경호원이 흉악스러운 얼굴로 몽둥이를 쥔 채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염구준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너희 실력으로? 어림도 없지!”염구준이 가볍게 말을 남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두 손바닥을 동시에 앞으로 내밀며 냉랭하게 소리쳤다. “꺼져!”펑펑펑펑펑....공기가 파도처럼 몰려왔다!호텔 로비에 있던 사람 그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보지 못했다.마치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에 부딪힌 후 하늘로 날아오른 6명의 건장한 경호원의 몸뚱이만 보았다. 그들은 줄이 끊긴 연처럼 7, 8미터도 넘는 곳까지 날아가더니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들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오? 좀 센 놈이구나!”삽시간, 손일용의 눈가 근육에 살짝 경련이 왔다.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감히 우리 집안에서 소란을 일으키더니, 역시 실력자였군! 하지만 능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우리 집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것이야!”말을 다 한 손일용은 두 손가락을 입에 넣고 세게 휘파람을 불었다쏴쏴쏴!그림자가 움직였다!호텔 로비 안팎, 20여 개의 그림자가 몰려왔다. 누군가는 CCTV 사각지대, 누군가는 엘리베이터 입구 옆 계단복도에서, 또 누군가는 로비 위쪽에서 뛰어내렸다. 그들 손에는 모두 나이프가 쥐어있었다.감도는 기운으로 봐서는 모두 내진이 대성한 일류의 실력자들이다!그들이 나이프를 드는 자세는 손씨 집안 손역창과 똑같았다.나이프의 모양도 손역창이 쓰던 거친 쇠칼과 거의 똑같았다!“손씨 가문이 중해 시에 자리를 잡았는데 가
그녀의 사촌 동생, 손일용이 염구준을 죽이려고 달려들어?짧은 순간이었지만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누나, 어떻게 왔어?”손일용은 사태의 엄중성을 전혀 몰랐다. 그는 염구준을 가리키며 독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저 눈치 없는 자식이 감히 우리 집안을 건드리다니. 저놈이 여소광의 손목을 부러뜨릴 뻔했어.”“누나는 올라가서 손님들 대접해. 여긴 나한테 맡겨. 내가 쾌도팀 거느리고 이 자식 해결할게.”쿵!손일남은 머리가 멍해지더니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온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여소광, 곁에 서 있던 몇몇 도련님, 바닥에 쓰러진 6명의 경호원, 그리고 20명이 넘는 나이프를 든 쾌도팀...손일남은 얼굴이 굳어졌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빌어먹을 놈아!네가 말하는 “자식”이 누군지 알아 몰라?바로 염구준이야!바로 이 사람이 조씨랑 장씨 가문을 망하게 했고 혼자만의 힘으로 중해시의 구도를 바꿔버렸다. 심지어 성주도 감히 멋대로 그 사람 신분을 말하지 못한다.개인의 실력이든, 배경이든 누구도 그의 진짜 실력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중해 시에서는 누구도 그와 비교할 수 없었다!‘염구준은 성격이 겸손해서 여기서 내가 그의 신분을 공개해버리면 무조건 노여워할 거야.’손일남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결국 그녀는 염구준의 신분을 공개하지 못했고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손일용을 바라봤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만 해. 빨리 사과드려!”사과하라니?손일용은 무슨 일인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손을 들어 염구준을 가리키며 의아한 말투로 말했다.“누나, 뭔가 잘못된 거지? 나더러 사과하라고? 분명 그 자식이 우리 가문에 먼저 잘못 했는데!”“여소광을 다치게 한 거면 머리 숙여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멈추겠지만, 감히 우리 가문을 업신여기다니. 이건 절대 못 참아! 누나, 신경 쓰지 마, 내가 혼을 내줘야겠어!”그는 말하며 소매를 걷어붙여 염구준과 싸우려 했다.그녀는 화가 나기도 했고 다급한 마음에 눈물
손씨 가문이 대대로 경영한 덕분에 어렵게 지금의 모든 것을 이뤘는데 손일용 이 미련한 놈은 죽음이 코앞인데도 모르고 염구준이랑 싸우려고 달려들어?손씨 가문 모두를 죽이려는 거잖아!“지하 황제, 이 호칭 괜찮네!”손일용은 손일남과 손역창의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비웃는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손씨 가문이 중해 시 지하 황제라는 건 동의한다! 중해 시에서 우리 손씨 가문이 한 말을 누가 감히 거역하겠어? 너 죽고 싶은 거 아니었어? 그래, 그럼 내가...”말이 끝나기도 전!손일남은 더 이상 그를 가만둘 수가 없어 손일용의 손목을 덥석 잡고 이를 꽉 물었다.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닥쳐!”“한마디만 더 하면 내가 네 혀를 잘라버릴 거야!”손일용은 온몸이 떨리더니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는 입을 움직였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가문에는 노소 존비의 구별이 있다!손씨 가문에서 손일남의 손일용의 유일한 사촌 누나고 지금의 가주다. 손일남이 가족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손씨 가문 유일한 남자라고 해도 손일남이 화가 나면 절대 가족이라고 봐주지 않을 것이다.이게 바로 재벌 집의 잔혹함이다. 가법은 누구도 어길 수 없다!“염...염구준 씨.”지켜보는 사람이 많은지라 손일남도 너무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체면을 무릅쓰고 염구준에게 다가가 겨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도 많고 복잡한데, 우리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건 어때요?”염구준은 손일남을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손가을과 진영주를 데리고 성큼성큼 옆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손일남은 어리둥절해졌다 바로 용서를 받은 사람처럼 멍해 있는 손일용, 그리고 손역창과 함께 염구준을 따라갔다.호텔 맨 위층, 지존 VIP룸.“염구준 씨, 손 대표님, 영주 씨, 이리로 오세요.”엘리베이터를 나서자마자 손일남과 손역창이 재빨리 앞으로 가서 길을 안내했다. 그들은 오가는 손님들을 피해 방으로 들어간 후 “방해하지
오직 그 “망할 놈”의 염구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소파에 앉아 혼자 차를 마셨다. 그는 그 누구도, 어떤 일도 안중에 넣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손가을과 진영주는 그보다는 좀 좋았는데 얼굴만 봐서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과 반대로 손일남과 손역창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어쩔 바를 몰라 하며 숨도 크게 내쉬지 못했다!“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손일용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그는 손일남과 손역창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가슴이 철렁했다.손일남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과 오돌오돌 떠는 그녀의 몸을 봤다.손역창은 더 꼴이 아니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등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모르는 자는 죄가 없을 수도 있지.”차를 다 마신 염구준이 고개를 들어 가볍게 말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세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음은 없어.”란 말 한마디만 남겼다.후!드디어 손일남의 마음이 놓였다!지난 1분도 되지 않는 침묵은 마치 한 세기처럼 느껴졌다. 길고, 괴롭고, 조마조마한 데다 너무 두려웠다...그녀는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쿵!옆에 있던 손역창도 갑자기 긴장이 풀려 온몸의 힘이 빠지더니 뒤쪽 소파에 쓰러졌다. 그와 손일남은 염구준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수수께끼 같고 신 같은 이 남자, 만약 정말 화가 났다면 무조건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그럼 중해 시에는 더 이상 “손”이란 성씨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손씨 가문은 절대 염구준의 화를 감당할 수 없다!“다음은 없다고? 누구한테 겁주는 거야?”손일용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해졌었는데 그 말을 듣자 다시 화가 치밀어올랐다.“누나, 큰아버지, 대체 뭐가 무서워서 이래?”“중해 시 성주도 우리 가문 앞에서는 예의를 갖추는데 그깟 염구준이 뭐라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싸우면 되지! 아무리 실력이 강하다고 해도 우리...”쨍그랑!손일남이 염구준에게 차를 따라주려던 그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가벼운 말 한마디였지만 그 말은 방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당신 집안일이야.”“설명이 필요하니, 답장 기다릴게.”염구준이 떠났다.손가을과 진영주도 같이 방을 떠났다.방 안에는 온몸이 얼음처럼 얼어붙은 손일남과 얼굴이 잿빛인 손역창, 그리고 심하게 온몸을 떨고 있는 손일용만 남았다!“누나, 큰아버지...”손일용은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느끼며 어렵게 목을 움직였다. 그는 간절한 말투로 말했다. “그 사람 이미 갔으니 이건 좀 놓죠. 내가 친조카잖아, 당신...”“감히 뭘 더 나불거려!”손역창이 노엽게 고함을 치더니 손일용을 걷어찼다. 그는 손일용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이를 갈았다.“너, 정말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내 손에 든 칼, 우리 가문의 쾌도팀만으로 우리 가문이 중해 시 으뜸가는 가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조씨 가문, 장씨 가문을 생각해봐. 그들이 어떻게 망했는지 벌써 잊었어?”“그 사람, 염구준, 바로 염구준이 모든 것의 배후야!”“그런데 네가 염구준을 건드렸어! 그것도 아주 단단히!”쿵!손일용은 벼락 맞은 사람같이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그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누나가 초대한 신비로운 귀빈, 그 귀빈이 바로 염구준인거야?”“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 어떻게... 어떻게 이게 가능해?”불가능할 게 뭐가 있어?“일용아, 넌 우리 손씨 가문의 유일한 남자야.”손일남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가 널 해외로 보낸 건 이 모든 것에서 멀리하게 하고 싶었던 거야. 우린 너를 잘 지켰고 나와 아버지는 너에 대한 기대가 커. 그래서 이번 연회 보안도 너한테 맡긴 거야. 염구준한테 좋은 인상 남기라고.”“하지만 너...”“아무리 그 사람 신분을 몰랐다고 해도 공적인 일은 공평하게 처리했어야지. 염구준은 여소광 같은 애는 신경 쓰지도 않았을 거야. 무조건 여소광이 먼저 잘못한 거지. 그런데 네가 하필...에휴!”손일남의 표정을 본 손일용은 뭔가 잘못
너...네가 직접 해결해, 염구준이 납득할 수 있게!”“그렇지 않으면, 오늘부터 세상에 손씨 가문은 없어!”염구준이 납득하도록 직접 해결하라니...손일용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유리 조각을 쥐었다. 그는 더 이상 희망을 바라지 않았다. 여소광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이게 다 그 죽일 놈의 여소광 탓이야!“내가 여소광 편을 들어주지 말았어야 해. 미리 알았더라면 여소광을 찔러 죽였지, 절대 염구준한테 대들지 않았어. 막말도 하지 않았을 거야. 내가 어리석었지...”그는 유리 조각을 들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 이를 악물었다.“큰아버지, 누나! 말이 화를 부른다더니 내가 말이 많아서 이렇게 실수했어. 내가 잘못했고 내가 틀린 말을 했어. 내가 한 짓은 나 혼자 책임질게. 절대 손씨 가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손일용은 유리 조각으로 힘껏 자기의 입속을 그었다.풉!혀가 반쯤 잘렸다. 손일용은 피를 마구 토해냈다!“내 손으로 혀를 잘라냈으니... 이걸로 충분할 거야.”손일남이 눈을 감았다. 그녀는 도저히 바닥에 떨어진 혀를 쳐다보지 못했다. 손일남이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떨리는 몸으로 연회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여기서 있었던 일, 내가 그대로 염구준한테 얘기할게. 그가 만족할지는...”“네 명에 달렸어!”...반대편 연회장.연회장에 모인 손님들은 1층 로비와 VIP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염구준이 손가을과 진영주를 데리고 직접 가장 앞줄 귀빈석에 착석했다. 그들은 누구와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어? 아직 살아있네?”누군가 뒷좌석에서 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 “서둘러 관을 준비하지 않고 여기 와서 자리를 잡다니? 담이 대단하구나. 손씨 가문이라고 사람을 안 죽일 거라 믿는 가 본 데.” 그 사람은 바로 여소광이었다!손일남이 “다른 곳에서 얘기하자”는 말과 함께 염구준과 엘리베이터로 들어간 후 그는 몇몇 도련님과 함께 꼭대기 층으로 갔다. 그들은 연회층에서
“일남 누나!”손일남이 걸어오는 걸 보자 여소광은 더 이상 날뛰지 않고 미소 가득한 얼굴로 다가가서 말했다.“일용이는 어디있어요? 제가 일용이 친구인데 우리 전에 만났었어요!”“저기 염구준이라는 사람, 아까 로비에서도 행패를 부려서 제가 혼을 내주려던 참이었어요! 누나, 걱정 마세요. 저 사람, 뒤를 봐주는 사람 없어요. 다만 중천오락 그룹의 연예인 정유미와 양 성주가 그 사람과 가까운 사이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걸 믿고 이렇게 날뛰는 거예요. 정유미 덕을 본 거죠!”“하지만 손씨 가문 앞에서 정유미가 별수에요? 양 성주도...”쏴!손일남의 얼굴이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여소광의 말이 끝나기도 전 손일남이 전화를 꺼내 들고 재빨리 전화번호를 눌렀다.“양 성주님, 안녕하세요.”손일남이 공손한 말투로 여소광이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전했다. 그러고는 미안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초대한 손님 중에 이런 못난 사람이 섞여 있었습니다. 성주님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고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뜨리면서 나쁜 영향을 끼쳤습니다.”“성주님께서 명령 내려주십시오!”전화를 받은 중해시 성주 양천기는 무려 30초 동안 침묵했다!성주 댁에 앉아 전화를 받던 양천기는 분노로 눈이 이글거렸다. 동시에 그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그늘졌다.“손 가주님, 염전...그러니까 염구준 씨가 거기 계신다는 겁니까?”“여운해의 아들, 여소광, 감히 염구준 앞에서 위세를 떨어? 그에 대해 나쁜 말을 해?”“내가 직접 처리하지!”양천기는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바로 “뚝” 전화를 끊었다!연회장의 북적이던 사람들은 삽시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떨어진 거리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관심은 손일남에게 쏠려있었다.손 가주님이...방금 전화한 사람이 양 성주라고? 연회장 상황을 보고드린 걸까?게다가, 특별히 여운해와 그의 아들 여소광을 얘기하다니?“일남 누나, 너, 너...”여소광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일남을 쳐다봤다.“누나, 정말
평소 같았으면 여운해의 체면을 세워줬을 테지만 이번 일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여 통판, 구체 상황은 제가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여 도련님께 물어보세요!”여 도련님, 그렇다면 망할 놈의 아들, 여소광?“소광아!”여운해는 이마를 찌푸리며 여소광을 노려봤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숨기지 말고 그대로 말해!”쿵!“쿵” 여소광 머리가 하얘졌다. 원래 창백했던 얼굴은 전혀 핏기가 없어졌다!말해?뭘 어떻게 말해?아버지한테 자기가 양 성주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뜨렸고 손씨 가문의 세력을 빌려 염구준을 죽이려 했다고 얘기를 하라고?아무리 담이 커도 그 말은 할 수 없었다!“왜 말이 없어?”여운해는 얼굴빛이 점점 더 흐려졌다. 그는 무언가 의식한 듯 그늘진 얼굴로 말했다.“소광아,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바로 용서 빌어. 숨기지 말고. 세상에 비밀은 없어. 만약...”그의 소리가 뚝 멎었다!주머니에서 갑자기 전화가 급하게 진동했다. 누가 전화를 한 것이다.“성주님?”전화를 꺼내 들고 발신자를 확인한 여운해는 몸이 떨려왔다. 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성주님, 여운해입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중해시 성주 양천기가 낮고 냉철한 말투로 말했다. 목소리는 폭발 직전인 활화산 같았고 한 글자 한 글자 쩌렁쩌렁한 게 칼날같이 날카로운 분노가 느껴졌다.“자네 아들 여소광이 악의적으로 내 소문을 퍼뜨린 건 너그러이 용서하겠다!”“하지만, 그 자식이 감히 염구준을 건드리다니!”“네 아들을 죽이든 살리든, 성주 댁을 떠나든 남든, 네가 알아서 해라!”말을 다 한 양천기는 전화기를 힘껏 뿌리쳤다. 여운해의 귀가에서 “퍽” 소리가 울려 퍼졌다.마치 천근이 넘는 거대한 돌덩이가 그의 귀에, 그의 마음에 떨어진 것 같았다!“망했다, 다 망했어...”여운해 귓가에서 울리는 “뚜뚜” 거리는 전화 연결음이 그의 고막과 심장을 자극했다. 그는 온몸이 떨렸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양 성주, 화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