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항도 광산에서 아무런 직무도 없으면서 아래에서 광부들을 억압하며 날뛰던데, 당신의 사주를 받은 거지? 복지를 억압하고, 직원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며 본사 규정까지 위반하고 권력으로 사리사욕을 도모하기까지... 이엄웅, 네 죄를 인정해?"이엄웅은 얼어붙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진강규를 바라보았다. 그의 안색은 점점 더 하얗게 질렸다.방금 그는 위층에서 진강규가 상처를 입은 것은 보았지만 이렇게까지 부상이 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진강규의 두 팔과 손목, 그리고 가슴팍의 뼈는 모두 뒤틀려 부러졌고 심지어 상처에 새하얀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만약 저 상처가 자기 몸에 생겼다면..."염구준!"이엄웅은 등골이 오싹해 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서둘러 감정을 조절하고 염구준을 빤히 노려보며 호통쳤다."난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하지만 너도 이 이엄웅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 네가 청해의 왕이고 손가을의 남편이라고 해도 평정시에 들어선 이상 왕이여도 허리를 굽혀야 할 거야. 이 곳에서 내 말이 곧 정답이고 법이야! 누구도 나와 맞서질 못한다고! 네 권력이 아무리 강해도 그저 청해에만 그칠 뿐이야. 평정시까지 손댈 생각은 꿈도 꾸지 마!"역시 날뛰는 자구나...염구준은 오른손을 내밀었고 무형의 기운이 손바닥에서 천천히 회전했다. 그는 이엄웅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손을 댈 수 있는지 궁금해? 그럼, 어디 한번 보여줄게!"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손바닥을 가볍게 쥐었다.‘펑!’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던 이엄웅은 온몸을 갑자기 떨었고 가슴팍에 마치 묵직한 공격을 받은 것처럼 손바닥 모양의 깊게 파인 자국이 생겼다.흉골 파열과 내장 압박으로 인해 그의 입가에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지금 내가 어디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지 알겠어?"염구준은 고통에 휘말린 이엄웅을 보며 손바닥에 점차 힘을 실어서 넣었다. 그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욱 차가워졌다."쓸데없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 밖에서 월급을 달
광부의 권리는 무엇인가?당연히 그들의 월급이고 그들의 피땀이 어린 돈이다!"월급을 줄게요. 지금 바로 광부들에게 월급을 줄게요!"이엄웅은 바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뼈가 부러진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소리 질렀다."월급을 모두 그들에게 주고 손 씨 그룹에서 전달한 복지 대우도 그들에게 모두 주겠습니다!""대답은 그래도 깔끔하게 하네."염구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허공에 멈춘 손을 흔들었다.‘쓱!’이엄웅의 몸은 마치 줄 끊어진 연처럼 저도 몰래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으로 인해 날아갔다. 그리고 아주 정확하게 사무실 구석의 금고 앞에 떨어졌다!"아이고, 아파, 아파..."이엄웅은 아픔으로 인해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열쇠를 꺼냈다. 그리고 지문과 홍채 검증을 마치고 천천히 금고를 열었다.셀 수 없는 한 무더기의 지폐와 몇 개의 정교한 모양새의 명품 시계, 그리고 희귀 금속으로 만들어진 넥타이 단추까지, 총가치는 아마 5억 원을 훨씬 넘을 것이다!"1억원, 2억원, 3억원..."이엄웅은 무릎을 꿇고 금고에 있는 지폐를 모두 꺼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옆에서 발버둥 치며 울부짖는 진강규를 보며 연달아 욕설을 퍼부었다."금강, 죽은 척하지 말고 어서 와서 도와줘! 돈이 너무 많아서 옮길 수 없어!"진강규는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그의 두 손과 손목은 이미 모두 부서졌고 이엄웅보다 더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이엄웅은 그의 사장이니 조금이라도 숨이 붙어있는 한 이엄웅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어이구, 어이구..."두 사람은 숨을 헐떡이며 거의 바닥에서 구르다싶이 현금 더미를 사무실에서 옮겼다. 그리고 사무실 밖의 복도를 따라 천신만고 끝에 엘리베이터도 돈을 운반하고 아래층으로 향했다.약속을 지키기 위해 광부들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사무실 건물 앞."저, 저 사람은... 이 사장님?!"70여명의 광부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기어 나오는 이엄웅을 멀리서 보고 휘둥그레졌다. 그들의 얼굴에는 믿
이엄웅은 광부들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목숨을 일을 것 같아서 얼른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그는 통곡을 하며 광부들에게 미친 듯이 절했다. “여러분의 돈을 횡령한 나는 인간도 아닙니다. 지금 돈을 가져왔으니 10개월치 월급을 줄게요. 그리고 손 대표님과 염 부장께서도 여러분의 월급을 20% 상승해서 주라고 했어요. 이건 여러분이 마땅히 받아야 할 돈입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감히 1초도 지체하지 못하고 금강과 함께 돈을 들고 홀로 나왔다. “헐…….” 눈앞의 광경을 본 광부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게 예전에 난폭했던 이엄웅 맞아? 염 부장 앞에선 한 마리의 개보다도 못하다니!’ “염 부장 만세!” 사람들 중에서 누가 먼저 외쳤는지 모든 광부들이 함께 외치기 시작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갑자기 절정에 달했다. “손 대표님 만세! 손씨 그룹 만세! 만세!” 만세를 외치는 것 외에는 그들의 심정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10개월의 임금을 주지 않다니. 그들이 베풀었던 피와 땀, 지금껏 받아왔던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폭발했다. “나와 가을이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염구준은 천천히 광부들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가을의 손을 잡고 광부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의 임금은 반드시 발급합니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일이 있어요.” 항도광산 제9광구의 사무실 앞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생산 1팀의 장부귀는 기본 월급 700만 원에 보조금 500만 원, 총 1300만 원.” “생산 2팀의 양건 파는 기본 월급 700만 원에 보조금 400만 원, 총 1100만 원.” “한복생…….” 반시간이 걸려서야 모든 광부들의 월급을 지급했다. 광부들은 돈을 안고 격분한 얼굴로 염구준과 손가을을 바라보며 마음속의 고마움을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10개월이나 월급을 지급하지 않아 그들의 생활은 엄청 어려웠다. 아이들의 학비, 부모의 의료비, 가정의 생활비가 그들을 억누르고 있는 큰 산 같이 그들이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그러나 지금
“오늘부터 당신이 손씨 그룹에서 맡은 모든 직무는 전무 해임이야. 그러니까 영원히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꺼져!” 이엄웅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온몸에 핏자국이 얼룩덜룩한 진강규와 싸움꾼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못하고 광부들의 욕설에 의기소침하게 도망쳤다. “염…… 염 부장님, 손 대표님.” 이때 임영철이 사람들 속에서 나와 이엄웅 등인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염구준과 손가을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사장님…… 아니지, 이엄웅이 갔으니 이제 누가 우리 광구를 책임지는 겁니까? 지도자가 없으면 누가 우리를 데리고 일을 합니까?” 염구준의 마음속에는 이미 계획이 있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의견을 참고할 생각입니다.” 그는 아내의 손을 잡고 광부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부에서는 더 이상 광구의 관리에 개입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신임 책임자는 여러분이 스스로 선출해서 인수부서에 등록하게 할 계획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지금 얘기해 보시죠. 책임자로 누가 적합할 것 같습니까?” ‘자체 선거?’ 광부들은 한참 멍하니 있다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흥분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보다 더 좋은 대우가 어디 있겠어? 자발적인 선거라면 당연히 가장 적합한 책임자를 선택해야 해. 반드시 광구의 업무절차와 그들의 모든 수요를 잘 아는 사람을 선택해야 해.’ “저흰 임씨 아저씨를 선택하겠습니다.” “맞아요. 비록 임씨 아저씨가 나이가 많지만 광산에서 20여 년을 일했고, 광산 지역의 사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서 우리도 그를 맏형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영철아, 너희 아버지니까 네가 말해봐. 어르신의 몸은 괜찮으셔? 우리를 지도하는데 문제가 있어?” ‘광부들이 추천한 임씨 아저씨가 임영철의 아버지라니? 그럼 우리 편이잖아?” “영철아.”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임영철을 향해 손짓했다. “모두의 의견이니 임씨 아저씨가 새로운 책임자로 맡아줬으면 해. 어르신의 건강상황은 어
염구준의 안색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 그의 생부였던 염진은 그의 어머니가 남긴 옥패가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 아니며 총 6개 혹은 8개가 있는데 어머니의 가족이 지키던 신비한 무덤와 상관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흑풍존주는 줄곧 옥패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염구준은 평정시의 광구에 옥패가 존재할 가증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흑풍조직의 직원이 이곳에 있을 수 없을 테니까. “가자!” 여기까지 생각한 염구준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어 임영철의 어깨를 두드리고 말했다. “너희 집으로 가서 임씨 아저씨와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임영철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재빨리 염구준과 손가을을 데리고 평정시 서남쪽의 구시가로 향했다. 20여 년이나 넘게 광부의 일을 했던 그의 아버지가 바로 거기에 살고 있었다. ……. 평정시중심병원, VIP특호병실. 이엄웅과 진강규는 병상에 누워 온몸에 붕대를 감고 손에는 수액을 맞고 있었다. 진통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안색이 아까 보다 많이 좋아졌다. “이엄웅.” 병상 옆, 얼굴에 살이 덕지덕지 붙은 대머리 남자가 허리춤에 검은 금속 채찍을 꽂고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너 뭐라 그랬어? 염구준과 손가을이 평정시에 도착했다고? 그것도 제9광구에?” 이엄웅은 온몸을 떨며 몸부림치며 병상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 대머리 남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별명은 “독표”였고, 20년 전 평정시 모든 광구의 책임자였다. 그땐 40대 초반이었으니 지금은 이미 60세가 넘었을 텐데 여전히 정정했다. 그러니 무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모두 임영철 그 자식 때문이에요!” 이엄웅은 이를 악물고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가 광부 두 명을 데리고 몰래 청해시에 가서 염구준과 손가을을 데려왔어요!” “어르신, 걱정 마세요. 그들은 조만간 청해시로 돌아갈 거예요. 그들이 돌아가면 제가 다시 광구를 통제할 겁니다. 절대로 어르신의 계획을
“존주님의 대계와 관련된 일이니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아.” 독표는 채찍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평정시 서남쪽 구시가를 바라보며 이엄웅과 진강규의 시체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황천길에서 외롭지 않게 해 줄 테니. 지금 임천복을 찾아가서 너희와 동행하게 해 줄게.” 말을 마친 그는 10여 층높이의 병실 창문에서 뛰어내려 어두워지는 날씨를 틈타 서남쪽 구시가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쳥정시, 서남쪽 구시가, 항도광산 직원안치주택. 50평도 안 되는 낡은 집에는 침대 하나와 큰 텔레비전 한 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솥과 그릇들이 옆에 아무렇게 놓여있었고, 절인 채소가 담겨 있는 항아리가 있었다. 이게 바로 임영철 가족의 거처였다. “귀분아, 넌 아이와 나가 있어.” 염구준과 손가을이 임영철의 집으로 들어가자 임영철은 아내와 7살밖에 안 되는 딸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작은 침실로 들어가 몸이 구부정한 아버지를 모시고 나왔다. 이 사람이 바로 20여 년 전부터 광부의 일을 해왔던 임천복이었다. “이 두 분은 손씨 그룹의 염 부장과 손 대표님 부부입니다.” 임영철은 바삐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물을 따라드리고, 가져온 트렁크를 열어 가지런히 놓인 돈을 아버지에게 보여주며 격분된 말투로 말했다. “아버지, 보세요. 10개월간의 임금 외에도 1억의 보너스가 있어 모두 1억 3000만 원입니다.” “염 부장과 손 대표님은 좋은 사람이에요. 우리 광부들을 지지하러 온 거예요!” ‘좋은 사람?’ 임천복은 손에 담뱃대를 잡고 불을 붙인 후 한 모금 피우고 조심스럽게 염구준과 손가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희는 모두 일반 백성들이라 귀객들에게 대접할 것도 없어요. 밀린 임금과 보너스를 줬으니 이젠 볼 일이 없는 거 아닌가요? 그럼 멀리 나가지 않을게요.” 말을 마친 임천복은 몸을 돌려 침실로 돌아갔다. ‘어르신의 경계심이 강하군.’ “어르신, 잠깐만요.” 염구준은 광부들이 선거하던 일을 말하고 임천복의 눈을 쳐다보
“염 부장, 손 대표님, 내가 사실대로 말할게요. 광정아래에 정말 이상한 기운이 있으니 절대로 내려가지 말아요. 그땐 독표도 감히 광정으로 내려가지 못했어요. ‘무전기마저 사용할 수 없다니…….’ 염구준은 임천복 말속의 정보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손가을과 눈빛 교류를 했다. ‘자장!’ 무전기로 통화를 할 때 이용하는 건 무선 전파였다. 그런데 무전기에 영향을 끼친다면 광정밑에 어떤 특수한 자장이 존재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직원들이 계속 몸이 아픈 것도 자장의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몰랐다. 자장을 멀리 하면 인체의 거부반응이 사라져서 몸이 회복되는 것이었고.“보아하니 광정에 가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염구준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임천복과 임영철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 당신의 정보는 나에게 아주 중요했어요. 그러니 나도 약속을 지켜 당신 가족의 안전을 보장할게요.” “그리고 광부들이 당신이 제9광구의 새로운 책임자를 맡았으면 하는데…….” 염구준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순간, 약 200 메터 떨어진 곳에서 살기가 가득한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임천복 집이 어디야? 당장 말해.” “머리 묶은 계집애, 너 임천복 알지? 그리고 옆에 있는 여자…… 내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넌 임천복의 며느리 아니야?” 항도광산안치주택단지 앞엔 순간 시끌벅적해졌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광산에서 일하는 직원의 가족 혹은 광산에서 퇴직한 늙은이들이라 이 목소리의 주인에 대해 너무 익숙했다. 20년 전, 평정시 19개 광구의 총책임자, 눈도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악인, 바로 문신이 있는 “독표”라고 하는 사람이었다. “쉽게 찾을 수 있겠어.” 대머리는 웃으며 아파트 입구 옆의 작은 광장으로 달려가 임영철 아내의 목을 조르며 사나운 눈빛으로 말했다. “너희 집으로 안내해, 어서!” 임영철의 아내는 갑자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온몸을 떨었다. 그녀의 이름은 양귀분이고 올해 40세도 되지 않았다. 방금 임영철이 딸을
20년 전에 독표는 이미 무도종사였다, 최근에 왕자에 절반 정도 도달했다. 손바닥에서 한줄기의 힘이 일렁이더니 임소금의 머리를 그대로 강타했다.탁하는 소리와 함께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나타났다.저격 소총이 쏜 고속 탄알처럼 공중에서 번쩍이더니 독표의 오른손목을 부서뜨렸다. 하늘에서 부서진 뼈가 흩날리며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오른 손 전체가 완전히 부러졌고 살갗이 찢겨 바닥에 떨어졌다.염구준이다"네가 독표야?"그는 임영철의 집 앞에 서 있었다. 훌쩍 날아오라 가볍게 독표의 몸 앞에 착지했다. 얼굴이 창백해진 임소금을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무서워하지 마." 그가 말을 이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살인을 하려고 온 건가?""20여 년 전, 흑풍 존주가 너에게 옥패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었다. 보아하니 넌 아직도 찾지 못한 것 같구나!"'이 사람이 염구준이야!'독표의 부러진 오른손이 심하게 떨렸다. 그의 얼굴이 험상궂게 변했다. "이미 알고 있었나 봐. 임영철이 알려준 거지? 염구준, 네가 아무리 날고뛰는 사람이라도 존주님의 계획을 무산시킬 궁리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네 실력이 대단한 것은 알지만, 난 두렵지 않다. 나한테 인질이 있다! 네가 경거망동하면... 악!"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인질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염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른손 검지를 맞대고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뭉툭한 왼쪽 손목을 부쉈다.두 손을 아예 쓸 수 없게 되었다.사진 한 장 때문에 무도왕자는 평정시에서 20년 이상 행패를 부려온 독표의 손을 아작냈다."인질 구출은 내 강점이야."염구준이 손가락을 접더니 덤덤하게 독표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고요했다. "네 실력이 고작 이 정도라니, 흑풍 조직에서도 고위층이겠지?""고위층이면 흑풍 존주의 행방을 알고 있을 건데.""어디에 있는지 당장 말해."'존주님을 찾는다고?'독표는 두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팔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