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조차도 염구준과의 사이가 이토록 돈독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용준영은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무사해줘. 제발..’“콜록콜록!”그렇게 영역의 산소가 소모되고 불길이 사라지자 염구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무슨 기름을 쓰길래 냄새가 이렇게 역해.”그에게 몸을 보호하는 기운이 있어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나 계획적인 습격에 그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것은 대놓고 손씨 그룹을 해치려 들거나 자신을 목표로 벌인 짓이다.“괜찮으세요?”용준영이 다가가며 물었다.“괜찮아. 그냥 소리가 요란해서 귀가 얼얼하네.”염구준은 새끼 손가락을 귓구멍에 넣고 살살 후볐다.“전부 포위하고 신분을 밝히기 전에 누구도 보내지 마세요.”양희준이 부른 경호원들도 현장에 도착했다.현장은 이미 철창으로 둘러싸여서 누구도 나갈 수 없었다.“줄 서서 한 명씩 나오세요. 다들 협조만 해주시면 곧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경호원들이 질서를 유지시키며 사람들을 안심 시켜 주면서 조사를 빠르게 진행했다.양희준의 순발력은 엄청났다.“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왜 우리 앞을 가로 막는 거지?”몇 사람밖에 조사하지 않았는데 젊은 여자가 꽥꽥거리며 가겠다고 난리를 쳤다.그렇게 기어코 귀찮은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한 사람이 먼저 나서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호응하며 경호원을 둘러싸고 따지고 들었다.“맞아. 당신 경호원들이 제대로 일을 못해서 발생한 것을 왜 우리가 조사를 받아야 해?”“집에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한다고!”“이거 인권을 침해하는 거야. 당신들 고소할 거라고!”소동으로 인해 현장은 시끌벅적했다.경호원들의 안색이 굳었지만 여전히 질서를 유지시키려고 노력했다.“다들 협조해 주십시오. 금방이면 끝납니다.”그 말에 다들 협조하기는커녕 더 소란을 일으키며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을 쳤다.“가게 냅둬요.”엽구준의 우렁찬 소리가 현장에 쩌렁쩌렁 울렸다.“하지만…”양희준이 말을 하려다가 그의 신분을 알아차리고는 바로 삼켜버렸다.“내게
차가 멈추더니 출입 카드를 긁고 다시 주택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 스스슥!염구준은 발끝을 가볍게 딛으며 경공으로 재빨리 뒤를 따랐다.차 한대가 한 별장 앞에 주차되고, 세 사람이 차에서 내린 뒤,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돌아왔어? 어떻게 됐어?”그들이 들어가자 집안에 또 누가 있는지 인사를 건넸다.“말도 하지 마. 두 개나 폭발했는데 상대방 머리카락도 상하지 않았다고.”젊은 여자가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를 꺼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번 작전은 완전히 패배한게 분명했다. “걱정 마. 존주님께서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이니 우리가 실패해도 용서해 주실 거야.”남자가 그녀를 위로했다.“이번 작전은 네가 안배한거니 네가 혼자 감당해.”여자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침묵만 유지하고 있는 남자를 노려봤다.“알았어.”그러자 남자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돌아올 때 꼬리를 달고 오지 않았지?”“없어. 몇 바퀴 돌고서야 여기까지 왔는데, 따라오는 사람 없었어.”여자는 아주 확실하게 대답했다.펑!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갑자기 방법용 문이 날아서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그러고는 기럭지가 긴 그림자가 입구에 나타났는데, 마침 뒤에 해가 비쳐서 윤곽이 아주 신비롭게 보였다.그림자가 그들 앞으로 다가와서야 상대방의 얼굴이 드러났다.“염구준.”그의 모습에 그들은 깜짝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너… 너 어떻게 왔어?”여자는 말을 더듬거렸다.“네 뒤를 따라서 왔지.”염구준은 말하면서 별장 내부를 둘러봤다.총 9명, 벽에 붙은 흑풍의 초상화를 보고 흑풍 조직원들이라는 것을 알아챘다.“흑풍은 어디 있어?!”염구준이 기운을 조절하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도망쳐!”누가 소리를 지르자 염구준을 노려보던 남자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창문을 뚫고 나가버렸다.“굳이 시간을 낭비하네.”염구준은 손을 들어 솟구치는 기류를 전방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날렸다.그리고 몸을 번쩍 들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왼쪽 창문으로 도망친 세 사람을 해
”개조 로봇은 어디에서 가져온 거야?”염구준이 연신 물었다. 그는 예전에 흑풍과 싸울 때 그런 물건을 본 적이 없었다.최근에 나왔다는 것은 누가 적지 않은 개조 로봇을 제공했다는 것을 설명한다.“존주님 다섯째 형님, 청목 존주님께서 주신 거야.”여자가 다급하게 대답했다.“청목 존주에 대해 말해 봐.”염구준이 떠돌이 7인조에 대해 아는 것이 꽤 많긴 했지만 다 알지는 못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난 평범한 일원이라 이것밖에 몰라.”여자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펑!염구준이 일장을 여자의 두정골에 날려 바로 죽여버렸다.개조 로봇을 이끌고 습격했다는 것만으로도 살려둘 수 없었다.별장 내에 가장 강한 고수는 종사 경지에까지 도달했다.그러니 그들에게서 핵심 정보를 캐내는 건 한계가 있다. “왜 그렇게 노려보냐?”염구준이 남자를 보며 물었는데, 그의 눈에서 발산하는 원한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네가 내 동생을 죽였으니 오늘 복수하고야 말겠어.”남자가 이유를 말했다.“네 동생? 그래서 흑풍 조직에 들어간 거야?”염구준은 남자의 동생이 누군지 몰라 물었다.“아니. 우린 원래 흑풍 조직에 있었어. 네 사람이 간우촌에서 내 동생을 죽였잖아!”남자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냅다 고함을 질렀다.“그건 죽어 마땅했기 때문이야. 흑풍 조직은 악행을 일삼는 미친놈들이잖아.”염구준의 눈빛에는 전혀 동정심이라고는 한 운큼도 보이지 않았고, 흑풍 조직을 만나는 족족 제거하기 바빴다.“하하하. 죽어 마땅하다고? 우리가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알아?”남자가 울분을 참으며 질문했다.“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너희들이 무슨 고초를 겪든 네가 미친놈으로 변할 이유가 되지 않아.”말이 통하지 않자 염구준은 발로 치명상을 날려 죽여버렸다.무고한 사람의 안위로 무시하고 개조 로봇으로 습격하는 미친놈은 이 세상에 살 가치도 없지 않은가.별장 내부를 둘러봤더니 7대 개조 로봇이 조용히 서 있었다.그는 보자마자
”라이벌 기업들이 기회를 틈타 공격하고 있어서 파트너사들도 줄줄이 계약을 중단했습니다. 우리 자회사는 이미 벼랑 끝에 몰렸어요.”양희준은 말할수록 언성이 높아졌다.천산약시 자사가 이제 막 설립되어 이런 시련을 감당하기엔 무척 어려웠다.“그 외에 다른 일은 없어요?”염구준은 덤덤하게 듣더니 한마디만 물었다.“없습니다.양희준의 얼굴은 급격히 파랗게 질렸다.심각한 상황에서 염구준은 태연하게 지시했다.“그럼 됐어요. 대표님이 할 일만 잘 처리하시고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세요. 만약 자금이 부족하거나 물자가 부족하면 본사에 연락하면 됩니다. 이미 손 대표한테 말해뒀어요.”상사가 이렇게 말하는데 양희준도 더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끄덕거렸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휴대폰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윤씨 가문 저택.윤대약을 화장한 후, 조문객들이 떠나자 저택은 다시 조용해졌다.가주가 지내는 방에 상의하느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았다.“존주님… 임시 거주지에 문제가 생겼습니다.”흑풍 조직원이 전화로 조심히 보고했다.“무슨 문제?”흑풍이 테이블에 놓인 차를 들며 담담하게 물었다.그렇게 은밀한 거처에서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으니 별 문제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곳에 거주했던 부하들 9명이 살해당하고 개조 로봇은 전부 파괴되었습니다. 장을 보러 나간 한 사람만 살아남았더라고요.”부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을 감지하고는 결국 솔직하게 보고했다.펑!상황을 전달받자 급격히 화가 치밀어 오른 흑풍이 손에 힘을 너무 세게 쥔 나머지 찻잔이 부숴졌다.“대체 무슨 상황이야?”분명 부하가 실수해서 임시 거처가 발견되어 쑥대밭이 되었다고 생각했다.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항상 조심성이 없는 부하들 때문에 화를 당하는 그였다.“구영이 사적으로 부하들 이끌고 나갔는데 염구준이 뒤를 미행해서 발견된 거 같습니다.”부하는 흑풍이 자신에게 화풀이를 할까 봐 두려워 보고를 하면서도 식은 땀을 흘렸다.“관두자. 모두한테 연락해. 내
붉은 빛깔이 참 고급스럽게 느꼈졌다.“듣자니 이 영지가 엄청 특이해서 윤씨 가문에서만 채집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흑풍은 백 년 산 붉은 영지가 모든 계획과 연관이 있어서 확실하게 얘기를 꺼내야 했다.“그럼요. 붉은 영지는 계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성숙할 때마다 약효가 한 단계씩 올라갑니다. 최근에 마침 성숙한 단계에 도달했어요.”윤성호는 약재에 그다지 열정이 없어서 설명할 때의 말투가 꽤나 담담했다.“좋습니다.”흑풍은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다른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염구준은 검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어깨에 중상을 입었는데 바로 이 영지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이용해 영지에 독을 묻혀서 염구준에게 팔 거예요. 그러면 염구준이 치료를 하다가 독살로 죽게 될 겁니다.”윤성호는 이 말에 어리둥절했다.“근데 왜 직접 거래하지 않고 경매장을 통해서 파는 겁니까?”그는 경매장을 이용하는 것은 괜한 짓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이미 손을 잡았으니 흑풍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 놓았다.“염구준은 의심이 많아서 쉽게 넘기면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됩니다. 이번 기회에 무조건 그놈을 죽여야 해요.”그제야 윤성호는 그의 의도를 알았다.“그래서 거액으로 거래하시려는 거군요.”“맞습니다.”윤성호가 단번에 알아채자 흑풍은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이 계획은 겉보기에 쉬워도 진행하기엔 쉽지 않다.“알겠습니다. 제가 처리할게요.”윤성호가 대답했다.“누구냐?”갑자기 흑풍이 돌아서며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그 바람에 윤성호가 화들짝 놀랐다.“걱정 마세요. 여긴 누구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하지만 흑풍은 안심이 되지 않아 굳이 지하실을 돌아보았다.“먼저 갈게요. 경매는 무조건 성사시켜야 합니다.”누구도 없다는 걸 확인해서야 흑풍이 한마디 당부하고 떠났다.하지만 계단 위쪽에는 한 그림자가 엎드리고 있는듯 했다.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숨소리 없이 완벽하게 숨은 것이다.윤성호가 기관을 돌려 석벽을 열
천약산시 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손 씨 그룹 자사를 몰아내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염구준 씨. 기사가 또 떴습니다. 근데 저희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양희준은 말하면서 휴대폰을 염구준에게 보여줬다.“윤씨 가문에서 하자 약을 생산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약물이 중독되었고 3명이 사망했다.그 뉴스를 보던 염구준은 머릿속이 울리면서 분노가 치솟았다.이 사건은 십중팔구 윤씨 가문에서 벌인 짓이다.전에 분명 경고를 했는데 끝내 사달을 내고야 말았다.심지어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장담했었다.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윤씨 가문에 따지러 가려고 했다.“준영아. 우리 병원으로 가자.”염구준이 서둘러 일어서며 재촉했다.용준영과 양희준은 서로 마주보더니 한 마음 한 뜻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우리 코도 석자인데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지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당연히 회사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다.염구준은 두 사람을 보며 조곤조곤 말했다.“그거랑 달라요. 중독자들을 해결하면 회사 위기도 벗어날 수 있어요.”그는 이미 회사의 위기 따위 해결했다고 여겼다.“알겠습니다. 어쨌든 형님 말을 따르면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요.”방금 한 말처럼 염구준은 그를 실망하게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저는 여기 남아서 회사를 돌볼게요.”양희준은 그렇게 사무실로 돌아갔다. 염구준이 처리를 하든 말든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필경 회사 대표이자 천산약시 자사 담당자니까.병원으로 가는 길에 염구준이 이제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씨 가문의 뉴스를 봤어요?”“그렇게 큰 사달을 냈는데 진작에 다 알고 있죠. 중독자는 200명 넘고 4명이 사망했어요.”이제마다 대답했다.제약을 담당하는 윤씨 가문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쌍두 성뱀의 역린 분말을 갖고 천약산시에 구조하러 오세요. 빨리 오셔야 해요.”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물건은 세상의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기에 이름 모르는 독이라도 문제없
”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 가.. 계속 토하고 있어요. 와서 좀 봐주세요.”“내 아들이 호흡이 미약해요. 누가 와서 도와줘요…!“ “너무 괴로워요. 제발 살려주세요...”한 병원에서 수백 명이나 되는 응급 환자를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도 계속 몰려들고 있을 뿐이였다. “젠장. 윤씨 방계들은 시장에 얼마나 많은 약을 판 거야?”염구준이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본인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다니 흑풍 조직과 별반 다를바 않았다.이런 인간들은 아예 세상에 남겨서는 안 된다.염구준은 다시금 처참한 현장을 둘러볼 수중에 있는 역린 가루 한 병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혹시나 양을 조절하지 못해 모두를 구하지 못하면 오히려 사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제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네가 내 아들을 해쳤어.”병원 입구에서 몇몇 성인이 젊은 의사를 둘러싸더니 팔다리를 휘두르며 때리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의사는 얻어맞으면서도 연신 사과했다.환자들이 눈앞에서 죽어 나가자 그도 너무 괴로웠지만 약의 약효가 너무 강해서 손쓸 방법이 전혀 없었다.“네 목숨을 내놔.”보호자들은 가족들이 죽자 감정을 통제 못하고 무자비로 때렸다.이러다가 의사가 죽을 것 같았다.한 남자가 어디서 벽돌을 들고 와서 의사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그대로 내리치면 의사는 바로 황천길 행이다.탁!중요한 순간에 염구준이 나서서 그 남자의 팔을 잡아 불상사를 막아냈다! “이보세요. 이러면 안 돼요.”이미 이성을 잃은 남자가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화를 참다 못해 염구준을 노려보며 소리질렀다.“이거 놔. 아니면 너도 죽여버릴 테니까.”이성을 잃은 사람은 눈에 뵈는 것이 없어 말이 통하지 않자 염구준은 무력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촥!그는 인파를 누비면서 두 손으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에게 뺨을 날렸다.그들이 무슨 일인지 반응하기 전에 뺨을 맞고 옆으로 튕
이렇게나 마음이 넓은 사람도 있다니 염구준은 젊은 의사를 보며 감탄했다.만약 입장을 바꾼다면 그는 절대로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먼저 건드리면 반드시 반격을 하거나 악을 쓰고 때렸을 것이다.“의사 선생님. 저의 엄마를 좀 봐주세요.”한 사람이 큰소리로 불렀다.“갑니다.”젊은 의사는 자신의 상처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대답하면서 달려갔다.그 모습을 보던 염구준은 젊은 의사를 자신의 개인 병원에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마음이생겼다.“형님. 일이 끝나면 제가 한 번 얘기해 볼게요.”용준영이 눈치채고 말했다.“그래.”염구준이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일처리 능력이 훌륭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귀찮은 일이 줄어든다. “의사 선생님. 윤씨 가문에 연락해 보셨어요? 독약을 만들어 놓았으면 책임을 져야죠.”“게다가, 윤씨 가문에 최고 의사가 있는데 그중 몇명만 보내면 안 되나요?”윤씨 가문은 지위가 하도 높아 일반 사람들은 접촉할 수 없어서 병원 측에서 먼저 연락하기를 바랬다. “지금 상의하고 있습니다.”젊은 의사는 진료를 보면서 대답했다.사실 윤씨 가문의 제약 공장에 문제가 생겨서 이미 도마 위에 올랐으니 이 시기에 나타날 리는 없었다. “아아악.”이때 갑자기 한 노인이 소리를 지르더니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약에 중독되어 버려 죽기 전에 다들 이런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길게는 8분도 못 버티고 사망해 버렸다.그 순간은 사신이 나타나 노인의 목을 겨누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엄마, 왜 그래?”노인의 아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소리를 지르며 젊은 의사에게 간청했다.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그 은혜는 평생 갚을게요… 그러니 제발..!” “…”의사도 환자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굴뚝 같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해독 수약을 놓아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세상에는 정말 만병통치약이라는 게 없는 걸까?’이런저런 생각에 의사는 문득 궁금해졌다.툭툭!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