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제대로 겁을 먹은 기준은 질겁했다.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강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만약 밤이었다면 귀신을 봤다고 착각했을 것이다.“여기는 서문시야. 내 배후에… 사람이 있어.”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래? 어떤 사람이야? 면상을 보게 불러와.”그들이 먼저 납치했으니 어떤 대단한 인물이 와도 모두 싸잡아 해치울 것이다.회사 직원이 괴롭힘을 당한 이상 끝까지 따지기로 마음먹었다.기준은 염구준의 살벌한 기운에 숨이 턱턱 막혀 어쩔 수 없이 배후를 실토하고 말았다.“사… 살려줘요. 우리 사장님은… 서문 부동산 업계 재벌인 지웅천이에요. 어쨌든 서문 구역에서 건물을 세우려면 미리 우리 사장님한테 보고해야 해요. 아니면 끝까지 못살게 굴 거라고요.”재수없게도 이런 악질과 맞서게 되다니 염구준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졌다.“지금 당장 날 만나러 오라고 해. 아니면 너 죽을 줄 알아.”염구준의 성격에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만약 용하에 이런 독종이 있었다면 사정을 봐주지 않고 제일 먼저 제거했을 것이다.“그게…”기준이 말을 얼버무렸다.일개 똘마니 주제에 사장을 오라가라할 용기가 없었다.퍽!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혼자 반성하게 기운으로 저 멀리 날려버렸다.“제발 죽이지 마세요. 지금 바로 오라고 할게요.”기준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사장인 지웅천에게 연락했다.“사장님, 제가 금광을 발견했습니다. 위치를 찍어 보낼 테니 빨리 오세요!”아주 유혹적인 이유를 댔으니 지웅천이 오기를 기다리면 되었다.염구준은 대체 어떤 놈이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지 그 면상이 궁금했다.그 사이 손가을은 부상을 입은 연구원들을 병원으로 보냈다.“우리 이제 가도 되죠?”기준은 염구준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지금 눈앞의 악마와 1초라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어딜 자꾸 가려고 그래?”염구준이 그들을 둘러보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너희들 마침 짝이 맞네. 두 사람 한 팀으로 마주서서 뺨을 친다.
지웅천이 손을 휘두르자, 뒤에 있던 부하들이 앞으로 나섰다.그들은 무술인이 아닌 일반인지만 싸움 실력이 뛰어났다.“누가 먼저 죽을지 궁금하네.”염구준은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주먹으로 열 명 넘는 부하들을 순식간에 쓰러트렸다.실력 차이가 워낙 커서 일방적으로 매를 맞는 분위기였다.“윽!”지웅천도 보이지 않는 기운에 압도되어 이러다 곧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사람도 있어? 아니야. 이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야.’그는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자신의 세력을 내세워 횡포를 부리다니, 너 같은 놈은 죽어도 싸.”염구준은 이런 인간 쓰레기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고 바로 사형을 내렸다.실은 지웅천이 오기 전에 미리 부하에게 그의 뒤를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조사한 결과, 지웅천의 죄행은 참으로 화려했다.3년 전, 지웅천은 자신의 사장을 살해하고 가문의 재산을 빼앗았다.그리고 2년 전, 라이벌의 가문을 멸망시켰는데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갓난아이까지 잔인하게 죽였다.그런 수법으로 서문시의 부동산 재벌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그리고 한 달 전, 여대생을 강간하고 따지러 온 여자의 부모를 폭행하여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이러한 죄행들만 봐도 그를 백 번 죽여도 아쉽지 않았다.이런 놈이 지금까지 당당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부하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워서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영… 영걸 형님, 제발 살려주세요. 가격만 부르면 얼마든지 줄게요.”충격을 먹은 지웅천은 혼신의 힘을 다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애원했다.그동안 차에 있는 노인을 위해 적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 줬으니 지금으로서 유일한 희망이었다.그런데 김영걸은 염구준의 기운에 겁을 먹고 차안에 숨어 벌벌 떨고 있었다.“나와!”염구준이 언성을 높이자 차창 유리가 깨지고 옆에 있던 부하들은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선배님, 아니… 염 선생님.”차에서 내린 김영걸은 염구준을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단진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지웅천이 그동안 서문시에서 횡포하면서 그와 관련된 세력까지 전부 뿌리를 뽑아야 했다.솔직히 서문시 법원에 맡길 수도 있지만 왠지 그들 능력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한편, 염구준의 전화를 받은 국장은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전주님, 무슨 용건이 있습니까?”“서문시에 가서 지웅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세요. 그와 관련된 사람과 세력들 전부 조사하고 일단 죄를 지었다면 엄벌로 처벌하세요. 명심하세요. 3일 내에 완성해야 합니다.”염구준의 분노는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그가 가장 혐오하는 인간은 바로 세력을 믿고 나약한 국민을 억압하는 것이다.“알겠습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국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바로 대답했다.용하의 수호신이 찍은 사람이라면 분명 작은 일이 아닐 것이다.전화를 끊은 염구준은 서양을 바라보며 비통한 마음으로 약속했다.“비록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당신들의 복수는 내가 대신할게요.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쉬십시오.”염구준의 전화를 받은 후, 국장은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서문시를 발칵 뒤집어 숨어 있는 놈들을 전부 조사해냈다.지웅천과 엮여서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한 명도 도망치지 못하고 잡혔다.염구준이 미리 당부했기에 일처리 효율을 높여 이틀내에 전부 해결했다.그날 저녁부터 한달 내내, 서문시 국민들은 폭죽을 터트리며 평화가 온 것을 축복했다.염구준은 모든 일을 깨끗이 처리한 후에야 청해로 돌아왔다.손중석 부자와 리아성전의 일은 조만간 처리해야 했다.다만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염구준이 돌아왔을 때 집에 식구들이 모두 있었다.“아빠!”방에서 숙제를 하던 염희주가 익숙한 발걸음소리를 듣고는 연필까지 들고 뛰어나왔다.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도 여전히 아빠에게 안기기 좋아했다.“어머, 안 본 사이에 또 컸어. 이젠 편식하지 않아?”염구준은 딸을 번쩍 들어올리며 다정하게 물었다.이 집에서 그는 남편이자 아버지였다.가족
손중석은 아직도 걱정거리가 있는지 말없이 사색에 잠겼다.그리고 담배를 연달아 계속 피우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리아성전이야. 내 아내 에빈은 리아성전의 전대 성녀였어. 우린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되었고, 그렇게 눈이 맞아서 결혼하게 되었어.”“그런데 성녀는 평생 결혼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우린 오스크국에 숨어서 살았던 거야. 그런데도 결국은 들키고 말았어.”여기까지 들어도 염구준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가 계속 질문했다.“그럼 결혼한 성녀가 잡혀가면 어떻게 됩니까?”“성녀 후임이 전대 성녀를 완전히 대체하면 전주는 전대 성녀를 성화로 태워 죽여.”손중석은 말하다가 울컥하고 말았다.아내가 산 채로 성화에 타 죽는다는 생각만 하면 너무 괴로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괴로운 얼굴이 결국 일그러지고 말았다.염구준은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란 것을 알고 손중석에게 청심환을 주었다.“아직은 무사할 거예요. 저들의 성녀가 내 손에 있거든요. 아무리 새 성녀를 찾는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그래도 난 에빈을 구할 수 없어. 난 정말 쓸모없는 놈이야.”손중석은 자신의 머리를 잡아뜯으며 자책했다.리아성전이 얼마나 강한지는 아내에게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그들은 마치 초월할 수 없는 거대한 산 같았다.“나머지는 나한테 맡기세요. 전에 장인어르신께서 어려울 때 삼촌이 큰도움을 줬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이번에 내가 도와줄 차례예요.”염구준은 가슴을 툭툭 치며 이 일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장담했다.그 말에 한 줄기 희망을 되찾은 손중석은 다시 힘이 솟구쳤다.“정말이지?”“그럼요. 세상에 나 염구준이 해결 못할 일은 없어요. 일단 돌아가서 쉬세요. 그러다 아내를 보기 전에 먼저 쓰러지겠어요.”염구준은 충혈된 손중석의 두 눈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그제야 어느 정도 화색이 돌아온 손중석은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그가 가장 두려운 것은 아무런 희망도 없는 것이었다.염구준도 방으로 돌아가서 쉬려고 할 때, 긴급
전부 무장을 한 채로 일렬로 서서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병사들로 가득 찬 용하국의 최대 군사 항구인 개항 부두는 현재 긴장감이 감돌았다. 염구준은 안개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와 높은 곳에 섰고, 4대 전존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다시 한 번 그대들과 함께 용하국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어 영광이다.” “저희도 영광입니다!”병사들의 목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지며 하늘을 울렸다.염구준은 한 바퀴 돌아보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여전히 사기 넘치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였다.전신전은 언제나 용맹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말이다.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용하국의 재무총괄이 자택에서 살해당했다. 어떻게 하겠나?”“원수를 갚아야 합니다!”“원수를 갚아야 합니다!”...“용하국을 위해 출발하자!”염구준이 손을 젓자 네 개의 항공모함 전투 함대가 항구를 떠나며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이번 전쟁에서 그들은 단순히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고 깔끔하게 승리하여 용하국의 위엄을 보여주어야 했다. 앞으로 잔챙이들이 와서 날뛰지 않도록 말이다.비록 이번에 전투 전 동원은 간단했지만 매 한마디가 병사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들은 염구준이 있는 한, 절대로 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그들의 큰 움직임에 세계 각국이 모두 동요했다.세력이 약한 나라는 아무것도 바꿀 수 있는 게 없어 그저 구경하기에 불과했지만, 세력이 강한 일부는 머리 아파하며 염구준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한편, 설산의 정상에 있는 눈으로 덮인 궁전.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남자는 조급하게 들어와 보고를 올리는 부하의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설황님, 최신 정보에 따르면, 용하국의 네 개의 항공모함 전투 함대가 개항 부두를 떠났으며, 목적지가 불분명하답니다.”“그냥 훈련이겠지.” 설황은 여유 있게 대답하면서 눈을 비볐다.“하지만 지
“주상, 전투기 무장 완료 상태입니다. 날씨도 좋아서 바로 날 수 있습니다.”“주상, 전사들도 전부 무장 완료한 상태입니다.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습니다.”...지휘관들은 작전실에 들어와 의욕이 넘치게 각자의 상황을 보고했다. 염구준은 그들을 둘러보며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준비는 잘했지만 아직 싸움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방심해서는 안 돼.”“적을 과소평가하는 건 멍청한 행위니까.”“알겠습니다!”모든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바로 이때, 구석에 있던 김영영이 사나운 눈빛으로 모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지금 하는 건 자살 행위와 다름이 없어. 신성한 리아성전이 너희 모두를 전멸시킬 테니까!”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그녀를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지만 오는 내내 심문한 덕분에 유용한 정보를 적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리아성전의 본거지 배치와 최고 전력 구성 등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김영영이 이렇게 많이 털어놓은 이유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흥, 눈 부릅뜨고 지켜봐, 누가 누굴 없애는지.”싸움이 곧 시작되므로 염구준은 무의미한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바로 이때, 한 척의 군함이 그들의 앞길을 막았고, 곧 방송에서 낯선 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전방은 성조국 해역이니 용하국 함대는 얼른 떠나길 바란다.”‘성조국에서 참견 안 하는 거 아니었나? 끼어들 생각인가?’염구준은 의아한 마음으로 갑판으로 나가, 거대한 군함을 바라보며 분부했다.“당장 꺼지라고 해.”하지만 의사를 전해도 그들은 여전히 반복해서 같은 말을 되풀이를 할 뿐, 물러가지 않았다.“쏴라, 함선을 침몰시켜!” 이에 염구준은 참을성이 없어져 바로 명령을 내렸다.쿠콰아앙!한차례의 포격을 받은 후, 성조국의 군함은 서서히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이로부터 염구준의 결심을 보아낼 수가 있었다. “오, 신이시여. 진짜로 쏘네?”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성조국의 국왕은 위성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발
“위대하신 전주님, 제가 출전하게 해주십시오. 놈들이 대륙에 올라오자마자 염구준을 기습해 예전의 치욕을 씻어버리겠습니다.”제일 부전주인 브레인이 오래된 갑옷을 입은 채로 한쪽 무릎을 꿇고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는 염구준을 무척이나 증오했다.“그래. 염구준의 목을 가져오길 바라마.” 라누엘은 그의 요청을 수락했다.곧 라누엘의 위엄 넘치는 목소리가 대전당을 가득 메우며 울려 퍼졌다. “리아성전은 수백 년동안 무너지지 않았던 곳이고, 시체들의 위에 세워진 곳이다. 이 오랜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세력을 없앴는지 셀 수조차 없어.”“그러니 이번에도 우리 성전을 공격하러온 적들을 모조리 없애버려야 할 거야.”“타락한 성녀와 성녀를 더럽힌 자들은 반드시 성불로 정화해야 해.”“성전은 영원하다!”그의 말을 들은 부전주들은 전부 굳건한 눈빛으로 크게 소리쳤다. 잠시후, 모두가 적을 상대하기 위해 자신이 맡은 임무를 하려고 자리를 떠나자 측문을 통해 흑풍 존주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서늘하게 입을 열었다. “전신전을 소탕하시고 대업을 이룬 것을 축하드립니다, 라누엘 전주님.”라누엘은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굳히고 화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허, 이게 다 그쪽의 엉터리 아이디어 덕분이 아닙니까? 용하국의 고위층을 암살하면 타협해서 손중석을 내놓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근데 내놓기는 커녕 여기까지 찾아왔네요.”비록 사람들 앞에서 태연하게 굴긴 했으나, 그 역시 이번에 강한 적을 건드렸다는 걸 알았기에 지금 걱정이 매우 많은 상태였다. 이번 전투는 이겨도 리아성전에게 막심한 피해를 가져다줄 게 너무 뻔했다.흑풍 존주는 라누엘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고 거짓 미소를 지으며 계속 부추겼다.“말씀하신 중에 잘못된 부분이 있군요. 이건 리아성전에게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전신전이 멸망하면, 용하국은 이빨 빠진 호랑이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때가 되면 전주님의 명령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말이죠.”“그리고 전투 후, 리아성전
염구준은 전투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전략을 수정해 나갔다.전신전의 주인이 되고 이렇게 많은 정예병들을 훈련시키고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가진 놀라운 전투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전략 능력 덕분이었다.지금, 하늘에서는 전투기가 서로 격돌하고 있고, 바다에서는 포화가 날아다니고 있으며, 남북 두 섬은 이미 상륙 작전 단계에 접어들었다.“이정도면 된 것 같은데. 성조국에서 무기 지원을 했다지만 리아성전의 저항은 생각보다 약하네.”염구준은 중얼거리며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리아성전이 이렇게 약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이 싸움에서 상대방이 패배한다면, 전신전은 한 번에 리아성전 본부까지 진격할 수 있었다.“주상, 적군의 전투기 편대 다섯 개가 전부 전멸했습니다. 저희 측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이때, 전신전 내부 통신 채널에서 첫 번째 승리 소식이 전해졌다.“계속 경계해.”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싸움이 시작된 지 아직 한 시간도 되지 않았다.제공권을 잃은 리아성전은 이제 네 척의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에게 시달릴 것이 뻔했다.네 시간 후, 청룡과 백호가 거의 동시에 소식을 전했다.“주상, 북쪽 섬이 함락되었습니다. 적은 5천명 이하이며, 반보천인의 부전주가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주상, 남쪽 섬도 함락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희생양처럼 보입니다.”‘육지에서 싸울 생각인가 보네.’염구준은 합리적인 추측을 하고는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속히 철수해. 우리의 무기로는 남북 두 섬을 지원하기 어려우니까.”상황이 매우 이상해졌기 때문에 염구준은 신중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쿠쿵!청룡과 백호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섬은 불길에 휩싸였다. 성조국 쪽에서 공격을 가한 것이다.이 모습을 본 두 사람은 충격을 받으며 명령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습관을 기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적지 않은 병사들이 이번 공격에서 목숨을 잃었을 테니까 말이다.반면 염구준은 이 모습을 보고 살짝 미소 지었다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