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노인은 바로 진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모셔온 초절정 강자, 가씨 가문의 쌍둥이 형제였다!쌍둥이 형은 가천좌, 동생은 가천우, 둘은 나이가 구십이 넘었지만 전신의 경지까지 한단계만 남은 상태였다. 이들이 마지막 단계를 돌파하기 위한 마지막 열쇠가 바로 진씨 가문의 청동 영패였다!“영패는 가져왔겠지?”가천좌가 앞으로 나서더니, 날카로운 표정으로 진서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청동영패는 진서호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망설임없이 오른손을 뻗어 영패를 낚아채 이리저리 살펴보듯 영패를 만지작거렸다. 전신의 경지를 돌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김웅신도 무성의 경지에서 20년을 헤매다가 신무 옥패의 힘을 빌려 겨우 전신의 경지에 올랐다. 김웅신보다 자질이 부족했던 쌍둥이 형제는 거의 70년이라는 세월을 걸려 겨우 무성의 최고봉에 도달했다. 하지만 결코 스스로의 힘으론 전신의 경지까진 오를 수 없었다. 둘에겐 진씨 가문의 영패가 필요했다. 진씨 가문 노가주는 이들이 임무 하나를 수행해줄 때마다 청동 영패의 무학을 수련할 수 있게 허락해 주었다. 이것이 바로 쌍둥이 형제와 진씨 가문이 가지고 있었던 연결고리였다. 물론 아무나 이 영패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안에 담긴 무학의 비밀을 깨우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진무석만 봐도 그러했다. 그는 영패를 물려받고도 지금까지 패자 경자 경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우린 이미 영패에 담긴 무학을 거의 다 깨우쳤다. 남은 건 이제 연성뿐이지.”가천좌가 영패를 다시 진서호에게 던져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이번 임무만 완수하면 진씨 가문과 우리의 관계도 끝이야. 물론 영패는 약속대로 우리가 가져갈 것이다. 알겠느냐?”염구준만 처리해준다면, 두 쌍둥이가 진씨 가문을 떠난다 하더라도 진서호는 상관없었다. 진씨 가문의 재력이라면 얼마든지 또 다른 고수를 초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진씨 가문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진서호가 섬뜩하게 눈을 빛내며 가씨 쌍둥이에게 다시 한번
가천좌는 가슴이 철렁해서 가천우의 옷깃을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황하지 마. 도망칠 필요 없어. 우리의 임무는 염구준을 죽이는 거야. 저 반보천인이 자리를 뜰 때까지 기다리고 다시 생각하자.”“그 사람의 눈밖에 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아니, 그분이 나오시면 공손히 대해야 해. 무림의 대선배님 아니냐. 절대 무례하게 굴어서는 안 돼.”그런 말을 하는 사이, 공기 중에 무거운 압박감이 점점 뚜렷해지더니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입구로부터 들려왔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저희는 가씨 가문의 쌍둥이 형제입니다.”가씨 형제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반보천인의 앞에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선배님의 무시무시한 실력에 공기마저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가씨 가문 쌍둥이?염구준은 잠깐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앞에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는 가씨 형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오해이십니다. 저는 두 분이 선배라고 부를 정도로 나이가 많지 않아요. 무예를 열심히 수련하다가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서 두 분보다 먼저 높은 경지에 올랐을 뿐입니다. 어서 허리를 펴세요.”20대 청년의 앳된 목소리와 공손한 태도에 가씨 형제는 약간 의구심이 들었다.“이런. 우리가 괜히 긴장해서 안 좋은 모습을 보였군.”가씨 형제는 머쓱한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천인의 자질을 가진 자라서 그런지 역시 풍채가 남다르군. 그러니 그 어린 나이에 벌써 천인의 경지까지 올랐겠지. 감탄할 따름이오.”염구준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고대 사람처럼 점잖을 떠는 모습을 보니 아마 폐관수련한지 꽤 오래된 모양이었다. “칭찬이 과하십니다.”친한 사이도 아니었기에 염구준은 적당히 예의를 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작별인사를 고했다.“다른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벤틀리를 향해 다가갔다.“잠깐, 젊은 친구.”등 뒤에서 가씨 형제가 경외심 가득한 얼굴로 염구준을 불렀다.“반보천인을 내 눈으로 직접 보
막혔던 혈이 뚫리자 한결 호흡이 편안해졌다.“두 분은 연세가 있으시고 자질이 너무 좋은 편이 아니라 제가 혈을 대신 뚫어드렸습니다. 아마 3개월 안으로 전신의 경지를 돌파하실 수 있을 겁니다.”염구준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여태 경지를 돌파할 수 없었던 것은 두 분의 수련 공법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경맥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공법의 결함을 알아내고 보충하여 경맥을 뚫는다면 앞으로의 수련도 훨씬 쉬어질 겁니다.”말을 마친 그는 가씨 형제의 대답도 듣지 않고 차에 올라 홀연히 자리를 떠나버렸다.“이게 무슨….”벤틀리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가씨 형제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염구준을 죽이려고 여기까지 와서 제대로 한판 붙어보지도 못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그가 반보천인이라는 것을 알아버리고 놀라서 멍 때리다가 염구준의 도움을 받아 막혔던 혈을 뚫었다고?하지만 염구준이 왜 자신들을 도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에 비하면 진씨 가문의 인간들은 양심도 없는 망나니들처럼 느껴졌다.“혀… 형!”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동생 가천우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렇게 젊은 반보천인이 속세에 생활하고 있었다니. 이게 정녕 가능한 일인가?”멍하니 있던 가천좌의 눈에 다시 초점이 돌아오더니 이상한 생각이 머리를 쳐들었다.전신전 전주!열여덟에 전신의 경지를 돌파하고 용하국 역사상 최연소 전신강좌로 알려진 전설급 인물. 혈혈단신으로 전신전을 창립하고 G.J 군단을 통솔하여 전국의 전쟁터를 종횡무진하며 수많은 공훈을 세운 불패의 신화!그 사람을 제외하고 이 나이에 반보천인의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는 젊은 세대는 절대 존재할 리 없었다.이름과 신분을 숨기고 속세를 떠나 수련하는 수많은 강자들 중에도 그와 같이 놀라운 업적을 올린 사람은 없었다.현재는 용하국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알려져 있지만 가천좌는 그가 바로 그 전설 속 인물이라는 것을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전신전
진무석의 예상은 정확했다.화련상조회가 창립할 당시에 핵심 원로인 4대 가문이 있었다. 진씨 가문, 안씨 가문, 홍씨 가문과 엘 가문이었다.김웅신이 가문을 이끌고 봉황국에 자리를 잡으면서 화련상조회의 다섯 번째 핵심멤버가 되었다. 그 뒤로 김웅신의 김씨 가문은 나날이 세력을 넓혀가며 끝내는 5대 핵심 가문의 수장이 되었다.그러다가 김씨 가문이 파국을 맞고 화련상조회는 다시 4대 가문이 집권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오늘 진무석을 찾아온 중년 사내는 안씨 가문과 홍씨 가문의 가주 안홍기와 홍준식이었다.“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찾아왔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이미 서른 명의 상인이 화련에서 자진 퇴출했습니다.”홍준식은 싸늘한 목소리로 진무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대로 가다가 우리 화련상조회의 산업 생태계는 완전히 망가지게 됩니다. 진 가주, 저희에게 설명이라도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진무석의 얼굴이 잠깐 굳었지만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두 가주가 따지러 오기 전에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지금 시급한 건 그들과 언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당장 여론부터 제압하고 잃어버린 화련상조회의 위엄을 되찾는 일이었다.“진 가주께서 다 생각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나와 홍 가주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안홍기도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가담했다.“떠난 사람들 전부 진씨 가문에 충성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론을 뒤엎으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진 가주가 자진해서 화련상조회에서 물러나야지 다른 상인들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방법을 대서 다시 화련에 가입하시죠.”자진 사퇴?안홍기와 홍준식은 이미 작정하고 온 듯했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빌어 진씨 가문을 완전히 화련상조회에서 제명할 생각이었다.“진 가주, 곤란하신 거 알고 있습니다.”진무석의 거절을 예상한 듯, 홍준식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가문끼리 오래 협력해 온 정이 있는데 저희도 이런 말까지 하고
진무석의 두 눈에 다시 이채가 돌아왔다.절망의 순간에 찾아온 특대 희소식이었다.손씨 그룹을 믿고 화련상조회를 나간 상인들은 그룹의 수장인 염구준이 죽으면 어차피 화련으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상인들이 다시 화련으로 돌아오면 안홍기와 홍준식이 화련에서 그를 퇴출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이번 일만 성공하면 진서호는 큰 공을 세우게 되고 진무석은 화련의 핵심 원로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된다.“아, 제가 보낸 사람들이 돌아왔나 보네요.”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회색 도복을 입은 두 노인이 살기등등한 기세를 풍기며 안으로 들어왔다. 시력을 잃은 둘이지만 서슬퍼런 표정으로 진씨 부자를 노려보고 있었다.그 둘은 당연히 가씨 형제였다.“어르신들!”진무석과 진서호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한 진서호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물었다.“벌써 임무를 완수하시고 돌아오신 건가요? 염구준을 죽인 거 맞죠? 시체는 어디 있습니까? 제가 직접 확인해야겠습니다!”‘시체?’가씨 형제는 그들의 어리석음에 헛웃음이 나왔다.“시체 같은 소리하고 있네!”형 가천좌가 냉소를 지으며 다가가서 진서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진서호의 머리를 짓밟으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내가 오늘 네 녀석을 시체로 만들어 주지!”“너희들 진씨 가문은 눈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하늘이 우릴 도와서 괜한 오해를 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아니다. 이런 말을 해도 너희는 못 알아듣겠지. 너희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바닥에 쓰러진 진서호는 눈앞이 아찔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진무석은 경악한 얼굴로 두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암살자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다고?둘은 진씨 가문의 오랜 호위이자 자랑으로 여길만한 강자들이었다. 그들은 진씨 가문에 머물며 진씨 가문이 제공한 비책으로 무예를 수련했고 진씨 가문의 영패에 무조건 복종하는 자들이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두 노인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염구준이 전신전 전주이자 전설 속 인물이 맞다면 아무리 가씨 형제라고 하더라도 그를 쓰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진씨 가문의 모든 힘을 동원해도 불가능했다.“이제 이유를 알겠어?”가천좌는 다시 다리를 들어 쓰러진 진서호의 복부를 걷어찼다.“고작 진씨 가문 따위가 감히 염 전주의 목숨을 노리려 들다니. 웃기지도 않아!”그 말을 끝으로 두 형제는 뒤돌아서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떠나기 전 지은 그들의 섬뜩한 냉소는 진무석 부자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오늘부터 우리 형제는 진씨 가문과 완전히 선을 그을 것이다.”“너희는 알아서 살아남아! 죽어도 어쩔 수 없고!”말을 마친 가씨 형제는 미련 없이 진씨 가문 저택을 떠났다.진씨 가문이 수십 년을 통해 육성한 최강 호위가 결렬을 선언하면서 진무석 부자의 유일한 희망도 산산이 부서졌다.“멍청한 자식!”한참의 침묵이 흐르고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진무석은 진서호에게 달려가서 그의 멱살을 잡고 호통쳤다.“말해! 너 대체 염 전주와 무슨 원수를 졌길래 죽기살기로 싸우는 거야? 대체 그분한테 무슨 실수를 했어? 우리 가문 살아남을 수는 있는 거야? 말하라고!”원한?“아버지,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입가에 피멍이 든 진서호는 한참 고민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희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기억 났어요. 저 염구준과 그렇게 큰 원한을 진 적은 없어요. 모든 건 앨리스가 주최한 그 연회에서 시작했어요!”그 연회에서 그는 손가을에게 흑심을 품었다. 하지만 그녀가 유부녀라는 것을 알고 이내 생각을 포기했다.나중에 화련상조회 때문에 염구준에게 귀뺨을 맞은 뒤로 오정형의 부추김을 받고 왕종서의 딸을 납치했다. 그리고 염구준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진실이 밝혀지며 가문의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그 뒤로 앙심을 품은 진서호는 가씨 형제를 보내 염구준을 암살하라고 했다. 하지만 가씨 형제가 무사히 돌아온 것으로 보아 진짜 암살을 시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처음부터 손해를
진무석은 서글픈 얼굴로 진서호를 바라보다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네 목숨을 내놓는다고 해서 염 전주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런 높으신 분이라면 얼굴에 생각을 드러내고 다니지도 않을 텐데.”진서호는 그저 살았다는 생각뿐이었다.그는 멍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죽이지 않고 염구준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정녕 있단 말인가? 아니면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가문을 포기하려는 걸까?“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다시 일어나는 것. 이건 내가 너에게 해주는 마지막 수업이다.”진무석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간만에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서호야, 네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지, 우리 가문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가 이 수업에 달렸다. 성공하면 모두가 사는 거고 실패하더라도 이 아비를 원망하지는 말거라.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말을 마친 그는 진서호의 대답도 듣지 않고 핸드폰을 들고 거실로 나갔다. 그는 핸드폰에서 연락처를 뒤지다가 결심을 내린 듯,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그가 연락한 사람은 안씨 가문 가주 안홍기였다.“진 가주?”전화를 받은 안홍기가 의아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벌써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진무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쓴웃음을 지었다. 수화기 너머로 안홍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안 가주의 의견에 동의하네. 진씨 가문이 화련을 떠나야 그 상인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어. 떠나기 전에 난 봉황국에 있는 진씨 가문의 산업을 전부 매각할 생각이네. 안 가주가 생각이 있다면 저가로 안 가주에게 양도하겠네.”“6조. 이 정도면 괜찮은 가격 아닌가?”안홍기는 속으로 진무석을 능구렁이라고 욕하면서도 그가 정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의심이 갔다.게다가 봉황국에 있는 산업을 매각한다니?수화기 너머로 안홍기의 흥분한 듯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진무석 이 늙은 여우가 드디어 타협한 거야!’지금 상황으로 보아 시간만 끌면 결국 진무석은 그
안홍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화련상조회의 핵심 멤버로서 그들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홍준식이 만약 진씨 가문의 산업을 이어받는다면 세력이 홍씨 가문으로 쏠릴 것은 당연한 일!“진 가주, 농담이 지나치십니다.”안홍기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흔쾌히 대답했다.“양도 절차는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처리해 주십시오. 진 가주께서 양도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면 바로 계좌로 6조를 입금해 드리겠습니다.”성공이다!진무석은 통화를 마친 뒤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보았다.“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버릴 건 단호하게 버리는 것. 이게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그는 모든 산업을 현금화해서 도주할 생각이었다. 봉황국을 순조롭게 떠날 수만 있다면 어디에 가서든 그 돈으로 다시 재기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일 나랑 같이 염 전주에게 사과하러 가자.”진무석은 아들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고개를 돌려 손씨 그룹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염 전주가 그래도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도 운명인 거야.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다. 네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지는 그분의 생각에 달렸어.”다음 날 아침, 손씨 그룹 봉황국 지사 건물.대문 입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지나가는 행인들, 그룹 관계자들, 대문을 지키는 경비원은 물론이고 언론사 기자들까지 건물 대문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진서호는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한겨울의 바람을 맞으며 건물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늦가을의 추위가 피부를 때리고 채찍 자국이 가득 남은 그의 등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염 선생님!”진무석은 진서호의 옆에 서서 바짝 긴장한 자세로 그가 있는 사무실 방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정중한 어투로 사과했다.“진씨 가문 진무석, 어리석은 아들을 데리고 사과하러 왔습니다. 부디 용서를 받아주십시오!”그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전신전 전주와 대적할 힘이 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