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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잔영
“알아봐, 똑바로 알아보라고! 염구준 뭐하는 짓이야?”

노여움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북미화기국, 유럽의 나라들, 극한의 북극 땅,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장병들이 지키고 있는 장비 빌딩, 아무도 모르는 군사기지, 극비의 군사 체널, 고위층 군사 장령, 모두 소리쳤다.

놀랍다, 너무 놀라웠다!

전신전이 천조국을 기습해서 천조궁을 쳤다. 거의 다친 사람 하나 없이 28분 사이 천조국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전신전...혹은 전신전 전주 염구준이 가진 능력은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끔찍할 정도로 놀라웠다.

세계 강국들은, 심지어 용제국에서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고 있었다!

천조국 국주가 염구준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건가?

전신전이 왜 갑자기 전쟁을 일으킨거지?

염구준...대체 뭘 하고 싶은거야?

“별거 아닙니다.”

모두 전신전이 왜 그랬는지 알아보려고 바삐 돌아칠 때 염구준은 이미 적룡전투기를 타고 용제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왼손에는 설련 모양의 분홍색 꽃이 쥐어졌고 오른손으로는 전투기 통신기를 들고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 국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꽃을 따러 간 것뿐입니다. 아도랑이 눈치도 없이 저랑 팔씨름을 해보겠다고 해서요.”

“팔목도 저보다 가늘더군요. 그래서 천조궁을 불 질러버렸죠. 기억에 남으라고.”

“그것 뿐입니다.”

전화 반대편 “...”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용제국 국주는 염구준이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말하는 걸 듣자마자 그가 따려는 꽃이 바로 천조국의 국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무엇보다 귀한 천어화라는 걸 알아챘다.

“구준아...” 용제국 국주는 웃지고 울지도 못했다. “네가 너무 강해서, 나라들 사이의 평화가 깨지니까, 그래서 내가 널 전쟁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거, 그래서 전신전도 꾸리고...그런데 넌...2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거의 천조국을 박살 내버리면 다들 더 긴장하게 되잖아!”

“그 노인네 몇이 미친 듯이 나한테 전화를 걸어와서는 너한테 무슨 비밀 임무라도 줬는지, 그들 해치지는 않을 건지 물어보더라.”

“너 때문에 다들 많이 놀랐다고!”

염구준은 싱긋 웃었다.

국주가가 말한 그 “노인네”, 당연히 적대 나라의 국주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잘못 짚었다. 전신전에서 그들을 상대한 틈이 어디 있겠는가? 천조국 국조가 패배를 승인했고 천어화도 손에 넣었으니 이번 행동은 완벽하게 끝이 난 셈이다.

“이상한 상상하지 말라고 하세요.” 염구준은 통신기를 쥐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말씀 드리세요. 그들이 용제국을 침범하지 않으면 전신전도 그들을 괴롭히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가 용제국을 노렸다가는 오늘과 똑같이 당할 겁니다!”

“용제국을 탐하는 자, 아무리 멀리 떨어져있어도 반드시 망하게 할겁니다!”

용제국 국주는 위안을 받았다. 염구준이 있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용제국에 전신전이 있어 다행이다. 용제국에 충성하고 적은 거침없이 물리치는, 그게 바로 전진선 전주 염구준이다!

전화를 끊고 염구준은 전투기에 앉아 기대의 눈빛으로 손에 쥐어진 분홍색 꽃을 만지작거렸다.

천어화!

천어화가 있으면 가을이의 목을 치료할 수 있을거다. 현대 의술로 목 혈관 신경을 정리해주고 꽃줄기의 즙을 마셔주면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기쁨과 웃음...

오늘의 모든 것이 마땅했다!

연인의 웃음을 위해 나라를 망쳐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깊은 밤 11시 반, 은빛 아파트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낡은 건물이 달빛 아래 더욱 쓸쓸해 보였다.

희주를 제외한 손씨 가족은 모두 잠 못 이루고 있었다.

거실에서 손태석과 진숙영이 암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손가을의 얼굴은 창백했다. 우연히 고개를 들어 식탁위의 작은 불상을 보니 눈빛이 서늘해졌다.

계산을 잘 못했다.

오늘 오후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모은 5백만 원을 꺼내 손태석과 함께 금은방에서 이 불상을 샀다. 내일 손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서 선물로 드릴 불상이었다.

그런데 방금 손씨 어르신께 전화가 왔다. 손태석에게 화를내며 욕을 한바탕 퍼붓고는 칠순 잔치에도 그와 진숙영이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 어린 아들과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또 이를 바득바득 갈며 염구준이 한 짓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시끌벅적한 광풍 투견장, 서재원을 때리고, 서석호가 맞았다고……

서씨 가문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

“염구준……갑자기 이렇게 큰 사고를 치다니!” 손태석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주먹을 테이블에 내리꽂으며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손씨 가문에서 쫓겨난 뒤로, 그는 어르신께서 자신을 구해주시고, 그들 가족을 다시 데리고 가는 장면을 시도 때도 없이 상상해왔다. 이번 칠순 잔치가 가장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염구준이 돌아와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어 놓으니 유일한 기회마저 잃어버렸다.

그들은 손씨 가문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가을아.” 진숙영이 맞은편에 앉아있는 손가을을 보고 말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르신께서 희주랑 구준이 데리고 잔치에 오면 얼굴보고 다 설명해주신대. 서재원이랑 서석호한테 사과도 하고.”

“가서 아무것도 신경쓰지마. 사고는 염구준이 치고, 어르신이 다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거야. 서씨 가문에서 복수하려고 하면 다 걔들이 알아서 하라고 그래!”

손가을은 낯빛이 서늘해졌다. 입술을 꽉 깨물고, 손을 들어 천천히 손짓을 하며 말했다.

“아빠, 엄마, 나랑 구준이가……”

똑똑똑!

수화를 이제 막 시작했을 때, 거실의 현관문 밖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너냐?!” 손태석이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자, 잔뜩 화가 난 염구준이 문 앞에 서있었다.

이 개자식!

하라는 일은 안하고, 이렇게 큰 사고를 치다니! 점심에 쉬지도 않고, 오후에 일거리를 찾으러 나가지도 않더니, 갑자기 그림자도 안 보였다. 가을이랑 희주는 그가 돌아오면 저녁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8시가 넘어서도 오지 않던 그는 이제서야 왔다.

이런 집에 가을이네 모녀가 있는지 없는지, 장인 장모가 있는지 없는지 눈에 보이긴 하는 건지.

딸을 이런 쓰레기 같은 놈에게 시집 보내려니, 지나가던 개에게 시집 보내느니만 못할 것 같다. 개는 집이라도 볼 줄 알지!

“장인어른, 장모님.” 염구준이 거실로 들어와 식탁위에 놓인 작은 불상을 보고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역시!

그들은 내일 손씨 어르신 칠순 잔치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을 것이다. 선물까지 다 준비해두었다니!

“내일, 너 가을이랑 희주랑 같이 칠순 잔치에 다녀와!” 손태석이 염구준의 눈을 죽일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결국, 고개를 저으며 창백한 얼굴을 한 손가을을 보고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이 불상 챙겨가고, 어르신한테 한 번만 봐 달라고 잘 빌어!”

“서씨 가문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네 밥그릇은 네가 챙겨야 할 것 아니겠나!”

말이 끝난 뒤 진숙영을 잡아당겨 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가을아.” 염구준의 시선은 장인 장모를 떠나 그제서야 손가을을 향했다. 주머니에서 천어화를 꺼내 웃으며 말했다. “점심에 천조국에 잠시 갔다 왔어. 이건……”

손가을은 있는 힘껏 귀를 막았다. 참지 못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거짓말, 그는 또 거짓말을 하고 있다.

염구준, 넌 희망이 없어, 내가 인정해! 그 해 교통사고로 너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널 손씨 가문으로 데려와서 내 남편으로 삼는게 아니었어. 내가 인정해, 내가 다 인정해! 하지만 넌 군대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전쟁을 치렀으니 성격도 얌전하고 더 성숙해질 수도 있잖아?

그렇게 돈 들여서 차까지 빌려서 서프라이즈로 프러포즈 해준 거, 난 정말 감동이었고, 너무 감사했어.

근데 그거 다 가짜였잖아!

사실 서씨 가문에, 어르신한테 죄를 지었다 해도 내가 같이 감당해 줄 수 있어! 하지만 너도 용기를 내서 남자 답게, 태연하게 감당해야 하잖아! 도망치는 게 아니라!

천조국에 잠시 다녀왔다니……

우주에 다녀왔다고 하지, 왜? 도대체 날 언제까지 속일 셈이야?!

“……” 염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하며 천어화를 천천히 내려 두었다. 그의 눈에는 서늘함이 스쳤다.

손씨 어르신, 서씨 가문?

내일은 잔칫날이야. 다 두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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