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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튿날 오전, 청해 비치 호텔.

꼭대기 층의 호화로운 연회장에 사람들이 북적북적 축하 인사를 나누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청해 송씨 가문에서 백옥 불상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연회장의 정문에서 손씨 가문의 관리자가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며 기쁘게 말했다. “어르신 감축 드리옵니다! 만수무강 하십시오!”

“심씨 가문의 노부인께서 어르신의 송학장수를 기원하며, 당대 화가의 대작인 <송령학수도>를 선물하셨습니다!”

“장씨 가문의 가주께서 어르신의 하시는 일이 다 잘되길 바라는 뜻으로 금옥 불상을 선물하셨습니다……”

손씨 어르신이 말했다. “손중천”, 온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채로 연회의 메인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씨 어르신의 주름이 가득한 얼굴은 나팔꽃처럼 활짝 폈다.

“콜록, 콜록!”

손님들이 모두 올 때까지, 손중천은 여러 번 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두 손을 힘주어 내리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바쁘신 와중에도 이 노인네의 칠순 잔치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손씨 가문이 청해의 이류 가문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축하를 받으니 정말 영광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와아아!

연회장 안은 손님들의 박수 갈채와 환호성이 뒤섞여 쏟아졌다.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청해 손씨 가문이 이류 가문이라지만 저희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손씨 어르신께서 덕을 베푸시니, 모두가 손씨 가문을 찬양합니다. 정말 용제국의 초호화 가문답습니다!”

“맞습니다! 손씨 어르신 아래로는 혜린 아가씨와 같은 특출난 손녀 따님이 계시니, 손씨 가문이 일류 가문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듣자하니 혜린 아가씨와 염구준 그 쓰레기는 이미 이혼하셨다고요? 서씨 어르신은 혜린 아가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니, 좋은 일이겠죠?”

“서씨 가문과 손씨 가문이라면 강력한 연합이네요. 저는 좋은 소식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너나할 것없이 한 마디 씩 오가고, 손중천의 마음에 들만한 말을 저마다 한 마디 씩 하고 나니, 어르신의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다만 왠지 모르게, “손씨 종족”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가 다시 펴졌다. 손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손혜린은 예외였다.

그녀와 서재원은 나란히 손중천의 양쪽에 앉아 서로를 보고 있다가 입을 가리며 “큭큭”댔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은 아니었다. “어르신, 칠순은 중요한 잔치인데 누군가가 깎아내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염구준, 손가을, 그들이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나?”

“어르신을 존경하지 않다니, 너무 무례하잖아요!”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하거라.”

손혜린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회장 전체가 한 순간에 고요해졌다.

가문 내전이다.

5년 전, 자리에 있던 손님들은 속이 뻔히 보였다.

그 당시, 손씨 가문의 남자들은 권력이 없었다. 손중천은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조건을 걸었다. 손가을과 손혜린은 동시에 남편감을 구했으며, 둘 중 손주를 낳는 사람에게 손씨 가문의 경영자 자리를 주어 손씨 가문 전체를 계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손가을은 중상을 입어 벙어리가 되었고, 손태석은 딸의 치료를 위해 가문의 돈을 가져다 쓰며 손씨 가문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 후 손가을은 손혜린의 함정에 빠져 염구준을 데릴사위로 삼아 밤새 뒤엉켜 딸 염희주를 낳았다. 손중천은 차갑고 무정한 사람으로, 손혜린의 이간질로 손가을 가족을 손씨 가문에서 내쫓아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다.

“흥!” 손중천은 연회장의 정문을 눈으로 한 번 훑고는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어젯밤 그는 친히 전화를 걸어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미리 사과를 하라고 했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지 않고 있다. 곧 점심 12시이다. 잔치는 곧 시작되지만 그들은 그림자도 비추지 않았다.

정말 한스럽다!

“손씨 어르신 화 좀 푸세요.” 서재원은 손중천의 얼굴을 보고는 낮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염구준 같은 쓰레기 처리하는 게 어렵습니까?”

“어르신이 고개만 한 번 끄덕이시면 서씨 쪽에서 사람을 보내 알아서 처리해 줄 거예요.”

“죽거나 살거나 어르신 말 한 마디면 된다고요!”

손중천은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염구준!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서는 마음대로 사고나 치고, 소란이나 피우는 것이냐!”

그는 험한 얼굴과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손씨 가문과 서씨 가문은 공공의 적임을 선포한다. 염구준을 보는 사람은 어떤 상황이든 마음대로……”

“마음대로 뭐요?!”

연회장 정문에서부터 들려온 난데없는 큰소리가 들려와 손중천의 말이 끊겼다.

솨솨솨!

연회장 안에서 무수히 많은 시선이 동시에 움직여, 이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염구준!

희주를 품에 안고, 오른손으로 손가을을 잡고 연회장의 정문에서 큰 걸음으로 걸어 들어가서 주요 연회 테이블 앞까지 걸어와 차가운 눈빛으로 손중천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손혜린과 서재원의 얼굴을 각각 한 번씩 살펴보았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차가움과 압도적인 냉정함이 느껴졌다.

살인 기운, 그 어떤 걸로도 가리려 하지 않는 살인 의지가 느껴졌다.

만약에 손중천이 손가을의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는 이미 죽어있을 터였다.

'너구나!'

손중천의 노약한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그다음에는 분노에 찬 미소가 번져 나왔다.

'틀림없다, 바로 그놈이었다!'

'5년 전 손 씨 가문에 들어온 그놈, 몇 년 동안 전진할 수 없었던 군마 생활 끝에 해적으로 전락한 악당, 염구준!'

"감히 여길 오다니?"

서재원과 손혜린이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노려보고, 손가을에게 곁눈질했다.

"어떻게? 간덩이가 부었구나? 할아버지한테 맞서보려고?"

"살고 싶지 않은 거야?"

주변에선 많은 하객들의 시선이 모였고, 그중에는 염태용의 아내인 신채령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멀리 떨어진 식탁에 앉아 있었으며 염구준과 손가을을 흘끗 쳐다보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염구준 이 쓸모없는 놈이 정말 손 씨 어르신과 맞서겠다고?'

"죽고 싶은 게냐?"

손중천이 독기 어린 눈빛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방금 이 늙은이한테 물어봤지, 어떻게든 해달라고?"

"이 늙은이가 지금 가르쳐 주지!"

"서 씨 가문이나 손 씨 가문, 그 누구든 이딴 쓰레기를 만나면 혼쭐을 내줘!"

"죽든 살든! 내가 널 죽인다 해도 넌 죽어 마땅해!"

쾅!

염구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손가을의 머릿속에서 폭발음이 울렸고, 그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망했다! 정말 망했다!

어르신이 분노로 가득 찼고 당장이라도 염구준을 죽일 기세였다.

청해에서 손 씨 가문은 이류 가문에 불과하지만, 서 씨 집안은 일류 집안에 속한다! 두 가족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염구준 하나를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리고 손가을, 그녀의 부모님, 희주까지...

완전히 파멸했다.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구준 씨, 당신은 정말 큰일 났어!'

쉰 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수화 동작을 연달아 했다.

'할아버지, 제발 우리 가족을 살려주세요, 구준 씨도 살려주세요! 구준 씨를 대신해 할아버지께 사과드릴게요!'

수화로 말하면서, 아름다운 얼굴에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손가을은 그저 그대로 무릎을 꿇어서 손중천에게 복종하려 했다.

그러나...

"가을아, 무릎 꿇지 마!"

염구준은 손을 내밀어 손가을의 작은 몸을 굳게 받쳤다!

손중천을 똑바로 직시하던 그는 다시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러분,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염구준과 손 씨 어르신중 누가 옳고 그르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여러분들 중에 이 염구준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말씀하십시오. 제가 고개를 숙이고 경청하겠습니다!"

"만약 손 씨 어르신께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곧장 떠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의 옷이 피로 물들게 될 것입니다!"

군중들이 박장대소했다.

"어디서 일개 데릴사위가! 피를 흘리라 마라야! 네가 뭔데?"

"오늘 생일 연회가 헛되지 않았네요, 깜짝 놀랐네요. 정말 미친놈을 직접 보다니!"

"정말 서 씨 집안이랑 손 씨 집안이 쉽게 건드릴 상대라고 생각하십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손가을이 점점 초조해졌다. 염구준의 옷을 끊임없이 잡아당기며, 필사적으로 수화로 의사소통하려고 했다.

'구준 씨, 미쳤어? 빨리 놔줘! 무릎 꿇고 할아버지에게 사과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 죽을 수 도있어.'

"후우!"

염구준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고, 눈빛은 완전히 단호해졌다.

저런 광대놀이밖에 안되는 사람들, 직접 상대하기도 귀찮았다.

"오늘은 손 씨 어르신님의 칠순입니다. 저 염구준이 아내와 딸을 데리고 축하하러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는 가슴을 펴고, 진지하게 말했다.

"때릴 거면 때리고, 죽일 거면 죽이세요. 하지만 이 전에 적어도 축하 선물 하나는 가져와야겠지요. 경축의 의미로!"

"손씨 어르신, 출세와 부귀영화를 기원합니다!"

"나와라!"

염구준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연회장 입구에서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찬란하게 빛나는 나무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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