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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작가: 목련청
그 웃음 한 번에 배서준은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서준아, 설아 씨가 정말로 이혼에 동의했어. 사인도 끝났어.”

서유라는 이혼 서류를 확인하더니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배서준은 순간 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놀란 얼굴로 서류를 얼른 낚아챘다.

‘속임수일 줄 알았는데, 정말 사인했다고?’

서류 끝에 휘갈겨진 낯익은 서명이 그렇게도 눈에 거슬릴 줄은 몰랐다. 그녀가 정말로 이렇게 쉽게 포기해버린 걸까?

“배서준, 넌 정말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사람이야. 20억을 최대한 빨리 보내.”

남도일은 서로를 껴안은 두 사람을 보며 혐오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비웃음을 흘리며 거침없이 자리를 떠났다.

오랜 시간 바라던 결말이었는데도 배서준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허전했다.

그리고 그 허전함 속에서 서서히 화가 끓어올랐다.

“잘 됐다, 서준아! 이제 자유야! 우리 이제 정말 함께할 수 있어.”

서유라는 눈물을 흘리며 배서준을 꼭 껴안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앞으로는 누구도 그녀에게 불륜녀라고 손가락질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병원부터 가자.”

하지만 배서준은 기대했던 해방감 대신 알 수 없는 불쾌함에 사로잡혔다.

그녀가 정말 떠난다니 왜 이토록 찝찝한 걸까?

그 답답함이 그를 짜증 나게 했고 결국 그는 그 감정을 서유라에게 그대로 쏟아냈다.

그녀를 번쩍 들어 아무 말 없이 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

서유라는 배서준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의 작은 표정 변화만 봐도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분명 복잡한 심경에 휩싸여 있었고 그 안에 기쁨은 한 조각도 없었다.

“서준아, 너 기쁘지 않아?”

“기뻐.”

그는 서유라를 안은 채 몇 번이고 기쁘다고 되뇌었다.

하지만 그 말이 진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배서준은 평소와 달리 스스로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집 안은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예전엔 그가 집에 늦게 들어와도 남설아는 항상 집을 깔끔하게 정리해두었다. 꽃까지 사다 두며 집 안에 온기를 채우려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가 더 우스워 보였다. 집안에 꽃이 있다고 가족이 따뜻해지는 건 아니다. 사랑이 있어야 집이 따뜻해지는 것이다.

“아주머니, 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

집 안을 둘러봐도 남설아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사모님께서는 모든 짐을 챙겨서 떠나셨습니다. 앞으로 대표님께 폐 끼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장숙자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오랜 세월을 지켜본 그녀는 남설아의 진심도 배서준의 무심함도 모두 알고 있었다.

“나은이는?”

배서준은 더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아가씨도 짐을 다 챙겨서 사모님과 함께 떠났습니다.”

장숙자는 사실대로 보고했을 뿐인데도 그 말에 배서준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참 빠르기도 하지. 그렇게까지 도망치고 싶었나?”

그는 차갑게 웃음을 지었다.

이혼 서류에는 나은의 양육권이 남설아에게 넘어간다고 명확히 명시되어 있었다.

어차피 그는 그 여자를 싫어했고 그 여자가 낳은 아이도 딱히 원치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진짜로 떠나버리자 집 안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나은이 태어났을 때, 집은 한순간에 엉망진창이 되었다. 깔끔했던 공간은 온갖 장난감과 기저귀로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그때 그는 그런 변화가 끔찍하다고 느꼈다. 고양이 같은 어린 애가 한 명 생겼다고 그렇게 많은 물건이 늘어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지금, 그 많던 물건들이 다 정리되어 사라지자, 배서준은 오히려 집 안이 휑하게 느껴졌다.

아니, 집뿐만 아니라 마음속까지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가 정말 이렇게 떠났을 리가 없다고, 분명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라고 그는 애써 부정했다.

‘분명 또 밀고 당기기를 하려는 거야. 또 나한테 뭔가를 바라는 수단일 거라고.’

배서준은 답답한 듯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헤치며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2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필사적으로 단서를 찾으려 했다.

이 모든 게 함정이라는, 그녀가 완전히 떠난 게 아니라는 작은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집 안 어디에서도 남설아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아니, 나은의 흔적조차 완전히 사라진 상태이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은의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흩어져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흔적 하나 남지 않을 수 있지?

순간 뭔가 떠오른 듯, 배서준은 곧장 서재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그리고 책장 쪽으로 다가가 눈을 빛냈다.

나은이가 두 살 때, 장난삼아 서재에 몰래 들어와 책장에 칼자국을 여러 개 남긴 적이 있었다.

그 책장은 배서준이 서유라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직접 고른 거라 더 애지중지했던 물건이었다.

그래서 당시 나은에게 크게 화를 냈던 기억이 선명했다.

작은 손으로 조각칼을 쥐고 엉엉 울던 나은의 모습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처 자국이 어디 갔지?’

책장을 자세히 보니 그 부분이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었다.

수리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만, 유심히 보지 않으면 손상됐던 부분이라는 걸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정말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지우고 간 거야?’

배서준은 거실, 방, 서재를 빙글빙글 돌며 끝없이 흔적을 찾았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남설아와 나은이 이 집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제야 배서준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정말 떠났다.

원래라면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에서 설명할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결국 넥타이를 확 잡아당겨 목에서 벗겨내더니 바닥에 세게 내던졌다.

“아주머니, 남설아가 언제 돌아온다고 말했어?”

배서준은 잔뜩 굳은 얼굴로 장숙자에게 물었다.

장숙자는 당황한 듯 손을 닦으며 작게 대답했다.

“사모님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돌아오지 않는다? 정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배서준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나 정 없는 여자였어.’

“그럼 나은이는?”

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저는 나은 아가씨를 못 봤어요. 지금쯤이면... 아마 유치원에 있을 시간일 겁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배서준은 지난번 나은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그날, 유치원에 데리러 가겠다고 해놓고 끝내 못 갔던 날 말이다.

‘이번에 가면 되지. 적어도 아이는 아무 잘못 없으니까.’

그는 마침내 아주 그럴듯한 이유를 떠올린 듯,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너무도 익숙하지만, 이제는 듣기만 해도 속이 뒤집힐 것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차가운 자동 응답 음성이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대답은 똑같았다.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배서준은 불쾌하게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누구랑 통화하고 있는 거야?”

그때 옆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던 장숙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보통 그런 안내 멘트가 나오면 차단된 경우가 많아요.”

‘차단했다고? 남설아가 날 차단할 리가 없어. 말도 안 돼.’

배서준은 황당한 듯 냉소를 흘렸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작정했네.”

장숙자는 그런 배서준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녀는 여자였고 긴 세월을 살아온 사람이었기에 이번에는 사모님이 정말 지쳐버렸다는 걸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그건 절대 단순한 투정이나 밀당이 아니었다.

그 순간, 배서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장숙자를 흘겨봤다.

“봐, 결국 전화하잖아?”

그러나 전화를 받은 순간, 들려오는 것은 싸늘하고 딱딱하지만, 예의를 갖춘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배나은 양의 보호자 되시죠? 이곳은 장례식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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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기
그만 볼수 없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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