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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Author: 목련청
“서준아, 아직도 회사 일 때문에 걱정해?”

서유라는 배서준의 품에 기대어 조용히 물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띠고 있었다.

“응.”

배서준은 심드렁하게 대답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손에 든 서류에 머물러 있었다.

그 어떤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 내 탓이야.”

서유라의 목소리엔 자책이 묻어 있었다.

“나 때문에 사모님이 실망하신 거잖아. 네가 이렇게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도 다 나 때문이야. 미안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너랑은 아무 상관없어.”

배서준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엔 약간의 날이 서 있었다.

그는 서유라에게 지금 자신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그 중심에 남설아가 있다는 건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

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요즘 설아 씨랑 강연찬이 많이 가까워졌다던데...”

그녀는 슬쩍 배서준의 반응을 살폈다.

“혹시 두 사람이 손잡고 서준이 너를 견제하려는 건 아닐까?”

배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감히?!”

“화내지 마.”

서유라는 급히 진정시키려 했다.

“그냥... 걱정돼서 그래. 강씨 가문이 어떤 가문이야. 재계에서 영향력도 크고 그 둘이 진짜로 힘을 합치면 우리도 좀 위험할 수 있잖아.”

“그래서 뭐?”

배서준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내가 그깟 강씨 가문이 무서워서 피하겠어?”

“그건 아니지만...”

서유라는 뭔가 더 말하려다 말을 아꼈다.

말끝을 흐리는 그 표정이 배서준의 신경을 자극했다.

“말해.”

배서준은 짜증 섞인 어조로 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던 거야?”

“그냥... 설아 씨 말이야.”

서유라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말했다.

“보통 사람 아니야. 머리도 비상하고 속도 꽤 깊어. 이번에 강연찬한테 접근한 것도... 혹시 일부러 강씨 가문 힘을 등에 업으려는 거면 어쩌려고?”

“그래, 어디 두고 보자.”

배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내 손에 약점 하나라도 걸리면 가만 안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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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준아, 아직도 회사 일 때문에 걱정해?”서유라는 배서준의 품에 기대어 조용히 물었다.걱정스러운 표정을 띠고 있었다.“응.”배서준은 심드렁하게 대답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손에 든 서류에 머물러 있었다.그 어떤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다 내 탓이야.”서유라의 목소리엔 자책이 묻어 있었다.“나 때문에 사모님이 실망하신 거잖아. 네가 이렇게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도 다 나 때문이야. 미안해.”“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너랑은 아무 상관없어.”배서준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목소리엔 약간의 날이 서 있었다.그는 서유라에게 지금 자신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들키고 싶지 않았다.더구나 그 중심에 남설아가 있다는 건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았다.“근데...”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요즘 설아 씨랑 강연찬이 많이 가까워졌다던데...”그녀는 슬쩍 배서준의 반응을 살폈다.“혹시 두 사람이 손잡고 서준이 너를 견제하려는 건 아닐까?”배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말했다.“감히?!”“화내지 마.”서유라는 급히 진정시키려 했다.“그냥... 걱정돼서 그래. 강씨 가문이 어떤 가문이야. 재계에서 영향력도 크고 그 둘이 진짜로 힘을 합치면 우리도 좀 위험할 수 있잖아.”“그래서 뭐?”배서준은 냉소적으로 웃었다.“내가 그깟 강씨 가문이 무서워서 피하겠어?”“그건 아니지만...”서유라는 뭔가 더 말하려다 말을 아꼈다.말끝을 흐리는 그 표정이 배서준의 신경을 자극했다.“말해.”배서준은 짜증 섞인 어조로 물었다.“무슨 말을 하려던 거야?”“그냥... 설아 씨 말이야.”서유라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말했다.“보통 사람 아니야. 머리도 비상하고 속도 꽤 깊어. 이번에 강연찬한테 접근한 것도... 혹시 일부러 강씨 가문 힘을 등에 업으려는 거면 어쩌려고?”“그래, 어디 두고 보자.”배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내 손에 약점 하나라도 걸리면 가만 안 둬.”

  • 굿바이 쓰레기   제324화

    소파에 앉은 강연찬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가슴 깊은 곳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왔다.이 집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 그 마음이 문득 올라왔다.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걸.남설아의 마음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었고 그녀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었다.그래서 그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천천히, 조금씩 그녀의 마음으로 스며들기로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갈아입은 남설아가 방에서 나왔다.헐렁한 홈웨어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은 직장에서의 단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조금은 나른하고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강연찬은 그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고 말았다.“선배, 왜 그래?”남설아가 그의 시선을 느끼고는 민망한 듯 물었다.“아, 아니야.”강연찬은 정신을 차리며 급히 시선을 돌렸다.“그냥... 지금 모습이 참 예뻐서.”“그래?”남설아가 부끄럽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워.”두 사람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묘한 기류가 감돌았다.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강연찬이 시계를 흘끗 보았다.생각보다 시간이 꽤 늦어 있었다.“설아야, 벌써 이렇게 늦었네. 나 이제 가볼게.”“응.”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현관까지 배웅했다.“오늘 데려다줘서 고마워.”강연찬은 부드럽게 웃으며 남설아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얼른 들어가. 푹 쉬어.”“선배도 조심히 가. 길 조심하고.”남설아는 말했다.“응, 알겠어. 잘 자.”“잘 자.”남설아는 그렇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강연찬은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그러고는 바로 떠나지 않고 차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남설아의 집 안에 불이 켜지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그는 시동을 걸고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온 남설아는 곧장 서강 그룹과의 협업 관련 자료 정리에 들어갔다.한편, 배서준은 회사로 돌아

  • 굿바이 쓰레기   제323화

    “강연찬?”서기찬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그 강씨 가문 아들 말이지?”“맞아요.”차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둘이 꽤 가까워 보이더라고요.”“그 녀석, 안목 하나는 괜찮네.”서기찬이 웃으며 말했다.“설아 씨 같은 여자는 진짜 아까운 사람이야. 잘 챙겨야 해.”“그러게 말이에요.”차혜미가 맞장구쳤다.“근데 내가 보기엔 설아 씨 사업할 땐 똑부러지는데 이런 감정 쪽은 좀 둔한 것 같더라고요. 아직도 강연찬 마음을 모르는 눈치예요.”“하하, 그건 말이지.”서기찬이 여유 있게 웃었다.“직접 겪는 사람은 잘 모르는 법이야. 보는 사람이 더 잘 알지.”“그게 무슨.”차혜미는 장난스럽게 짐짓 타박했다.“내가 보기엔 당신도 그냥 구경꾼처럼 재밌어하는 거 같은데요?”“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서기찬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그냥... 둘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래.”“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차혜미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둘이 잘 되면 참 좋을 텐데.”“그런 건 마음 급하다고 되는 게 아니죠.”서기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놔두는 게 제일 좋아.”한편, 남설아와 강연찬은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를 타고 있었다.차 안에는 따뜻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은은한 불빛이 남설아의 옆얼굴을 감싸며 그 섬세한 이목구비를 더욱 따뜻하게 비췄다.남설아는 귀 옆으로 흐른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가만히 넘기더니 말했다.“선배, 만약 선배가 옆에 없었으면... 사모님이랑 그렇게 잘 얘기 나누는 건 아마 힘들었을 거야.”“바보 같은 소리.”강연찬은 앞을 바라보며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입꼬리는 조용히 올라갔다.“네가 기쁘다면 그걸로 됐어. 내가 뭐랬어, 언제나 네 편이라고 했잖아.”낮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는 마치 따뜻한 바람처럼 남설아의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졌다.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 한편에서 잔잔한 따스함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강연찬이 언제나 자신을 위해 묵묵히 힘

  • 굿바이 쓰레기   제322화

    “그러니까, 나도 이상하다고 느꼈어.”서유라는 입꼬리를 내리며 말했다.“설마 싶지만... 설아 씨, 혹시 처음부터 계획하고 사모님한테 접근한 거 아닐까? 우릴 견제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면 어쩌지?”“충분히 가능성 있어.”배서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할수록 남설아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너무 얕봤어.”“그럼 이제 어떡해?”서유라는 다급히 물었다.“지금 설아 씨는 사모님이라는 든든한 지원군까지 생겼잖아. 우린 완전히 불리해진 거 아냐?”“걱정 마.”배서준은 침착하게 말했다.“그 여자 내가 어떻게든 막을 방법이 있어.”한편, 쇼핑을 마친 남설아는 약속대로 강연찬과 만나기로 했다.강연찬은 일찌감치 백화점 입구에 도착해 차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남설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의 얼굴엔 금세 환한 미소가 번졌다.“설아야!”강연찬이 반가운 듯 다가오며 물었다.“피곤하지는 않았어?”“괜찮아.”남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래 기다렸어?”“아니, 나도 이제 막 도착했어.”강연찬은 부드럽게 웃었다.“자, 우리 집에 가자.”“응.”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차에 올랐다.차는 천천히 백화점을 벗어나며 달리기 시작했다.운전대를 잡은 강연찬이 물었다.“사모님이랑 얘기는 잘 됐어?”“응, 아주 순조로웠어.”남설아가 대답했다.“조만간 계약서 초안도 준비해주겠다고 했어.”“진짜? 그거 정말 잘됐다!”강연찬은 기쁜 듯 외쳤다.“내가 뭐랬어, 넌 분명 해낼 줄 알았다니까.”“그건 다 선배 덕분이지.”남설아는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선배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잘 안 풀렸을 거야.”“우리 사이에 그런 말은 필요 없어.”강연찬은 웃으며 말했다.“이건 우리 둘이 함께 이룬 결과야.”“응.”남설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띠었다.목적지까지 차가 절반쯤 달렸을 때, 남설아가 갑자기 말했다.“선배, 우리 뭐 좀 먹고 갈래? 나 좀 배고파.”“

  • 굿바이 쓰레기   제321화

    남설아는 차혜미의 말 속에 담긴 뉘앙스를 눈치챘다.차혜미가 전하려던 건 분명했다. 배서준과의 결별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것.남설아는 그 속뜻을 굳이 들추지 않았고 대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인사했다.“고마워요, 사모님. 정말 감사해요.”“설아 씨, 그렇게까지 예의 차릴 것 없어요.”차혜미는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우리는 파트너잖아요. 자주 만나서 친해져야죠.”“네, 맞는 말씀이세요.”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그렇게 잠시 더 함께 둘러보다가 차혜미가 시계를 보고는 먼저 말을 꺼냈다.“설아 씨, 오늘은 이만할게요.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네, 사모님. 그럼 전 더는 방해 안 할게요.”“네.”차혜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덧붙였다.“참, 아까 얘기한 협업 건은 제가 돌아가서 계약서 초안을 정리해볼게요. 나중에 확인해 보고 수정할 게 있으면 말해줘요.”“네, 기대하고 있을게요.”남설아는 환하게 웃었다.“사모님과 함께 일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나도 기대돼요.”차혜미가 미소 지었다.“설아 씨는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에요.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칭찬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그래요, 믿고 있어요.”차혜미는 이렇게 말한 뒤 자리를 떴다.“조심히 가세요, 사모님.”남설아는 차혜미를 백화점 입구까지 배웅한 뒤, 그녀가 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서야 발길을 돌렸다.그 순간, 서유라와 배서준이 다른 매장에서 나와 마침 두 사람의 작별 인사를 보게 됐다.차혜미와 웃으며 인사하는 남설아의 뒷모습을 보며 서유라의 눈빛이 매서워졌다.그녀는 배서준의 팔을 꽉 끼고는 질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서준아, 설아 씨 좀 봐. 차혜미 같은 사람이랑 어울릴 줄이야.”배서준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남설아가 이렇게 빨리 차혜미와 친해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나 혹시 뭐 잘못한 거 있어? 그래서 사모님이 나를 싫어하게 된 걸까?”서유라는 일부러 억울한 척하며

  • 굿바이 쓰레기   제320화

    “유라 씨였군요.”차혜미는 담담하게 말했다. 말투에는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졌다.“서준 씨도 같이 왔네요.”“사모님, 안녕하세요.”배서준도 서유라 뒤를 따라 인사를 건넸다.“유라 씨, 몸은 좀 어때요? 괜찮아졌나요?”차혜미는 의례적인 말투로 물었다.“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서유라는 웃으며 대답했고 그 얼굴에는 자신감이 엿보였다.이번 기회에 차혜미 앞에서 이미지를 조금 회복해보려는 속셈이었다.그녀는 차혜미가 들고 있던 가방을 보며 곧장 칭찬을 시작했다.“사모님, 정말 안목이 좋으세요. 저 가방은 이번 시즌 신상인데 저도 얼마 전에 소개 영상 봤거든요.”서유라는 자연스럽게 자신도 그 가방에 관심이 있다는 듯 말하며 호감을 얻어보려 했다.하지만 차혜미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척 고개를 돌려 남설아를 향해 말했다.“설아 씨, 이 가방은 설아 씨가 추천해준 거잖아요. 어때요, 괜찮죠?”“네, 사모님께 정말 잘 어울리실 거예요.”남설아는 차분하게 대답했다.“그렇죠, 나도 마음에 들어요.”차혜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이걸로 하죠.”그녀는 점원에게 말했다. “이 가방 포장해주세요.”“네, 사모님.”점원은 공손하게 대답했다.서유라의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차혜미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그녀를 무시할 줄은 몰랐다.게다가 사람들이 많은 매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그녀는 공개적으로 망신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욕감과 질투심이 동시에 끓어올랐다.서유라는 남설아를 향해 노골적으로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지금이라도 당장 남설아를 물어뜯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배서준 역시 표정이 굳어 있었다.차혜미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남설아를 편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자신들과의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한 태도에 그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서유라의 얼굴을 바라보던 차혜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여전히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유라 씨, 아직 몸도 다 회복 안 됐을 텐데 무리하지 마세요.

  • 굿바이 쓰레기   제319화

    식탁 위에서 남설아는 정신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식사 예절도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서둘러 먹는 모습이었다.마치 무언가 급하게 가야 할 일이 있는 듯했다.강연찬은 그녀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설아야, 좀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그는 말하며 조심스럽게 물 한 잔을 따라 그녀 앞에 놓아주었다.“오빠, 괜찮아.”남설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하며 계속해서 음식을 입에 넣었다.“서강 그룹 사모님이랑 쇼핑 약속이 있어서 빨리 먹고 가야 해.”“쇼핑?”강연찬은 예상치 못한 말에 놀란 눈치였다.“너랑 사모님이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어?”“회사 일 때문이지.”남설아는 밥을 삼킨 뒤 설명했다.“서강 그룹이 우리 쪽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여. 이런 기회는 꼭 붙잡아야 하잖아.”“그렇구나.”강연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마음에 덧붙였다.“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안전도 챙기고.”“응, 알겠어.”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 음식을 다 삼킨 후 그녀는 먼저 제안했다.“쇼핑 끝나면 오빠가 데리러 와줄래?”“응, 당연하지.”예상하지 못한 제안에 강연찬은 기분이 좋아졌고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오빠는 천천히 먹어. 과일 좀 준비해올게.”남설아는 차혜미와 시내 중심에 있는 대형 쇼핑몰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그녀는 쇼핑몰 입구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췄다.차 문이 열리고 차혜미가 차에서 내렸다.“사모님, 오셨어요.”남설아는 서둘러 다가가며 밝고 단정한 미소를 지었다.“설아 씨, 오래 기다리셨죠?”차혜미는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아니에요, 저도 방금 도착했어요.”남설아가 대답했다.“그럼 들어가 볼까요?”“네.”두 사람은 웃으며 함께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고 본격적인 쇼핑이 시작되었다.차혜미는 비록 연배가 있는 사람이었지만 전혀 거들먹거리는

  • 굿바이 쓰레기   제318화

    전화를 끊자마자 남설아는 기쁨에 겨워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이 좋은 소식을 곧바로 강연찬에게 알렸다.“오빠, 서강 그룹이 우리랑 협력하기로 했어!”남설아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해냈어!”“정말이야?”강연찬도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잘 됐다. 난 처음부터 네가 잘 해낼 거라 믿었어.”“이건 다 오빠 덕분이야.”남설아는 진심으로 말했다.“오빠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렇게 순조롭진 않았을 거야.”“나한테 그럴 필요 없어.”강연찬은 웃으며 말했다.“이건 우리 둘이 함께 이뤄낸 성과잖아.”“응!”남설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서강 그룹이라는 큰 파트너를 얻었으니 오늘은 제대로 축하해야겠어.”“좋아.”강연찬이 말했다.“어떻게 축하하고 싶어?”“오빠가 정해줘.”남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난 오빠를 믿어.”“그럼 내가 준비할게.”강연찬이 말했다.“분명 마음에 들 거야.”“응, 기다릴게.”남설아가 환하게 웃었다.그날 저녁, 강연찬은 직접 요리를 해 한 상 가득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또한, ‘협력 성사 축하’라는 문구가 적힌 케이크도 샀다.“와 너무 푸짐하다.”남설아는 차려진 음식을 보고 감탄했다.“오빠, 진짜 대단해.”“맛있게만 먹어주면 돼.”강연찬은 웃으며 말했다.“얼른 먹어봐.”“응.”남설아는 젓가락을 들고 한입 먹어보았다.“맛있어. 오빠, 요리 실력 엄청나게 늘었네.”“맛있다니 다행이다.”강연찬이 말했다.“앞으로 자주 해줄게.”“좋아.”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는 매일 맛있는 거 먹겠네.”두 사람은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분위기는 무척 따뜻하고 편안했다.“이번 일도 오빠가 곁에서 도와준 덕분이야.”남설아는 기쁜 얼굴로 잔을 들며 말했다.“오빠가 함께해줘서 나도 버틸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오빠.”남설아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오빠가 있어서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설아야, 넌 원래부터 훌륭한 사람이야. 난 단지 옆에서 조금 도왔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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