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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Author: 목련청
배서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에 있던 컵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그의 기분은 바닥이었다. 어딘가에 화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서유라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서준아, 그러지 말고 무슨 일이든 말해봐. 우리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

서유라는 그의 곁으로 다가와 살며시 안았다.

다정한 목소리가 마치 그의 모든 상처를 감싸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배서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유라야, 네 생각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다 진심일 것 같아?”

그러자 서유라는 순간 몸을 굳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쳐 잡고 고개를 들어 배서준을 바라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무슨 말이야, 서준아? 당연히 진심이지. 넌 배건 그룹의 대표잖아. 감히 누가 거짓으로 대하겠어?”

배서준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위로가 필요했고 버팀목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의심이 떠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배서준은 서유라와 서도현에 대해 몰래 조사하기 시작했다.

천기준에게 두 사람의 동향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들이 정말 자신을 배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천기준은 과거 배서준에게 배신당한 기억이 있었지만 배건 그룹에서 오래 일해온 만큼 배서준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의심이 발동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는 걸 말이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명령을 따랐고 며칠 후 관련 자료를 건넸다.

보고서를 받아든 배서준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자료 속에서 서유라와 서도현이 최근 자주 접촉하고 있었고 서도현은 몰래 배건 그룹의 주요 주주들과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배서준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밀려들었다.

서유라와 서도현, 둘 다 자신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한편, 서유라도 배서준의 변화에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가 몰래 자신을 살피거나 이상한 질문들을 던지는 횟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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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422화

    “걱정 마, 누나. 그 의사 놈은 내가 이미 처리했어. 이젠 입도 뻥끗 못 할 거야.”서도현이 말했다.“근데, 누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해? 괜히 배서준이 눈치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눈치채면 어쩔 건데? 지금 걔 상태 봐. 이미 제정신도 아니잖아. 날 거스를 힘 따위는 없어.”서유라는 비웃듯 말했다.“도현아, 명심해. 이번 기회 꼭 잡아야 해. 그래야 우리도 진짜 인생 한번 살아보는 거야.”“알았어, 누나. 누나 말대로 할게.”서도현의 목소리엔 탐욕과 야망이 가득했다.서유라는 전화를 끊고 방으로 돌아왔다.침대 위에 잠든 배서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엔 잠시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배서준을 손에 넣기 위해, 배건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서유라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었다.한편, 남설아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천기준이 건넨 보고서를 들여다보며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보고서엔 최근 서유라의 행적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고 그 중 눈에 띄는 건 그녀가 자주 드나들던 한 개인 병원이었다.“남설아, 네가 보기에 그 병원이 뭔가 수상해?”송우민이 맞은편에서 펜을 돌리며 물었다.“응. 그 병원 원장은 과거에 불법 시술 문제로 면허가 취소된 적 있어. 지금은 불법 의료 행위 중이지.”남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내 생각엔 서유라가 그 병원에서 뭔가 금지된 약을 구해다 배서준한테 먹이고 있는 것 같아.”“금지된 약?”송우민이 놀란 듯 물었다.“그럼 지금 서유라가 배서준한테 약을 타 먹이고 있다는 거야?”“아직은 내 추측일 뿐이야. 더 조사해봐야 해.”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기준을 향해 말했다.“천 비서님, 그 병원 배경이랑 그 의사에 대해 더 자세히 조사해 줄 수 있어요?”“네, 남 대표님. 바로 착수하겠습니다.”천기준은 이미 완전히 남설아 편이었다.그는 알았다. 자신이 살 길은 남설아를 따르는 것뿐이라는 걸.“오빠, 오빠는 이 일 어떻게 생각해?”남설아는 고개를 돌려 강연찬에게 물었다.“내가 사람 붙여서 너 지킬

  • 굿바이 쓰레기   제421화

    배서준의 세상은 회색 얇은 베일에 덮인 듯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모든 것이 뒤섞인 채 무너져 내렸다.넓은 사무실. 통유리창 너머로는 화려한 도시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갔지만 그의 눈에 비친 풍경은 이미 색을 잃고 있었다. 모든 것이 뒤틀려 보였고 현실감도 사라져버렸다.배서준은 자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겨우 잠이 들더라도 금세 악몽에 시달리며 깨어나기 일쑤였다.꿈속에서 나은이는 핏물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고 남설아의 절망적인 울음소리는 마치 저주처럼 귀가에 맴돌았다.그는 악몽에서 벌떡 깨어났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듯했다.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두려움을 가라앉히려 애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서준아, 또 악몽 꿨어?”서유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녀는 실크 잠옷을 입은 채 다가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또 나은이 꿈꿨어?”배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꽉 감은 채 머릿속의 끔찍한 장면들을 밀어내려 애쓸 뿐이었다.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배서준을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서준아, 무서워하지 마. 다 지나간 일이야. 내가 곁에 있잖아.”그녀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배서준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마치 마지막 생명줄을 붙잡듯 절박하게 그는 서유라를 꼭 껴안았다하지만 배서준은 몰랐다. 자신이 붙잡고 있는 이 생명줄이, 오히려 자신을 더 깊은 나락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사실을.서유라는 슬며시 배서준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정신 상태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알아채자 속에서는 사악한 웃음이 지어졌다.지금이 바로 자신이 활약할 기회였다.“서준아, 요즘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거 아니야? 내가 마사지 좀 해줄까?”이렇게 조용히 말하더니 서유라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배서준의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눌러주었다.“응.”배서준은 힘없이 대답했다. 지친 기색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 굿바이 쓰레기   제420화

    겉으로는 배서준을 용서한 듯 보였지만 서유라의 마음속은 배서준에 대한 증오로 가득했다.그의 의심, 그의 차가움... 그 모든 게 그녀를 뒤틀리게 만들었다.한편, 윤화진의 병세가 다시 악화됐다.그녀는 하루 종일 배서준을 찾으며 소란을 피웠고 배서준은 어쩔 수 없이 윤화진의 곁을 지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그녀의 진짜 목적은 하나였다.아픈 척을 해야만 아들을 붙잡아 둘 수 있으니까.그래야만 그 여우 같은 서유라에게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으니까.어느 날, 병원에서 배서준은 우연히 남설아를 마주쳤다.눈앞에 선 남설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러자 배서준의 가슴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남설아, 여긴 왜 온 거야? 날 비웃으러 왔나?!”눈빛에도 증오가 가득했다.남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옅은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너 같은 악독한 여자가 우리 집안을 이렇게 만든 거야! 너 같은 사람은 절대 잘 살지 못할 거야!”배서준은 고함을 질렀다.분노와 원망이 뒤섞인 그 목소리는 병원 복도를 울릴 정도였다.하지만 남설아는 여전히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마치 웃기지도 않는 연극을 보는 관객처럼 냉담하게 말이다.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서준 씨, 지금 서준 씨가 불쌍해 보여요? 지금 당신이 겪는 모든 고통은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이 한마디에 배서준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를 향한 분노로 주먹이 부르르 떨렸고 온몸이 긴장으로 인해 굳어졌다.하지만 남설아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이제 대가를 치를 시간이었다.그녀는 그에게 절망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그때, 강연찬이 조용히 다가와 남설아의 손을 잡았다.따뜻한 손길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위로를 건넸다.“설아야, 상대할 가치도 없어. 가자.”부드러운 그 목소리는 남설아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했다.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배서준을 더는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강연찬의 손을 잡고 조용히 병원을 떠날 뿐이었다.같은 시각, 서도현은 배건

  • 굿바이 쓰레기   제419화

    배서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에 있던 컵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그의 기분은 바닥이었다. 어딘가에 화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서유라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서준아, 그러지 말고 무슨 일이든 말해봐. 우리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서유라는 그의 곁으로 다가와 살며시 안았다.다정한 목소리가 마치 그의 모든 상처를 감싸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배서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유라야, 네 생각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다 진심일 것 같아?”그러자 서유라는 순간 몸을 굳혔다.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쳐 잡고 고개를 들어 배서준을 바라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무슨 말이야, 서준아? 당연히 진심이지. 넌 배건 그룹의 대표잖아. 감히 누가 거짓으로 대하겠어?”배서준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을 뿐이었다.위로가 필요했고 버팀목이 필요했다.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의심이 떠나지 않았다.그날 이후, 배서준은 서유라와 서도현에 대해 몰래 조사하기 시작했다.천기준에게 두 사람의 동향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다.그들이 정말 자신을 배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천기준은 과거 배서준에게 배신당한 기억이 있었지만 배건 그룹에서 오래 일해온 만큼 배서준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의심이 발동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는 걸 말이다.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명령을 따랐고 며칠 후 관련 자료를 건넸다.보고서를 받아든 배서준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자료 속에서 서유라와 서도현이 최근 자주 접촉하고 있었고 서도현은 몰래 배건 그룹의 주요 주주들과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배서준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밀려들었다.서유라와 서도현, 둘 다 자신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한편, 서유라도 배서준의 변화에 눈치채기 시작했다.그가 몰래 자신을 살피거나 이상한 질문들을 던지는 횟수

  • 굿바이 쓰레기   제418화

    그는 남설아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자리에 앉아 남설아가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배서준의 마음속엔 분노와 굴욕감이 가득했다.남설아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고 품위 있게 등장했다.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그녀의 표정은 마치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는 듯 여유로웠다.“대표님, 오랜만이네요.”남설아는 배서준 맞은편에 앉으며 살짝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요즘 꽤 힘드신가 봐요?”“남설아, 네가 이긴 줄 착각하지 마!”배서준은 깊은 분노를 담아 말했다.“내가 널 쉽게 놔줄 것 같아? 절대 그럴 일 없어!”“제가 이겼다고 말한 적 없어요. 그저 비즈니스를 하는 것뿐이죠.”남설아는 여전히 장난기 어린 말투로 받아쳤다.“하지만 지금 대표님 모습 보면... 조금 안쓰럽긴 하네요.”“너...!”배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당장이라도 눈앞의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진정하세요, 대표님. 그냥 농담한 거예요.”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누가 봐도 도발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충고 하나 드리자면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예요. 앞으로 또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너무 다리 부수려 들진 마세요. 예전에 대표님이 저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전 아직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그 말에 배서준의 얼굴빛이 더욱 어두워졌다.남설아가 일부러 자기를 모욕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지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저 이를 악물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남설아는 그런 배서준의 초라한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 깊이 쾌감을 느꼈다.와인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신 그녀의 눈빛은 냉정하고 차가웠다.배서준은 그런 남설아를 보며 분노에 가득 찼다.그녀의 잔인함이 원망스러웠고 자신의 무능이 치욕스러웠다.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에 그녀를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자신이 미워졌다.그 시각, 멀지 않은 자리에서 강연찬이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남설아의 모든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그녀가

  • 굿바이 쓰레기   제417화

    한편, 서도현은 서유라에게 배서준을 서둘러 장악하라고 재촉했다. 배건 그룹의 자산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서유라는 겉으로는 서도현의 말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그녀가 원하는 건 단순히 배건 그룹의 돈이 아니었다.그녀는 배서준이라는 사람 자체를 갖고 싶었다.배서준이 절대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배건 그룹의 주가는 마치 끊어진 연줄처럼 추락을 거듭해 사무실 안은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짓눌린 분위기였다.배서준은 컴퓨터 화면에 찍힌 충격적인 숫자들을 노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관자놀이가 두근거리듯 뛰고 이마에는 진땀이 맺혔다.그는 여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자신이 일군 자랑스러운 상업 제국이 이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으니 말이다.그는 서유라의 손을 꼭 붙잡았다.곧 그녀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온기를 느끼며 배서준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애써 평정을 되찾으려 했다.“유라야, 늘 내 곁에서 버텨줘서 고마워.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서유라는 배서준의 품에 안긴 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서준아, 넌 내가 평생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네 곁에 있을 거야.”배서준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마치 그녀를 자신의 몸에 녹여버리려는 듯, 유일한 위로이자 마지막 버팀목인 서유라를 의지하며 버티고 있었다.며칠 후, 배서준은 서도현에게서 다시 전화를 받았다.서도현은 거만한 태도로 이전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을 꺼내 들었다.“매형, 내가 지난번에 말한 건 어떻게 됐어요? 난 기다릴 시간 없어요.”말투엔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마치 이미 배서준이 자기 손아귀 안에 들어온 먹잇감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였다.배서준은 전화를 끊은 뒤, 분노와 울분으로 인해 치를 떨었다.서도현이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걸 뻔히 알았지만 지금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현실을 인정하고 굴복하

  • 굿바이 쓰레기   제416화

    “우민아, 배건 그룹의 회계 허점이 전부 드러났어. 이제는 더 버틸 힘도 없는 상태야.”남설아는 사무실에 앉아 보고서를 바라보며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송우민은 그녀 맞은편에 앉아 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물었다.“배서준한테 절망이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남설아는 차갑게 말했고 눈빛에도 싸늘한 빛이 스쳤다.“이번엔 진짜로 제대로 나설 작정이구나.”송우민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지켜보지.”자선 만찬 자리에서 남설아는 다시 배서준과 마주쳤다.붉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우아하고도 기품 있었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배서준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대표님, 오랜만이네요.”남설아는 먼저 다가가 담담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배서준은 그녀의 자신감 어린 미소를 보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잘 지내는 것 같네요, 남 대표님.”“다 대표님 덕분이죠. 정말 잘 지냈어요.”남설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눈빛엔 도발적인 기색이 담겨 있었다.“그런데 듣자 하니 요즘 배건 그룹이 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만 하세요.”그 말에 배서준은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올라와 차갑게 물었다.“그게 무슨 뜻입니까, 남 대표님.”“간단해요.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단 말이죠. 대신 배건 그룹의 지분 30%를 제게 넘기신다면요.”남설아는 자신만만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그 제안을 들은 배서준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그녀가 자기를 조롱하려는 거란 생각에 이르자 곧 배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남설아, 도가 지나치군.”“저는 단지 사업 얘기를 하는 것뿐이에요.”남설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조건이 마음에 안 드시면 어쩔 수 없죠. 어차피 배건 그룹이 무너지든 말든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요.”배서준은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설아를 바라보며 한없이 무력함을 느꼈다.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대응할 방

  • 굿바이 쓰레기   제415화

    남설아가 집에 돌아오자 강연찬은 그녀를 위해 정성껏 저녁 식사를 준비해두고 있었다.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앞으로의 계획을 조용히 논의했다.그 무렵, 배건 그룹이 신청한 은행 대출은 단호하게 거절당했다.은행 측은 배건 그룹의 재무 상태가 심각하며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대표 사무실 안, 배서준은 서류를 거칠게 책상 위에 내던졌다.무거운 침묵 속에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며칠째 이어지는 피로에 관자놀이를 누르며 버텨보려 했지만 모든 게 헛수고처럼 느껴졌다.그때, 서유라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연한 분홍빛 실내복 차림의 그녀는 한층 더 부드럽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서준아, 너무 무리하지 마. 이거 마시고 조금 쉬어.”그녀의 말투엔 은근한 걱정과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배서준은 그 우유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따뜻한 온기가 마음속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듯했다.“유라야, 회사가 지금 너무 힘들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그가 깊은 한숨을 쉬며 털어놓았다.곧 서유라는 그의 뒤로 다가가 조심스레 어깨를 주물러주었다.손끝에 위로와 진심을 담은 채 말이다.“서준아, 너무 걱정하지 마. 분명히 잘 풀릴 거야. 나는 언제나 서준이 널 믿어.”“유라야, 네가 이렇게 말해주니까... 정말 고맙다.”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꼭 쥐고 감정이 북받친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너만 곁에 있어 준다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유라는 그의 품에 살며시 기대었다.입가엔 다정한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 눈빛 깊은 곳엔 날카로움이 번뜩였다.지금처럼 약해진 배서준이야말로 그녀가 완전히 움켜쥘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며칠 후, 서도현이 다시 배서준을 찾아왔다.그러나 이번엔 지난번과 달리, 비굴한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뻔뻔할 정도로 당당한 얼굴이었다.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롭게 말했다.“매형, 지난번에 말씀드린 건 좀 생각해보셨어요?”배서준은 눈앞의 그 오만한 얼굴을 쳐다보며 깊

  • 굿바이 쓰레기   제414화

    서도현은 이 기회를 틈타 배서준을 압박하려 하고 있었다.배서준도 그 속셈을 뻔히 알았지만 지금은 회사를 위해서라도 그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생각해보지.”배서준은 냉담하게 대답했고 말투에는 분명한 짜증이 묻어 있었다.그의 반응을 본 서도현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배서준은 이미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시간문제일 뿐, 결국은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한편, 남설아는 배건 그룹의 재정 상태를 비밀리에 조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수상한 점들을 발견했다.자금 흐름이 비정상적이었고 일부 프로젝트는 이익을 부풀려 보고하고 있었다.겉으로 드러난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그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오빠, 재미있는 걸 좀 찾았어.]남설아는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 강연찬에게 전송했다.[나도 배건 그룹 내부 자료 몇 개 확보했어. 상황이 생각보다 더 안 좋아.]강연찬도 즉시 답장을 보냈다.“그래, 이제 때가 됐어.”남설아의 눈빛엔 싸늘한 빛이 스쳤다.배씨 가문을 그녀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병원에선 여전히 서유라가 ‘효성스러운 며느리’ 연기를 이어가고 있었다.매일 손수 끓인 음식을 가져오고 말벗이 되어주며 윤화진 곁을 지켰지만 윤화진은 여전히 싸늘한 태도를 유지했다.가끔은 일부러 서유라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아주머니, 오늘은 좀 어떠세요? 아주머니 좋아하시는 생선탕 끓여왔어요.”서유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선탕을 침대 옆 테이블에 내려놓았다.하지만 윤화진은 국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이제 그만 가. 너 같은 애는 보기 싫다.”그러자 얼굴에서 잠시 미소가 굳었지만 서유라는 곧 다시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아주머니, 화내지 마세요. 저도 아주머니께 미움받는 거 알아요. 그래도 진심으로 모시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어요.”윤화진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배서준이 병실에 들어섰다.그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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