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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Author: 목련청
“배건 그룹 일? 난 신경 안 써요. 온라인에서 무슨 난리가 나든 그것도 상관없어요.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그따위 해명? 나랑 아무 관련 없어요!”

“당신이 스스로 한 짓이잖아요. 그에 대한 대가는 당연히 당신이 감당해야지!”

“내기에서 졌으면 깨끗이 인정하고 물러나. 사랑이랍시고 방종한 대가, 이제 당신도 치를 때가 됐어.”

남설아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비수처럼 날아갔다.

그 말 속에는 단 한 점의 감정도 없었다.

오직 차가운 냉소와 경멸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이제 이 남자에게 철저히 절망했고 완전히 질려버렸다.

한때 그는 체면을 위해 남편이라는 사람에게 애써 다가가며 ‘다정한 부부’인 척 연기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한심하고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남설아, 후회하지 마.”

배서준은 여전히 거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이 여자가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이 모든 행동이 결국 자신을 붙잡기 위한 발악일 뿐이라고.

“네가 협조만 한다면 당장은 이혼을 얘기하지 않아도 돼.”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듯한 말을 던졌다.

하지만 남설아는 더 이상 몇 년 전의 순진한 바보가 아니었다.

그의 속셈이 뻔히 보였다.

여전히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얼마나 한심하고 가소로운 착각인지 배서준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이혼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뭐겠어요? 바로 지분 때문이잖아요. 할아버지의 유언, 당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내 앞에서 연극을 한 거예요?”

“그동안 나랑 부부로 사는 게 그렇게 끔찍했으면서 돈 때문에 참고 견뎌 줬다 이거죠?”

남설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마치 비수가 되어 배서준의 가면을 산산조각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비웃음이 가득했다.

“참 대단하네요. 당신 정말 대단해요.”

“그렇게까지 참고 버티면서 살아왔으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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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51화

    배나은의 장례식이 이미 끝난 지 오래지만 남설아의 마음은 여전히 배나은이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아니, 어쩌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지도 몰랐다. 배나은이 떠나지 않고 여전히 곁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아까 서준 씨가 했던 말... 혹시 나은이도 듣고 있었을까?’남설아는 아이의 사진을 조심스럽게 닦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은아, 착한 우리 나은이. 상처받지 마, 저 사람 헛소리하는 거야. 엄마 눈에는 우리 나은이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쁜 아이야. 엄마는 정말 행복했어, 네 엄마가 될 수 있어서.”“나은아,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 그런데 넌 왜 한 번도 엄마 꿈에 오지 않는 거니? 혹시 엄마를 원망하고 있는 거야? 엄마는 정말 네가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아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지만 남설아에게 시간은 그저 무능한 돌팔이였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배나은을 떠올릴 때면 여전히 숨이 막힐 듯 괴로웠다.아이의 사진을 꼭 끌어안고 남설아는 한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한참이 지나서야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녀는 부모님의 위패 앞에도 향을 올렸다.“엄마, 아빠. 어릴 때부터 저한테 착하게 살라고 하셨죠. 그래서 지금까지 착하게 심지어는 바보처럼 살아왔어요. 모든 일에 정성을 다했는데... 그런데 왜, 왜 이런 결말이 된 거죠?”“왜 제가 사랑한 사람은 저를 사랑하지 않았고, 왜 제가 붙잡고 싶은 사람은 끝내 잡을 수 없었을까요?”“엄마, 아빠... 죄송해요. 이제는 더 이상 착하게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아이를 위해서라도 복수할 거예요. 저와 나은이의 것을 반드시 되찾을 거예요.”배씨 가문의 것이든 아니든 남설아는 한 번도 탐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배나은을 위해서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걸 되찾을 것이었다.부모님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며 절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남설아의 눈빛은 한층

  • 굿바이 쓰레기   제52화

    시간을 확인한 남설아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컴퓨터를 켜고 데이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이 데이터들은 모두 강연찬이 직접 준비한 것이었다. 배건 그룹의 최근 5년간 경영 및 재무 상황은 물론 배서준이 외부에서 운영하는 몇몇 자회사들의 수상한 움직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비록 자료를 건네주긴 했지만 강연찬은 그 어떤 코멘트도 남기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다는 걸 남설아는 알고 있었다.만약 이 정도 자료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다면 배서준과 겨뤄볼 자격조차 없었다. 손에 쥐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지분도 결국 빼앗길 것이 뻔했다.대학교 시절, 남설아는 늘 상위권을 유지했고 특히 데이터 분석은 그녀의 특기였다. 비록 결혼 후 몇 년간 가정에 묶여 있었지만 기본기는 여전했다. 그래서인지 자료를 검토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료 속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역시나 배서준은 그동안 헛되이 바깥에서 움직인 게 아니었다.그는 이미 충분히 세력을 키워 놓았고 그렇기에 배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돌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이러니까 할아버지가 유언장을 바꿨다는 걸 알면서도 저토록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남설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배서준에게 치밀한 계획이 있을지 몰라도 남설아에게도 그에 맞설 방법이 있었다.이처럼 이사회에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일을 꾸몄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그땐 단순히 평판이 나빠지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터였다. 콩밥을 먹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니 묵직했던 남설아의 가슴이 한결 시원해졌다.다음 날 오전 9시.천기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저희와 친분이 있는 몇몇 언론사는 이미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아직 안 오셨습니다.”“반드시 올 거야.”배서준은 손에 쥔 라이터를 굴리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이미 충분히 말했고 제시한 조건도 그 정도면 부족함이 없었다.그러나 천기준은 여전히 불안한 듯 고민하다가 조심스

  • 굿바이 쓰레기   제53화

    단 한 마디가 현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이런 방식의 폭로는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특히 최전선에서 뛰는 기자들은 마치 본능적으로 셔터를 미친 듯이 눌러댔다.그제야 배서준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역시나 그에게 있어 중요한 건 오직 자신의 이익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심지어 누군가의 목숨이 걸려 있어도 상관하지 않는 인간이었다.“남설아, 미쳤어?”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내뱉으며 남설아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하지만 그녀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이 차갑게 손을 뿌리치고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모두 세상에 공개했다.“저희는 결혼 후 딸을 하나 낳았습니다. 이름은 배나은. 그리고 얼마 전 우리 딸이 세상을 떠났죠. 하지만 아이가 병실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배서준 씨는 연인과 함께 1억 2000만 원 어치의 불꽃놀이를 터뜨리며 축하하고 있었습니다.”“아내로서 남편이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았다는 것, 그건 제가 무능했던 탓이라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엄마로서 제 아이가 이렇게 억울하게 떠나는 걸 두고 볼 순 없습니다.”한 마디 한 마디가 강렬하게 꽂혔다.이 자리에 있는 언론사들은 대부분 배건 그룹과 가까운 곳들이었다. 그래서 배서준의 행태를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폭로를 듣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배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지겠다는 뜻인가?’“남설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여러분, 믿지 마세요! 충격이 너무 커서 제정신이 아닌 겁니다!”배서준은 황급히 남설아의 손목을 붙잡고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겼다.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오늘 현장에는 그가 부른 언론사들만 있는 게 아니었고 강연찬이 따로 준비한 기자들도 있었다.그녀가 한 말들은 단 두 시간 안에 온라인을 뒤덮을 것이고 그때쯤이면 전 세계가 알게 될 것이다.배서준이 얼마나 추악하고 천박한 인간인지.그렇게 해서 그를 끝장낼 것이었다.배나은을 위해서 그

  • 굿바이 쓰레기   제54화

    남설아는 마지막 말을 남긴 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배서준이 자신을 붙잡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신경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으니 말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배씨 가문의 추문은 온라인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홍보팀이 전력을 다해 진화하려 해도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배씨 가문의 더러운 진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떠들썩해졌다.곧이어 온라인에서는 관련자들이 나서서 추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네티즌들이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사건의 시간대를 정리하고 인물 관계를 분석하고 심지어는 배씨 가문의 숨겨진 비밀까지 파헤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마치 누가 먼저 재벌가의 비리를 폭로할 수 있을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했다.이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는 걸 보니 강연찬이 뒤에서 움직였다는 게 확실했다.그녀는 피식 웃으며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제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 자회사들부터 정리해야겠어.”전화를 받은 강연찬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문 너머에서 들려온 노크 소리에 남설아는 순간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전화를 끊고 문을 열자 바로 앞에 서 있는 강연찬과 눈이 마주쳤다.그가 너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 혹시 환영을 보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반가워하는 기색으로 그녀는 전화를 끊으며 물었다.강연찬은 별말 없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허름한 방을 둘러본 그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집을 하나 구해놨어. 지금 당장 이사해야 해. 지금 위험한 건 배서준만이 아니라 너도 마찬가지야. 여기 보안은 엉망이야. 너 혼자 지내기엔 너무 위험해.”남설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렇게 좋은 기회에 강연찬은 배서준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데만 집중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 먼저 자신을 챙기러 왔다는 사실이 의외였다.오랜 세월

  • 굿바이 쓰레기   제55화

    “돌아서 가.”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지금은 엮이고 싶지 않았고 빨리 배서준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진 않은데?”강연찬은 코웃음을 치며 차 문을 열고 내렸다.팔짱을 낀 채 배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본 그는 가볍게 비아냥댔다.“배 대표님,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시간이나 있나요? 뭐 하는 거죠? 혹시 증거라도 모으러 온 겁니까? 본인이 불륜 저지른 게 맞다는 증거?”배서준은 그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대신 곧장 조수석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차 안에 앉아 있는 남설아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내려.”“안 내려요.”남설아는 단호했다.더 이상 이 남자에게 순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서준 씨, 우리 이미 이혼했어요.”“이혼서류에 도장 안 찍었으니까 아직 아냐.”배서준은 짜증을 억누르며 다시 말했다.“우리는 아직 부부야. 그러니까 넌 나랑 같이 가야 해.”이 말에 남설아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는 결혼이라는 관계가 구속이라며 거부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는 그 관계를 핑계 삼아 자신을 붙잡으려고 한다?결혼이라는 줄에 묶여 있던 건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그녀 혼자뿐이었다.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배서준은 철저한 이기주의자였고 세상에서 가장 뻔뻔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인간이라는 것을.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부부’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있는 힘껏 차 문을 닫아버렸다.문이 세게 닫히는 순간, 배서준의 손이 문틈에 낀 것이 보였다.그리고 곧이어 ‘악’ 하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들렸다.그 소리에 남설아는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이제야 제대로 숨을 쉬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그 순간, 강연찬이 지체 없이 차에 올라타더니 곧바로 엑셀을 밟았다.모든 동작이 하나로 이어진 듯 깔끔했다.그리고 차가 빠르게 멀어지는 동안 뒤늦게 손을 부여잡고 고통을 삼키던 배서준이 본 것은 오직 그들의 차량이 남긴

  • 굿바이 쓰레기   제56화

    하지만 지금은 배나은도 없다. 아이가 없는 이상 남설아와 배서준 사이는 이제 정말로 끝이 난 거나 다름없었다. 할아버지께 약속한 일도 결국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배서준을 놓아줄 수는 있어도 배건 그룹까지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배건 그룹은 사실 배서준과 큰 관계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온 힘을 다해 일궈낸 기업이었고 아버지 세대가 피땀 흘려 운영해온 곳이었으니 말이다.그리고 배서준은 그저 거저 얻은 것뿐이었다. 그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까지 죄가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이렇게 생각하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남설아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배씨 가문이었다.배서준과 결혼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배씨 가문의 인정이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오직 할아버지만이 그녀를 아껴줬을 뿐. 배서준의 부모는 늘 해외에서 생활했는데 이번에는 무슨 소문이라도 들었는지 급히 돌아와 그녀를 심문하려는 모양이었다.잠시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예상대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저녁, 본가에서 저녁 먹자.”“어머님, 저희 이미 이혼했는데요.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처음으로 남설아가 반기를 들었다.그전까지는 배씨 가문에서 무슨 말을 하든 묵묵히 따랐지만 이번만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녀의 예상대로 상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한 번도 자신에게 대들지 않던 며느리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겠지.’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상대의 냉랭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쏟아졌다.“남설아, 주제 파악 좀 해. 오늘 저녁 안 오면 밥상도 안 차릴 거야.”그러더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차피 남설아는 올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확신이 담긴 태도였다.남설아는 끊어진 전화를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지었다.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배서준이 사람을 이토록 무시하는 태도를 어디서 배웠는지.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유심 칩을 빼내더니 잠시 망설이며 한숨을 쉬었다.“이 번호, 내

  • 굿바이 쓰레기   제57화

    남설아는 배씨 가문의 본가 앞에 서서 복잡한 감정을 삼켰다.이곳은 이제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았다.할아버지가 계실 때만 해도 최소한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들어 걸음을 옮겼다.예전에는 배서준의 부모 앞에서 늘 조심스럽게 굴었다.남설아는 자신이 미운털이 박혀 있다는 것도 출신이 높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배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배서준 부모 내외는 늘 해외에 머물렀지만 가끔 남설아와 마주칠 때마다 얼굴에 싫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마치 그녀 같은 며느리를 둔 것이 큰 치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그리고 예상대로 막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적대감이 쏟아졌다.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배서준의 어머니, 윤화진이였다.그녀는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지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이제 아주 대담해졌구나? 감히 이렇게까지 날뛰다니. 네가 이렇게 나온다고 서준이가 널 다시 봐줄 거라고 생각해? 아니면, 아버님이 남긴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해서 이제 연기할 필요가 없어진 건가?”남설아는 그녀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에게 중요한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나은이가 죽었어요. 그거 알고 계셨나요?”그러자 윤화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곧 냉소를 띠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겨우 그런 애 하나 때문에 이 난리야? 없어졌으면 그만이지. 너도 아직 젊잖아. 아이를 원하면 다시 낳으면 되는 거고.”이게 바로 배씨 가문이었다.백 년을 이어온 명문가라는 곳의 민낯이었다.배나은을 사랑하지도 아끼지도 않았고 오히려 꺼려하고 싫어했다.그저 몸이 약하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배씨 가문 사람들은 그런 아이를 결함 있는 존재로 취급했고 없어져야 할 존재로 여겼다.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배나은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도 손을

  • 굿바이 쓰레기   제58화

    남설아는 엄마로서 그런 말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저는 아무것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단지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을 뿐이죠. 서준 씨가 아들을 원한다면 서준 씨한테 아이를 낳아줄 여자는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제가 나설 필요는 없겠죠.”서유라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면서 기다리고 있지 않았던가?배서준의 아이를 갖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그 말에 윤화진은 확실히 다급해져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이를 갈듯 말했다.“좋아, 감정이 없다는 거지? 정말 이혼하고 싶다면 우리는 굳이 말리지 않겠어. 다만 아버님이 너한테 남긴 것들은 내놔. 그러면 어디든 네 맘대로 가!”“그건 할아버지가 저에게 주신 거예요. 왜 제가 도로 줘야 하죠?”남설아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본가에 오기 전부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막상 직접 듣고 나니 가슴이 먹먹하고 씁쓸했다.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남설아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전 오늘 훈계나 들으러 온 게 아닙니다. 그저 확실히 말씀드리러 왔어요. 할아버지가 제게 남겨주신 것들 전 반드시 잘 활용할 겁니다. 그리고 저와 서준 씨 사이엔 더 이상 아무것도 없습니다.”“그건 배씨 가문의 것이야! 이혼해서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니게 됐으면 그걸 가질 자격도 없는 거 아니야?”“당장 내놔! 그렇지 않으면 절대 가만히 안 둘 거야!”윤화진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차가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노려보았다.지금까지 만날 때마다 한없이 움츠러들고 주눅 들어 있던 며느리였다.한눈에 봐도 하찮은 집안에서 자라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여자였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당당하게 맞서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역시, 그 많은 재산 덕에 자신감이 붙은 거겠지!’그 모습이 어처구니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남설아는 더 이상 말다툼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한 번 더 말씀드릴게요. 그건 제 겁니다. 주식뿐만 아니라 이 본가도요. 할아버지가 남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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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314화

    서유라는 싸움에서 진 사람처럼 기가 죽고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배서준의 이미지도 사람들 눈에 한순간에 추락했고 그는 무척이나 난처하고 부끄러웠다.그는 점점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만약 그때 남설아와 이혼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초라해지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연회가 끝난 뒤 배서준과 서유라는 함께 차에 올랐다.“서준아, 미안해.”서유라는 고개를 숙인 채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내가 괜히 설아 씨한테 차를 우리라고 제안했어. 설아 씨가 그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어...”“너 잘못 아니야.”배서준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피곤한 어조로 말했다.“남설아가 괜히 잘난 척을 한 거지.”그는 서유라가 마음 아파하는 게 안쓰러워 모든 잘못을 남설아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그래도 난 아직도 미안해.”서유라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내가 너를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당하게 했잖아.”“바보야, 네 탓이라고 한 적 없어.”배서준은 그녀의 등을 다정하게 토닥였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응.”서유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배서준의 품에 안겼다.하지만 배서준의 마음은 딴 데로 향하고 있었다.그는 과거의 남설아를 떠올리고 있었다.한때 그녀는 단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매일 자신과 아이만 바라보며 살아가던 그녀가 도대체 언제 다도를 배운 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다도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서 회장 부부가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지금 저 여자가 내가 알던 남설아가 맞는 건가?’그는 마음속 깊이 혼란스러웠다.남설아는 분명 변해 있었다. 더 이상 자신이 쉽게 이해하거나 조종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서유라는 배서준의 시선이 자꾸만 허공으로 향하는 걸 느끼고는 그가 또다시 남설아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그녀의 마음속에 위험 신호가 울렸다. 그녀는 반드시 이 둘의 접촉을 막아야만 했다.‘남설아, 가만 안 둬. 네가 어떻게 되나 두고 보자.’서유라는 속으로 이를 악물며 다짐했다.그녀의

  • 굿바이 쓰레기   제313화

    “서 회장님, 사모님, 과찬이세요.”남설아가 겸손하게 말했다.“그냥 가볍게 내린 것뿐이에요.”“남 대표 너무 겸손하시네.”서기찬이 말했다.“이건 아무렇게나 내려서 나올 맛이 아니야. 확실히 기본기와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그러게요, 설아 씨.”차혜미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차 내리는 솜씨가 정말 대단해요. 제가 제자로 들어가고 싶어질 지경이에요.”“사모님, 또 농담하시네요.”남설아가 고개를 숙이며 미소 지었다.“이런 사소한 재주가 어찌 사모님의 눈에 찰 수 있겠어요?”“설아 씨가 너무 겸손하신 거예요.”차혜미는 찻잔을 바라보며 더욱 남설아에게 호감을 드러냈다.“차를 이렇게 잘 내리시는 걸 보니 정말 감탄밖에 안 나와요.”“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남설아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유라는 마음속에 질투심이 더욱 불타올랐다.남설아가 이렇게까지 다도에 능할 줄은 몰랐다.게다가 자신이 의도한 모욕은커녕 오히려 남설아는 그 자리에서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칭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서유라는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설아 씨의 다도 실력 정말 대단하네. 그런데 듣기로 다도도 여러 유파가 있다고 하던데 설아 씨는 어느 쪽이야?”그녀는 남설아의 다도를 비하하려는 의도로 체계 없는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암시하고자 했다.“특정 유파를 따로 배우진 않았어.”남설아는 침착하게 말했다.“그저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내 느낌에 따라 우려내는 것뿐이야.”“그래?”서유라는 다시 비웃듯 말했다.“그럼 설아 씨만의 파가 생긴 거네? 대단해.”그녀는 남설아만의 파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며 남설아의 다도가 비전문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유라 씨, 또 농담하네.”남설아는 작게 웃으며 조롱이 섞인 말투로 답했다.“나는 그냥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일 뿐이야. 감히 한 유파라니.”“남 대표님 너무 겸손하세요.”차혜미가 곧장 나섰다. 그녀는 서유라의 말에 담긴 악의를 알아차리고

  • 굿바이 쓰레기   제312화

    “고마워.”남설아가 말했다.“설아 씨, 예전에 서준이 곁에 있을 때도 이렇게 늘 꾸미고 다녔어?”서유라가 불쑥 물었다. 말투에는 살짝 떠보는 뉘앙스가 묻어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남설아가 한때 배서준의 곁에 있었던 시절을 언급하며 남설아의 과거를 상기하려 했다.남설아는 서유라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유라 씨, 농담이 지나치네. 그때의 나는 그저 서준 씨의 아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했을 뿐이야.”“그래?”서유라는 다소 우쭐한 말투로 말했다.“나는 설아 씨가 차를 따라주고 시중드는 데 능한 줄 알았어. 내조를 하는 데는 정성이 필요하잖아?”그녀는 차를 따라주고 시중든다는 것을 일부러 강조해서 말하며 남설아를 모욕하려 했다.“유라 씨 말이 맞아. 내조를 하는 데는 정말 정성이 필요해.”남설아는 차분하게 말했다.“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는 사업을 하는 데 더 능한 편이야.”“그래?”서유라는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오늘 설아 씨가 잘해야겠네. 여기 모인 분들 다 업계 내로라하는 분들이니까 실수라도 하면 큰일이겠어.”“걱정해줘서 고마워, 유라 씨.”남설아는 작게 미소 지으며 빈정거림이 담긴 말투로 답했다.“하지만 나는 유라 씨를 실망하게 할 일은 없을 거야.”“그래야지.”서유라는 속으로 비웃으며 남설아가 뭘 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는 듯 말했다.“설아 씨, 차 따르는 데 능하다니까 오늘 여기서 차 한 번 내려보지?”서유라가 제안했다. 말투에는 노골적인 도발이 묻어 있었다.“여기 좋은 차도 있고 멋진 다기 세트도 있어. 설아 씨의 손재주로는 딱 어울릴 것 같네.”그녀는 손재주라는 말을 다시금 강조하여 말하며 남설아를 하찮은 시중 드는 사람으로 몰아가려 했다.하지만 남설아는 그런 의도를 바로 눈치챘음에도 전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도전을 받아들였다.“좋아, 유라 씨가 이렇게 운치 있는 제안을 하니 한 번 해볼게.”남설아는 여유 있는 말투로 대답했다.“다만 한 가

  • 굿바이 쓰레기   제311화

    연회장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손님들은 잔을 부딪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수정 샹들리에는 부드러운 빛을 뿜어내며 연회장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남설아와 강연찬이 연회장 중앙에 모습을 드러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뒤 춤을 추기 시작했다.강연찬은 부드럽게 남설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녀를 이끌며 연회장에서 빙그르르 돌았다.남설아의 스텝은 가볍고 우아했으며 마치 나비가 춤을 추고 있는 듯했다.그녀는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드레스 자락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살랑거리며 활짝 핀 제비꽃처럼 보였다.두 사람의 호흡은 놀라울 만큼 잘 맞았고 모든 동작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그들의 춤은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었고 단숨에 연회장의 중심이 되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배서준은 남설아의 모습을 눈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강연찬의 품에서 행복한 미소를 띠며 춤을 추는 남설아를 바라보며 설명하기 힘든 질투와 상실감에 사로잡혔다.“서준아, 뭘 그렇게 보고 있어?”서유라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오며 배서준은 생각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배서준의 달라진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함을 느꼈다.“아무것도 아니야.”배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감정을 감추려 애썼다.“서준아, 혹시 아직도 남설아 생각하고 있는 거야?”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말투에는 질투심이 스며 있었다.“아니야.”배서준은 날카롭게 부인했다.“서준아,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서유라는 약간 서운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네 마음속에 아직 그 여자가 있는 거 알아.”“유라야,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마.”배서준의 말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터무니없는 소리 아니야.”서유라는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며 말했다.“서준아, 혹시 후회하는 거야? 나랑 있는 거 후회해?”“유라야, 그런 거 아니야.”배서준의 말투가 조금 누그러들며 말했다.“후회하는 건 아니야. 그냥... 머릿속이 좀 복잡해.”그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무척 심란했다.“서준

  • 굿바이 쓰레기   제310화

    “나는 그냥 여자는 가정에 더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유라는 약간 우쭐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결국 남편 뒷바라지하고 아이 잘 키우는 게 여자의 본분이잖아.”“유라 씨 생각은 꽤 보수적이네.”남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그래? 그럼 설아 씨는 여자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보는 거야?”서유라는 다소 공격적인 어조로 물었다.“여자는 자립심을 가지고 자기 일과 꿈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남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남자에게 의지하거나 남자의 부속품이 되어서는 안 되지.”“설아 씨 생각 참 특이하네.”서유라는 차가운 비웃음을 지었다.“근데 나는 여자가 너무 강한 것도 별로라고 생각하거든.”“강한 게 나쁘고 약한 건 좋은 건가?”남설아가 되물었다.“유라 씨는 자신이 어떤 쪽이라고 생각해?”“나는...”서유라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만해, 유라야. 그만 말해.”배서준이 더는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듯 끼어들었다.“사람마다 각자의 선택이 있는 거고 우리는 그걸 존중해야 해.”“서준아, 나는 그냥...”서유라는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배서준이 말을 잘랐다.“됐어, 그만하자.”배서준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우리 저쪽 가보자.”서유라는 배서준이 화가 난 걸 눈치채고 입을 닫았다.그녀는 남설아를 노려보듯 쏘아보더니 배서준을 따라 자리를 떴다.남설아는 그런 서유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서 회장 부부와의 대화에 집중했다.“서 회장님, 사모님, 제가 하나 제안해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혹시 들어보실 의향 있으신가요?”남설아가 말했다.“오? 무슨 제안인가요?”서기찬이 흥미롭게 물었다.“저는 두 분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남설아는 차분하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그 프로젝트는...”그녀는 자세하게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고 서 회장 부부는 그 이야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남 대표님의 아이디

  • 굿바이 쓰레기   제309화

    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배서준과 서유라를 한번 훑고 지나갔다.“정말 우연이네.”“배 대표님, 요즘 회사는 잘 돌아가시죠?”강연찬이 배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럭저럭요.”배서준은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다행이네요.”강연찬은 짧게 웃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주변 공기가 어색해졌다.“자, 다 같이 한잔하시죠.”서기찬이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앞으로의 좋은 협력을 위해!”“건배!”사람들은 일제히 잔을 들어 마셨다.파티는 계속 이어졌고 남설아와 강연찬은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많은 이들이 다가와 인사를 나누고 함께 협력할 기회를 엿보려 했다.배서준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서준아, 무슨 생각해?”서유라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깨뜨렸다.“아무것도 아니야.”배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었다.“우리 저쪽도 좀 둘러보자.”“응.”서유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배서준이 도망가기라도 하는 듯 배서준의 팔을 꼭 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녔지만 끝내 이 열기 속에 어울리지는 못했다.배서준은 이미 마음이 떠 있었고 시선은 자꾸만 남설아 쪽으로 향했다.반면 서유라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주변의 시선과 부러움을 즐기며 자부심에 젖어 있었다.남설아는 능숙하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뛰어난 사교 능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드러냈고 강연찬은 항상 그녀 곁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서유라는 그런 광경을 보며 더욱 만족스러워했다.배서준의 팔을 끼고 있는 자신이 마치 이 파티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하지만 차혜미가 자신에게는 형식적인 인사만 건네고 남설아에게는 유난히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불쾌한 기분이 들고 질투심이 일었다.“사모님, 남설아 씨랑 오래 알고 지내셨어요?”서유라는 조심스레 떠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네, 설아 씨와는 좀 됐죠.”차혜미는 예의를 갖춰 대답했지만 더 이상 깊이 말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설

  • 굿바이 쓰레기   제308화

    차 안으로 돌아온 서유라는 여전히 드레스를 고른 기쁨에 들떠 있었다.“서준아, 우리 이번 파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커플이 되지 않을까?”그녀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그럴 거야.”배서준이 대답했지만, 말투에는 영혼이 없었다.“다행이네.”서유라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서준아, 네가 이렇게 같이 와줘서 정말 좋아.”그녀는 배서준의 어깨에 기대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배서준은 말없이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계속 남설아의 모습이 떠올랐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파티 당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행사장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분위기 또한 고급스럽고 활기찼다.남설아와 강연찬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에서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남설아는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자태를 뽐냈고 강연찬은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여유롭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두 사람은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끌었고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남 대표님, 강 대표님, 파티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서 회장 부부가 반갑게 맞이했다.“서 회장님, 사모님, 축하드립니다.”남설아가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남 대표님께서 참석해 주시다니 저희가 정말 영광이에요.”서 회장의 부인인 차혜미가 남설아의 손을 잡으며 따뜻하게 말했다.“별말씀을요, 사모님.”남설아가 정중하게 답했다.“이분이 바로 강 대표님이시죠?”서기찬이 강연찬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서 회장님.”남설아가 소개했다.“저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좋은 친구인 강연찬 대표님이에요.”“강 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서기찬이 손을 내밀었다.“반갑습니다, 서 회장님.”강연찬은 예의를 갖춰 악수했다.“두 분 안으로 들어가시죠. 자리를 미리 준비해두었어요.”서기찬이 손짓했다.“감사합니다.”남설아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세 사람은 함께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조금 떨어진 곳에 배서준과 서유라도 행사장

  • 굿바이 쓰레기   제307화

    배서준은 서유라가 들뜬 모습으로 웃고 있는 걸 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괜히 불편하고 답답했다.그는 말없이 남성복 코너로 가서 대충 눈에 들어오는 정장을 집어 들었다.“손님, 정말 안목이 좋으시네요. 이건 저희 매장에서 가장 최근에 들어온 신상이에요. 이탈리아산 원단으로 수제 재단된 제품이라 고객님 체형에 정말 잘 어울리실 거예요.”점원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배서준은 아무 말 없이 검은색 정장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정장을 갈아입고 거울을 바라본 그는 문득 거울 속 자기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저 사람이 정말 내가 맞아?’한때 야망으로 가득하고 세상을 거머쥘 듯 당당했던 배서준은 이제는 서유라의 기대와 기준에 맞춰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보였다.“서준아, 다 입었어?”서유라가 탈의실 밖에서 재촉했다.“응.”배서준은 문을 열고 나왔다.“와, 서준아, 너 이 정장 입으니까 진짜 멋있다.”서유라는 마치 영화 속 배우를 보는 듯 눈에 감탄이 가득했다.“진짜 영화배우 같아.”배서준은 가볍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유라가 이런 말들을 듣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이걸로 할게.”배서준은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매장 입구 쪽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남설아와 강연찬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눈이 마주친 순간,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배서준의 시선은 남설아에게 고정되었고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남설아는 연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드레스는 그녀의 몸매를 자연스럽게 살려주었고 살짝 올려 묶은 머리 사이로 드러난 목선과 쇄골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그녀는 마치 한 송이 활짝 핀 제비꽃 같았다. 요란하지 않지만, 눈에 띄는 아름다움이었다.배서준의 가슴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예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그녀의 당당함과 여유는 서유라가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강 대표님과 설아 씨도 드레스 고르러

  • 굿바이 쓰레기   제306화

    “그날 같이 가자.”“응.”강연찬은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배서준 역시 서 회장 부부가 주최하는 파티의 초대장을 받았다.그는 원래 서유라와 함께 참석해 둘의 관계와 입지를 보여줄 생각이었다.“유라야, 서 회장 부부가 비즈니스 파티를 연대. 우리 둘 다 초대했어.”배서준은 초대장을 들고 서유라에게 말했다.“같이 갈래?”“당연히 가야지.”서유라는 웃으며 말했다.“이런 기회에 좋은 인맥도 많이 만들 수 있잖아.”“그래.”배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같이 가자.”“응.”서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서준아. 넌 정말 다정해.”서유라는 배서준의 품에 기대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배서준은 남설아도 그 파티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피어올랐다.“뭐? 남설아도 간다고?”배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네, 대표님.”천기준이 답했다.“서 회장 부부가 남 대표님도 초대했답니다.”배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표정이 어두워졌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남설아가 강연찬과 함께 파티에 나타나는 모습을 상상하자 괜히 기분이 불편해졌다.“서준아, 무슨 일 있어?”서유라는 그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고 물었다.“아니야.”배서준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남설아가 올 줄은 몰랐어.”“오면 어때.”서유라가 말했다.“우리가 남설아를 무서워할 이유는 없잖아.”“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야.”배서준이 대답했다.“그냥...”그는 어떻게 얘기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그저 가슴이 무척 답답했다.“됐어, 너무 신경 쓰지 마.”서유라가 달래듯 말했다.“우리 둘이 함께 가서 보여주자. 우리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그래, 그게 좋겠다.”배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유라야, 네가 있어서 정말 든든해.”서유라는 배서준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서준아, 이런 자리에는 내가 같이 가야지.”그녀는 부드럽게 말하며 따뜻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네 연인이니까 함께 이겨내야 할 책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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