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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Author: 목련청
“돌아서 가.”

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은 엮이고 싶지 않았고 빨리 배서준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진 않은데?”

강연찬은 코웃음을 치며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팔짱을 낀 채 배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본 그는 가볍게 비아냥댔다.

“배 대표님,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시간이나 있나요? 뭐 하는 거죠? 혹시 증거라도 모으러 온 겁니까? 본인이 불륜 저지른 게 맞다는 증거?”

배서준은 그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대신 곧장 조수석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차 안에 앉아 있는 남설아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내려.”

“안 내려요.”

남설아는 단호했다.

더 이상 이 남자에게 순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준 씨, 우리 이미 이혼했어요.”

“이혼서류에 도장 안 찍었으니까 아직 아냐.”

배서준은 짜증을 억누르며 다시 말했다.

“우리는 아직 부부야. 그러니까 넌 나랑 같이 가야 해.”

이 말에 남설아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예전에는 결혼이라는 관계가 구속이라며 거부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는 그 관계를 핑계 삼아 자신을 붙잡으려고 한다?

결혼이라는 줄에 묶여 있던 건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그녀 혼자뿐이었다.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

배서준은 철저한 이기주의자였고 세상에서 가장 뻔뻔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인간이라는 것을.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부부’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있는 힘껏 차 문을 닫아버렸다.

문이 세게 닫히는 순간, 배서준의 손이 문틈에 낀 것이 보였다.

그리고 곧이어 ‘악’ 하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남설아는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이제야 제대로 숨을 쉬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순간, 강연찬이 지체 없이 차에 올라타더니 곧바로 엑셀을 밟았다.

모든 동작이 하나로 이어진 듯 깔끔했다.

그리고 차가 빠르게 멀어지는 동안 뒤늦게 손을 부여잡고 고통을 삼키던 배서준이 본 것은 오직 그들의 차량이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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