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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Penulis: 목련청
배건 그룹의 소란스러움과 달리 소씨 가문의 별장은 훨씬 조용했다.

서유라 등이 떠난 뒤, 소미란과 그녀의 어머니는 비로소 마주 앉아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소미란의 어머니는 소파에 단정히 앉아 차를 우아하게 홀짝이고 있었고 이마에는 근심이 드러나 있었다.

소미란은 맞은편에 앉아 도자기 찻잔의 가장자리를 무의식적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엄마.”

소미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딘가 탐색하듯 한 어조였다.

“유라 씨에 대해서 말인데...”

소미란의 어머니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동작은 여전히 고왔지만, 그녀의 시선에는 선명한 반감이 담겨 있었다.

“미란아, 엄마가 대놓고 거절하진 않았지만 너 그 아이랑 너무 가깝게 지내는 건 원치 않아.”

“엄마가 유라 씨를 안 좋게 보시는 거 알아요.”

소미란은 서둘러 말을 이었다.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이며 설득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근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유라 씨가... 유라 씨가 먼저 연락해 왔어요. 우리가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넌지시 말하더라고요.”

소미란의 어머니는 가볍게 눈썹을 찌푸렸다.

“서로 도와? 지금 그 애는 배서준이랑 얽혀 있고 배건 그룹은 기술 유출로 회사 명성 다 말아먹고 있잖니. 그런 사람과 엮여서 얻을 게 뭐가 있어? 우리 소씨 가문이 괜히 그런 진흙탕에 발 담글 필요 없어.”

그녀는 찻잔을 들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그저 찻물 흔들리는 걸 가만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들 식의 문제 처리 방식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거든.”

“엄마, 너무 단정 짓지 마세요.”

소미란은 목소리를 낮추며 설득하는 말투로 말했다.

“잘 생각해보세요. 지금 배건 그룹 안은 분명히 난장판일 거예요. 유라 씨가 배서준 곁에 붙어 있으니, 아무래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들을 수 있겠죠. 이건 우리한테, 아니, 연찬한테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연찬’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소미란의 어머니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연찬? 이게 연찬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 애까지 끌어들이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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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838화

    남설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소미란 씨, 소식 하나는 빠르네요.”“흥.”소미란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뭐 대단한 줄 알았는데, 배건 그룹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낯짝으로 연찬이 옆에 붙어 있는 거예요?”남설아는 눈썹이 살짝 움직였지만 목소리는 차분했다.“저랑 연찬 오빠 일은 소미란 씨랑은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왜 상관이 없겠어요?”소미란은 목소리가 높아졌고 앞으로 두 걸음 다가섰다.“연찬이 어떤 사람인데요? 화승 그룹의 미래예요! 당신은 지금 당신 일도 수습 못 하고 문제투성이잖아요. 그저 그 사람의 발목만 잡는 거라고요! 지금 당신 꼴 좀 봐요. 배씨 가문 일에 휘말려 허우적거리면서 무슨 자격으로 그 사람 옆에 있는 거예요?”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목소리를 낮췄지만, 오히려 더 차갑게 들렸다.“남설아 씨, 내가 충고 하나 해줄게요. 이제 그만 현실을 직시하고 연찬이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당신 자신을 위해서도, 배건 그룹에서 손을 떼요. 그리고 연찬이 곁에서도 떠나요. 당신은 배건 그룹도 못 지키고 연찬이도 못 지켜요.”남설아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 한편이 싸늘해졌지만, 얼굴에는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소미란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첫째, 배건 그룹은 제 딸을 위해 남겨진 겁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제가 지킬 거고 남의 간섭을 받을 이유 없습니다. 둘째, 저와 연찬 오빠의 관계는 우리 둘 사이 문제고 소미란 씨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죠. 셋째, 제가 그 사람 옆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는 당신이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설아 씨...”소미란은 그 기세에 말문이 막혔다.“정말 끝까지 고집만 부리네요. 분명 후회하게 될 거예요. 연찬이도 언젠가 당신의 본모습을 알게 될 겁니다.”“그건 소미란 씨가 걱정할 일이 아니죠.”남설아는 책상 위에 있던 물컵을 들어 올리며 문 쪽을 가리켰다.“저 아직 할 일이 많아서요. 나가주시죠.”

  • 굿바이 쓰레기   제837화

    그는 말할수록 눈빛이 더 반짝였고 말투도 점점 격양되었다.“그때가 되면 하나씩 하나씩 걸림돌 되는 놈들 먼저 뽑아내고 핵심 사업부터 다시 내 손에 쥐는 거야. 배건 그룹은 결국 다시 배씨 가문 사람 손에 돌아올 거라고!”서유라는 그 야망에 이끌린 눈빛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가 어떤 욕망을 품고 있는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그 욕망에 걸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처럼 쉽게 굴러들어온 기회 앞에서 그녀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됐어.”배서준은 몸을 일으키며 다시 평소의 여유로운 말투로 돌아왔다.“지금은 걔네가 빠져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야. 남설아가 아무리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삼켜야지. 넌 그냥 편하게 기다려. 어떻게 우리가 원래 가져야 했던 것들을 하나씩 되찾아오는지 지켜보기나 해.”그는 다시 서유라 옆에 앉아 그녀 어깨를 감싸 안았다.“그때가 되면, 넌 당당하게 배씨 가문 사모님이 되는 거야.”그가 그려내는 미래는 꽤 매혹적이었다.서유라는 그의 가슴에 기대어 고동치는 심장과 넘칠 듯한 야망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눈을 가만히 감았다가 떴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을 눌러 담은 채 살짝 몸을 떼고 핸드폰을 집었다.“소미란 씨한테 전화할게.”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좋은 소식 제일 중요한 사람한테는 알려야지.”배서준은 특별한 반응 없이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그저 조용히 그녀가 전화를 거는 걸 바라보았다.두 번 울리자마자 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다. 소미란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초조했다.“여보세요? 유라 씨?”“미란 씨.”서유라는 몸을 곧게 세우며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준이가 배건 그룹 경영진에 복귀했어요. 남설아 쪽에서... 한발 물러섰나 봐요.”전화기 너머에서 한참 정적이 흐르더니 곧 소미란의 목소리가 커졌다.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 반응이었다.“뭐라고요? 진짜예요? 남설아 그 여자가 동의했다고요

  • 굿바이 쓰레기   제836화

    거실은 조명이 조금 어두웠다.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져 있을 뿐이었다.서유라는 실크 가운 차림으로 소파에 파묻혀 있다가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준아? 들어왔어.”“응.”배서준은 짧게 대답하며 거실 중앙으로 걸어들어왔지만 앉지 않고 왔다 갔다 하며 뭔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서유라는 그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약간 불안해졌다. 조심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 회사 쪽에서 잘 안돼?”“잘 안돼?”배서준은 마치 우스운 얘기를 들은 것처럼 피식 웃으며 돌아섰다.그동안 짓고 있던 침착한 표정이 완전히 무너지고 얼굴에는 숨기지 못한 만족감이 번졌다.“잘 안되긴, 얼마나 잘됐는지 알아?”그는 소파로 성큼 다가와 서유라 옆에 앉아서 몸을 앞으로 조금 숙이며 말했다.“맞혀 봐. 오늘 누가 나한테 얘기를 꺼냈는지.”“내가 그걸 어떻게 맞혀.”서유라도 그의 반응에 약간 호기심이 생긴 듯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기분 좋은 거 보면, 좋은 소식이긴 한가 보네?”“당연하지. 완전 대박이야!”배서준은 목소리를 조금 낮췄지만, 흥분은 감추지 못했다.“남설아... 아니, 강연찬이 오늘 나를 찾아왔어.”“강연찬?”서유라의 이마가 찌푸려졌다.“그 사람이 널 왜 찾아? 또 무슨 계략 꾸미는 거 아냐?”“아니야.”배서준이 그녀 말을 잘랐다. 그의 목소리에는 오랜 울분을 터뜨리는 듯한 후련함이 묻어 있었다.“이번에는 달라. 배건 그룹을 대표해서 공식적으로 나한테 경영진 복귀 제안했어.”서유라는 안고 있던 쿠션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었다.“경영진 복귀? 그 사람이? 남설아는? 그 여자가 그렇게 쉽게 널 받아줄 리 없잖아.”그녀로서는 믿기 힘든 일이었다.남설아는 배서준을 누구보다 증오했다. 그런 그를 다시 들이다니, 말이 안 됐다.“나도 처음에는 황당했어.”배서준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양팔을 뒤로 벌렸다. 마치 판이 자기 손안에 있는 것처럼 여유로운 태도였다.“하지만 곰곰이

  • 굿바이 쓰레기   제835화

    그녀의 반응은 강연찬도 예상하였다.그는 차가워진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배서준을 배건 그룹 경영진에 다시 들이자.”“오빠, 지금 제정신이야?”남설아는 홱 손을 뿌리치려 했다. 감정이 확 치솟은 듯했다.“그 사람이 누군지 잊었어? 서유라랑 짜고 우릴 어떻게 곤란하게 했는지 잊었어? 지금 배건 그룹이 이 모양 이 꼴 된 거, 다 그 사람 때문이잖아. 그런 사람을 다시 들이자고? 미친 거 아냐?”그녀는 숨이 가쁘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 제안은 그녀가 가장 건드리기 싫어하는 상처를 찔렀다.‘배서준’이라는 이름은 배신이었고, 상처였고, 무엇보다... 아이를 잃게 만든 트라우마 그 자체였다.그런 사람을 스스로 불러들이다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짓과 다름없었다.“설아야, 진정해.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강연찬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한발 다가와 그녀 팔을 꼭 잡았다. 그는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네 마음 알아. 누구보다 잘 알아. 나도 배서준이 한 짓, 똑같이 분하고 미워. 하지만 내가 배서준을 다시 들이자고 하는 건, 용서하려는 것도 아니고 고개를 숙이자는 것도 아니야.”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생각해봐. 지금 배서준은 서유라, 서도현,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마틴이랑 같이 움직이고 있어. 그 사람들은 어둠 속에 숨어 있고 우리는 다 드러난 상태야. 기술 유출 사태도 결국 우리가 무방비였다는 증거잖아. 계속 끌려다니고 있어. 배서준을 밖에서 방치하면 계속 당할 수밖에 없어. 차라리 안으로 들여와. 배건 그룹 핵심 자리에 앉히면 무슨 수를 쓰려는지 우리가 볼 수 있잖아. 그리고... 배서준이 원하는 게 뭔지 너도 알잖아. 배건 그룹, 다시 손에 넣는 거. 그럼 기회를 줘. 낚시처럼.”남설아의 숨은 여전히 가빴지만, 그의 말이 그녀의 혼란스러운 생각을 서서히 정리해주기 시작했다.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이 터무니없는 제안 속에 감춰진 의도를 곱씹었다.“그러니까 미끼처럼

  • 굿바이 쓰레기   제834화

    “엄마가 유라 씨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거 알아요. 저도 좋아하진 않아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연찬을 더 큰 피해에서 지키려면... 이 방법뿐일지도 몰라요.”소미란은 목소리를 낮추며 간절하게 말했다.“엄마, 우리가 무슨 약속을 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상황만 좀 파악해보는 거예요. 연찬을 위한 거로 생각해 주세요, 네?”소미란의 어머니는 한참 동안 딸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서유라 같은 사람과 얽히는 걸 백 번도 더 꺼렸지만, 소미란이 한 말은 정확히 그녀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찔렀다.오랜 침묵 끝에 소미란의 어머니는 아주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빛은 여전히 복잡했다.“그래, 미란아. 한 번 정도는 만나볼게. 단, 이번 한 번뿐이야. 서유라든 배서준이든, 그 둘 다 손에 묻은 게 많은 사람이야. 괜히 이득도 못 보고 우리가 다칠 수도 있어. 우리 소씨 가문은 그렇게 구차하게 움직이는 집안 아니야. 체면 구길 짓은 하지 말자.”소미란은 속으로 팽팽하게 당기던 끈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얼굴에는 금세 얌전한 미소가 떠올랐다.“고마워요,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나름 계산은 해요.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게요. 그냥 듣고, 보고... 진짜 연찬한테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요.”소미란의 어머니는 더 말하지 않았다. 찻잔을 다시 들어 작은 모금으로 마시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살짝 찌푸린 이마 주름이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말해줬다.밤이 깊었다.배건 그룹 본사 꼭대기 층, 대표이사 사무실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남설아는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혼자 서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피로와 불안이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책상 위에는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단 한 건도 좋은 소식은 없었다.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몇몇 핵심 협력업체는 태도를 모호하게 바꾸기 시작했다.은행 쪽에서도 신규 대출을 슬쩍 회피하기 시작했다.그때, 사무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

  • 굿바이 쓰레기   제8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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