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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Author: 목련청
“나한테 숨길 생각이었어?”

남설아는 고개를 갸웃하고 그의 어깨에 살짝 몸을 기댔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의 목을 스쳤다.

“오빠, 이렇게 큰일인데 내가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강연찬은 그녀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고는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는 턱을 남설아의 머리 위에 살짝 기대며 숨을 골랐다.

소미란의 저런 태도가 누구를 겨냥한 건지는 말 안 해도 뻔했다.

“그 여자가 날 노리고 한 짓이야. 미안해, 괜히 너까지 끌어들여서.”

그는 목소리를 낮췄지만, 분노는 숨기지 못했다.

“나도 알아.”

남설아의 말투는 여전히 흔들림 없었다.

“하지만 소미란이 뭘 하든, 오빠가 그만하라고 한다고 진짜 그만둘 사람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나도 오빠를 원망하지 않아. 애초에 오빠 잘못은 아니니까.”

그녀는 마치 그를 달래는 듯이 부드럽게 그의 팔을 토닥였다.

강연찬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남설아는 언제나 자기보다 남을 더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다시는 그 여자가 너한테 상처 주게 두지 않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단단하고 진중했다.

남설아는 그의 품에 몸을 조금 더 기대고는 고개를 들어 그의 턱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이번 일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야.”

강연찬은 시선을 떨구고는 그녀가 무슨 말을 이어갈지 기다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미란은 배건 그룹 같은 진흙탕을 좋아하잖아?”

남설아의 말에는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여자가 스스로 얼마나 지극정성인지 보여주고 싶다면, 보여주게 놔두자. 소씨 가문이 배건 그룹에 돈을 퍼붓고 싶다면 우리 이설 그룹은 이번 기회에 배건 그룹한테서 살점이나 더 떼어오면 되는 거고. 그 여자가 갖다 바친 사다리인데, 내가 굳이 안 밟을 이유는 없잖아?”

강연찬의 가슴 어딘가가 묘하게 일렁였다. 그녀의 의도를 확실히 이해한 순간이었다.

소미란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 배건 그룹을 더 빠르게 갉아 먹고 동시에 소씨 가문까지 함께 수렁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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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미란의 웃음소리가 잠시 멈췄다.“그야 물론이죠.”그녀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우리 소씨 가문이 하는 일에는 항상 원칙이 있죠. 설아 씨, 조만간 시간 되면 차 한잔 어때요? 우리... 제대로 얘기 좀 할까요?”“좋죠, 미란 씨. 조만간 제가 꼭 차 한잔 대접할게요. 배건 그룹에 투자해주신 거 감사 인사도 드릴 겸요. 다만 지금은 좀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남설아는 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소미란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통화 종료음을 들으며 콧소리를 냈다. 여전히 남설아는 느긋한 태도였지만 괜찮았다.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효과는 얻었으니까 화낼 일도 아니다.강연찬이 남설아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방금 선언한 거야. 싸움하겠다고.”남설아는 그의 품에 기대며 말했다.“알아. 하지만 그쪽이 먼저 시작한 거잖아. 나도 끝까지 상대해줄 거야. 근데 오빠가 고생하겠네.”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소씨 가문이 이렇게 움직이면 배서준 쪽도 가만 있진 않을 거야.”강연찬은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다 대책이 있어. 배건 그룹은 이미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야. 소씨 가문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그 큰 구멍을 메울 능력이 있을지 두고 보지 뭐.”그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차분했고 그 자체로 신뢰감을 줬다.“소미란이 배건 그룹을 발판 삼아 나한테 접근하려는 거면 그 대가가 얼마나 클지를 보여줄 거야.”강연찬의 말에 남설아는 조용히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며 그의 안정된 심장 소리를 들었다.한편 소미란은 전화를 끊고 손을 홱 내저었다. 휴대폰이 테이블 위에 쿵 하고 떨어졌다.“남설아!”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 이름을 내뱉었다. 남설아의 싸늘하고 능청스러운 말투에 별안간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곧 그녀는 생각을 바꾸며 마음을 진정시켰다.지금 밖에서는 모두 소미란이 정 많고 의리 있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강연찬을 위해 체면도 버리고 남설아의 옛 회사에까지 돈을 넣어줬다고 말이다.그렇게 곱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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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라가 소미란 쪽으로 몸을 바짝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란 씨, 잘 생각해 봐요. 강연찬이 미란 씨한테 조금만 마음을 열면 기회는 바로 미란 씨한테 오는 거잖아요. 남설아는 지금 몸 상태도 안 좋고 지금이야말로 미란 씨가 틈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어요?”소미란은 컵을 손끝으로 천천히 문지르며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거실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고 벽에 걸린 시계 초침 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서유라는 마음속으로 조급해하며 소미란이 결정을 내리길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소미란이 찻잔을 내려놓았다.“이 일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 볼게요.”소미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차도 마셨고, 저는 이만 가볼게요.”“현관까지 바래다줄게요.”서유라도 함께 일어났다.소미란이 문을 나서자마자 서유라의 입꼬리가 더는 감춰지지 않았다.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다.“각 부서에 다과 좀 돌려줘요. 최고급 디저트와 음료는 다양한 맛으로 준비하고요. 배씨 가문 사모님이 직원들 노고를 격려하고 싶으시다고 전해요.”전화를 끊은 그녀는 치맛자락을 정리하고 하이힐을 신고 우아한 자세로 저택 정문을 나섰다.배건 그룹 직원들은 갑작스레 쏟아진 호사에 수군대며 떠들썩해졌다. 막 회의를 마친 배서준도 이 소식을 듣고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유라야, 오늘 기분이 좋은가 보네?”그가 사무실에 들어설 때 서유라는 비서에게 고급 디저트를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게 하고 있었다.서유라는 몸을 빙 돌려 배서준의 팔을 자연스럽게 끼고 소파 쪽으로 이끌었다.“서준아, 다과 어때? 요즘 다들 고생 많잖아.”그녀는 손수 포장을 풀어 디저트를 하나 꺼내 배서준의 앞에 내밀었다.“이거 새로 나온 디저트야. 한번 먹어봐.”배서준은 손을 내밀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제법 돈을 썼네. 평소 네 스타일은 아닌데.”서유라는 디저트를 내민 손을 잠깐 멈췄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서준아, 이제 나도 배씨 가문의 안주인인데 직원들 챙기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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