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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화

Author: 연무
공기 중에 질식할 듯한 압박감이 감돌았다.

강만여는 심장이 쿵쾅거려 목구멍까지 치솟을 듯했다.

가까이 다가온 심장안은 기양의 흰 옷깃에 묻은 붉은 연지를 발견했다. 강만여의 입술과 똑같은 색이었다.

순간, 가슴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른 심장안이 외쳤다.

“폐하!”

바로 그때, 밖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폐하! 서북 지역 800리에서 보낸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기양의 안색이 변했다.

강만여를 품에서 놓은 뒤, 탁자로 걸어가며 엄숙하게 말했다.

“들어오라!”

방탕한 사내에서 단번에 위엄 있는 황제로 돌아왔다.

소식을 전하러 온 전령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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