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816 화

Author: 소율
기양은 고개를 숙여 손량언을 바라보다가, 몸을 굽혀 두 손을 내밀어 손량언을 부축했다.

“일어나거라, 할 말이 있거든 나중에 하거라.”

손량언은 황급히 말했다.

“아닙니다.”

손량언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서청잔과 함께 기양을 영수궁으로 모시고 갔다.

미리 연락을 받은 영수궁은 문을 잠그지 않았다. 서청잔은 문을 살짝 민 뒤, 기양에게 들어가라고 했다.

문턱을 넘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동별전이었다.

동별전은 강만여가 예전에 머물렀던 곳으로, 지금은 빈으로 봉해진 이미인이 살고 있다. 우란야와 사이가 좋았던 강만여는 혼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1101 화

    기양은 갑자기 강만여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당장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다. 손량언이 황제 일행이 도성 근처에 도착했다며 마중 나가겠냐고 물었으나, 기양은 다른 사람을 보내라는 말만 남기고 급히 왕부로 달려갔다. 그는 바람과 눈을 뚫고 아능로 들어갔다. 병풍을 돌아 회랑을 지나, 꽃무늬 문을 거쳐 후원으로 향했다. 강만여가 머무는 마당에 들어서자, 눈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마당의 배나무에 눈이 소복이 내려앉아 꼭 꽃이 다시 핀 것 같았다. 나무 아래, 그녀가 흰 여우 털이 달린 붉은색 망토를 입고 불룩한 배를 감싼 채 하얀

  •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1100 화

    기망은 하소연이 통하지 않자, 황제 자리로 기양을 유혹했다. “네가 언제 황제 노릇을 해보겠느냐? 이번 기회에 황제 기분 좀 내봐.” 기양은 콧방귀를 뀌며 관심 없다고 했다. 결국 기망은 최후의 수단으로 눈물 작전을 펼쳤다. 콧물 눈물 다 짜며 울어대자, 기양은 어쩔 수 없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기양은 기망을 위한 여행 경로까지 친절히 짜주며, 강만여가 아이를 낳기 전에는 반드시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준비를 마친 기망은 조회에서 황후와 함께 전국을 시찰하며 민심을 살피러 갈 것이니, 국정은 당분간 소요왕에게 맡기겠다

  •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1099 화

    서청잔은 지금의 충족한 삶이 만족스러웠고, 억지로 감정의 공백을 메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인연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정안 태비는 제일 늦게 나가며 기양에게 단호하게 일렀다. “첫 석 달이 가장 중요하니 조심해야 한다. 피 끓는 청년처럼 탐욕스럽게 굴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기양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태비는 강만여에게도 당부했다. “이번엔 꼭 내 말을 들어야 한다. 저 녀석이 고집부리게 두지 말고, 말을 안 들으면 내게 말해라. 내가 혼내줄 테니.” 강만여

  •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1098 화

    “그거면 됐다.” 기양은 안심했다. “회임해서 속이 울렁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을 시켜 식단을 조절해 주마. 집안에 늘 상큼한 과일과 채소, 간식을 준비해 두라 일러둘 테니, 생각날 때면 먹거라. 너도 조심해야 한다. 이제 함부로 돌아다니거나 술을 마셔선 안 돼.” 말을 마친 그는 곁에 서 있는 서청잔과 심장안을 돌아보았다. “너희 둘, 다시는 이 아이를 데리고 술 마시러 가면 안 된다, 알겠느냐?” 두 사람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점에 도착하자마자 왕비 마마께서 술 냄새를 맡

  •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1097 화

    기양이 멍하니 서서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바로 그때, 손량언이 복도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더니, 무릎을 꿇고 형제에게 절을 올렸다. “황제 폐하, 소요왕 전하, 경하드립니다. 왕부에 곧 어린 주인님이 생기겠군요. 나중에 성모 황태후 마마께 향을 올리러 가겠습니다. 태후 마마께서도 하늘에서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손량언은 성모 황태후의 부탁을 잊지 않았다. 기양 또한 좋은 일이 생기면 성모 황태후부터 떠올리는 그의 행동에 익숙했다. 게다가 오늘의 일은 천지개벽의 큰 경사였고, 기양도 반대할 리 없었다. 그는 미소를

  •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1096 화

    “내가 그랬었나?” 기양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언제 그랬지? 난 기억이 안 나는데.” 기망은 즉시 발끈했다. “어디서 수작이야, 분명 약속했다. 모르는 체할 생각 마라.” 기양은 모른 척 안 넘어갈 생각도 없었지만,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달래듯 말했다. “사실 바깥을 돌아다녀 봤는데 별 게 없더구나. 종일 배 타고 말 타느라 고생만 하지, 집에서 쉬는 게 최고인 것 같았다. 정말이니, 한 번 믿어봐.”기망이 대꾸했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긴. 재미없는데 이제서야 와? 당장 약속이나 지

  •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823 화

    서청잔이 감주에 간 것은 2년 후였다.이때 감주는 막 초가을에 접어들었고, 무더위는 물러가고, 혹한이 오기 전이라 하늘은 드높고 구름은 옅어, 기후가 매우 쾌적했다.마차는 총병부 문 앞에 멈췄고, 래녹이 문 앞을 지키는 호위병과 작은 소리로 교섭하며, 공문서와 관원 증명을 건넸다.뒤따라 마차에서 내린 서청잔은 흥분된 마음으로 눈을 들어 눈앞의 관저를 살펴보았다.이곳은 심장안의 거처이며, 더 나아가 한 지역을 진압하는 군사 관청이었다. 청색 벽돌로 된 높은 담장, 두꺼운 문, 삼엄한 마당, 그리고 검을 찬 병사들이 있었다.

  •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807 화

    강만여는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아이를 갓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화리하자는 말을 들었고 그렇게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아직 한 달도 안 된 아이가 많이 걱정됩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기양과 시선을 마주했다. “혹 공자도 한 달도 안 된 아이가 있는 겁니까? 저와 같은 심정입니까?”직설적인 말에 기양은 자신이 도 넘은 질문을 한 것을 깨닫고 심호흡을 길게 하며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오해하셨습니다. 그런 아이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마다 각자의 타고난 운명이 있다고 여깁니다. 집을 떠난 이상, 이제는 남이지

  •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789 화

    그는 잠시 멈칫했고, 일말의 미안함이 스쳤지만, 그 감정은 곧 더 깊은 결단력으로 덮였다.“내 결정이 부모님께 불효라는 것을 안다. 나는 내가 먼저다, 그다음에 그분들의 아들이다. 가족들과 정을 끊고, 부모님을 저버린 것은 아니다. 변경에서 오래 주둔하는 대가로, 폐하에게 평서후 작위가 세습되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 대예가 망하지 않는 한, 가문의 영광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집안의 형제들이 나를 대신하여 가문의 위신을 지키고, 부모님을 봉양하기에 충분할 것이다.”그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의 시선이 다시

  •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780 화

    불안한 마음으로 원장의 말을 들은 기양의 얼굴이 한겨울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 얼어붙었다.지금 태의에게 아무리 악담을 퍼부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을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오지 않으려 하는 아이 때문에 어미의 배를 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그는 무엇보다 그녀의 안전을 중시했다. 그녀를 살린 다음에, 아이를 살리기로 했다.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낸다면,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 그녀의 난산 소식에 정안 태비와 두 귀비가 황급히 달려왔다. 태비와 우란야는 출산 경험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