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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일촉즉발의 시간.

누군가 뜨거운 물 한 잔을 마침 서슬기의 가슴에 뿌렸다.

그녀는 뜨거워서 펄쩍 뛰었고 도수아의 따귀도 때리지 못했다.

"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뜨거운 물을?!"

화가 난 서슬기는 씩씩거리며 아래를 보았다. 그곳에는 빈 잔을 들고 있는 도제훈이 보였다.

그녀는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듯 도제훈에게 다가가 옷깃을 잡고 따귀를 때리려고 했다.

바로 이때!

도예나는 높이 휘두른 서슬기의 손목을 낚아챘다. 서슬기는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내가 없는 틈을 타 내 아이들을 괴롭혀?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데 교양이 없는 건 여전하네."

도예나는 서슬기의 손을 뿌리치고는 허리를 굽혀서 도제훈과 도수아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서슬기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오장육부가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도수아를 가리키며 노발대발했다.

"네 딸이 내 아들 뺨을 때렸으니까 나한테 맞던지, 아니면 네가 직접 때리든지, 알아서 해!"

도예나가 고개를 돌려보니 주태우의 얼굴에 손자국이 보였다.

하지만 도수아는 누구를 먼저 괴롭히는 성격이 아니다.

"엄마, 수아랑 상관없어요."

도제훈이 입을 열었다.

"주태우가 먼저 수아를 벙어리라고 욕하고 침을 뱉었어요."

도제훈은 자책하며 말했다.

방금 도진호가 도제훈을 불러 칩에 관한 일을 물어봤다. 자리를 비운 지 5분도 안 되었는데 그사이 도수아가 괴롭힘을 당했다.

도제훈은 자기의 잘못으로 도예나가 속상해할까 봐 자책했다.

도제훈의 말을 들은 도예나는 화가 올라왔다.

그녀가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두 아이를 사생아라고 욕하는 것이고, 둘째는 도수아의 아픔을 비웃는 것이다.

그리고 서슬기는 이 두 가지 금기를 모두 건드렸다.

"짜악!"

맑은 따귀 소리가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

서슬기는 눈을 크게 떴다.

"미친년이 감히 나를 때리다니, 죽여버릴 거야!"

그녀는 조금도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시장 아줌마들처럼 돌진하여 도예나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

도예나는 쌀쌀한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 도예나가 피하는 바람에 서슬기는 앞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그녀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서슬기는 이렇게까지 초라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도예나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었다.

"언니, 언니 아들이 입을 나불거렸으니 언니가 대신 벌 받는 거야."

도예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마디 던지고는 몸을 숙이고 도수아를 안아 들었다.

도수아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멍하니 도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큰외숙모는 화가 나서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도예나, 이 천박한 년이 감히 내 딸을 건드리다니! 내가 이 집에 있는 이상 넌 이 집에서 못 살아!"

"이때다 싶어 이 늙은이까지 내쫓고 싶은 거야?"

노부인은 지팡이를 짚고 나와 도예나의 앞에 막아섰다.

도예나의 큰외숙모는 분노를 참으며 전전긍긍하게 말했다.

"어머님, 그게 아니라요. 어머님도 보셨다시피 예나가 자기 사촌 언니를 때렸어요. 예나의 저런 제멋대로인 성격이 우리 가문의 평화를 깨려고 해요.... 저도 우리 가문을 생각해서..."

"내가 보기에 우리 가문의 평화는 당신이 깨고 있어!"

서태형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당신 나나가 반갑지 않다면 친정으로 가버려!"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데서 시어머니와 남편이 자기를 혼내니 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언짢은 표정으로 서슬기를 부축해 일으키고 아직도 울부짖는 주태우의 손목을 잡고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번 일은 비록 이렇게 끝났지만 도예나는 분노가 내려가지 않았다.

돌아온 첫날부터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모양새를 보니,

앞으로 이 사람들이 어떤 진상을 부릴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큰외숙모와 사촌 언니가 두렵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직 어린 도수아 옆에 24시간 붙어있을 수는 없었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만약 이 사람들이 기회를 잡고 도수아를 비웃고 괴롭힌다면 도수아의 병세를 가중할 수도 있다.

이런 점으로 보았을 때, 여기에 사는 것이 결코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나야, 넌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이니까 네가 결정했다면 난 네 생각을 되돌릴 수 없어. 하지만 부디 이 할미가 해주는 집에서 살길 바란다. 그러면 나도 안심할 수 있을 거야."

도예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남시 제일 미인 도예나가 살아 돌아왔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연회를 열거야."

노부인은 도예나의 손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연회가 끝나면 그때 다시 이사해도 늦지 않아."

도제훈은 도예나의 소매를 당기면서 말했다.

"엄마, 내가 수아 잘 돌볼 테니 안심해요."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서슬기의 표정에 도예나는 마음을 완전히 놓지는 못했다.

하지만 도예나는 몇 년 만에 만난 노부인의 옆에 며칠 묵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연회가 끝나면 이사 가기로 했다.

다음날 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서씨 그룹으로 향했다. 자기가 자리를 비우는 틈에 혹시라도 서슬기가 두 아이를 괴롭힐까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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