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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도예나는 이번에 개발한 칩을 서씨 그룹의 제품 프로그램에 끼워 넣으려고 서씨 그룹에 갔다.

기사는 차를 운전하고, 그녀와 두 아이는 뒷좌석에 탔다.

"제훈이는 이따가 수아랑 휴게실에서 놀고 있어. 엄마가 일 다 보면 데리러 갈게. 알았지?"

도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수아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당하지 않게 내가 지켜줄 테니 안심하고 일하러 가세요."

"예뻐라."

도예나는 도제훈의 머리를 쓰다듬고 또 도수아의 얼굴에 뽀뽀했다.

도수아의 예쁜 얼굴은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같다. 도예나은 참지 못하고 딸의 얼굴을 꼬집었다.

"엄마, 왜 몰래 수아 괴롭혀요?"

도제훈은 다급히 말렸다.

도제훈에게 현장을 잡힌 도예나는 뻘쭘해서 말했다.

"콜록, 수아 너무 귀엽잖아. 참지 못하고 그만..."

갑자기!

차가 급정거했다.

뒷좌석의 세 사람은 동시에 차 의자에 머리를 박았다.

그러더니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앞 차를 들이받은 것 같습니다. 바로 내려가서 처리하겠습니다."

기사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 뒤 차 문을 열고 내려갔다.

도예나는 두 아이를 살펴보았지만 둘 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멍하니 있던 수아가 갑자기 차 문손잡이를 잡고 밖으로 힘껏 밀었다.

차 문이 비스듬히 열렸다.

"수아, 여긴 도로야. 차 문 열면 안 돼."

도예나는 차 문을 다시 닫았다.

하지만 도수아는 또다시 차 문을 열었다.

도예나가 눈치 못 챈 틈을 타서 도수아는 허리를 굽히고 차에서 뛰쳐나갔다.

앞 차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내려왔다.

보기만 해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남자다. 검은색 슈트를 입은 남자는 피지컬이 좋았으며 찌푸린 미간으로는 차가움이 보였다.

서씨 가문의 기사는 처음 보는 남자에게 기가 눌려버리고 말았다.

이 남자의 카리스마는 서씨 가문의 가주인 서태형보다 훨씬 더 강했다.

기사는 전전긍긍하며 말했다.

"저의 불찰이니 책임질게요. 혹시......"

강현석의 표정은 빙산의 얼음처럼 차가웠다.

강현석의 옆에는 보통 기사가 동행했지만 하필 오늘 기사가 중병에 걸려 직접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추돌사고가 생겼다.

강현석은 비록 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강현석이 입을 열려는 순간 찹쌀떡처럼 모찌모찌한 도수아가 갑자기 달려와 품에 안겼다.

강현석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아주 심각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낯선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강현석은 도수아를 피하려고 다급히 뒤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설 때마다 도수아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서 그의 다리를 껴안았다.

강현석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놔."

강현석은 단지 세 글자로 주위의 온도를 차갑게 만들었다. 마치 추운 겨울 같았다.

기사는 깜짝 놀라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는 다급히 도수아에게 다가가 말했다.

"수아 아가씨, 어서 놓아드려요..."

기사는 도수아를 안아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도수아는 그의 손을 거부하더니 머리를 돌려 기사의 손을 꽉 물었다.

순간 기사의 손에 피가 났다.

강현석은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이 출처가 불분명한 아이는 뜻밖에도 공격성이 만렙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 아이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리고는 도수아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도수아의 똘망똘망하고 까만 눈동자는 유난히 반짝이었다. 마치 어두운 밤하늘의 별처럼 말이다.

도수아의 머리는 곱슬곱슬하니 꼭 보송보송한 고양이와도 같았다.

도수아의 귀여운 모습은 강현석의 차갑고 딱딱한 마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강현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누구야?"

강현석의 말투가 너무 차갑고 딱딱해서였을까, 도수아는 갑자기 두려움에 옴을 움츠렸다.

강현석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강현석이 고민의 이유를 찾고 있을 때, 갑자기 하얀 손이 나타나 도수아를 빼앗아 갔다.

강현석은 텅 빈 손을 보며 자기도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선생님,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불쾌하셨더라도 아이를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도예나는 도수아를 품에 안고 강현석에게 조곤조곤 말했다.

사실 도예나는 의외의 상황에 깜짝 놀랐다.

낯선 사람을 보면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도망 다니던 도수아가 스스로 처음 보는 남자의 다리에 매달리다니.

도예나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다가가기도 힘들어 보이는 얼음처럼 차가운 남자다.

이내 도예나는 이 남자를 어디서 본 적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눈에 익었다.

잠깐만요!

도예나는 갑자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그녀는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말했다. "혹시 강현석 씨?"

강현석이 갑자기 쌀쌀하게 웃었다.

여자들은 온갖 수단으로 강현석에게 접근하려고 했다.

‘오늘은 왠지 새롭네. 이 여자는 아이를 앞세워 나한테 접근하려 하다니.’

그는 차갑게 말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말을 끝낸 강현석은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타더니 차를 몰고 떠났다.

도예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비록 성남을 떠난 지 4년이 되었지만, 도예나는 결코 그 사람을 잘못 기억했을 리가 없었다.

그 당시 그녀는 성남 제일 미인이라 불렸고, 강현석은 성남 제일 귀공자로 불렸다.

많은 네티즌은 두 사람의 사진을 합성하여 명문가의 천생연분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비록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도예나는 하도 강현석의 사진을 많이 봤었기에 그 얼굴을 모를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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