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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투명인간

Author: Victor ellis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7 17:30:42

나는 한참 동안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있었다. 그의 흔적이 아직도 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제 집 안은 조용했다. 지나치게 조용했다.

그날 밤늦게까지 잠들 수 없었다. 물을 찾으려고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손님용 별채 쪽에서 낮고 은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살짝 열려 있는 문 앞에서 얼어붙었다.

리아의 목소리였다. 부드럽고 떨리는 목소리.

“난 한 번도 당신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어.” 그녀가 속삭였다.

그의 대답은 더 낮았고, 내가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 모를 감정 때문에 거칠게 들렸다.

“사람들이 널 내게서 빼앗아 갔어.”

나는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두 사람은 침대 위에 있었다. 리아의 드레스는 이미 어깨에서 벗겨져 있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있었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신음하며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는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 분노에 차 내 목에 흔적을 남겼던 바로 그 입술이 이제는 위험할 정도로 욕망에 가까운 감정으로 그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오늘 밤은 원래 당신의 것이었어야 해.” 리아가 그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으며 숨결처럼 속삭였다.

그는 낮게 소리를 내며 그녀를 침대 시트 위로 눕히고 두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셔츠는 풀어헤쳐져 있었다. 그는 몸을 숙여 그녀에게 깊이 입을 맞추었고, 두 사람의 몸은 서로 맞닿은 채 움직였다. 얇은 옷감 너머로 그가 다시 흥분했다는 사실이 보였다.

그의 손이 옷을 풀기 위해 움직였다. 리아는 기대에 찬 신음을 흘리며 다리를 더 벌리고 그를 끌어당겼다.

내 발밑에서 바닥이 삐걱거렸다.

그가 얼어붙었다. 그의 머리가 문 쪽으로 홱 돌아갔고, 좁은 문틈 사이로 그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어둡고 위험한 눈빛. 분노와 날것 그대로의 욕망 사이에 사로잡힌 눈빛이었다.

숨이 가쁜 리아의 목소리가 침묵을 깨뜨렸다.

“멈추지 마…….”

리아의 목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애드리안은 그녀에게서 몸을 떼었다.

방 안은 조용해졌다.

그의 눈은 좁은 문틈 너머로 여전히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날카롭고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끔찍할 만큼 긴 한순간 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내 리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표정이 바뀌었다. 얼굴에 깃들어 있던 부드러움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자리를 차가운 무언가가 대신했다. 만족스러워 보이는 무언가였다.

나는 즉시 뒤로 물러났다.

“물을 찾고 있었어.” 나는 재빨리 말했다. 내 목소리가 너무나 힘없게 들린다는 사실이 싫었다.

애드리안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셔츠는 풀어헤쳐져 가슴 일부가 드러나 있었고, 짙은 색 머리카락은 리아의 손가락에 흐트러진 듯 조금 헝클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속이 고통스럽게 뒤틀렸다.

그는 내가 두 사람을 방해한 것이 화가 난 듯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 것은 그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들어오기 전에 노크하는 법부터 배워.” 그가 차갑게 말했다.

나는 침을 삼키고 시선을 내렸다.

“방해하려던 건 아니었어.”

“그건 잘 알겠군.”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방을 나갔고, 나는 문가에 그대로 남겨졌다.

리아는 과장된 몸짓으로 담요를 가슴까지 끌어올렸다.

“세레나, 왜 우리를 엿보고 있었어?”

“엿본 게 아니야.”

“그럼 왜 방 밖에 있었는데?” 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목소리에 담긴 가짜 순진함 때문에 내 안에서 씁쓸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물을 찾고 있었다고 이미 말했잖아.”

“그런데 우연히 이 문 앞에서 멈춰 섰다?” 그녀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애드리안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가 내 여동생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가장 굴욕적인 부분은 아니었다.

그가 그녀를 만지는 방식에는 분노나 원망이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다. 마치 그녀를 더욱 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가 그에게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나는 눈 뒤에서 타오르는 눈물을 그녀에게 들키기 전에 몸을 돌려 서둘러 떠났다.

돌아가는 길에 복도는 더 차갑게 느껴졌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팠다. 육체적으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방에 도착한 나는 조용히 문을 닫고 문에 몸을 기댔다. 머릿속에서 그 장면들이 반복되자 가슴이 고통스럽게 조여 왔다.

그녀를 만지던 그의 손. 그를 향해 미소 짓던 그녀의 얼굴. 부드러웠던 그의 목소리. 나는 눈을 꽉 감았다.

바보 같으니.

대체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그는 리아를 사랑했다.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녀의 자리를 대신하도록 강요당한 실수에 불과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욕실로 걸어가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았다. 목에 남은 흔적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어둡고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그중 하나를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쓸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그의 입술이 그곳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는 다른 방에서 내 여동생을 만지고 있었다.

참으려 했지만 떨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부서진 것 같은 소리였다. 나는 거의 필사적으로 서둘러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 아래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오랫동안 그 아래에 서 있어도 여전히 더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몹시 지친 채 눈을 떴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을 때마다 전날 밤 애드리안이 리아를 바라보던 모습이 떠올랐다.

원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그의 소유인 것처럼.

그래도 나는 억지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영원히 방 안에 숨어 있을 수는 없었다.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곳에 온 지 겨우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저택은 이미 낯설게 느껴졌다.

직원들은 예의 바르게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아무도 내게 미소 짓지 않았다. 따뜻하게 인사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가짜 신부라는 사실을.

내가 식당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애드리안의 어머니가 커피잔에서 시선을 들었다. 그녀의 눈은 곧장 내 목에 꽂혔다.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

“몸을 제대로 가리는 게 좋겠구나.” 그녀가 차갑게 말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죄송해요.”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너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여자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대화가 그쯤에서 끝나기를 바라며 식탁 가장 먼 쪽에 조용히 앉았다.

하지만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너는 이미 충분히 망신을 줬어.” 그녀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 네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제대로 행동하는 거야.”

나는 식탁으로 시선을 내렸다.

“네, 사모님.”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때 식당으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애드리안이었다.

고개를 들기도 전에 그의 존재가 느껴졌다. 그는 어두운색 정장을 입고 차분하고 태연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마치 전날 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의 시선이 잠시 내 시선과 마주쳤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고는 그가 먼저 시선을 돌렸다.

리아는 바로 그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녀는 그의 셔츠 중 하나를 입고 있었다. 내 속이 즉시 뒤틀렸다.

그의 어머니도 그 모습을 알아차렸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신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뭐라도 좀 먹으렴, 얘야.” 그녀가 리아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리아는 상냥하게 미소 지은 뒤 자연스럽게 애드리안 옆에 앉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속해 있었던 사람처럼.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렇지 않다고 믿는 척하는 사람은 나뿐인지도 몰랐다.

“잠을 잘 못 잤어?” 리아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나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질문은 순진하게 들렸지만, 그녀의 눈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왜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그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괜찮아.”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오늘 아침에 얼굴이 창백해 보이더라.” 리아는 애드리안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스트레스가 드디어 영향을 주기 시작했나 봐.”

애드리안은 태연하게 음식을 잘랐다.

“견뎌 내겠지.”

그 말은 생각보다 훨씬 아프게 다가왔다. 그는 이제 더는 화가 난 것처럼 들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식욕이 완전히 사라졌지만, 나는 억지로 계속 음식을 먹었다.

식탁을 둘러싼 침묵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 리아가 갑자기 애드리안의 손을 잡았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그리고 그는 그녀가 손을 잡도록 내버려 두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조용히 금이 갔다. 마침내 진실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은.

이곳에는 내가 있을 자리가 없었다.

이 집에도. 이 가족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곁에도.

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어머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가니?”

“더는 배가 고프지 않아요.”

누군가 나를 막기도 전에, 나는 최대한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식당을 나섰다.

하지만 복도에 도착하자마자 가슴이 다시 고통스럽게 조여 왔다. 나는 한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천천히 숨을 쉬었다.

애드리안 로랑이 내게 아무 의미도 없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그가 내 눈앞에서 내 여동생을 선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여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것보다 훨씬 더 아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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