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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Autor: 서린화
금영은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담담한 모습을 유지했다. 하지만 배명월은 긴장한 것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배명월이 떨리는 목소리로 송정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 저는 언니와 달리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완벽한 예법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궁에 들어가면 실수하지 않을까 너무 두렵습니다.”

송정희가 금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금영아, 네 동생의 말대로 이 아이는 예법에 서투르다. 그러니 언니로서 네가 잘….”

하지만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금영이 끼어들었다.

“예법이 서투르다면, 궁에 들어가지 않으면 됩니다. 제가 직접 황후마마께 아뢰어 명월이는 입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배명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더니 난처한 목소리로 작게 송정희를 불렀다.

“어머니….”

송정희 또한 얼굴이 좋지 않았다.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그러자 금영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명월이가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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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412화

    어느덧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것을 느꼈다. 금영은 얼굴이 뜨겁다 못해 그대로 익어 버릴 것만 같았다.“폐하, 이만 신녀를 놓아 주시겠습니까? 차라도 내오겠습니다.”금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제야 황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놓아 주었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듯 제 손끝을 가볍게 매만졌다. 그곳에는 아직 금영의 온기가 머물러 있었다.금영은 조금 전 맹운산과 유진설이 쓰던 찻잔을 치우고, 새로 차를 우려 황제에게 바쳤다.“폐하, 차를 내왔습니다.”금영의 태도는 흠잡을 데 없이 공손했지만, 황제는 그것이 못마땅한 듯 입을 열었다."짐과 단둘이 있을 때는 굳이 이렇게까지 예를 차릴 것 없다. 편히 있거라."하지만 금영은 여전히 얌전하게 대답했다.“네.”말은 저리 하셔도, 그녀가 정말 방자하게 군다면 황제가 과연 자신을 계속 어여삐 여길까 싶었다.황제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작게 혀를 찼다. 전에는 장점으로 여겨졌던 모습이었으나, 지금은 금영이 지나치게 엄격한 법도 아래 길러진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세상에 날 때부터 이토록 조심스러운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는 단 한 번이라도 금영이 생기 있고 활발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요 이틀, 별일은 없었느냐? 잘 지냈고?"황제의 질문에 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황제가 과장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잘 지냈다니, 참으로 무정하구나. 짐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더냐?"금영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황제가 이내 말을 이었다."되었다. 짐은 그저 요 이틀간 널 번거롭게 하는 일은 없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금영은 고개를 저었다.“없었습니다. 폐하의 성은 덕분에 신녀는 평안히 지냈습니다.”실제로 금영은 꽤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영안후부에서 그녀를 쫓아내듯 시집보내지 못해 안달이 났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가 뒤를 받치고 있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터였다. 그렇다 해도 당장 그에게 자신의 구체적인 상황을 고자질하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411화

    옆에 있던 영안후가 입을 열었다.“폐하, 다실로 자리를 옮겨 말씀을 나누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그러자 황제가 무심히 답했다."피곤하니, 그대들은 이만 물러가 보게."모두가 예를 갖추고 물러나려던 찰나였다. 황제가 금영을 응시하며 무심히 한마디를 던졌다.“너는 남거라.”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금영에게 쏠렸다. 당혹스럽고 뜻밖이라는 기색이 역력했다.금영의 심장은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세게 뛰었다.‘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지? 설마 우리의 관계를 사람들 앞에 드러내려는 건 아니겠지?’금영의 불안한 낯빛을 읽은 황제는 더 놀려 댈 마음이 사라졌고, 평온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선대 영안후가 남긴 병서 고본이 몇 권 있다고 들었다.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금영이 얼른 대답했다.“알고 있습니다.”“그럼 가져오너라.”황제가 담담히 명했다. 그제야 상황을 납득한 영안후는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다른 사람들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황제의 태도를 보고 이 상황을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이때, 옆에 있던 손복안이 거들었다."자, 여러분. 이만들 물러가시지요."안성당에는 안 그래도 시종이 몇 없었는데, 손복안이 남은 이들마저 모두 물리게 되자 금영과 해수, 황제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곧이어 해수조차 눈치 빠르게 자리에서 물러났다.금영은 황제의 분부대로 병서를 가져오려 밖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황제를 스쳐 지나가려는 찰나, 불쑥 뻗어 나온 손이 금영의 손목을 가볍게 낚아챘다.걸음을 멈춘 금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황제를 올려다보며 물었다.“폐하?”“또 짐을 피하려고?”어조는 평온했으나, 은연중에 뿜어져 나오는 제왕의 위압감에 금영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신녀가 언제 폐하를 피하려 했습니까..."“그럼 왜 나가려고 한 것이냐?”그러자 금영이 조심스레 상기시켰다.“방금 폐하께서 신녀에게 병서 고본을 가져오라 명하지 않으셨습니까?”그 말에 황제가 실소를 터뜨렸다."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410화

    유진설이 입을 열었다.“연회장은 너무 소란스러워. 좀 조용한 곳 없어? 우리 같이 차나 마시자.”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를 따라 안성당으로 가시죠.”안성당은 선대 영안후가 생전에 머물던 처소였던 만큼 장소가 넓었고, 다실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맹운산도 그 말을 듣고 한마디 거들었다.“선대 영안후께서 돌아가신 뒤로 안성당에는 꽤 오래 못 가봤는데, 나도 같이 가도 돼?”그날 맹운산의 고백을 거절한 뒤로 금영은 그와 마주할 때마다 어딘지 어색함을 느꼈다. 하지만 오늘 맹운산이 그녀를 도와준 것은 물론, 평소와 다름없이 담백한 태도를 보여주자 더는 지난 일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금영은 분명히 자신의 의사를 밝혔고, 이제 와서 그 일 때문에 오랜 인연을 가차 없이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결론을 내린 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렇게 세 사람은 함께 발길을 돌려 안성당 다실에서 차를 나누게 되었다.금영이 맹운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맹운산, 오늘 도와준 건 고맙지만 앞으로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진 마. 사준헌은 질이 좋지 않아. 이 일로 분명 언젠가는 너에게 복수하려 들 거야.”그러자 맹운산이 코웃음을 쳤다.“내가 그놈을 무서워할 것 같아? 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앞으로 그 누구도 널 괴롭히지 못해!”그의 시원스러운 목소리가 다실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 순간, 복도를 지나던 황제의 걸음이 멈췄다. 그의 시선이 목소리가 새어 나온 다실 위로 차갑게 내려앉았다.곁을 따르던 영안후가 어색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좀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이곳에는 금영이 머물고 있습니다.”황제에게 선대 영안후와의 추억은 연회장을 빠져나올 완벽한 명분이 되었다.영안후가 그곳에 금영이 머물고 있음을 알리며 조심스레 만류했음에도, 황제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영안후는 황제의 이러한 행동을 그저 선대 영안후를 향한 지극한 그리움 때문이라 믿었다. 워낙 각별한 사이였던 데다 이미 몇 차례 방문한 전례가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409화

    송연화는 눈물을 참으며 금영을 향해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금영 언니, 정말 감사합니다.”금영은 송연화와 깊이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대충 타일러 보냈다.“혼자 이런 곳에 있지 말고, 사람 많은 곳으로 다니거라. 다음에도 오늘처럼 운이 좋으리란 법은 없으니.”*같은 시각, 연회 자리에 앉아 있던 배명월은 홍비가 귓가에 전하는 소식을 듣고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쓸데없는 참견들을 했군!”낮에 허명숙이 금영과 배명월을 혼동한 탓에 배명월은 상당한 망신을 당했다. 그래서 교훈을 주기 위해 일부러 손을 써 두었건만, 금영이 또 나타나 일을 망쳐 놓은 것이다.*맹운산은 며칠간 금영을 보지 못한 것이 한이라도 맺힌 듯, 한시라도 떨어지기 아쉽다는 기색으로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그 탓에 금영은 끊임없이 투닥거리는 유진설과 맹운산을 대동한 채 후부 안을 한 바퀴 돌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연회장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마침 옷을 갈아입으려 나오던 배명월과 마주치고 말았다.배명월은 맹운산과 유진설을 향해 예법을 갖추어 인사했다.“유진설 아가씨와 맹 소장군을 뵙습니다.”맹운산은 배명월을 흘끗 보더니 차갑게 대꾸했다.“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굳이 저한테 그렇게 예 차릴 필요 없습니다.”배명월의 얼굴이 잠시 굳었지만,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비죽이 입을 열었다.“맹 소장군께서는 저희 언니를 참 살뜰히도 챙기시네요. 그런데... 언니가 곧 시집간다는 건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거리를 두시는 편이 좋을 듯하네요.”그 말을 들은 맹운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금영아, 네가... 시집을 간다고? 누구한테?”“이런, 모르셨습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언니를 위해 송연화를 도운 건가요? 그렇다면 언니가 시집갈 상대가 바로 송연화의 오라비라는 것도 몰랐겠네요.”배명월이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지길 바랐고, 금영이 곧 혼인한다는 사실을 알면 맹운산도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408화

    사내는 계단에 주저앉아 있던 여인에게 비스듬히 다가가더니, 노골적으로 위아래로 훑으며 입을 열었다."어이쿠, 이리 고운 아가씨가 어쩌다 이런 곳에서 혼자 울고 계시오?"“무, 무슨 짓입니까!”여인이 놀라 외치며 사내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사내의 완력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갑작스러운 소란에 고개를 돌린 금영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좀 전 허명숙 곁에 서 있던 송연화였다. 그녀가 미처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에, 곁에 있던 유진설이 불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금영 역시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비록 송연화나 허명숙에게 티끌만큼의 호감도 없었으나, 후부 안에서 외간 사내에게 희롱당하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당장 그 손 놓으십시오!”금영이 먼저 서슬 퍼런 목소리로 가로막았다. 유진설이 직접 나서서 구설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어라? 누군가 했더니 이 집 장녀 아니시오? 쓸데없이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시오.”사내는 금영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금영은 그제야 사내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선무후의 아들, 사준헌이었다. 평소 서왕 세자와 어울려 다니던 질 나쁜 무리 중 하나였으니, 그 됨됨이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런데 태자에게 다리가 부러진 뒤 자취를 감춘 서왕 세자와 달리, 그 수하들은 여전히 활개 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금영은 송연화를 살폈다. 그녀는 배명월이 깨뜨린 옥팔찌를 손에 꼭 쥔 채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이쪽으로 오거라.”금영의 부름에도 사준헌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금영을 조롱했다.“괜히 정의로운 척 끼어드는 모양인데, 착각하지 마시오. 당신은 이제 미래의 태자비가 아니지 않소? 아, 정 갈 곳이 없다면 내 특별히 아버지께 청해볼 테니, 내 측실로 들어오는 건 어떻소?”사준헌의 눈이 금영을 아래위로 훑으며 노골적인 욕망을 드러냈다.그 파렴치한 발언에 정작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것은 유진설이었다. 그녀가 참지 못하고 다리를 휘두르려던 찰나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407화

    유진설이 어떻게 생각하든, 금영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이미 벗이었다. 결국 금영은 유진설 때문에 안성당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인적 드문 곳으로 향했다.유진설은 눈앞의 금영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다짜고짜 손을 내밀었다.“배금영, 솔직히 말해 봐. 너 무슨 분을 쓰는 거야? 어떻게 내 얼굴보다 더 매끈해 보이지?”그러더니 느닷없이 금영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진심으로 궁금해서 만져보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분노에 찬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지금 뭐 하는 겁니까!”동시에 누군가 유진설의 손목을 낚아챘다.고개를 돌려보니 맹운산이었다. 그는 타고나길 피부가 하얗고 입술이 붉은데 옷차림도 밝으니 어디서나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내가... 뭐 어쨌는데?”유진설은 서슬 퍼런 맹운산의 기세에 잠시 움찔했다. 그러자 맹운산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봤다.“금영아, 저 여자가 널 때리려 하는데 왜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금영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빨리 그 손 놔. 진설 아가씨가 언제 날 때리려 했다고?”“금영아, 무서워할 거 없어. 태자 없어도 내가 널 지켜줄 수 있어. 그 누구도 감히 널 함부로 괴롭히게 두지 않을 거야!”맹운산이 차갑게 말하자 유진설이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지켜준다고? 그럴 능력 있으면 어디 계속 붙어 있어 봐! 아니면 내가 날마다 괴롭힐 거니까!”“감히!”“내가 못 할 것 같아?”유진설이 차갑게 웃으며 맞섰다.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금영이 서둘러 상황을 설명했다.“맹운산, 일단 그 손 놔줘. 진설 아가씨는 날 때리려던 게 아니라, 내가 무슨 분을 썼는지 만지려 했던 것뿐이야.”금영이 분명히 말했으나 맹운산은 도무지 믿지 않았다.“이 여자가 시비 걸어온 게 어디 한두 번이야? 이번에도 분명 무언가 핑계를 대서 널 괴롭히려 한 게 분명해! 금영아, 괜히 나 걱정할까 봐 저 여자를 감쌀 필요 없어. 오늘은 나도 못 참아!”그 말에 유진설도 이성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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