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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Author: 서린화
금영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으나, 마음속으로는 깊은 의문이 일었다.

'누구를... 닮았다는 걸까?'

이내 태후가 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궁 밖에 머무는 동안, 네 소문을 익히 들었다."

그 짧은 한마디만으로도 금영은 태후의 짙은 적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황제의 어미이자 황실의 큰어른으로서, 자신처럼 출신이 껄끄러운 후궁을 마주하고 기분이 좋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터였다. 만약 태후가 서 황후처럼 그녀를 보자마자 봄바람 불듯 화사하게 웃어 보였다면, 더 소름 돋게 무서웠을 것이다.

금영은 깊이 고개를 숙이며 나직하게 말했다.

"태후마마, 용서하시옵소서. 이 모든 것이 신첩의 불찰이옵니다."

이럴 때는 납작 엎드려 자세를 낮추는 것이 궐 안에서 살아남는 이로운 처세임을 금영은 잘 알고 있었다. 영안후부면 몰라도, 이 넓고 아득한 궁궐에서는 갓 입궁한 처지에 불과했다. 하늘 같은 태후와 정면으로 맞설 기반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태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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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94화

    황제는 다른 근위병들을 붙여 해수와 복령을 데리고 나가 조사하게 했다.궁 안팎을 드나들었던 궁비와 내관은 물론, 오늘 황실 연회에 참석했던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조사 대상이었다.대신들과 그 가족들 역시 순순히 협조했다.이런 때에 황자를 해치려 했다는 혐의라도 뒤집어쓰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자칫하면 온 집안이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는 대죄였다!해수 일행은 문 앞을 지키고 섰다.전각 안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한 명씩 양손을 펼쳐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받기만 하면 먼저 궁을 나갈 수 있었다.다행히 오늘 연회에는 황제의 측근들만 불려 왔기에 참석한 대신도 그리 많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영안후부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궁을 떠났다.영안후부 사람들이 의심을 받아 남은 것은 아니었다.배가는 금영의 친정이었다.이런 일이 벌어진 이상 배경원은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을까 싶어 남아 있으려 했다.영안후와 배경천은 무슨 생각인지 그들 역시 자리를 뜨지 않았다.해수와 복령은 정전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모두 확인한 뒤 편전으로 들어왔다.편전 안에도 아직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금영이 물었다.“어떠냐? 뭔가 알아낸 것이 있느냐?”해수가 대답했다.“밖에 있던 사람들에게서는 아직 별다른 점을 찾지 못했사옵니다. 이제 전각 안에 있는 분들만 남았사옵니다.”황제가 손을 들어 단호하게 명했다.“계속 조사하라!”여비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녀가 황제를 향해 말했다.“폐하, 신첩이 몸이 좋지 않은데 먼저 물러가도 되겠사옵니까?”황제는 여비를 한 번 바라보았다.그때 해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마마께서 돌아가 쉬시는 것은 물론 괜찮사옵니다. 다만 가시기 전에 손을 한번 펼쳐 보여 주시옵소서. 노비가 마마의 손에 묻어서는 안 될 것이 묻어 있는지만 살펴보겠사옵니다.”여비가 미간을 찌푸린 채 해수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지금 네가 본궁을 의심하는 것이냐?”해수는 여비를 몹시 싫어했지만 애써 감정을 누르고 더없이 공손하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93화

    금영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황제 역시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손복안은 명을 받들고 곧장 물러났다.황제가 다시 싸늘한 목소리로 명했다.“태의를 불러 복령의 손부터 살펴보게 하라. 그리고 모두 그 자리에 그대로 있거라! 누구도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연회장에 남아 있던 자든, 편전까지 따라온 자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 하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분부를 마친 황제는 금영의 손을 잡았다.본래 가늘고 부드러워 따뜻한 옥처럼 온기가 돌던 손인데, 지금은 손끝이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아무래도 크게 놀란 모양이었다.황제는 금영을 탁자 곁으로 데려가 자리에 앉혀 주었다.“몸이 먼저이니 앉아서 듣거라. 이 일은 짐이 반드시 낱낱이 밝혀 네게 제대로 된 답을 주마!”금영은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두 눈에는 금세라도 떨어질 듯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눈가마저 붉게 물들어 있었다.누가 보아도 마음이 쓰일 만큼 가련한 모습이었다.이쪽에서 일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은 현비와 여비 등이 먼저 편전으로 달려왔다.뒤이어 태자와 배명월도 사람들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태자는 그런 금영의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 왔다.금영이 자신의 곁을 택했더라면, 자신이라면 반드시 그녀를 잘 지켜 주었을 것이다.이토록 많은 서러움을 겪게 두지도 않았을 터였다!이 원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복령의 손을 자세히 살핀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생칠(生漆: 옻나무에서 채취해 정제하지 않은 수액)에 닿아 생긴 발진으로 보이옵니다.”금영이 물었다.“그렇다면 갓 한 달 된 아이가 이것에 닿으면 어찌 되겠는가?”이 원사의 표정이 무겁게 굳어졌다.“가벼우면 복령 아씨처럼 온몸에 발진이 돋는 데 그치겠사오나, 심하면 고열이 내리지 않고 호흡이 마비될 수도 있사옵니다. 자칫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사옵니다.”금영이 이를 악물었다.“참으로 악독하구나! 이 포대기가 멀쩡히 여기 놓여 있었는데 제 발로 걸어가 생칠을 묻혀 왔을 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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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91화

    만월연이 시작되자 태자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상석에 앉은 황제와 금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아기 황자의 만월연이오니, 소자가 아기 황자께서 평안하고 순탄하게 자라시기를 기원하옵니다.”태자가 먼저 나서자 다른 이들도 잇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에게 잔을 올렸다.황제는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품에 안긴 아기 황자를 내려다보니, 이맘때 아기들은 으레 잠이 많은 법이라 어느새 두 눈을 꼭 감고 잠들어 있었다.전각 안이 워낙 소란스러운 탓인지 아기 황자가 조금 불편한 듯 조그마한 몸을 꼼지락거렸다.금영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폐하, 복령에게 염아를 데리고 편전에서 쉬게 하는 것이 좋겠사옵니다.”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아이를 복령에게 건넸다.아기 황자가 자리를 떠난 뒤에야 황제는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그러자 대신들도 그제야 따라 잔을 비웠다.모두가 술을 마신 뒤, 이황자의 곁에 있던 요영지가 입을 열었다.“아바마마, 저도 지금 회임 중이라 술을 마시기 어려운데 차로 대신해도 되겠사옵니까?”황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요영지에게 시선을 한 번 주었다가 담담히 말했다.“경사가 겹쳤구나. 상을 내리라.”“감사하옵니다, 아바마마.”요영지가 나직이 답했다.사실 이번이 요영지의 첫 회임은 아니었다.반년 전에도 아이를 가졌으나 넘어지는 바람에 아이를 잃은 적이 있었다.그러다 얼마 전 다시 회임하게 된 것이다.덕분에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요영지의 기세도 다시 한껏 살아났다.그녀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태자비마마께서도 태자전하와 혼인하신 지 벌써 일 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태기가 없으신 겁니까?”금영은 요영지를 좋아하지 않았다.요영지는 원래부터 지위 높은 자에게는 한없이 아첨하면서도, 만만한 상대는 거리낌 없이 짓밟는 데 익숙한 여자였다.조금만 기세가 오르면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굴었고, 하는 짓도 몹시 천박했다.하지만 지금 요영지가 배명월을 물고 늘어지는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90화

    누구를 닮았단 말인가.금영의 목소리는 더없이 고왔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목숨을 재촉하는 부적이나 다름없었다.이런 이야기를 자신들이 들어도 되는 것인가.그런데 금영이 그렇게 말하고 나니,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태자와 이황자에게로 향했다.전에는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으니 굳이 둘을 비교할 일도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놓고 보니 정말 그랬다.태자와 이황자는 생김새가 그다지 닮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키가 크고 훤칠한 데다 빼어난 용모를 지녔지만, 태자는 짙은 눈썹과 또렷한 눈매가 늠름했고 이황자는 유난히 부드러운 눈매에 복사꽃처럼 화사한 눈을 지니고 있었다.사람들이 태자와 이황자를 번갈아 바라보는 것을 확인한 금영은 입가에 떠올랐던 웃음을 슬며시 거두었다.현비가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흠집을 내려 한다면, 괜히 해명하는 쪽이야말로 그 덫에 걸리는 셈이었다.소문으로 공격해 온다면 소문으로 되받아치면 그만이었다.말 한마디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재주는 현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금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이황자 전하와 태자 전하는 생김새가 이토록 다른데, 염아가 두 분을 모두 닮을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금영은 현비를 바라보며 웃었다.“현비마마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옵니까? 염아는 태자 전하를 더 닮은 것 같사옵니까, 아니면 이황자 전하를 더 닮은 것 같사옵니까?”현비가 마음만 먹는다면 금영의 아이가 태자를 닮았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태자는 황제와 닮은 구석이 분명히 있었다.오히려 이황자가 누구와도 그다지 닮지 않았다.게다가 아기 황자와도 닮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오면, 금영이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서 황후가 이 틈을 놓칠 리 없었다.금영은 믿고 있었다.현비가 자신을 깎아내리겠다고 이황자의 혈통까지 의심받게 만들지는 못하리라는 것을.현비가 훗날 이황자에게 태자 자리를 노리게 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더더욱 그랬다.아주 작은 의심이라도 생기는 순간 감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89화

    금영이 말했다.“신첩은 폐하께서 언제 오실지 알지 못했사옵니다. 괜히 늦게 왔다가 여러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할까 염려되어 먼저 왔사옵니다.”황제는 금영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나직이 물었다.“염아는 깨어 있느냐?”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전각 안이 제법 더웠기에 금영은 천천히 강보를 젖혀 아이의 얼굴을 황제에게 보여 주었다.아기 황자를 본 순간 황제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주변에 있던 대신들도 자연스레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때 현비의 곁에 있던 용빈이 웃으며 말했다.“아기 황자님께서는 참으로 사랑스럽게 생기셨사옵니다. 태자 전하께서 어리셨을 때와 꼭 닮으셨사옵니다.”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법 떠들썩하던 대전 안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사람들의 심장이 일제히 철렁 내려앉았다.지금이야 누구도 감히 입에 올리지 않지만, 원비마마는 한때 태자비가 될 뻔했던 사람이었다.무엇보다 꺼림칙한 점은 따로 있었다.이 아이는 원비가 입궁하기 전에 이미 회임한 아이였다.황제는 조금도 의심하는 기색이 없었지만, 예전의 원비는 태자를 구하기 위해 제 목숨까지 내놓으려 했던 사람이 아니던가.그런데 용빈이 하필 아이가 태자를 닮았다는 말을 꺼냈다.황제가 의심하지 않는다 해도, 대신들의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끔찍한 가능성 하나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황제에게는 오랫동안 자식이 없었다.밖에서는 황제가 예전에 사냥을 나갔다가 크게 다쳐 몸을 상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그 뒤 조정에서 황제에게 새 비빈을 뽑아 후궁에 들이자고 청했지만, 황제는 그마저 거절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도 황제가 간택을 하지 않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몸에 문제가 있다는데 새 비빈을 들여 무엇하겠는가.괜히 황제의 금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대신들도 더는 후궁에 사람을 들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런데 그렇게 몸에 문제가 있다고 소문난 황제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생겼다.게다가 원비는 태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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