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모두의 인내심이 바닥날 무렵이었다.손복안이 다급히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폐하!”눈을 감고 잠시 심신을 가다듬고 있던 황제가 번쩍 눈을 떴다.그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무언가 찾아냈느냐?”손복안이 대답했다.“서봉전에서 이것을 발견하였사옵니다.”손복안은 작은 자기병 하나를 들어 보였다.서 황후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듯했다.황제가 손을 내저었다.“이 원사.”이 원사가 다가와 자기병의 냄새를 맡았다.그는 곧바로 뚜껑을 닫으며 다급히 명했다.“어서 이것을 전각 밖으로 가져가라!”그 모습을 본 서 황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 원사는 황제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목소리마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폐하, 사향이옵니다.”전각 안이 삽시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평소 가장 말이 많은 여비마저 감히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황제가 서 황후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꾸짖었다.“황후! 이제 또 무슨 할 말이 있소!”서 황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 이럴 리가 없사옵니다. 폐하, 신첩의 서봉전에는 사향이 있을 리가 없사옵니다!”“누군가 신첩을 모함한 것이옵니다!”서 황후는 필사적으로 해명했다.황제가 냉소하며 말했다.“서봉전은 줄곧 철옹성처럼 빈틈없는 곳이 아니오? 그곳에서 일하는 자들도 모두 황후가 직접 신중히 골라 뽑았소. 대체 누가 그토록 신통한 재주가 있어 서봉전에 숨어들어 이 물건을 황후의 전각에 감출 수 있단 말이오!”서 황후가 다급히 말했다.“폐하, 설령 신첩이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여 금영을 해치려 했다 한들, 어찌 이토록 뻔한 수단을 쓰겠사옵니까?”“설령 정말 이런 수단을 썼다 하더라도, 어찌 증거물을 서봉전에 그대로 남겨 두겠사옵니까?”“조금 전 여비도 말하지 않았사옵니까? 자신이 사람을 해쳤다면 반드시 증거를 없앴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서 황후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신첩은 정말 이토록 어리석지 않사옵니다!”금영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손복안은 서봉전을 조사하러 갔다.서 황후는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황제는 서 황후에게 일어나라고 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다른 사람들은 감히 한마디도 보태지 못했다.황제는 금영의 침상 곁에 앉아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물었다.“금영아, 지금은 좀 어떠하냐?”금영은 힘없이 황제를 바라보면서도 애써 말했다.“폐하, 신첩은 괜찮사옵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사옵니다.”그러나 황제의 눈에는 금영이 분명 몸이 좋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의젓하게 달래는 것으로만 보였다.이 원사가 당장은 큰 탈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황제도 이처럼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했을 터였다.황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금영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나직이 달랬다.“누가 너를 해쳤든 짐은 절대로 가볍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서 황후는 그 말을 듣자 낯빛이 더욱 굳어졌다.황제의 말은 분명 자신을 겨냥한 것이었다.그때 태자가 배명월을 데리고 밖에서 들어왔다.“아바마마.”태자는 들어오자마자 예를 올리려다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서 황후를 발견했다.그는 잠시 멈칫했다.“어마마마? 어찌 이러고 계시옵니까?”태자는 금영에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찾아오고 싶었다.하지만 황제의 경고가 마음에 걸려 한동안 참고 있다가 이제야 찾아온 것이었다.이번 일이 서 황후에게까지 번지는 속도가 워낙 빨랐기에 태자는 아직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했다.서 황후는 태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의지할 곳이라도 찾은 듯 다급히 불렀다.“태자!”서 황후는 애절한 목소리로 황제에게 말했다.“폐하, 신첩이 정말 금영을 해치려 했다면 어찌 태자가 몇 번이나 금영을 구하도록 내버려 두었겠사옵니까? 독벌 사건 때 태자는 금영의 뱃속에 있는 황실의 후사를 지키려다가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사옵니다!”금영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이제 태자가 서 황후의 목숨을 지켜 줄 부적이 되었구나.’서 황후가 내세운 이 일만큼은 분명 사실이
황제는 금영의 침상 곁에 서 있었다.금영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황제의 소매를 가볍게 잡아당겼다.황제는 몸을 돌려 금영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금영아,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염려하지 마라. 짐은 네가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그냥 넘어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금영은 입술을 살짝 다문 뒤 나직이 말했다.“폐하, 황후마마께서는 평소에도 신첩을 잘 대해 주셨사옵니다. 신첩도 이번 일을 황후마마께서 하셨다고는 믿지 않사옵니다.”서 황후는 그 말을 듣자 속으로 이를 갈았다.금영이 이득은 모두 챙기고도 너그러운 척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들춰낼 방법이 없었다.금영이 이어 말했다.“더구나 황후마마의 말씀처럼, 무슨 일이든 증거가 있어야 하옵니다. 폐하, 사람을 서봉전으로 보내 조사하게 하시는 것은 어떠하시옵니까? 황후마마의 결백이 밝혀지면 이 일은 그대로 끝내면 되지 않겠사옵니까?”문가에 서 있던 여비가 그 말을 듣고 나직이 한마디 했다.“본궁이 사람을 해치려 했다면, 일을 저지른 뒤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물건을 그대로 두고 사람들이 본궁의 처소를 뒤지러 오기를 기다리겠는가?”여비가 말을 이었다.“원비는 얼굴은 곱지만 하는 일은 영.”그때 황제가 여비를 바라보았다.여비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사람이 지나치게 순진하다는 뜻이었네.”금영은 여비의 입에서 이처럼 듣기 좋은 말도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뜻밖이었다.평소에는 입만 열면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놓더니, 제대로 된 말을 할 줄도 아는 모양이었다.황제는 안쓰러운 눈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금영은 순진했다.순진할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마음이 여렸다.이런 일을 당하고도 자신의 억울함을 참으며 서 황후가 물러설 길까지 마련해 주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도리로 보나 정황으로 보나, 서봉전은 반드시 수색해야 했다.황제가 명했다.“복안, 네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가서 수색하라!”그 말을 들은 서 황후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폐
“어쩌면 무엇이라는 말이오?”황제는 서 황후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물었다.“어쩌면 누군가가 일부러 폐하의 의복에 사향을 묻혀 금영을 해치고, 신첩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 것일 수도 있사옵니다.”서 황후가 말을 이었다.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으레 만만한 상대부터 물고 늘어지는 법이었다.서 황후도 황제 앞에서 금영이 성정만 유순할 뿐,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자신의 죄를 벗으려면 다른 사람에게 혐의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현비가 어찌 서 황후의 숨은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겠는가?이 후궁에서 서 황후와 금영을 한꺼번에 해칠 만한 힘을 지닌 사람이 또 누가 있겠는가?서 황후는 차마 현비의 이름을 대놓고 말하지 못했을 뿐이었다.현비가 입을 열었다.“그 옷은 폐하께서 입고 계셨사옵니다. 설령 누군가 폐하의 의복에 사향을 묻혔다 하더라도, 먼저 폐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야 했을 것이옵니다.”현비가 황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폐하께서는 오늘 누가 폐하의 곁에 가까이 다가왔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옵소서.”황제는 본래 다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곁에서 시중드는 이들조차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오늘 황제의 옷시중을 든 사람은 손복안이었다.황제는 당연히 손복안을 의심하지 않았다.손복안이 정말 금영을 해칠 생각이었다면 굳이 오늘까지 기다릴 까닭도 없었다.더구나 금영이 처음 입궁했을 때 손복안은 그 일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탰다.그 밖의 내관과 궁비들은 오늘 황제의 곁에 다가갈 기회조차 없었다.그렇다면 궁비들은 어떠한가?금영을 제외하면 오늘 황제에게 가까이 다가간 사람은 서 황후뿐이었다.현비가 묻지 않았다면 모를까, 그 말을 듣고 생각을 되짚어 본 황제는 차가운 눈으로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황제가 싸늘하게 꾸짖었다.“황후, 오늘 짐의 곁에 가까이 다가온 사람은 황후와 금영뿐이오. 설마 금영이 제 몸에 스스로 사향을 묻혔다는 말이오?”침상에 누워 있던 금영은 황제의 말을 듣고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황제의 낯빛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그는 걸음을 멈춘 채 감히 금영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차갑게 명했다.“모두 이곳에서 짐을 기다려라! 누구도 떠나서는 안 된다!”말을 마친 황제는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현비도 이곳에 있었다.현비는 서 황후를 바라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신첩이 잘못 기억한 것이 아니라면 폐하께서 입고 계셨던 옷은 황후마마께서 손수 지으신 것이 아니옵니까?”서 황후의 낯빛이 시퍼렇게 굳었다.“현비, 그 말이 무슨 뜻인가? 설마 본궁이 옷에 손을 썼다고 의심하는 것인가?”현비가 옅게 웃었다.“신첩이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사옵니까? 다만 황후마마께서 그 옷을 손수 지으셨다고 직접 말씀하신 것은 사실이옵니다. 신첩이 의심하지 않더라도 잠시 뒤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황후마마를 의심하실지도 모르옵니다.”현비가 말을 이었다.“그러니 황후마마께서는 잠시 뒤 어떻게 해명하실지 미리 생각해 두시는 편이 좋을 듯하옵니다.”그 옷을 서 황후가 직접 지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오늘 서 황후는 내무부를 시켜 황실 연회에서 입을 옷을 황제에게 보냈다.황제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그 옷으로 갈아입고 연회에 참석했다.당시 연회에는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서 황후는 웃으며 황제에게 물었다.“폐하, 신첩이 손수 지은 옷이 마음에 드시옵니까?”황제는 냉랭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황후는 앞으로 이런 사소한 일에 마음 쓰지 마시오.”황제는 서 황후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해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그런데 누가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 생각했겠는가?금영은 창백한 얼굴로 침상에 누워 서 황후와 현비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그녀는 눈을 살짝 내리깔고 눈동자 속의 모든 감정을 감추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가 돌아왔다.황제의 눈빛은 차갑고 엄숙했으며, 온몸에서는 서늘하고 무거운 기운이 흘러나왔다.황제는 먼저 금영의 침상 앞으로 다가갔다.금영을 살핀 그는 가슴 아픈 표정으로 불러온 배를 가볍게 어루만
황제는 금영의 모습을 보자 얼굴빛이 갑자기 변했다.“금영아, 왜 그러느냐?”금영은 창백해진 얼굴로 힘겹게 대답했다.“폐하, 신첩은… 배가 너무 아프고 불편하옵니다.”그 말을 들은 황제는 삽시간에 당황했다.그는 성큼 다가가 금영을 품에 안아 들었다.소녕전으로 돌아갈 겨를조차 없었다.황제는 금영을 조금 전 황실 연회가 열렸던 요화전으로 데려갔다.요화전에는 연회가 열린 정전 외에도 사람들이 잠시 쉴 수 있는 편전이 마련되어 있었다.황제가 자리를 비운 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달을 구경하러 밖으로 나와 있었다.그들은 황제가 금영을 품에 안고 급히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모두 놀라 멈춰 섰다.“대체 무슨 일이옵니까?”서 황후도 황급히 뒤따라왔다.현비를 비롯한 후궁들 역시 함께 따라왔다.황제가 차갑게 명했다.“무엇들 하고 있느냐! 어서 태의를 불러오너라!”이 원사는 오래지 않아 도착했다.침상에 누워 창백한 얼굴을 한 사람이 금영임을 확인한 순간, 이 원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필 이 귀한 분에게 탈이 나다니!금영은 그야말로 상전 중의 상전이었다.이제 후궁에서 황제가 금영을 얼마나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금영의 뱃속에 있는 황실의 후사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내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후궁 전체가 뒤집힐 터였다.이 원사는 황급히 금영에게 다가가 진맥하려 했다.그런데 금영에게 가까이 다가간 순간, 아주 희미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보통 사람이라면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옅은 향이었다.하지만 이 원사는 태의인 만큼 후각이 남달리 예민했고, 약재의 향을 구별하는 데에도 능숙했다.향을 맡은 이 원사의 얼굴빛이 먼저 변했다.곧 그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사향이옵니다!”이 원사는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원비마마의 몸에서 어찌 사향 냄새가 나는 것이옵니까?”사향은 향료에 넣어 쓰기도 하여 그리 드문 물건은 아니었다.하지만 문제는 원비가 지금 회임 중이라는 사실이었다.사향이 회임한 여인에게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