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죽음에서 돌아와 지금까지 노력해 왔던 것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하지만 금영의 마음은 마냥 가볍지 않았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서 황후같이 악독한 사람이 원한을 품은 이상, 절대로 금영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었다.더구나 금영도 편안한 나날을 보내기 위해 입궁한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서 황후와 동등한 힘을 가지고 겨루기 위해, 다시는 과거처럼 남의 손에 가벼이 없어지는 일이 없도록 이곳에 들어왔다.금영은 황제의 품에 안겨 간만에 푹 잠에 들었다.지금은 잘 쉬고 싸울 힘을 비축할 시기였다. 그래야 호랑이든, 늑대든, 상대할 수 있다.그렇게 저녁 무렵이 다 되어서야 금영은 잠에서 깨어났다.황제는 어느새 소녕전을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다.금영이 그의 행방을 묻기도 전에 인기척을 느낀 해수가 안으로 들어와 소식을 전했다."마마, 폐하께서는 원래 마마께서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함께 요화전 연회로 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변방에 갑작스러운 군사 급보가 올라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연회는 마마께서 참석하고 싶으시면 참석하시고, 아니면 사람을 보내 못 간다고 전달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그러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마마... 연회에 참석하실 것입니까? 못 간다고 전할까요?"금영이 작게 웃으며 답했다."당연히 가야지. 어떻게 안 가?"자리에 나타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 황후를 반쯤 미치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당연히 참석할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위해 열리는 연회였다. 빠지면 어떤 뒷말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황후마마께서 분명 마마를 원망하고 계실 텐데, 홀로 연회에 참석하게 되었다가 난처해지실까 걱정됩니다."해수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하자, 금영이 입꼬리를 올린 채 답했다."이래서 두렵고 저래서 두렵고, 그럼 처음부터 입궁하지 말았어야지. 더구나 내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분이 가만히 있을 성싶으냐? 난 차라리 이번에 그분이 움직여 주시길
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금영의 손을 잡은 채 직접 안으로 안내했다."금영아, 들어오거라."그런데 안으로 들어선 순간, 금영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겉으로 봤을 땐 몰랐는데, 안으로 들어서자 모든 것이 새롭게 변해 있었다.회랑의 기둥은 다시 칠해졌고, 위쪽의 그림도 새로 윤곽이 생기고 색이 입혀진 상태였다.예전의 소녕전은 다소 소박하고 평범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훨씬 기품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높이 걸려 있는 등롱부터 바닥까지 온통 붉은색 비단으로 꾸며져 있다는 점이었다.곧이어 두 사람은 침실로 들어섰고, 합근주가 탁자 위에 놓인 모습을 보게 되었다.금영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은 채 황제를 바라봤다."폐하, 이것은..."그녀가 감동한 모습을 보자, 황제는 금영의 손을 놓고 천천히 잔에 술을 채웠다. 그런 다음, 그중 하나를 들어 그녀에게 건넸다.두 사람의 팔이 서로 얽히는 순간이었다. 바다같이 깊은 황제의 눈빛에 오롯이 금영 한 명만이 담겼다.금영은 황제의 목소리가 조용히 침실 안에 울리는 것을 묵묵히 들었다."금영아, 짐은 정말 너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그 말을 들은 금영은 마음이 저절로 흔들렸다.그녀는 멍하니 눈앞에 있는 황제를 바라봤다. 조금만 선을 넘으면 마음을 모두 그에게 빼앗겨 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금영은 서둘러 이성을 차렸다.그녀는 한때 귀신으로 떠돌다가 겨우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인간의 마음을 우선시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황제가 언제까지고 이 마음을 유지할 거란 보장도 없었다.과거 태자에게 줬던 진심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진심을 주는 어리석은 짓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것이다."금영아?"그녀가 반응이 없자 황제가 가볍게 불렀다.금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가에 물기를 머금은 채 말했다."폐하, 신첩 또한 오래도록 폐하와 함께하길 소원합니다. 하지만... 신첩이 회임을 한 터라, 술을 마셔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황제는 이 순
현비는 품위와 귀티가 넘쳤고, 표정도 아주 당당했다. 남양 사씨 가문 출신이라는 것이 온몸에서 내뿜어져 나왔다.그녀는 금영이 내민 찻잔을 받아들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앞으로 함께 지내게 되었으니, 부디 다른 비빈들과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폐하를 모시고 근심을 덜어주길 바라네."금영이 공손히 대답했다."네, 현비마마. 그리하겠습니다."여비는 금영의 잔을 받은 뒤, 잠시 금영의 아랫배에 시선을 머물게 하긴 했지만, 금방 거두었다.두 사람은 기질도 생김새도 전혀 달랐지만, 딱히 부딪힐 이유도 없었다.사실 황제의 앞에서 일을 벌인다는 건, 서 황후라도 쉽지 않은데 다른 비빈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모든 의식이 끝난 뒤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황제가 몇 걸음 앞으로 걷더니, 돌연 고개를 돌려 금영을 바라봤다.금영은 황제의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사람들에게 예를 올린 뒤, 그를 따라 나섰다.그렇게 문가에 이른 순간이었다. 갑자기 황제가 손을 내밀더니, 금영을 부축했다.이는 금영에겐 상당히 익숙한 상황이었지만, 다른 비빈들에겐 놀라운 행동이었다.황제는 모든 후궁에게 큰 차별 없이 잘 대해주는 편이었지만, 여인을 향한 다정함보다는 신하를 대하는 호의에 가까웠다. 당연히 이런 식으로 가까이 챙겨주거나 아껴준 적도 없었다.두 사람이 자리를 떠난 뒤였다. 현비는 그제야 서 황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영비, 아름다운 것은 물론 단정하며 현숙하기까지 하더군요. 과연 황후마마께서 전에 눈여겨본 사람답습니다."이 말은 금영을 칭찬하는 동시에 서 황후를 높여주는 말인 듯했다.서 황후는 예전에 여러 사람들 앞에서 금영을 아주 흡족해하며 이보다 더 괜찮은 며느리감은 없다는 듯이 자랑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된 마당에 이 말을 꺼낸다는 건 돌려 서 황후를 내리깎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서 황후가 웃으며 말했다."그대가 지금의 품계에 오른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난 것으로 알고 있네. 영비가 새로 입궁했
황제가 금영의 손을 잡고 높은 자리로 걸어가자, 예관이 소리 높여 고했다.“봄날의 길한 때를 맞아, 영안후의 장녀 배금영을 영비로 책봉한다!”황제는 비를 상징하는 책인을 직접 받들어 금영에게 건넸다.황제가 비의 자리를 증명하는 책인을 직접 들어 금영에게 건넸다.금영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것을 받은 뒤, 고개를 살짝 숙였다. 뒤이어 온갖 보석과 구슬이 찬란하게 얽힌 머리 장식이 금영의 칠흑 같은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그녀가 입은 아름다운 예복이 비로소 완벽하게 갖추어지는 순간이었다.마침내 황제의 곁에 당당히 선 금영은 그와 함께 후궁의 비빈들을 내려다보았다. 비빈들은 일제히 몸을 굽히며, 두 사람에게 축하를 표했다.“폐하께서 새 비빈을 맞이하신 것을 경하드리옵니다.”금영보다 품계가 낮은 이들은 무릎까지 꿇고 절을 올렸다."영비마마를 뵙습니다! 만복을 누리소서!"태자와 배명월, 이황자와 요영지 등도 함께 축하를 건넸다.이때, 이황자가 낮은 목소리로 곁에 있던 태자에게 한마디 건넸다."형님께서는 참으로 과감하신 것 같습니다. 부황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기 약혼녀까지 바치다니."태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런데 반박하기 위해 입을 열기도 전에 이황자가 또 말했다."그런데 오늘은 언행을 조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괜히 부황께 이 일로 마음이 상했다고 오해받고 싶지 않으시다면 말입니다. 그땐 저도 어떻게 못 도와드립니다."태자는 안 그래도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는데, 이황자가 옆에서 부채질하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렇게 아랫사람들이 모두 예를 마치고 이제는 금영이 서 황후에게 인사를 올릴 차례가 되었다.금영은 낮은 자리로 내려와 궁녀가 내민 찻잔을 받아들였다. 찻잔은 펄펄 끓는 물을 부은 듯 아주 뜨거웠다.그러나 그녀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마치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표정이 변함이 없었다.'날 괴롭히는 방식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금영은 서 황후가 오늘 비 책봉식에 좀 더 큰
신첩이라는 호칭이 금영의 입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서 황후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러나 서 황후가 손에 착용한 금빛의 날카로운 장식품이 손바닥에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상당히 아플 것이다.하지만 설림에서 금영이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금비녀로 스스로 손을 찔렀던 때보다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금영은 지난날 서 황후가 자신에게 가했던 것의 열 배, 아니 백 배로 돌려줄 작정이었다.서 황후는 늘 그랬던 것처럼 황제의 앞에서 현숙한 척 연기하는 것에 능숙했고,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로 금영의 인사에 답했다."그래, 금영아. 일어나거라."금영은 서 황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리다가 무심코 태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태자와 배명월 모두 봉천전에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태자는 금영을 아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의 금영은 단지 자태가 고울 뿐만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함까지 느껴졌다. 그의 표정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금영은 태자에게 오래 시선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던 와중에 곁에 창백한 안색으로 서 있는 배명월이 눈에 띄었다. 보아하니 전에 먹었던 탕약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했다. 하지만 뱃속에 있는 아이의 유무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배명월은 태자가 금영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에 그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제야 태자도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두었다.황제는 금영의 손을 붙잡고 높은 자리로 향했다.금영은 가는 도중 여러 후궁들을 지나쳤다. 하지만 곧 비로 책봉된다는 것에 자만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변에 널린 후궁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품계가 낮아 전각 끝자락에 서 있는 이들만 해도 열 명은 넘었고, 그중에는 단 한 번도 황제의 총애를 받아본 적 없는 이들도 있었다.이들에게까지 마음을 쓸 여유는 없었다.주의해야 할 이들은 황제의 자리와 가까이 배치된 상위 후궁들이었다.가장 눈에 띄는 것
“무엇들 하고 있는 것이냐! 어서 위 총령과 함께 저 까마귀들을 쳐내지 않고!”손복안이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호위들도 황급히 까마귀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까마귀 떼의 일부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나머지는 겁을 먹었는지 높은 곳으로 달아나 마치 초상이라도 난 듯 불길한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예상치 못한 난투극 속에서 금영의 예복에도 까마귀의 피가 튀었다. 그녀는 바닥에 뒹구는 까마귀 사체들을 복잡한 눈빛으로 잠시 내려다보다가, 입가를 살짝 끌어올리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참, 대단하네.'이는 분명 그녀가 입궁하기도 전에 기선 제압하려고 서 황후가 꾸민 짓일 터였다. 그녀의 입궁에 서 황후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불만을 품었을지, 굳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되었다.상당히 아찔한 순간이었으나 겨우 새 무리에 불과한 까마귀들이 황실 호위 무사들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당연히 금영의 몸에는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치졸한 술수를 쓰는 데는 정말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해수가 서둘러 금영의 예복을 정리해 주었고, 금영은 곧장 황궁 안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그 시각, 봉천전.황제와 관례에 참석한 이들이 자리에 착석한 지 한참이 지난 시각이었다.자꾸만 문 쪽을 바라보는 황제를 발견한 서 황후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폐하, 신첩이 사람을 보내 어디쯤 왔는지 알아볼까요?"하지만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황제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향했다.서 황후는 그 모습에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따라 일어나며 말했다."폐하, 신첩도 함께 금영을 맞이하러 가겠습니다."그런데 대전을 나서기 직전, 마침내 금영과 마주쳤다.금영은 사흘 넘게 황제를 보지 못했다. 그도 오늘 관례를 위해 평소에는 입지 않던 화려한 예복을 입고 있었는데, 금영의 모습과 퍽 잘 어울렸다.황제의 시선이 금영에게 닿았다. 그러다가 머리카락에 작고 가느다란 털 하나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연스레 손을 뻗어 그것을 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