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궁금해하던 순간 집사의 머릿속에는 안지영이 오늘 보여준 모습이 떠올랐다.충동적인 안지영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집사는 안지영이 화가 나면 더 심한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집사는 얼른 나태범을 찾아갔다.나태범은 침대에 누워서 집사를 보더니 눈치챈 듯 물었다.“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심각한 집사의 표정을 보면서 나태범은 머리가 아팠다.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아마도 안지영은 오늘 쉬지 않고 그들의 신경을 긁을 것인 모양이었다.“안지영 씨의 아버지를 얼른 병원으로 모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무슨 일인데 그래.”집사가 그렇게 말하자 나태범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안지영 씨가 경산에...”“...”경산.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숨이 턱 막혔다.안지영의 뜻이 무엇인지는 아주 잘 알 수 있었다.이건 협박이다.안진섭을 병원에 데려오지 않으면 경산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협박!“도대체 왜 이런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해서는...”나태범이 애태우면서 얘기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나태웅이 안지영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안지영의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씨 가문인데, 안지영은 예상 밖의 행동만 하고 있었다.만약 안지영이 정말 경산에 가서 일을 저지른다면 나씨 가문은 고향에서 체면이 깎이게 된다.집사는 나태범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그럼 지금 어떡하죠?”“어쩔 수 없지. 안집섭을 돌려보내야겠어.”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태범은 안지영을 며느리로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이런 여자를 집안에 들여도 가문에 불행만 안겨다 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안지영과 나태웅의 사이를 돈독히 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소용없으니 안진섭도 소용없었다.“네.”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태범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먼저 나가.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날 찾지 마.”“네.”나태범은 정말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이 일의 결말이 이리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
아까까지만 해도 안지영은 오늘 너무 심한 짓을 해서 나씨 가문에서 안진섭에게 나쁜 짓을 할까 봐 걱정했다.만약 안진섭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안지영은 후회해도 늦은 것이 되니까 말이다.하지만 이 방법이 먹혔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장선명은 차를 들고 한입 마시더니 웃으면서 얘기했다.“내가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게 아니야. 그저 나태범 같은 사람들이 어떤 며느리를 원하는지 아는 거지.”안지영이 가볍게 코웃음 치면서 물었다.“그렇다는 건, 내가 나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자격이 없다는 뜻 아니에요?”물론 그 자리가 욕심나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장선명의 말에 자존심이 약간 상하는 것도 있었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가볍게 웃었다.“오늘 나태범 어르신을 욕했을 때부터 이미 아웃이었을걸?”“...”하긴, 웃어른을 욕하는 며느리라니.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지금 다시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면, 안지영은 본인이 그렇게까지 화를 낸 게 신기할 정도였다.“그때는 이성을 잃어서...”안지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변명했다.장선명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서였다.하지만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보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음... 알아.”이성을 잃은 안지영이 욕하는 모습을 봤을 때, 장선명도 약간 놀랐었다.안지영은 나태웅과의 통화 내용을 떠올렸다.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건 내 쪽에서 먼저 사양이야!’안지영은 나태웅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뻔뻔하다고 생각했다.안지영을 원하지 않으면 이렇게 달라붙을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할아버님은 오늘 일을 모르죠?”안지영이 우물쭈물하면서 물었다.“할아버지는 오늘 네 모습을 봤으면 더욱 좋아하실걸?”그 말에 안지영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다.장선명의 말이 위로처럼 들렸기 때문이다.안지영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장선명을 가볍게 쏘아보았다.“장씨 가문은 다른 가문이랑 달라서 그런 연약한 여자들은 어울리지 않아.”“...”장선명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지영은 장씨 가문의 사모님들
고은영은 안지영의 이름을 듣고 읽고 있던 책에서 시선을 뗐다.그리고 배준우를 힐긋 쳐다보았다.나태웅이 뭐라고 한 건지 모르겠지만, 배준우는 나태웅의 말을 조용히 듣다가 얘기했다.“거기까지 했으면 됐어. 인제 그만 놔줘.”나태웅은 안지영의 약점을 잡고 협박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안지영은 화가 난 나머지 선을 넘은 행동을 했다.나태웅은 배준우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얘기했다.“안지영이 이런 짓을 했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있겠어!”“...”가만히 내버려 둘수 없다라...나태웅은 아마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매달렸는지 까먹은 것 같았다.“안지영은 일반인이 아니야. 안씨 가문의 사람이기도 하고 하늘 그룹의 대표이기도 해.”배준우가 얘기했다. 그 뜻인즉슨 힘으로 붙어봐야 서로 힘들 거라는 뜻이었다.“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말을 마친 나태웅이 전화를 끊었다.배준우는 나태웅이 얼마나 화가 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하긴, 안지영이 나씨 가문의 대문에 불을 지르고, 또 사당까지 부쉈으니 말이다.얼마나 사람을 궁지로 밀어붙였으면 이렇게 되느냔 말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지영은 겁많은 여자아이였다.배준우는 저도 모르게 고은영을 쳐다보았다.고은영은 배준우 곁으로 와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나태웅 씨가 뭐라고 한 거예요? 또 싸웠어요?”고은영은 사실 나태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배준우의 사건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을 때, 나태웅은 그런 고은영에게 겁을 주곤 했다.그래서 고은영은 나태웅에 대한 호감이 없었다.가뜩이나 스트레스가 많았었는데 나태웅은 계속해서 고은영의 신경을 긁었다.나태웅과 함께 산다면 평생 고통스러울 것이다.배준우는 부드러운 고은영을 보면서 대답했다.“안지영 씨가 나씨 가문 저택의 대문에 불을 지르고 나씨 가문의 사당까지 부쉈대.”“네?”고은영이 놀라서 입을 딱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지영이가 왜 그런 짓을...’“뭔가
안지영에 대한 고은영의 편애는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직접 들으니 약간 머리가 아팠다.배준우는 이마를 짚으면서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방금까지만 해도 다른 가문 저택의 문에 불을 지르고 사당을 부순 건 선을 넘었다고 하지 않았나.배준우는 고은영이 안지영의 일에는 백 번이고 만 번이고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것도 나태웅 씨가 너무 괴롭혀서 그런 거잖아요.”나태웅이 얼마나 사람 피 말리게 하는지, 고은영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고은영은 안지영이 정말 그런 짓을 했다고 해도 나태웅의 탓이라고 생각했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가 지금 당장 지영이한테 전화해 보면 되잖아요!”고은영이 몸 돌려 나가면서 얘기했다.진실을 확인해 보려는 것이 틀림없었다.고은영이 무조건 안지영의 편을 드는 것을 보면서 배준우는 호흡이 약간 흐트러졌다.나씨 가문 저택 대문이 불에 타고 나씨 가문 사당이 부서졌다. 그런 상황에서 안지영의 편을 들다니...나태웅이 이 사실을 안다면 고은영에게 편견을 가질 것이다.하지만 고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만 같았다.고은영은 휴게실로 가서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지영과 장선명은 이미 훠궈를 다 먹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은영이 전화를 걸자 안지영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은영아.”부드럽게 고은영을 부르는 안지영의 목소리를 들은 장선명은 약간 놀라서 몸을 흠칫 떨었다.만약 안지영이 남자였다면 배준우는 절대 고은영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너 혹시 나씨 가문 저택의 대문에 불을 질렀어?”전화기 너머의 고은영이 조심스레 물었다.혹시나 안지영이 그 일로 화를 낼까 봐서였다.안지영이 눈썹을 약간 찡그리고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준우 씨도 알던데?”게다가 그 일로 나태웅에게 전화까지 걸었고.안지영은 나씨 가문 저택의 일로 강성이 들끓고 있다는 걸 몰랐다.고은영의 말을 들은 안지영은 불만스레 입
“어! 그래서 지금 죽여버리고 싶은 걸 참는 중이라고!”그걸 생각하니 안지영은 더욱 화가 났다.도대체 전생에 무슨 짓을 저질러야 이번 생에 이런 일들을 겪는 것인지.안지영이 봤을 때, 나씨 가문 사람들은 사람을 귀찮게 하는데 도가 튼 게 분명했다.그러자 고은영은 그대로 멍해졌다.“그런데 네가 나씨 가문 사람들을 화나게 하면 그 사람들이 아버님께 나쁜 짓을 할 수도 있지 않아?”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안지영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장선명은 달랐다.“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 은영아, 기억해. 앞으로 누가 널 협박하면 절대로 양보하지 마. 그럴 때는 무조건 강하게 나가야 해.”이건 안지영이 오늘 깨달은 도리였다.이제 생각해 보면 장선명의 뜻이 옳았다.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안진섭에게 아무 짓도 할 수 없다. “정, 정말?”안지영의 말에 고은영은 약간 의심했다.아마 배준우와 같이 있으면서 겁이 많아진 것 같았다.고은영이 봤을 때, 안지영이 한 행동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 “당연히 진짜지. 앞으로 누가 널 협박하면 나를 찾아와. 분명 널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테니까.”말을 마치기도 전에 장선명이 안지영의 핸드폰을 빼앗아 갔다.안지영은 멍해서 장선명을 바라보았다. 장선명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린 상태였다.“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놀라서 물었다.고은영에게 이런 경험을 직접 전수해 주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빼앗긴 안지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배준우 아내로서 협박당할 일은 없을 텐데.”장선명이 진지하게 얘기했다.“그럼 배준우 씨가 협박하면 어떡해요?”“저번에 왜 나한테 찾아와서 도움을 구한 것인지 까먹었나?”“...”안지영은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만약 배준우가 고은영을 협박한다면, 고은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장선명은 멍해진 안지영을 보면서 그녀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왜, 배준우한테 맞서 싸우게?”“그건...”“그럼 됐어.”장선명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안지영은 약간
안지영은 만약 고은영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그렇다면 고은영은 여태까지 살아있지 못했을 수도 있다.장선명은 기분이 상한 안지영을 보면서 가볍게 웃었다.“정말 네가 고은영을 키웠다고 생각해?”“당연하죠. 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어요.”안지영은 고은영에게 아주 많은 도움을 주었다.학창 시절에도, 졸업하고 나서도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안지영은 왜 본인이 고은영을 그렇게 아꼈는지 알 수 없었다.그런 감정은 마치 엄마가 갖는 감정 같았다....회사로 돌아온 안지영을 보고 안열이 다가왔다.“나태웅 씨가 왔어요. 한참 동안 기다리셨습니다.”나태웅이 왔다는 말을 들은 안지영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진이훈은 사무실 앞에 서서 안지영을 보고 앞으로 다가가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안 대표님.”“...”회사에 직접 찾아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지금 당장 뛰쳐나갈까.’안지영은 나태웅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도망친다고 해도 늦었다.“나 대표님이 한참 기다리셨습니다.”“흥.”안지영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 발을 옮겼다.진이훈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등이 서늘해졌다.진이훈은 안지영과 나태웅을 만나게 하는 것이 걱정되었다.나태웅도 물론이지만, 안지영의 성격도 좋지 않았다. 두 사람이 싸운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주변인일 뿐이다.사귀지도 않는데 이렇게 싸우는 거 보면, 정말 사귀게 되면 집안이 풍비박산 날 것이다. 그 장면을 상상한 진이훈은 왜 나태범이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안지영은 사무실에 들어와 소파에 앉은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나태웅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안지영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나태웅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 안지영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이제야 오는 거야?”“여긴 하늘 그룹이야. 내가 원할 때 오고 원할 때 떠나는 곳이야.”당당한 안지영을 보면서 나태웅은 화가 나서 심장이 빨리 뛰었다.언제부터인지 몰랐지만 안지영은 변해버
나태웅은 처리하지 않을 거라는 안지영의 말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처리할 게 없다고?”“응, 처리할 수 없어!”“안지영!”“그렇게 내 이름 부르지 마! 우리는 원래 아무 사이도 아니야! 일이 이렇게 된 건 내 탓이 아니니까.”나태웅은 안지영을 쏘아보았다.전에 동영 그룹에 있을 때, 안지영은 나태웅의 눈빛을 보면서 약간 겁을 먹었었다.하지만 지금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나태웅의 눈을 보면서 안지영이 코웃음을 쳤다.“당신도 얘기했잖아. 나랑 엮이고 싶지 않다고.”“너랑 엮이고 싶지 않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네가 오늘 저지른 짓에 대해서 무조건 대가를 받아 가야겠어.”나태웅은 강압적인 말투로 얘기했다.불을 지르고 사당을 부수기까지 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없다.세상이 그렇게 쉬운 줄 아나?나태웅은 오늘 무조건 끝장을 보리라 생각했다.“내가 무슨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당신들이 내 아버지를 납치한 걸 신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 해.”안지영도 물러서지 않았다.두 사람은 모두 각자의 논리대로 행동하고 있었다.안열이 들어왔을 때, 두 사람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싸우고 있었다.“나태웅 씨,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건 정말 네 탓이야. 눈치껏 알아야지. 그러니 제발 이쯤하고 그만둬.”“그만두라고? 누구 좋으라고.”“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데.”안지영은 화가 났다.“오늘 네가 저지른 일의 죗값을 치러.”“무슨 죗값을 치르라는 거야.”안지영은 정말 화가 났다. 나태웅과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나태범도 안진섭을 병원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했고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다.하지만 나태웅만이 계속해서 이 일로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있었다.나태웅은 차갑게 안지영을 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지영은 숨을 들이켜고 얘기했다.“나태범 어르신도 그만하겠다고 했는데, 당신은 왜 여기서 이러는 거야!”“아버지가 가만히 계신다고 해서 내가 널 놔줄 줄 알아?”“...”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서
안지영이 떠나자 자리에 남은 것은 안열과 나태웅뿐이었다.나태웅은 차가운 눈빛으로 안열을 보면서 얘기했다.“장선명이 개는 잘 키웠네.”“...”안열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그냥 화풀이 상대가 필요하신 거죠?”하지만 화를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안열이 봤을 때, 지금의 나태웅은 시한폭탄 같았다.잘 키운 개라고 해도 그 개가 본인을 물 수 있다는 것도 까먹었으니 말이다.“회의하러 간다고 했지.”안열의 대답에 나태웅은 화가 났지만 더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장선명의 사람과 대치해 봤자 기분만 더러워지니까 말이다.안열은 짜증 가득한 나태웅의 말투를 들으면서 피식 웃었다.“당신은 알고 보면 총명한 것 같은데 그걸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아깝네요.”“...”분위기가 얼어붙었다.안열은 나태웅 맞은편에 앉았다. 그 우아한 몸짓은 노출 하나 없이도 매혹적이었다.나태웅은 그런 안열을 슥 보고 물었다.“그러면 네가 대가를 치를 거야?”안열이 눈썹을 치켜뜨고 물었다.“아직도 대가, 대가거려요?”나태웅이 얼마나 끈질긴지 아는 안열은 그저 웃기기만 했다.‘본인이랑 안지영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네.’나태범이 두 사람 사이를 간섭하기 시작하면서 나태웅과 안지영 사이는 완전히 뒤틀렸다.불만이 극에 달한 나태웅은 입술을 말고 안열을 쳐다보았다.“안 대표님이 오늘 어떤 대가를 치러야 만족할 것 같아요?”안열이 직접적으로 물었다.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안열은 느긋하게 물었다.“선명 도련님이랑 헤어지면 될까요?”안열은 나태웅이 안지영에게 매달리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태웅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안지영이 원할까?”“원한다고 치고 생각해 보세요.”안열이 대답했다.“...”‘안지영이 정말 원한다고?’하지만 안열의 두 눈을 마주하는 순간 나태웅은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안지영이 장선명과 헤어질까? 정말 그럴까?’안지영이 장선명의 킹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