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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새김결
“흐윽...”

조용해진 거실을 심혜민의 울음소리가 갈랐다.

벌겋게 달아오른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면서 코끝까지 빨갛게 물들었다.

누가 봐도 안쓰러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언니, 설마... 나 내쫓으려는 거야?”

심혜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가리고 박경언 쪽을 바라봤다. 어쩔 줄 모르는 표정까지 완벽했다.

“경언 오빠, 어떡해. 오빠가 언니한테 잘 설명해 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언니가 아직도 내 말을 안 믿어.”

박경언은 심혜민의 머리를 달래듯 쓸어 준 뒤, 단단하게 굳은 표정으로 심가영을 바라봤다.

미간은 깊게 찌푸렸고 입술은 꽉 다물고 있었다. 불쾌함을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심가영은 갑자기 맥이 풀렸다.

설명을 꺼내기도 전에 친구들의 비난이 먼저 쏟아졌다.

“가영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혜민이를 내보내면 어디서 살라고?”

“어린 여자애 혼자 밖에 나가 살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 너 진짜 괜찮겠어?”

주유림도 난처한 표정으로 심혜민 편을 들었다.

“그만해, 가영아. 혜민이 저렇게 서럽게 우는데. 아직 어린데 집에서 내보내면 당장 갈 데도 없잖아.”

심가영은 오랜 친구를 가만히 바라봤다. 예전에 주유림이 보이스피싱에 당해 모아 둔 돈을 전부 잃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심가영은 자신이 모아 둔 돈을 거의 다 내어줘서 주유림이 당장 지낼 곳을 구할 수 있게 해 줬다.

주유림은 눈물을 글썽이며 심가영을 끌어안고 평생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그런 주유림이 지금은 심가영의 반대편에 서서, 약혼자와 입을 맞춘 동생을 위해 심가영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친구를 바라보는 심가영의 마음은 황량하기만 했다.

“유림아, 우리가 아무리 친해도 이건 우리 집안 일이야.”

“게다가 나도 이사할 거고, 이 집도...”

말이 끝나기 전에 박경언이 말을 잘랐다.

“그만해, 가영아.”

“유림이도 혜민이 입장에서 한마디 해 준 것뿐이야.”

“혜민은 네 동생이야. 이 집에서 지낼 권리도 있어.”

박경언은 한쪽으로는 심혜민을 달래면서 심가영을 향해서는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결국 너 아직도 나랑 혜민이 일 때문에 화난 거잖아.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들을 생각이 없고.”

“혜민이 아직 어려. 무슨 문제가 있으면 나한테 화를 내. 동생한테 괜히 풀지 말고.”

박경언이 쏟아낸 말에 심가영은 준비했던 설명을 삼켰다. 입술을 한 번 다문 뒤, 더는 입을 열고 싶지 않았다.

심가영이 침묵하자 박경언의 미간이 더 깊게 일그러졌다.

심혜민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심가영의 손을 잡았다.

“언니, 나한테 화내지 마. 이제부터 경언 오빠랑은 말 한마디도 안 할게.”

“나한테 가족은 언니 하나뿐이야. 언니까지 나 버리면 진짜 갈 데가 없어.”

심가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손을 빼내자 심혜민이 휘청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가영은 심혜민을 일으켜 세우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박경언이 거칠게 밀쳐 냈다.

“혜민한테 손대지 마!”

박경언이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심혜민을 향한 걱정스러운 눈, 떨리는 손, 다급한 목소리가 하나하나 심가영의 가슴을 찔렀다.

“경언 오빠, 발목이 너무 아파. 삔 것 같아.”

심혜민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바로 심혜민을 안아 든 박경언은 문을 나서면서 심가영을 오래 바라봤다.

“혜민은 내가 데리고 갈게. 당분간 혼자 좀 진정하고, 네가 한 행동도 잘 생각해 봐.”

박경언은 목을 한 번 움직이더니 나지막하게 덧붙였다.

“가영아, 나 진짜 너한테 실망했어.”

심가영의 손끝이 아주 살짝 떨렸다. 코끝이 시큰해져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심가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똑같은 비난이 담겨 있었다.

주유림이 먼저 제안했다.

“그럼 우리 혜민이랑 같이 병원에 가자. 생일 파티는 장소 바꿔서 계속하면 되잖아.”

“맞아. 모처럼 생일인데 분위기 다 망쳤잖아. 이 정도면 액땜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심가영은 쏟아지는 시선과 빈정거리는 말을 묵묵히 받아 냈다. 눌러 두었던 억울함이 서서히 치밀었다.

“다들 할 말 끝났어? 끝났으면 이제 나가 줬으면 좋겠는데... 여긴 아직 내 집이니까.”

“누가 여기 있고 싶대? 혜민이 아니었으면 돈 준다고 해도 안 와.”

심혜민을 오래 따라다니며 좋아하던 남자가 대놓고 비웃었다.

“혜민이 너보다 사람들한테 인기 많으니까 배 아픈 거잖아. 다 큰 사람이 동생이랑 여자끼리 경쟁질이나 하고, 진짜 추하다.”

박경언의 걸음이 잠깐 멎었지만 돌아보지는 않았다. 심혜민을 안은 채 그대로 집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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