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심도윤이 자신의 일곱 번째 애인을 데리고 와 내게 분만을 맡겼을 때였다. 그의 친구들은 내가 몇 초 만에 무너질지 뒤에서 내기를 걸었다. 하지만 분만실에 아이의 힘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까지도 누구 하나 내가 소란을 피우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형, 이제 일곱 번째잖아. 형수가 진짜 화나서 형 아예 무시하는 거 아냐?” 심도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서아는 아이를 낳을 수 없잖아. 우리 집안이나 회사를 생각하면 후계자는 반드시 필요해. 결국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져서라도 가업은 이어야 하고. 차라리 지금부터 아이를 많이 두는 게 낫지. 그래야 서아도 언젠가는 받아들이게 될 테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아이를 안고 문을 열고 나왔다. 의사로서 해야 할 말을 담담히 전했다. “축하드립니다. 3.7킬로그램의 건강한 사내아기입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합니다.” 심도윤은 환하게 웃으며 아이를 받아 안더니 품속에서 이혼 합의서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사인해. 유나를 달래주려는 것뿐이야. 나랑 이혼해야 아이를 낳겠다고 하더라고. 둘째까지 낳으면 아이가 여덟이 되잖아. 네가 아이를 못 낳는 대신 내가 후계자들을 만들어주고 있잖아. 그 정도면 누가 감히 네 자리를 문제 삼겠어?” 이런 연극에 맞춰준 것도 벌써 일곱 번째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합의서에 이름을 적어 내려간 뒤, 돌아서서 다른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심도윤은 내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와 유전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듯했다. 아이를 원한다면 남자를 바꾸면 그만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내가 심씨 집안 안주인이라는 이름 하나에 얽매여 평생 남의 아이들을 품고 살아갈 것이라 믿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그런 확신이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View More그 말을 남긴 뒤 심도윤은 자신이 머물던 아파트로 돌아갔다.그곳에는 아직 임유나가 살고 있었다.그녀는 심도윤을 보자마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떨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도, 도윤 오빠, 돌아왔어요?”심도윤은 대답 대신 그녀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이 년아! 내 이름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임유나는 고통에 몸을 웅크린 채 더욱 심하게 떨었다. 그런 모습을 본 심도윤은 연민은커녕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서아가 돌아왔어. 네가 직접 가서 빌어.”“모든 게 네 생각이었다고 나도 너한테 속은 거라고 말해. 그리고 나를 용서해 달라고 해.”“서아를 내 곁으로 돌아오게만 해주면 목숨은 살려줄게.”그 말을 들은 임유나는 살길이라도 찾은 사람처럼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요! 지금 당장 갈게요!”그렇게 약혼식이 끝날 무렵, 만신창이가 된 한 여자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서아 언니, 도윤 오빠... 아니, 심 대표님을 용서해 줘요.”그녀는 두 손을 초조하게 비벼대며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아래 드러난 얼굴은 긁힌 상처투성이였다.눈물 또한 멈출 줄 몰랐다.“전부 제 잘못이에요! 제가 언니 외할머니를 죽인 거예요!”“제발요. 심 대표님을 용서해 줄 수 없어요?”“언니가 돌아와 주지 않으면 정말 그 사람한테 죽을지도 몰라요!”나는 형편없이 망가진 임유나를 잠시 바라봤다.시선이 아래로 향하자 그녀의 아랫도리에 피가 배어 있는 것이 보였다.무심코 미간이 찌푸려졌다.“또 임신했어요?”임유나의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심도윤이 걷어찬 거예요?”임유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몸만 떨었고 이내 스스로 자기 뺨을 연거푸 때리기 시작했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전부 제 잘못이에요! 제발 저 좀 살려줘요.”나는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한 뒤 담담하게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경찰서에서 하세요.”“그리고 심도
“어디 갔었어? 조서아, 내가 꼬박 일 년을 찾아다닌 거 알아?”“네가 떠난 뒤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나는 술잔을 가볍게 흔들며 피식 웃었다.“심 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이혼 확인서는 이미 받으셨잖아요.”“저와 심 대표님은 이미 아무 관계도 아닌데요.”“굳이 관계를 따지자면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해야겠네요.”“올해 심원 그룹이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서 성공적으로 탈락했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정말 고생 많으셨겠네요, 심 대표님.”내 말을 들은 심도윤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나는 더 이상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렸지만 그가 내 손목을 세게 붙잡으며 막아섰다.“나한테 돌아와. 예전 일은 전부 없던 일로 할게.”“그 아이들도 전부 정리할 거야. 아이는 필요 없어. 나는 너만 있으면 돼.”“조서아, 이제 그만 화 풀면 안 돼?”“주식 헐값에 판 것도 따지지 않을게. 결혼식 원하면 해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돌아와. 뭐든 다 들어줄게.”말을 이어갈수록 그의 눈은 점점 붉어졌다.“이 일 년 동안 네가 없으니까 한숨도 제대로 못 잤어.”“나 너 없이는 못 살아.”나는 그 말을 듣고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입가를 가린 채 말했다.“그래요? 한숨도 못 주무셨다고요?”“아이들 돌보느라 그러신 거 아니에요?”“심 대표님 정말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아이가 일곱이나 되는데 잠 편히 주무실 틈이 있었겠어요?”“정말 훌륭한 아버지시네요.”심도윤은 또다시 말문이 막힌 듯 나를 바라봤다.잠시 후 그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아직도 나한테 화난 거 알아. 약속할게. 앞으로는 절대 사생아 같은 일 없어.”“너 하나만 보고 살게. 아이 없어도 괜찮아. 어때?”나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친 뒤 배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웃었다.“됐어요.”“내가 왜 당신 때문에 엄마가 될 권리를 포기해요?”“당신이랑 못 낳으면 다른 사람이랑 낳으면 되죠.”그 말을 들은 심도윤은 완전히 굳어버렸다.그러더니 다음
“서아 말이 맞아. 넌 내연녀 취급도 못 받아. 그런데 주제도 모르고 나랑 결혼할 생각을 했어?”심도윤은 그 말만 남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임유나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그 시각 나는 강운에 있는 한 병원 특실에 누워 있었다. 병상 곁에 앉아 있던 진연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외할머니 장례는 내가 다 처리해 놓았어.”“가지고 있던 주식도 변호사랑 상의해서 전부 헐값에 정리했어. 지금쯤이면 심원 그룹은 난리가 났을 거야.”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진연우는 한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외할머니를 잃은 슬픔이 아직도 내 안에 짙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잠시 망설이던 그는 조심스럽게 내 손을 감싸 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이 너한테 이렇게까지 할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날 나무 뒤에 숨어 있지 않았을 텐데.”나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진연우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 채 혼잣말처럼 말을 이었다.“네가 그런 일을 당했던 날, 사실 나도 거기 있었어. 다만 한발 늦었을 뿐이야.”그의 눈에는 짙은 후회가 어려 있었다.“그때 난 싸움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범생이였어.”“심도윤처럼 싸울 줄도 몰랐고 널 지켜줄 수도 없었어. 경찰에 신고한 뒤 나무 뒤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는 게 전부였지.”“네게 다가가 말 한마디 건넬 용기조차 없었어.”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놀라움에 그를 바라봤다.‘그날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진연우였다니.’나와 진연우는 같은 반 동창이었다.진연우는 심도윤처럼 유복한 집안 출신이었고 나는 성적으로 학비를 면제받아 겨우 편입한 학생이었다.당시 진연우는 반장이었는데 유독 나를 많이 챙겨주곤 했다.내 기억 속 그는 늘 다정하고 부드러운 소년이었다.지금처럼 짧게 자른 머리에 단단한 인상을 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내가 무심코 그를 훑어보자 진연우가 옅게 웃었다.“의외지?”“네가 심도윤과 사귀기 시작한 뒤 우리 집은 망했고
문 너머에서는 임유나가 웃으며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그 아줌마 진짜 웃기지 않아? 내가 그동안 심도윤 곁에 있던 여자 여섯 명이랑 같은 줄 알았나 봐. 그년 상대하는 건 나한테 식은 죽 먹기야.”“내가 사람 시켜서 그년이 내 앞에 무릎 꿇고 스스로 뺨을 때리며 사과하는 영상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린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병원 네트워크 시스템도 해킹해서 모든 TV에 그 영상 틀어버렸어!”“아, 맞다. 예전에 그 여자 남편한테 사생아가 줄줄이 생겼다고 비웃던 영상들 있잖아. 그것도 전부 다시 퍼뜨려.”“그년이 그 병원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 거야.”“다들 알게 해줄 거야. 걔가 애도 못 낳는 데다 얼마나 뻔뻔한 년인지. 이 지경이 되고도 아직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잖아.”“걔가 그 늙은이를 얼마나 끔찍이 챙기는지 알잖아. 그래서 일부러 보여주고 싶었어. 자기 손녀가 얼마나 비참한 꼴이 됐는지 똑똑히 보라고.”“그 약이 얼마나 비싼데. 이미 이혼까지 했는데 왜 도윤 오빠가 계속 돈을 내야 하는데?”“걔만 없어지면 진짜 속이 다 시원할 것 같아. 나랑 도윤 오빠 앞에서 다시는 안 보였으면 좋겠어.”“조금만 기다려. 내가 도윤 오빠랑 결혼하면 너희도 다 챙겨 줄게. 재벌 2세 한 명씩 소개해 주는 건 일도 아니야.”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앞다퉈 맞장구를 쳤다.“유나야, 너 진짜 대단하다! 심원 그룹 대표 아이까지 낳았으니까 그 아줌마 쫓겨나면 바로 심도윤이랑 결혼하는 거야?”“당연하지. 너희 몰랐어? 도윤 오빠가 나 엄청 좋아하거든. 어제 SNS 못 봤어? 나 발도 씻겨줬는걸!”“결혼식도 준비해 준다고 했어!”“나한테 둘째 낳아달라고 사정까지 했다니까!”“조서아 주제에 감히 내 앞길을 막아? 그러니까 내가 독하게 나와도 원망하지 말라고.”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도윤이 문을 거칠게 밀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왔다.누가 들어왔는지 확인한 순간,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숨을 삼켰다.곧이어 하나둘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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