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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새김결
심가영은 눈을 떴을 때 새하얀 병원 조명이 눈을 찔렀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팔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내려 보니 몸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본 적이 있었다.

환자가 심하게 흥분해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못하도록 사용하는 장비였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에 묶여 있는 거지?’

그때 문이 열렸다.

박경언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말없이 심가영을 바라보는 표정이 복잡했다.

“이거 풀어.”

박경언은 고개를 저었다.

“가영아, 혜민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크대. 의사 말로는 예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했어.”

심가영이 되물었다.

“그래서? 심혜민 일은 나랑 상관없다고 말했잖아.”

“내가 심혜민한테 그런 짓을 할 이유도 없어!”

박경언의 눈에 남아 있던 마지막 망설임마저 사라졌다.

“끝까지 잘못을 인정할 생각이 없구나.”

“그렇다면 나도 더 봐줄 필요가 없겠네.”

“혜민이 치료를 받으면서 얼마나 힘든지 너도 겪어 봐. 그 정도는 해야 혜민한테 미안한 줄 알겠지.”

박경언은 말을 마친 뒤 의사가 내민 치료 동의서에 서명했다.

“부탁드립니다. 시작해 주세요.”

박경언은 다시 심가영을 보지 않았다.

의사가 전극 장비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자 심가영은 눈을 크게 떴다.

심가영은 목이 터져라 박경언의 이름을 불렀다.

박경언은 돌아보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

의사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전극을 든 채 심가영에게 다가왔다.

“심가영 님 맞죠? 특별히 잘 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걱정 마세요. 여기서 나갈 때 겉으로는 상처 하나 남지 않게 해 드릴 테니까.”

심가영은 의사가 전극을 양쪽 관자놀이 근처에 붙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곧 몸 안으로 거센 전류가 밀려들었다.

“아아악!”

참지 못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전기 자극이 이렇게 아픈 줄 몰랐다. 평소 마취하 전기경련치료를 받을 때는 마취 상태라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아파. 너무 아파. 제발...’

몸부림치고 싶어도 억제대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따지고 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자 목소리를 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대체 누구를 욕하고 누구에게 따져야 하지?’

‘마음이 변한 박경언? 이기적인 심혜민?’

‘나를 아프게 하면서도 키워 준 엄마? 아니면 엄마와 나를 버리고 불륜 상대와 떠난 아빠?’

심가영의 삶 전반부는 원망과 고통 속에서 흘러갔다.

이제는 지쳤다. 더는 누구도, 아무 일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다시 전류가 들어오자, 몸이 뜻대로 되지 않은 채 거칠게 떨렸다.

자극이 멈춘 뒤에는 온몸의 힘이 빠져 침대 위로 축 늘어졌다.

눈꼬리에서 눈물 한 줄기가 흘렀다.

심가영은 스스로를 달랬다.

‘조금만 버티면 돼. 곧 여기서 떠날 거야.’

일주일 뒤에야 심가영은 그곳에서 풀려났다.

정신은 멍했고, 박경언이 앞에 나타나도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박경언은 심가영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며 외투를 어깨에 걸쳐 줬다.

“가영아... 집에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심가영은 무표정하게 외투를 벗어 바닥에 떨어뜨리고 박경언의 손도 뿌리쳤다.

입술을 떼자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나왔다.

“가. 박경언. 난 이제 네 얼굴 보고 싶지 않아.”

박경언은 바닥에 떨어진 외투를 바라봤다. 복잡한 감정이 스치는 듯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네가 나한테 화가 날 거라는 건 알아. 그래도 믿어 줘. 난 진짜 너를 위해서 한 일이야.”

“무슨 일이든 잘못하면 대가는 치러야 하잖아. 네가 동생을 괴롭히는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어.”

“가영아, 내가 나중에 다 보상할게...”

심가영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달라질 일이 없었다.

박경언이 따라오지 못하게 어떻게 떼어 놓을지 고민하던 때였다.

박경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자 이름을 확인하자, 박경언은 전화를 끊으려던 손을 멈추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심혜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언 오빠, 어디 갔어? 자고 일어났는데 오빠가 안 보여서 너무 불안해.]

[오빠도 엄마 아빠랑 언니처럼 나 버리는 거 아니지?]

박경언의 목소리가 곧바로 부드러워졌다.

“그럴 리가 있겠어. 그냥... 갑자기 일이 좀 생겼어.”

“밖에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가 있어서 잠깐 나온 거야. 금방 돌아갈게.”

심가영은 핸드폰 너머로 심혜민이 우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오빠, 나 진짜 무서워. 정말 너무 무서워...]

박경언은 더 생각할 여유도 없이 말했다.

“지금 바로 갈게.”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

심가영은 박경언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무는 것을 느꼈다.

박경언은 뭔가 말하려다 계속 망설였다.

심가영이 먼저 담담하게 말했다.

“가 봐. 나는 택시 타고 갈 수 있어.”

심가영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박경언이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다시 무너진 심혜민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국 박경언은 심혜민에게 돌아가는 쪽을 먼저 택했다.

심가영은 택시를 타고 치료센터로 가서 마지막 마취하 전기경련치료를 받았다.

눈을 감자 간호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가영 님, 긴장 풀고 편하게 계세요. 오늘이 마지막 치료예요.”

“여기서 뵙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는 심가영 님 인생에 따뜻한 봄날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심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취가 완전히 퍼지기 직전,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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