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온나희의 생일날, 아들이 밤 알레르기가 있는 온나희에게 밤 케이크를 건넸다. 한 조각으로도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의식이 흐릿해지는 와중에 남편 공지환의 분노 섞인 호통이 귓가를 때렸다. “공찬우, 엄마가 밤 알레르기 있는 거 몰라?” 공찬우의 앳된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알아요. 하지만 난 겨울 이모가 내 엄마가 됐으면 좋겠단 말이에요. 아빠도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요. 아니에요?” “아무리 내가...” 숨이 턱 막히는 압박감이 온나희를 덮쳐 공지환이 뒤이어 어떤 대답을 했는지 더 이상 듣지 못했다.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 온나희의 머릿속에 단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 ‘만약 다시 눈을 뜰 수 있다면 다시는 공지환의 아내로, 공찬우의 엄마로 살지 않을 거야.’
Mehr anzeigen여름비가 예고도 없이 쏟아졌다.공지환과 공찬우가 장대비에 온몸이 젖은 채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아빠.”공찬우가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엄마가 정말 우리를 버린 거예요?”공지환이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마음이 이미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였다. 이젠 아들에게도, 본인에게도 더는 거짓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온나희가... 정말로 그들을 버렸다....다음 날 이른 아침 온나희가 송기훈네 집으로 갔다. 문이 열리자마자 김소영이 달려와 온나희의 품에 안기더니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 그녀를 꽉 붙잡았다.“엄마, 드디어 왔네요.”송기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문틀에 기대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아침 다섯 시에 깨서 내내 문 앞을 지키고 있었어.”온나희가 김소영의 볼에 입을 맞추며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어제 소영이 생일 파티를 망쳐서 미안해. 하지만 걱정하지 마. 오늘 엄마가 놀이공원 가서 실컷 놀아줄게.”송기훈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온나희의 가방을 묵묵히 건네받았다.방학 시즌이라 놀이공원이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김소영이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흥분하며 깡충깡충 뛰어다녔고 보이는 것마다 다 해보고 싶다며 졸랐다.온나희와 송기훈은 아이의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함께해주었다.하루 종일 여기저기 다니느라 세 사람 모두 땀범벅이 되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돌아오는 길, 김소영이 가운데 서서 온나희와 송기훈의 손을 잡았다. 아이가 참아왔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엄마, 어제 그 오빠 정말 엄마 아들이에요?”송기훈의 몸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온나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예전에는 그랬는데 이젠 아니야.”김소영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왜 예전에는 맞고 지금은 아니에요?”송기훈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소영아,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작은
공찬우의 울음소리가 더욱 처절해졌고 얼굴도 눈물범벅이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공지환은 마음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했다.목놓아 우는 아들을 보면서도 온나희의 눈빛은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정말 우리랑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야?’한참이 지나서야 공지환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말투에 후회가 가득했다.“나희야, 난 너랑 이혼하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겨울이는 나한테 그저 친구일 뿐이었어. 네가 떠나고 나서야 그 여자가 널 모함하고 거짓말했다는 걸 알았어. 이제 다 정리했고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제발 나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응?”온나희가 차분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냉기가 감도는 목소리로 말했다.“공지환, 내가 그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아? 아들은 다른 여자가 엄마가 되길 바랐고 남편은 다른 여자를 편애했어. 나 혼자 그 텅 빈 집을 지키다 보면 머지않아 미쳐버렸을 거야.”공지환이 입을 달싹였으나 목구멍에 커다란 솜뭉치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와 공찬우는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현실에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공씨 가문을 떠난 이유가 바로 그들이 저지른 일들 때문이었으니까.공지환이 무력하게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난 그저 겨울이를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 대했어. 널 아프게 할 생각은 정말 없었어. 미안...”“됐어.”온나희가 차가운 얼굴로 그의 말을 잘랐다.“날 아프게 할 생각이 없었다고? 내가 밤 알레르기로 병원에 누워 있을 때 두 사람 어디 있었지? 내가 물에 빠졌을 땐 또 어디에 있었어?”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공지환의 심장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공지환은 그와 공찬우가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뼈저리게 실감했다.“엄마.”공찬우가 숨이 넘어갈 것처럼 꺽꺽대며 울었다.“진... 진짜 잘못했어요. 내가... 다 고칠게요.”공지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눈동자에 한 번도 본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찬우가 온나희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고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그렁그렁 맺혔다.옆에 있던 공지환은 심장이 철렁했다.“나희야...”‘우리야말로 가족인데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야?’온나희가 공지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김소영을 다독였다.“오늘은 엄마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소영이 먼저 아빠랑 집에 가 있을래? 파티가 방해받았으니까 내일 엄마가 놀이공원에 데려가 줄게. 어때?”김소영은 온나희의 손을 놓으면 영영 떠나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워낙 철이 든 아이였기에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거짓말하면 안 돼요.”아이의 떨리는 목소리에 가슴 한구석이 찡해진 온나희가 아이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약속할게. 손가락 걸고 약속해. 이제 마음을 놓을 수 있겠어?”김소영이 그제야 온나희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 송기훈의 목을 껴안았다. 그러고는 송기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렸다.“그럼 내일 아침에 집에서 엄마 기다릴게요.”송기훈은 별다른 말 없이 김소영을 안고 자리를 떠났다. 다만 공지환과 공찬우 부자의 옆을 지나갈 때 그들을 향해 깊고 서늘한 눈길을 던졌다.송기훈과 김소영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서야 온나희가 공지환과 공찬우를 돌아보았다.언제나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얼굴에 이젠 끝을 알 수 없는 냉랭함만 서려 있었다.한 달 만에 겨우 만난 온나희가 다른 아이의 엄마가 됐을 뿐만 아니라 공찬우를 보고도 조금도 기뻐하지 않자 공찬우가 결국 참아왔던 서러움을 터뜨리며 통곡했다.“엄마, 이제 나 버린 거예요? 엄마의 진짜 아들은 나라고요.”예전이었더라면 공찬우가 울기 시작하자마자 온나희가 아이를 품에 안고 웃음을 되찾을 때까지 달래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가만히 서서 아이를 내려다보기만 했다.아무리 울어도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닿지 않았다. 결국 공찬우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들었다. 온나희가 여전히 덤덤한 눈빛으로 아이를 응시하고 있었
공철용의 의미심장한 가르침을 받은 뒤 공지환은 강겨울이 귀국한 이후 그가 했던 행동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았다.온나희의 생일에 강겨울의 집으로 가서 바퀴벌레를 잡았던 일, 강겨울과 패밀리 룩을 입고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던 일...그제야 공지환은 그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 했다. 고작 다섯 살인 공찬우가 강겨울이 엄마가 됐으면 했던 이유 역시 전적으로 공지환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이었다.남편으로서의 역할도, 아버지로서의 본보기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비서 허시언이 온나희의 행방을 알아내자마자 공지환은 공찬우를 데리고 쉼 없이 충안시로 달려왔다.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친 부자는 한시라도 빨리 온나희에게 용서를 빌고 싶었다.하지만 막상 카페 문 앞에 서자 공지환은 평소답지 않게 긴장감을 느꼈다. 옆에 선 공찬우도 공지환의 소매를 꽉 잡고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아빠, 엄마가 우리를 용서해줄까요?”사실 공지환도 확신이 없었다.이미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고 앞으로 십여 년 치의 생일 선물까지 미리 준비해둔 온나희의 단호함을 떠올리면 공찬우에게 희망적인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그래도 공지환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만약 온나희가 당장 용서해주지 않는다면 그녀가 마음을 돌릴 때까지 아들과 함께 이곳에 머물며 사죄할 생각이었다.그런데 고작 한 달 사이에 온나희의 옆에 다른 남자가 생겼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여자아이가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기까지 했다.공찬우의 얼굴에 서러움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한 달 내내 그리워했던 엄마가 다른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심지어 그 아이가 온나희를 엄마라고 불렀다.‘엄마가 정말로 날 버리고 다른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한 거야?’여자아이가 온나희의 품에 안기려 하자 공찬우가 참지 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먼저 온나희의 품에 안겼다.“드디어 엄마를 찾았어요.”온나희가 품에 안긴 공찬우를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한 달 사이에 아이의 얼굴이 눈에 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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